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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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세계적인 벨 연구소에 걸려있는 노벨상!
배스킹 릿지(Basking Ridge, New Jersey) -> 댄버리(Danbury, Connecticut)

43부 2004년 8월 5일 목요일

오늘 이동거리 : 130마일(208 Km), 누적거리 : 6536마일(10458 Km)

오늘은 3일간 지냈던 정혁네를 떠나 이번 여행에서 우리식구끼리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날입니다. 오늘 자고 내일 뉴저지의 고모댁에 도착하면 차도 바로 반납하기로 하였고, 그 다음부터는 뉴욕시내를 버스와 전철과 튼튼한 다리로 구경할 생각입니다.
워낙 장기간의 여행이라서인지 아직 10일 이상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여행의 막바지에 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제 밥 해먹는 것도 습관성으로 바뀌었고 모텔 잡는 것도 늘 해온 것처럼, 우리가 항상 그렇게 살아온 듯이 간단하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확실히 장기간의 여행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로 우리를 달라지게 만드는 가 봅니다. 말도 초기보다는 조금씩은 들리기 시작하구요.

오늘 다시 코넷티컷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에서 계획을 세울 때 코넷티컷의 토마슨(Thomaston)이라는 곳에 있는 기차역에서 8월 6, 7, 8일, 3일간 토마스기차를 타는 행사가 있다더군요. 그래서 이 시기에 우리는 코넷티컷으로 와서 아이들과 타기로 했었습니다.
그때는 그날이 언제 오나 했는데 벌써 그날이 다가온 겁니다.
내일 아이들에게 그 기차를 태워주려는 것이지요.

<벨연구소박물관에 걸려있는 노벨상>

아침에 정혁네에서 바로 출발하지 않고 정혁 아빠가 근무하는 루슨트 벨연구소(Lucent Bell Lab)를 먼저 구경하고 연구소내에서 점심을 먹은 후 출발하기로 정했습니다.
짐을 다 꾸리고 벨연구소를 향해 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저도 컴퓨터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만드는 시스템의 골격은 사실 이 곳 벨연구소에서 만들어진 것들로 만들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Unix라는 시스템도 그렇고 C라는 언어도 그렇고...이런 언어나 시스템을 가지고 21세기에도 계속 사용하고 개량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됩니다.
저도 공부할 때 1970년에 C언어를 만든 당시 벨연구소 연구원이던 데니스 리치(Dennis Ritchie)에 대한 얘기를 들었지만, 정작 정혁 아빠에게서 어느 날 뭘 물어보러 옆에서 근무하던 사람에게 갔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책의 저자임을 알고 그 자리에서 바로 책에다 사인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역시 대단한 연구소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그런 유명한 인물이 이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한다는 사실 때문이지요.

뭐, 꼭 컴퓨터 관련된 분야만이 아니라 벨연구소는 통신 등의 분야에서도, 그리고 물리학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많이 배출한 세계최고의 연구소중 하나입니다.
연구소에 도착하여 손님용 아이디카드를 발급 받아 박물관부터 구경했습니다.
연구소 로비 중앙에는 벨연구소의 설립자인 그라함 벨(Graham Bell)의 동상이 서있습니다. 100년도 더 된 사람이지만 그의 발자취는 지금도 우리가 밟고 있습니다. 전화기를 통해서, 그리고 이 연구소를 통해서 말입니다.

<연구소의 설립자인 그라함 벨의 동상> <벨 연구소와 박물관 입구>

박물관에는 입구에 이 연구소 출신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의 부조와 노벨상 상장, 상패, 메달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총 6차례, 11명이라 하더군요. 일개 연구소가 과학분야에서는 아직 한 개도 받지 못한 한국과 같은 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노벨상 메달은 금색으로 빛나는 금메달입니다. 가운데 노벨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제법 큰 메달입니다. 정말이지 탐나는 메달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금빛 찬란한 노벨상에 대한 것은 무척이나 탐이 납니다.

<박물관내 다양한 발명품들과 1973년 데니스 리치에 의해 만들어진 C언어에 대해>

그런 정도의 연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연구소의 분위기도 부럽고, 실패한 사람들을 징계하거나 퇴짜 놓지 않는 연구소가 부러웠습니다.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과학분야는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 다음 연구에는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고, 특히 신기술의 경우 절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서도 안되고 또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말아야 과학자들이 더 좋은 연구, 앞서가는 연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과학자들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너무나 많이 묻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 나라의 어느 과학자가 전혀 실패한 적도 없이 성공만을 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우주과학의 분야에서도 한번도 만들어 본적도, 실패한 적도 없는, 즉 데이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과학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 나가도 결과가 어떻다느니 하는 것을 보면 속이 뒤틀립니다. 도전하지 않는 것이 욕도 안 먹고 이리 저리 불려 다니지도 않고 과학자들에게는 더 좋을 겁니다. 성공을 해야만 대우 받고 영웅시 되는 이런 과학 풍토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가 어렵지요. 몇 백억을 투자해서 만든 결과물이 실패작이라 해도 그 과학자들을 대우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과학에 대한 인식과 과학계의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벨연구소도 다를 바 없지요. 실패작에 대한 비판 대신 면밀한 원인분석과 재도전이 결과적으로 노벨상을 6차례, 11명이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기반이 되었을 겁니다.
벨연구소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박물관을 구경하고 연구소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도서관도 구경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많은 양의 과학서적들이 들어차 있는 시설은 대학도서관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이제 정혁네와 헤어져 다시 우리끼리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I-78 E로 가다 I-95 N로 갈아타고 코넷티컷까지 올라가는 짧은 여정이지요.
오늘 토마슨 근처의 도시까지 가서 자고 내일 아침에 기차탑승을 할 예정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갔습니다.
I-95를 타고 가며 옆에 흐르는 허드슨 강 너머로 뉴욕 맨해턴의 삐죽 솟은 마천루들의 멋진 도시를 볼 수가 있었지요. 지금까지 제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보아왔던 수 많은 도시들의 스카이라인과는 차원이 다른 도시의 스카이라인입니다.
상당히 높은 고층의 빌딩들이 군데 군데 있는 것이 아니고 한데 몰려 전체적으로 도시가 높아 보입니다.
아하! 뉴욕의 마천루가 바로 이것이구나!
우리 식구들은 고속도로를 지나가면서 차안에서 잠깐 봤을 뿐인데도 내일 모레부터 저 곳을 들어갈 생각에 빠져듭니다.
사실 뉴욕을 일정에 넣으면서 처음에는 5일정도 생각했었는데 박여사가 이왕 마지막 지역이니 편하게 쉬면서 구경하자는 얘기를 했고 그 얘기에 다른 곳에서 일정을 줄이고 대신 뉴욕에서 일정을 8일정도로 늘렸습니다. 8일이래야 실제 구경할 수 있는 날짜는 7일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마지막 날은 떠날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잠시 마천루를 구경하는 사이 벌써 도로는 조지 워싱턴 다리(George Washington Bridge)로 접어들었습니다.
다리 크기가 상당한 크기입니다. 다리 자체가 넓고 진입하면서도 저도 모르는 사이 다리 위로 가있는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요금도 내고 며칠 전 브룩클린에서 뉴저지로 갈 때 넘었던 Verrazano Narrows Bridge보다도 더 큰 모습인 듯 합니다.
아래 위 2개 층으로 되어있는 데도 차량이 많아 상당히 복잡하고 혼잡스럽습니다. 다리 하나 건너는데 약 30분 정도는 걸린 것 같습니다.
다리를 건너자 이제 브롱크스 지역이 나오더군요. 저기가 제가 가려고 했던 브롱크스 동물원이 있는 곳이지요.
계속해서 I-95 N을 따라 올라가는데 뉴욕 근방은 계속적으로 공사구간입니다. 그 바람에 길은 계속 막히고...
우리는 토마슨 근방의 워터베리(Waterbury)까지 가기로 하고 고속도로를 내달렸습니다.
확실히 워싱턴 DC에서와는 다르게 바뀌었습니다. 그때는 갑자기 만난 혼잡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것도 여러 번 경험을 하고 익숙해지니까 여기서의 교통체증은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박여사가 40일 넘도록 지도를 봐서 그런지 지도 보는 데는 이제 도사가 되었습니다. 웬만한 등산가들이나 여행전문가들보다도 나을 겁니다.
덕분에 막히는 고속도로를 빠져 다른 길로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빠른 길을 저에게 안내 해줄 수 있었죠. 우리는 계속 진행하다가는 밤이 되도 우리가 목표로 하는 지역으로 가기가 어렵다고 판단, 일반도로로 빠져 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빠져나가자 확실히 길은 덜 막힙니다. 속도도 시속 20마일 밑이었다가 50마일 가까이로 빨라졌습니다. 길 선택은 잘한 편이지요. 단지 고속도로가 아니다 보니 길이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는 코스라는 것이 문제지요. 그리고 신호등도 많고...

이 코넷티컷주는 지난 번에도 지나갔지만 그때는 시간이 없어 급히 이동하느라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우리에게 특별한 일정도 없고 단지 발 가는 대로, 차 가는 대로 내일 갈 곳의 근처에만 가면 되기에 주위를 둘러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코넷티컷이 다른 동부지역과 차이가 나는 그런 별천지는 아닙니다. 메사추세츠나 뉴저지등과 크게 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다른 것 같이 느껴집니다. 북쪽으로 한참을 일반도로로 올라가다 I-84로 다시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목표한 워터베리까지는 엄두를 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냥 가다가 쿠폰북에 나오는 댄버리(Danbury)라는 지역에서 모텔을 잡기로 하고 댄버리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지요. 이런 모든 과정에서 길안내는 모두 박여사가 지시한 대로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저보다도 지도를 더 잘 보고 안내에서도 능숙한 솜씨를 발휘합니다. 한달이라는 기간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몸소 느낄 수 있고 또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댄버리에 있는 웰슬리인(Wellesley Inn)을 찾아 싼 가격에 투숙하면서, 고려한 것이 고속도로인 I-84에서 가깝다는 것입니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면 고속도로에서 가까운 곳이 좋지요.

이 곳이 이번 우리 여행의 마지막 모텔입니다. 오늘 밤만 지나면 더 이상 숙소를 구하려고 쿠폰북을 쳐다볼 일도, 모텔을 찾으러 길을 헤맬 일도 없습니다.
밥 해먹는 것은 지난 번 뉴저지 들어갈 때 도구들을 버렸기 때문에 오늘부터도 해먹지 않을 거구요. 그래서 모텔옆에 "Outback Steakhouse"가 있어 오늘 저녁을 그걸 먹을까 했는데 나머지 식구들이 반대를 합니다. 고기 먹지 말고 월마트 같은 곳에서 롤과 같은 것을 사다가 먹자는 겁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미국식 스테이크를 식당에서 한번은 먹으려고 했는데 단 한번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가깝게 접근한 것이 배스킹 릿지에서 정혁네와 식당에 갔을 때였는데 그때도 스테이크를 시키려니 박여사가 눈치를 주며 싼 음식을 시키려고 해서 실패했고, 오늘도 또 실패했습니다. 서울에 가서나 스테이크 한번 먹을 수 있으려는지 원...
할 수 없이 차를 끌고 월마트를 찾아 나섰습니다. 좀 가다 보니 월마트만이 아니라 푸드마트도 있고 갖가지 쇼핑몰이 몰려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그곳 월마트에서 구경을 하다 보니 - Eye Shopping은 확실하게 했지요. -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되더군요.
보스턴에서도 얘기했지만 우리도 놀라운 정도로 이번 여행에서 쇼핑을 하지 않았고, 사실 쇼핑할 시간 자체가 부족하기도 했지요. 그러다 보니 어쩌다 한번 월마트에만 들어가도 구경에 정신이 없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가방 하나는 확실한 걸 샀습니다. 올란도에서 가져간 배낭 하나가 끈이 떨어져 사용불능이 된 적이 있는데 오늘에서야 다시 배낭을 사게 된 겁니다.
배낭이 등산용으로도 충분히 쓸만하고 아이들 학교가방으로도 쓸만한 그런 크기에 디자인도 심플한 모습입니다. 가격도 10달러가 채 되지 않아 여기서 하나를 사게 되었습니다. 그것뿐입니다. 더 이상은 살만한 것도 살 것도 없습니다. 간단히 먹을 것만 사가지고 다시 모텔로 돌아와 저녁을 해결했지요.
이제 내일은 아이들이 3살 적부터 텔레비전에서 즐겨보던 "Thomas the Tank Engine and Friends" - 우리말 번역으로는 "토마스 기관차와 그 친구들"이라고 합니다. - 의 주인공 토마스를 만나러 가는 날입니다. 만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직접 타보기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환상적인 날이지요. 부모입장에서는 거액의 돈이 들어가는 날이기도 하구요.
돈이 들어가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니 이 정도는 해주어야겠지요. 즐겁게 내일을 기다리며 마지막 모텔에서의 밤을 즐깁니다.

<벨연구소에서 발명한 컴퓨터 OS, Unix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