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ctypa@naver.com

2004년 미국여행기

세계의 중심가 타임스스퀘어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49부 2004년 8월 11일 수요일

누적거리 : 6786마일(10858 Km)

오늘부터는 뉴욕 맨해턴을 우리의 계획대로 구경하게 됩니다.
아직껏 박물관 구경과 렌터카로 인해 어떤 계획보다는 당일 당일의 움직임에 따라 거리를 보게 되었는데 이제부터는 원래 계획대로 맨해턴의 곳곳을 누빌 겁니다.

일단 오늘은 자유의 여신상과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를 자유롭게 누빌 계획입니다.
사실 오늘 밤에 박여사의 친구가 구해준 "라이온킹"(Lion King) 뮤지컬을 뉴암스텔담 극장에서 보기로 되어 있어 아이들의 체력적인 안배 등을 고려, 오전 늦게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별달리 할 일도 없고 해서 바로 맨해턴행 버스를 타고 뉴욕으로 들어왔습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타고 바로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섬(Liberty Island)행 페리를 탈 수 있는 배터리파크의 사우스페리(South Ferry)로 갔습니다.
우리가 운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자유의 여신상은 며칠 전, 즉 8월 초부터 다시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미국에 와서 한달 넘게 지내다가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8월부터 다시 일반에게 공개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유의 여신상을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정말 억세게 운이 좋은 우리 가족입니다.

뉴욕의 지하철은 쾌적한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아니, 거리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최악이라 해야 옳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한국의 지하철과 다른 점은 직행노선(Express)이 있다는 겁니다.
그 직행노선이라는 것이 노선표에서 자세히 봐야 어디어디 서는 지를 알 수 있고 그것도 역에서 차가 들어올 때 차 옆에 써 있는 것을 놓치지 않고 봐야 정확히 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우리네 지하철은 노선 별로 다른 레일을 사용하는데 비해 이 곳은 레일을 이 노선, 저 노선이 겹쳐서 쓰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글쎄요, 제가 정확하지 않아 다른 레일인데도 노선표상으로, 그리고 느낌상으로 그렇게 느끼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우리가 가려는 사우스페리가 있는 곳까지 가는 지하철은 중간에 그라운드제로(Ground Zero), 즉, 예전의 쌍둥이빌딩이 있던 곳을 지나갑니다. 얼마 전까지 이 쌍둥이빌딩 전역까지만 운행하다가 근래 다시 끝까지 운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쌍둥이빌딩이 있던 역은 서지 않고 그냥 지나칩니다.
그런데 잘 가던 지하철에서 우리는 또 한번 뉴욕 지하철의 특이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기차안에서 저는 벽에 붙어 있던 표지판에서 운 좋게 미리 본 문구가 있었습니다.
"First Five Car", 즉, 앞에서 5번째 차까지만 마지막 종점역에서 내릴 수 있다는 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차 쪽으로 이동했지요.
헌데 막상 사우스페리역에 도착하자 제가 타고 있던 차의 문이 열리지 않는 겁니다. 저만이 아니라 그 기차에 같이 타고 있던 여러 사람들이 모두다 당황하여 서로 물어가며 이유를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출발하더군요.
결국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할 수 없이 우리와 그 곳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Rector St. 역에서 내려 반대쪽 승강장으로 가서 다시 사우스페리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갔습니다.
모두 다 앞의 다섯번째 칸 이내가 아니라 맨 앞차에만 와르르 몰려 있었지요.
이번에는 사우스페리역에서 정차를 하고 문이 열립니다.
이 이상한 일 덕분에 시간만 몇 십분 지체되었습니다.
공기도 안 좋은 지하에서...

사우스페리역을 나오자 바로 며칠 전 갔던 배터리 파크입니다.
맑은 오전이라 며칠 전보다는 경치가 덜하지만 그래도 멀리 자유의 여신상과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맨해턴의 스카이라인>

자유의 여신상으로의 페리는 바로 배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검문 검색 때문이지요.
그 9.11이후 강화된 검문 검색 때문에 애꿎은 우리까지도 시간을 지체합니다. 상당히 자세히 봅니다. 신발도 벗고 혁대도 다 빼고 주머니속도 모두 다 꺼내 보여주고는 배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배를 타고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섬으로 향해 배가 출발을 합니다.
가면서 바라다 보이는 맨해턴의 마천루와 스카이라인은 별천지입니다.
더욱이 우리가 배를 타고 가는 동안 갑자기 구름이 짙게 끼더니 폭우가 올 것 같은 날씨로 변하면서 맨해턴쪽의 풍경은 환상적인 모습으로 바뀝니다.
유리건물에 비치는 구름이나 햇살이 금색으로, 또는 붉은 색으로 바뀌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잿빛으로 바뀝니다. 색깔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모습에서 맨해턴의 웅장한 마천루들에 의한 풍광이 또 다른 면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와 함께 브룩클린 방향까지 이어진 뉴욕의 전체적인 모습도 눈에 들어옵니다. 맨해턴에 비해서는 스카이라인은 볼품없지만 뉴저지에서부터 길게 이어진 도시의 모습이 한껏 멋을 더해 줍니다.

<우리 집 자유의 남신상과 자유의 여신상>

리버티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자유의 여신상 있는 곳으로 빠르게 갔습니다. 아무래도 하늘이 심상치 않아 비가 억수로 올 것 같은 분위기이니 말입니다.
그나마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사진 하나는 제대로 찍을 수 있었지만 여신상위로는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기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인데 오히려 구름이 짙게 드리워 있으니까 주위가 회색 빛으로 물들어 있어 사진 찍기에는 더 좋은 날씨입니다. 반사가 되거나 햇빛에 노출되지 않고 선명하게 나올 수 있으니까요.
확실히 자유의 여신상은 바로 밑에서 보니까 상당히 큽니다. 아이들도 말로만 듣던 자유의 여신상을 바로 앞에서 보게 되어서인지 기뻐서 어쩔 줄 모릅니다. 비가 오던 말던 말입니다.
오랜만에 꺼낸 비옷을 입고는 선착장까지 뛰어 가서 배를 기다렸지요.
비가 오니까 선착장도 아수라장입니다.
소나기같이 퍼붓는 비속에서는 아무도 선착장 바깥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아 내리는 사람과 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되돌아가는 배를 타고 이민자들의 수용소와 이민국이 있던 엘리스섬(Ellis Island)을 거쳐 다시 맨해턴으로 돌아왔습니다.
월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수와 커피를 한 잔 마시고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비가 그친 후 다시 지하철을 타고 타임스스퀘어로 향합니다.
버스터미널인 포트 오소리티 옆이 바로 타임스스퀘어입니다. 저녁때가 되어서인지 타임스스퀘어는 온통 네온사인으로 물들어 있고 휘황찬란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았던 뉴욕 맨해턴의 도시풍경입니다.
타임스스퀘어는 브로드웨이, 7번가(7th Ave.), 42번가(42nd St.)가 교차하는 곳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초기에는 롱에이커스퀘어(Long Acre Square)로 알려졌으나, 1903년에 세계적인 신문인 뉴욕타임스가 이곳으로 이전해 오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19세기에는 말 거래업자, 마굿간, 마차 등으로 붐비던 곳이었는데, 1899년 오스카 해머슈타인이 이곳에 최초로 극장을 세우면서 브로드웨이의 공연문화가 시작되었지요. 현재 타임스스퀘어와 인근 지역은 공연장, 극장, 상점, 뉴스 가판대, 술집, 음식점 등이 집중되어 있는 미국에서 가장 번화하고 분주한 유흥지대로 미국 공연문화의 중심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12월 31일 제야에 불이 밝혀진 공이 내려오면서 새해를 향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전통이 뉴욕타임스가 이전해오던 때부터 시작되어 해마다 12월 31일 밤이면 많은 인파가 몰려듭니다. 한국에서도 12월 31일 밤(한국시간으로는 1월 1일 오전)에 텔레비전으로 뉴욕의 새해를 보여줄 때 나오는 곳이 바로 이곳의 모습입니다. 타임스스퀘어의 역사에서 재미있는 것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이 지역은 포르노극장, 성인용품 상점, 스트립쇼 공연장 등이 들어서 천박한 분위기의 우범지대였으나, 1990년대에 재개발작업에 착수하여 월트디즈니가 이 지역 개발에 투자하였고, 많은 새로운 공연장, 호텔, 음식점, 대규모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재정비되어 지금의 타임스스퀘어로 변모한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네온사인도 한국의 거리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크기에서부터 움직이는 모습까지 다양합니다.
그 와중에도 중심가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있는 삼성전자와 LG의 네온사인이 가장 눈에 잘 들어옵니다. 우리 기업들의 커진 위상을 반영한다고나 할까요...

<타임스스퀘어의 다양한 모습들>

이 타임스스퀘어에서 여러 건물들도 보고 특히 아이들의 천국이랄 수 있는 토이즈러스(Toys'R'us)를 들어가 구경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성화로 인해...
이 곳은 아이들의 천국이자 아이들의 백화점입니다.
도무지 이 곳이 가게인지 테마파크인지 구별이 안되더군요.
3~4층 정도되는 커다란 건물 안에 테마파크와 같이 만들어 놓고 아이들의 시선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물건을 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공룡부터 스파이더맨, 갖가지 장난감 주인공들을 커다랗게 만들어 움직이도록 해 놓고 그 주위에서 그와 관련된 장난감들을 팔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이 곳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며 즐겼지요. 뭐 사준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즐기는 습성을 가진 가족이니까요. 아이들도 그냥 구경하는 것에 만족합니다.
타임스스퀘어는 이밖에도 여러 가게들이 많이 있습니다. 버진 레코드(Virgin Record)도 있어 음악에 관심이 있는 저는 들어가 보기도 했지요.

<42번가의 모습>

이제 예정된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름아닌 뮤지컬 라이온킹을 볼 시간입니다.
저녁 8시에 시작해 밤 10시 45분경에 끝나는 대작으로 디즈니사가 만든 작품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미녀와 야수"보다 더한 대작으로 디즈니사에서 만든 뮤지컬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메자닌석이라 아이와 둘이서만 보게 됩니다.
이것도 아이들이 규칙을 정했습니다. 전반부는 원용이와 아빠, 원정이와 엄마, 이렇게 보고 후반부는 바꿔서 원정이와 아빠, 엄마와 원용이, 이렇게 보는 걸로 정했지요.
여하튼 서로 마주 보며 볼 수 있으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극장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예술의 전당과 같은 곳을 기대하고 갔던 우리는 조금은 실망했지요. 대신 좌석으로 안내원이 따라 붙고 자리에 가보니 아이와 저, 이렇게 둘이서만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바로 옆에 타악기 주자의 자리가 있습니다. 타악기 연주하는 걸 옆에서 보며 그가 무얼 하는 지 바로 알 수가 있는 곳입니다. 다만 한가지 안 좋은 점은 너무 옆면이라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아이와 단 둘이서만 보는 것이니까 얼마나 재미있겠습니까?
그런 기대로 뮤지컬을 감상했습니다.
시작부터 대단합니다. 객석으로 갖가지 동물들이 등장하고 - 여기서 동물은 실제 동물이 아니고 배우가 분장한 겁니다. 주인공인 아기 심바가 나오고...
한참을 보는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음향이며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며 무대장치들까지 어느 것 하나 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도 전혀 지루해 하지도, 잠깐도 졸려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2시간 45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두 눈을 부릅뜨고 너무 재미있어 하더군요.
우리는 당연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피곤해 할 것도 같고, 또 자기라도 하면 어쩌나 했는데 우리 두 사람의 노파심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도 이 놈들 체력은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이온 킹이 끝나고 밤 늦은 시각에 포트 오소리티에서 뉴저지 행 막차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결국 버스 안에서 자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의 매일매일의 일과였던 일기쓰기가 이번 여행에서 두 번째로 밀렸습니다.
뭐 그거야 내일 아침에 쓰면 되지요.
천만 다행인 것은 뮤지컬 라이온킹이 너무나 재미있었다는 점과 아이들도 너무 재미있어 했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아이들은 재미없어 할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라이언킹 뮤지컬을 보기전과 본 후>

내일은 특별한 행사 없이 정처 없이 뉴욕시내를 헤매고 다닐 겁니다.
딱 한가지 내일 아이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줄 생각입니다. 물론 제가 그리는 것은 아니고 화가의 도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