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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밤에 본 또 다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색!     51부 2004년 8월 13일 금요일 누적거리 : 6786마일(10858 Km) 오늘도 우리는 맨해턴으로 갑니다. 매일매일 출근을 하는 우리에게 버스들은 할인도 없습니다. 뭐 하긴 우리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맨해턴행 버스에서> 자, 오늘은 먼저 항공모함부터 보러 갑니다. 서쪽 끝 45번가에 자리잡고 있는 인트리피드 항공우주박물관(Intrepid Sea Air Space Museum)입니다. 1967년도에 미해군 현역에서 퇴역하여 이 곳 맨해턴에 정박,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는 과거의 항공모함입니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인 니미츠급 원자력추진 항공모함들에 비하면 크기도 훨씬 작은 것이지만 그래도 다른 어떤 군함들보다 크고, 또한 항공모함 위에 올라가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죠. 버지니아의 노포크에서 세계 제2차 대전 당시의 거대전함에도 올라가 보고 코넷티컷의 그로톤에서 원자력잠수함에도 들어가보고 이번에 마지막으로 거대 항공모함에도 올라가 봄으로써 우리 가족은 미 해군의 주요 함정들은 다 가보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포트 오소리티 터미널에서 이 곳까지는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지하철은 많이 타고 다녔지만 아직까지 맨해턴 시내버스는 타보지를 않아서 어색하기도 했고 8번가(8th Ave.)와 42번가(42nd St.)사이에 있는 터미널에서 12번가(12th Ave.)와 45번가(45th St.)에 있는 항공모함까지는 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8번가를 지나 9번가(9th Ave.), 10번가(10th Ave.)를 지나며 보이는 거리의 모습이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화려함이나 번화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쓰러져 가고 도시의 뒷골목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뉴욕이라는 도시는 구경하는 사람에게 매력과 함께 호기심도 같이 유발하는 도시입니다. 할렘(Halem)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예전과는 다르게 할렘도 치안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할렘이라는 곳은 19세기만 해도 뉴욕사람들의 별장이 있던 고급 주택가였고 주택개발붐을 타고 상당히 많은 아파트가 들어섰으나 1893년의 경제공황 이후 주택임대가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흑인들에게 임대가 시작되면서 흑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20년대에는 할렘 문예부흥이 일어나 창조적인 문학운동의 중심지가 되었으나 2차 대전 이후 흑인들과 푸에르토리코인들이 많이 살게 되면서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지금과 같은 도시빈민들의 삶터, 도시의 어두운 모습의 대표적인 곳으로 바뀐 곳이라 합니다. 할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저분한 건물들부터 몇 개 되지 않는 가게들, 그리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부터 행동까지 보면서 바로 옆의 8번, 7번가와는 또 다른 모습에 우리 자신도 놀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한 동네에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 데 말입니다. 아, 있기는 있네요. 예를 든다면 종로 2가와 3가 사이의 모습과 바로 옆 청계천의 모습이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요즘은 저도 그 쪽으로 가본적이 없어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몇 년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입구에서 바라본 항공모함 박물관>                       <인트리피드 항공모함 활주로> 인크리피드 항공모함은 겉 모습부터 웅장합니다. 지금까지 본 어떤 군함보다도 큰 모습입니다. 과연 이 것이 실제 항공모함으로 사용됐다면 갑판 위 활주로에 전투기들이 그득이 있었겠지요. 지금도 입구에서 보이는 모습은 활주로에 비행기들이 가득한 모습입니다. 여기서 박여사의 예의 돈 생각으로 누구만 구경할 거냐는 논란이 벌어집니다. 4식구 모두 들어가 구경하자는 말에 박여사는 자신은 이런 군함 같은 것은 관심이 없으니 저와 아이들만 들어가라고 난리입니다. 한참 논란 끝에 결국 아이들과 저, 이렇게 3명만 들어가기로 했지요. 대신 박여사는 혼자 박물관 상점을 구경하고 맥도널드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이름이 항공우주박물관입니다. 겉 모습은 항공모함이지만 이 안에 항공만이 아닌 우주에 대한 것도 조금은 있습니다. 박물관 구내로 들어가보면 부두에 항공모함이 있고 반대편 부두에는 잠수함과 커다란 바지선위에 지금은 퇴출된 세계 유일의 초음속여객기인 콩코드여객기(Concord Aircraft)가 놓여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구경하려면 입장료도 추가적인 요금을 더 내고 사야 합니다만 우리는 항공모함만 보는 것으로 샀습니다. 박여사가 혼자 기다리는 데 이것 저것 다 보고 나올 수는 없지요. 빨리 보고 나와야 불만이 없을 겁니다. 안 그래도 이 곳에 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아이들과 저는 항공모함 내부로 들어 갔습니다. 아마도 제 생각에 이 곳이 항공모함 내 함재기들의 격납고가 있던 곳입니다. 커다란 창고와 같이 되어 있어 비행기들이 이 곳에 적재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배 바깥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활주로로 올라가 이륙을 했지요. 그런 곳을 직접 거닐면서 아이들과 보니까 재미있습니다. 저도 항공모함을 직접 보거나 타는 것은 처음이거든요. 격납고에는 전시된 비행기인 2차 대전 당시의 전투기, 무스탕이나 F-14, A-6등의 전폭기만 몇 대 있고는 우주에 관련된 전시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항공이나 우주에 대한 시물레이션 장비도 있습니다. 물론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요.                  <항공모함 격납고 안>                           <세계에서 가장 빨랐던 콩코드여객기> 배의 내부는 복도가 끝없이 이어져 길을 잃을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 관광객 가족이 정해진 길만 가지 않아서인지 복도에서 우리에게 밖으로 나가는 길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이제 아이들과 활주로로 올라가 실제 크기를 볼 차례입니다. 활주로는 운동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길이가 280m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멀게만 느껴지는 모습입니다. 저 멀리서 보이지요. 여러 가지 항공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이 함재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약 1시간 반 가까이 구경하고는 박여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뿌듯한 표정을 짓고...             <항공모함 브릿지 위에서 내려다 본 활주로> 점심도 먹어야 하고 관광도 해야 하고...그래서 우리는 지하철로 차이나타운(Chinatown)으로 내려갔습니다. 차이나타운은 박여사가 꽤나 가보고 싶어하더군요. 차이나타운은 역시나 특유의 중국인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미국내에서도 가장 크다는 뉴욕의 차이나타운은 Canal St.을 따라 양옆으로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곳곳의 골목길들이 모두 중국인들의 생활터전입니다. 북적대며 복잡한 거리 풍경은 뉴욕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아니,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건물들만 삐죽이 솟아있는 마천루의 도시, 뉴욕에서 사람들이 어우러지고 교차하며 어깨를 부대끼며 물건을 흥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여행사를 쫓아왔다면 이런 모습을 버스 안에서 구경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겠지요. 이것 저것 물건도 구경하다가 어느 북적대는 "三六九"라는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허름한 작은 식당이지만 중국인들보다는 서양인이나 흑인들이 많이 먹고 있는 식당입니다. 항상 느끼는 사실이지만 미국에서 우리 입맛에 맞기는 중국음식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음식을 시키면 대부분 모자라게 나오고 적게 나오는 데 비해 미국에서 시키면 뭐든지 간에 양은 풍성하게 나옵니다. 남기게 될 정도로 많이 나옵니다. 여기서 우리는 볶음밥종류와 닭 요리 종류로 몇 가지 시켜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가격은 팁 포함하여 15달러 정도도 안됩니다. 확실히 쌉니다. 차이나타운은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다만 한가지, 이 곳에서 더 남쪽으로는 바로 월스트리트와 이어져서인지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모든 길을 막고 서서 차량 검문 검색을 철저히 하고 있지요. 트렁크도 열고 사람에 대해서도 짐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8월말에 이 곳에서 있을 공화당 대통령후보선출 전당대회 때문이라고 합니다. 보스턴에서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문에 일정도 바꿨는데, 또 뉴욕에서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실제 전당대회 기간은 저와는 상관없지만... 차이나타운에서 리틀이태리(Little Italy)로 향합니다. 바로 옆에 있어 그리 많이 이동하지는 않지요. 차이나타운에 비하면 그리 볼 것은 없는 동네입니다만 이태리의 거리모습과 흡사하게 만들어져 있는 작은 동네, 진짜 Little Italy입니다.     <리틀이태리 입구>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소호(SOHO)로 향해 갑니다. 소호지구는 고급의 상점들과 특이한 상점들이 어우러져 번화한 모습입니다. 소호에서 우리는 아이들이나 박여사가 꼭 가보자고 하는 유명한 "Evolution"이라는 동물뼈나 박제, 인체 등의 모형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들어갔습니다. 안내책에도 소개되는 곳입니다. 해골뿐이 아니라 각종 동물들의 뼈대 모형도 있고 박제된 진귀한 동물들도 있습니다. 가히 박물관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곳입니다. 기껏해야 10평도 채 안 되는 가게안에 갖가지 모형과 박제들이 놓여있고 걸려있는 모습이 볼만합니다.                  <소호의 유명한 가게 Evolution 앞에서>     <소호의 유명한 가게 Evolution> 구름이 드리워지면서 하늘도 어두워지는 가운데 우리는 첼시(Chelsea)지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습니다. 첼시지역으로 가는 첫 번째 이유는 저녁을 이 곳에서 가까운 코리아타운에서 먹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끼리의 마지막 저녁은 뉴욕에서 유명한 감미옥의 설렁탕을 먹을 겁니다. 아이들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곳에서 가까운 첼시지역을 택했습니다. 첼시지역의 지하철에서 내려, 가까운 "반스 앤 노블"(Barnes and Noble)서점도 들어가 보고, 가정용품의 대표적인 할인점인 "베드, 베스 앤 비욘드"(Bed, Bath and Beyond)도 들어가서 구경을 했습니다. 마지막이라 생각되니 닥치는 대로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첼시에서 걸어서 코리아타운까지 가서는 감미옥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그 곳은 설렁탕집 같지 않게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줄을 서있습니다. 조금 기다리다 설렁탕을 시켰는데 의외의 맛입니다. 저는 뉴욕에서 가장 맛있다고 해서 양도 풍부하고 고기도 많이 들어간 줄로 생각하고 특별하겠거니 했는데 한국에서 먹던 것과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맛이야 서울과 별 차이가 없고 가격은 팁까지 포함하면 3배는 비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과 가격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그래도 고기값이나 쌀값이 한국보다 몇 배는 싼 미국에서 음식값 8달러(팁 제외)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 정도의 가격이라면 고기라도 더 많이 넣어 주던지... 여하튼 그런 문제는 조금 불쾌했지만 그래도 맛은 한국에서의 설렁탕 맛 그대로 입니다. 우리의 원래 목표는 달성되었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붉은색> 식사후 바깥에서 가까이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붉은 색입니다. 그리고 걸어서 다시 타임스스퀘어로 향했지요. 역시 밤에 보는 타임스스퀘어는 환상적입니다. 34번가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면서 어두운 뉴욕거리를 계속 지나갔는데 타임스스퀘어가 있는 42번가에서부터 환한 거리로 바뀝니다. 그 거리와 다른 거리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오전에 이어 밤에도 또 겪게 되는 군요. 이제 버스도 능숙하게 탈 줄 알게 되었고 뉴욕이라는 도시에 적응이 되어갈 무렵인데, 실질적인 미국여행은 오늘이 마지막이 되어 버렸습니다. 모레 아침 떠난다고 생각하니 시간의 흐름이 얼마나 빠른지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온 지가 벌써 50일이 다 되었고, 처음 휴스턴 공항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벌써 2달 가까이 지나 가물가물 하지만 그래도 그때 생각으로는 50일은 아직도 머나먼 산꼭대기로 여겼는데 이제 정상에 다 온 것입니다. 머릿속에서 그 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과 만났던 모든 사람들, 지나갔던 모든 길들이 생각납니다. 다시 한번 이런 여행을 올 수 있을 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아직까지 아무도 아프지도 않고, 아직 지치지도 않았고 사고도 한 건 없이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점에 가족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생각뿐입니다. 내일은 떠나기 전날이라 짐도 정리하고, 뉴욕에 사는 박여사의 친구와 사촌동생에게 점심을 사기로 약속도 되어 있지요. 이제 내일 하루 더 이 곳 맨해턴의 타임스스퀘어에 나오면 여행의 끝입니다. 내일의 일정은 구경이 아니고 점심식사만이 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