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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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2004년 우리가족 미국 남동부여행기를 마치면서...

53부 2004년 11월 14일 일요일

총 이동거리 : 6786마일(10858 Km), 총 여행일수 : 50박 51일

8월15일 아침 9시에 고모댁에서 나와 JFK공항으로 택시를 타고 가면서 맨해턴을 빙 둘러 지나갔습니다. 가면서 우리가 많이 보던 건물들, 도로들도 멀리서 보이는 가운데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습니다.
한없이 흘러가는 기억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생기는구나 하는 상념이 들더군요.
비행기시간은 오후 1시 30분경이지만, 우리는 JFK라는 공항도 구경도 할 겸 해서 고모댁에서 일찍 나온 겁니다.
그러나 공항구경은 거의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JFK공항은 뉴욕에서도 큰 공항일진대 우리가 탑승하려는 유나이티드는 별도의 건물 속에 들어가 있어 공항청사라고 해봐야 좁디 좁은 작은 청사입니다. 구경할 꺼리가 없는 곳입니다.

미국에서 여러 번 느낀 점이지만 참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입니다.
장애인, 노인 할 것 없이 사회적인 약자들을 보호해주고 배려해주는 점은 아마도 동양인인 우리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계산원의 행동은 정말이지 40년을 넘게 한국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답답함과 어떨 때는 짜증까지도 일어나게 합니다. 그래도 능력이 부족한 그들을 고용하고 일당을 주는 미국의 경영자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기본정신이 없이는 어려우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그것을 불편하다거나 답답하다고 느끼지 않는 - 아마도 그렇게 느끼더라도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 고객들까지, 그 모두에게 마음속에서 경의가 일어납니다. 아무리 나쁘게 생각해도 최소한 그렇게 함으로써 각자에게 이익이 되게 해주는 체제 자체가 부러운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조금만 늦게 해도 큰소리가 나오고 약자에게는 한 움큼의 배려도 하지 않는 그런 사회에서 우리의 자식들이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누구든지, 언제든지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는 현대사회에서 항상 그런 배려가 생활화되었을 때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것은 비단 이 곳뿐이 아닙니다.
화장실만 예로 들어도 정상인을 위한 시설보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항상 우선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 같습니다. 꼭 장애인용 룸은 별도로 되어 있지요.
나보다 못한, 나보다 약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그런 마음 가짐은 제도 이전에 인간의 박애정신에서 나와야 할 겁니다.
미국공항에서 출발하여 일본의 나리타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와 같은 동양인들의 나라의 빠른 행동이 오히려 낯설기까지 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한국의 모습을 보는 순간부터 다시 꿈에서 깨어난 상태가 됩니다. 아마도 누구든지 여행을 다녀오면 느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의 이번 여행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모텔에서 투숙하며 지낼 때는 상당히 일찍 일어나 빨리 움직여 많은 시간을 보는 데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어디든지 누구의 집에 머무를 때는 항상 늦게 움직이기 시작하여 실제 관광하는 데는 얼마 안 되는 시간으로 구경해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여행에만 관심과 중심을 둔다면 모텔에서만 생활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친인척들의 집에 머무를 경우는 휴식을 취하는 형식이 되어야 할 거구요. 우리의 형태가 그런 식이 되었거든요.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지나갔던 많은 곳들 중 플로리다나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등은 올 여름 유난히 많은 허리케인으로 상당 부분 파괴가 되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가 일정은 잘 잡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그 멋진 풍경들이 다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닌지 아쉬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한번 그곳들을 방문한다면 우리가 보았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얼마 전 끝난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이 패배 시인발표를 했던 장소인 보스턴의 파뉴얼홀이나 조지 부시 현대통령이 승리 연설을 한 워싱턴 D.C.의 로널드레이건빌딩들도 모두 우리가 가보고 지나갔던 곳들입니다.
우리가 보고 지나갔던 그런 여행지에 대한 뉴스가 신문이나 방송에 나올 때마다 여행당시의 그 곳들의 모습이 생각이 나고 추억이 떠오릅니다.

이제 여행은 한참 전에 끝난 시점이지만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 이 여행의 마지막까지 오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다짜고짜 떠나기만 한 여행이었다면 커다란 소득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마도 턱없이 부족한 정보로 인해 시행착오와 고생도 많이 했을 겁니다.
그러나 2년간에 걸쳐 차분히 준비하고 차곡차곡 정보들을 쌓아가다 보니 이번과 같은 여행의 마무리가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돌이켜보면 부족했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각 대도시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자료를 준비하지 못해 초기에 고생도 많았었지요.
특히나 대학들에 대해서는 가서 지도를 구해 다닌다는 생각으로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 준비가 부족한 덕에 고생도 좀 했지요. 그나마 프린스턴만큼은 준비를 한 덕을 보았고요.
모든 것이 그러했습니다. 준비가 철저했던 곳에서는 흔들림 없이 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볼 수 있었던 반면, 준비가 부족했던 곳은 역시나 결과도 거기에 맞춰 떨어졌습니다.
역시 여행에 대한 진리는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급히, 서둘러 준비하면 분명 뭔가가 모자라는 구경을 하게 됩니다.
반면 철저한 사전준비와 계획이 있으면 그만큼 감동과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 항공모함을 보기 위해 아이들과 박여사에게 항공모함에 대한 기록물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우선 항공모함이 뭘 하는 놈인지부터 알아야 구경을 해도 재미있을 테니까요. 그 기록물은 언젠가 KBS 일요스페셜에서 했던 항공모함 키티호크에 대한 것입니다. 항공모함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과 함 내부의 모습, 실제 훈련 모습 등 다양한 항공모함의 실체와 그에 따르는 다양한 군함들 - 예를 들면 이지스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등의 호위함대 - 을 볼 수 있었던 1시간짜리 프로였습니다. 예전에 제가 녹화를 했었는데 그걸 이번 기회에 사용했던 거지요. 그걸 통해 아이들도 군함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었고 이번 여행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번 여행을 2년간 준비하면서 우리가 가야 하는 곳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아이들과 박여사, 저, 이렇게 4명이 서로 공유한 것이 많습니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킬데블힐스의 라이트형제 사적지도 또한 작년 12월 라이트형제 First in Flight 100주년을 기념해서 방영한 TV를 통해 그 곳의 모습을 미리 봐두기도 했습니다. 천만 다행히 아이들이 그곳에 간다고 하니까 관심을 가지고 보더군요. 영화들도 몇 가지는 여행을 대비해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역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학생 때부터 관심이 많아 공부를 많이 한편인데도 이번 여행을 대비해 미국사를 다시 한번 읽고 갔습니다.
그런 준비 덕에 아이들이나 박여사, 그리고 저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멍하니 구경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전체 일정의 90%정도는 어느 정도 미리 공부를 하고 간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라이온킹도 뮤지컬 볼 것을 대비해 만화영화로 다시 한번 보도록 했지요.

우리의 여행이 이번만이 아니고 아이들이 2살 때부터 국내여행에서부터 이어져 오던 것이라 다를 것은 별로 없지만, 다시 한번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진리를 재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살아서 더 많은 여행을 하겠지만 이번과 같이 준비한다면 세계일주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든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여행입니다. 꿈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 결과였겠지만...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과단성과 판단력 등 인간에게 나올 수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한 의지의 실험이었습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기도 했고, 때론 이런 여행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회의도 들기도 했지요. 그래도 굽히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며 일정을 소화했기에 무사히, 보람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맨 처음 이 글을 시작할 때도 밝힌바 있지만 우리의 여행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끝까지 이 졸필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행은 어려운 것이 아니고 두려운 것이다."

도전해보겠다는 의지의 실천만이 자기자신의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우리의 여행기를 참고 삼아 멋진 인생의 도전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꼭 여행이라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이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