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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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마천루의 벽으로 둘러싸인 맨해턴의 미드타운!

50부 2004년 8월 12일 목요일

누적거리 : 6786마일(10858 Km)

오늘 역시나 어제 밤 늦게까지 무리를 해서인지 아이들이나 우리나 늦잠을 잤습니다.
고모도 우리가 50일간 계속해서 강행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셨는지 깨우거나 하지 않고 내버려둡니다. 두는 정도가 아니고 우리가 편하도록 우리와 별도로 볼일도 보시고 하면서 우리가 신경 쓰지 않도록 해주십니다.
덕분에 우리는 집과 같이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많이 피곤해서인지 상당히 늦게까지 자고 일어났습니다. 하긴 그럴 수밖에요. 어제는 새벽에 들어왔으니까요. 12시 30분이 넘어서 들어왔거든요.

어제의 감동이 지나가고 다시 오늘의 해가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맨해턴의 미드타운부터 센트럴파크까지 구경하는 일정입니다.
포트 오소리티가 있는 42번가(42nd St.)에서부터 7번가(7th Ave.)와 브로드웨이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센트럴파크에서 휴식도 취하고 아이들의 캐리커처도 그려준 뒤 다시 동쪽으로 나와 5번가(5th Ave.)를 따라 다시 내려오는 코스로 잡은 겁니다.

7번가와 5번가는 뉴욕에서도 가장 번화한 거리중의 하나로 각종 빌딩들과 고급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입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유명 영화들도 거의 모두가 이 거리들을 배경으로 한 것이 대다수입니다.
"러브스토리"(Love Story),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elly),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 "나 홀로 집에 2"(Home Alone 2) 등등 수많은 뉴욕 소재의 영화들의 주무대가 5, 7번가와 센트럴파크입니다.
오늘 우리의 행로가 바로 이 영화의 무대입니다.

밤에 본 타임스스퀘어와 낮에 보는 타임스스퀘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밤에는 온갖 네온사인들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번쩍이고 사람들의 물결이 홍수를 이루듯 움직이는 데 반해, 낮에는 네온사인들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몇 개만 번쩍이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물결도 밤과 달리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아직 덜 붐빈다는 얘기이지요.
어제 저녁에 본 가게들도 지나고 북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7번가를 따라 북쪽으로 45번가(45th St.)를 지나가면서부터는 거리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타임스스퀘어의 현란한 모습에서 벗어나 차분한 건물들의 빌딩숲만이 보일 뿐입니다. 전형적인 오피스타운의 모습입니다.
어느 정도 올라가면 공연장으로 유명한 카네기 홀(Carnegie Hall)이 나옵니다. 19세기 철강왕이라 불리던 미국 초기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인물인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가 자신의 재산을 출자함으로써 유명해진 세계적인 공연장입니다. 원래는 뉴욕시에서 만들어 1891년 "뮤직홀"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하였으나 1898년 카네기가 출자하여 개축하고 나서는 카네기홀로 불리게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중간에 여러 음악인들의 노력으로 계속적으로 개축을 하여 지금까지 보존돼 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소리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공연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카네기홀은 시내 한복판에 있어 자칫 모르고 지나갈 뻔 했습니다.

<카네기홀 앞에서...>

더 북쪽으로 가면 센트럴파크가 나옵니다. 지도상으로는 상당히 먼 거리이고, 실제로 42번가에서 60번가 정도니까 20개의 블록을 올라가야 나옵니다만 맨해턴의 미드타운의 1개 블록은 거리가 100미터도 되지 않습니다. 즉, 우리가 걸은 거리가 실제로는 2Km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거리입니다.
맨해턴의 거리는 동서로 이어지는 도로는 St.로 표시되며, 남북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Ave.로 표시됩니다. 맨해턴은 그야말로 바둑판 도시의 전형입니다. 물론 남쪽 끝에서는 약간 다르게 되어 있지만 10번가(10th St.)부터는 거의가 이 원칙이 맞습니다. 또한 그 도로의 이름들은 숫자로 표시하여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1번, 2번, 3번...60번, 61번,...120번...이런 식으로 부여되어 St.로 표시되며,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1번, 2번...8번, 9번, 10번, 11번, 12번까지 Ave.로 표시됩니다. 이 Ave.도 중간에 별도로 Madison Ave.등과 같이 숫자가 아닌 Ave.들이 추가되어 있으며 또 남북으로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이어진 도로가 브로드웨이(Broadway)입니다.
이런 기초적인 도로구성망을 알고 나면 어디서 길을 잃어도 가려고 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소호 밑으로는 다소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센트럴파크의 시프메도에서>

우리가 센트럴파크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12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평일이라서 공원 안은 한산하고 조용한데 일요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시민들의 쉼터입니다.
점심시간이라 공원 안에 있는 야구장에서는 소프트볼을 이곳 저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남자들만이 아니고 여자들과 남자들이 뒤섞여 같이 즐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싸가지고 온 샌드위치로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고는 이 곳에 온 진짜 이유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즉, 일요일 이곳 센트럴파크에서 본 캐리커처 그리는 사람을 찾아 나선 거죠.
초상화보다 재미있는 것도 같고 흔한 것은 아니라서 캐리커처를 생각했죠.
휴일이 아니라 그런지 화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후 늦게나 나오는 지 우리는 알 수 없었지요. 만일 없으면 그냥 포기한다고 생각하고 공원에서 아이스크림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동쪽 입구인 아미플라자(Army Plaza) 근처에 가보면 있을 지 모른다는 얘기에 그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역시나 이곳에서 터줏대감 같이 장사하는 사람 말이 맞더군요. 바로 그곳 입구에 화가들 수십 명이 몰려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 그래도 가장 의인화하여 재미있게 표현하면서 목탄으로 그리는 화가를 택해 아이들을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한 명씩 그리는데 도화지는 한 장에다 같이 넣어달라고 말입니다.
목탄을 들고 스케치형식으로 그리는데 진짜 프로입니다. 후다닥 그리면서도 아이들의 특징을 정확하게 잡아내 표현하고는 원정이에게는 "I ♡ New York"이 그려진 옷을 입히고 원용이에게는 뉴욕양키스의 유니폼과 야구배트를 들고 있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배경으로는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그려놓았습니다. 상당히 멋지고 만족할 만한 목탄화입니다. 시간은 기껏해야 15분도 안 걸렸지요. 두 명 합쳐 10달러에, 빳빳한 종이액자값 5달러, 총 15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쌍둥이들>

이제 5번가를 따라 다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5번가의 시작 지점에 볼만한 곳이 두 곳 있습니다.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 나오는 두 곳입니다. 하나는 플라자호텔이며 또 하나는 FAO Schwartz 라는 장난감 인형가게입니다.
플라자호텔이야 호텔이니까 큰 변화는 없지만 FAO Schwartz는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10월에 재개장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고...
이 동네는 타임스스퀘어와는 또 다른 풍경입니다. 여기도 엄청난 인파가 물결치는데 온통 고급 상품들을 취급하는 가게들, Boutique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습니다. 보석상, 고급 옷 등등 평소 한국에서 많이 듣던 고급브랜드들은 거의 다 모여있는 모습이고 저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가게들, 브랜드들이 천지입니다.
샤넬, 루이비통, 구찌, 티파니, 롤렉스, 피에르가르뎅, 페라가모 등등 없는 브랜드가 없습니다. 그 중 우리는 티파니 보석상을 들어가 보기도 했지요. 도대체 세계적인 보석상에서 파는 보석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반바지 차림에 티셔츠를 신고 들어가기가 쑥스럽기도 했지요. 가게 정문 앞에서 정장을 입은 보안요원이 공손히 문을 열어주고 있어 더욱 그랬습니다. 널찍한 가게 안은 갖가지 보석으로 빛나고 있습니다만 실제 구경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우리와 같은 구경꾼들인 것 같습니다. 하긴 저라도 진짜 보석을 사러 왔으면 이렇게 서서 사지는 않겠지요. 얼마 전 정혁아빠에게 들으니 영화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한국여자와 결혼을 하고는 이 곳 뉴욕에서 보석쇼핑을 했다고 하니 아마도 이런 곳에 와서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허영심을 버리고 과감히 나와 다른 가게들은 겉모습만 보고 소니플라자와 디즈니스토어로 갔습니다. 이 곳에 있는 소니플라자는 볼만하다는 얘기도 들었고 해서요...역시나 세계적인 회사라서 그런지 건물은 멋들어집니다. 디즈니스토어는 FAO Schwartz와 마찬가지로 공사 중입니다.
황금색으로 온통 사방이 번쩍이는 건물, 트럼프타워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산다는 트럼프타워 말입니다. 내장은 온통 금빛으로 칠해져 있고 벽이나 천장, 바닥 할 것 없이 금빛으로 물들어 놓은 모습입니다. 그 옛날 아메리카대륙 발견 초창기, 황금을 찾는다는 욕심으로 잉카라는 남미의 제국을 무너뜨린 스페인의 피사로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아마도 건물 전체를 다 뜯어 갔을 겁니다.

<완성된 캐리커처를 들고> <월 스트리트 저널 본사 앞에서>

이제 5번가를 따라 내려가면서 록펠러센터(Rockefeller Center)도 지나게 됩니다. 전체 한 블록이상을 자신의 건물들로 지어버린 석유왕 록펠러의 재력이 눈에 선합니다. 1930년대 초반, 한 둘이 아닌 거대한 고층빌딩 군을 만들어 놓은 록펠러의 재력은 대단한 것이지요.
그 중 하나가 유명한 RCA빌딩입니다. 지금은 GE가 소유하고 있고 이름이 GE빌딩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높이 70층의 고층빌딩으로 이 록펠러센터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총 15개 동으로 이루어진 고층빌딩 군으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종합적인 계획에 의해 고층빌딩의 환경개선에 상당한 이바지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에 있는 로어플라자(Lower Plaza)는 겨울에 스케이트장으로 오픈한다고 합니다.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카네기홀과 함께 극장 겸 공연장으로 유명한 라디오시티뮤직홀(Radio City Music Hall)입니다. 이것도 이 록펠러센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시티뮤직홀을 지나가면서 우리는 서쪽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라디오시티뮤직홀의 대각선방향에 제가 학교 다닐 때 많이 만났던 원서의 출판사, 맥그로힐(McGraw Hill)의 본사빌딩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매일 교과서인 원서를 보면서 출판사의 이름을 외우다시피 했는데 여기서 불현듯 만나네요.
보수적인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은 설명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요. 지나가다가 건물벽에 로고가 붙어 있습니다. 그밖에도 수많은 사무실빌딩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타임스스퀘어!
여기서 우리는 타임스스퀘어라는 이름의 내력을 가지고 있는 뉴욕타임스 본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좁다란 43번가로 접어들어 조금만 가면 뉴욕타임스가 나옵니다. 볼품없는 건물입니다. 그래도 이 건물에서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이 나온다는 사실은 재미있습니다.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로이터통신 건물보다는 한참 못한 건물이지만 그래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그 이상일 겁니다.

<라디오시티뮤직홀>

오늘의 할 일은 끝났습니다. 도화지에 그려진 아이들의 캐리커처를 빳빳한 종이액자에 넣은 상태로 샀기 때문에 들고 다니기는 불편했지만 그래도 뉴욕에서 외형으로 남는 것은 이 것 하나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에 포트리의 베이스캠프로 일찍 들어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저녁식사 후 고모와 함께 뉴저지에서 맨해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언덕으로 가서 불이 밝혀진 맨해턴의 화려한 마천루들의 불빛을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오늘은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봤을 때는 초록이었는데 이번에는 파란색입니다.
오늘의 마지막은 고모덕분에 또 다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맨해턴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던 화려한 밤이 장식했습니다.
내일은 맨해턴의 남쪽지역 중 차이나타운, 리틀이태리, 소호, 그리니치 빌리지, 첼시 등을 볼 예정입니다.
또 한가지, 항공모함도 볼 예정입니다. 67년도에 퇴역하여 맨해턴 서쪽에 정박하여 박물관으로 변신한 실제 항공모함에 올라 박물관도 보고, 거대한 항공모함의 웅장함도 느껴볼 겁니다.

<파란색으로 빛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맨해턴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