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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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미국도 줄을 잘 서야 한다!
배스킹 릿지(Basking Ridge, New Jersey) -> 와일드 사파리(Six Flags, Wild Safari, New Jersey) -> 프린스턴(Princeton, New Jersey) -> 배스킹 릿지(Basking Ridge, New Jersey)

42부 2004년 8월 4일 수요일

오늘 이동거리 : 140마일(224 Km), 누적거리 : 6406마일(10250 Km)

어제 하루 쉬고 다시 우리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날입니다.
"오늘의 할 일"은 어제 설명한대로 2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 "사파리"이고요, 둘째, "프린스턴 대학"입니다.
뉴욕에서 볼 예정인 브롱크스 동물원에 대해 다들 회의적으로 얘기하고 박여사까지도 입장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그것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스타일의 동물원을 구경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브롱크스 동물원은 상당히 자연 친화적인 동물원으로 되어 있어 우리가 지금까지 본 동물원과는 많이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단 서울대공원과 같이 작고 좁은 철창속에 동물을 가두어두고 관람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싱가폴에서도 동물들이 우리 속에 있다기보다는 자연 속에 있는 것처럼 꾸며 놓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궁금해서라도 보고 싶었거든요. 호랑이와 사자 같은 맹수들도 우리가 아닌 야외에 풀어놓고 철조망과 같은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을 가고 싶었던 이유는 어떤 방식으로 동물들을 보여줄 지 궁금했었고, 또 세계 최대의 동물원 중 하나인 이 곳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헌데 다들 갈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니까 저 혼자 고집부릴 수도 없었지요. 다들 브롱크스 동물원 대신 우리가 평상시에 볼 수도 없고 가기도 쉽지 않은 동물원인 와일드 사파리(Wild Safari)를 보라는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나갑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정혁 아빠가 입장료도 싸다는 얘기에 박여사는 완전히 무너집니다. 더 이상 제 말은 씨도 안 먹힙니다.
결과는 저의 KO패입니다. 그 요금 때문에 말이죠.
어제 밤의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오늘 아침에 발생합니다.
제가 인터넷으로 요금을 조회한 결과 정혁 아빠의 얘기와는 틀리게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정혁 아빠가 간 것은 2년 전 일이고 지금은 비싸진 거였죠. 그렇다고 요금이 달라졌으니 가지 말자고 할 수도 없고 해서 저만 속앓이를 했지요.

여하튼 아침에 우리가 나간다니까 정혁 엄마가 사파리를 가면 점심 먹기가 마땅치 않다며 햄버거를 만들어줍니다. 파는 것 말고 집에서 직접 조리한 것으로 말입니다. 덧붙여 과일이며 음료수도 한 가득 싸주는 겁니다. 우리는 황송하게 받아 들면서도 거절은 하지 않았지요.
여기서 거절한다는 것은 점심을 굶겠다는 것과 같은 얘기니까 바보가 아닌 이상 체면 불구하고 받아 들었던 겁니다.

차를 몰고 남쪽으로 Six Flags를 향해 가면서 뉴저지의 남쪽 지방과 고속도로를 지나갔습니다.
설명 듣기로 이 사파리는 자기 차를 몰고 들어가서 보면 동물들이 자연 방목상태에 있어 과장되게 얘기하면 코끼리부터 원숭이까지 모든 동물을 텔레비전에서 보던 아프리카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기린과 같은 동물을 길에서 조우하게 되어 상상을 넘어선다는 말과 원숭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원숭이들이 차에 올라타 자동차 안테나를 휘거나 부러뜨린다는 얘기도 같이 들었습니다. 동물원 구내로 들어갈 때 안테나는 내리거나 분리하여 들어가야 나중에 원숭이들한테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고 아침부터 서둘러 Six Flags Wild Safari로 달려갔습니다.
한국에서 전혀 준비하지 않은 새로운 구경거리를 찾아 뉴저지의 도로를 달려갔습니다.
일단 이 곳 뉴저지의 Six Flags는 3가지의 각기 다른 테마파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는 Six Flags라면 어디에나 있는 일반적인 놀이공원이 있습니다. 롤러코스터들과 각종 놀이시설, Ride, Attraction등으로 이루어진 곳이지요.
둘째는 워터파크가 놀이공원 옆에 별도로 있습니다. 물놀이공원이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아마 용인에 있는 캐러비안 베이 같은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는 Wild Safari가 있습니다. 이 세가지를 각각 별도로 볼 수도 있고 한꺼번에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사파리에 대한 요금만 내고 사파리만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사파리를 우리차를 몰고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정문을 지나 사파리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멀리 코끼리떼가 보입니다. 코끼리가 높이 1~2미터 밖에 되지 않는 철조망 - 아마 전기 철조망인 듯 보입니다. - 속으로 보이는 데 철조망 바깥쪽 도로변에서는 신기한 듯 차량들이 줄지어 서서 비디오도 찍고 사진도 찍고 하느라 차량이 앞으로 진행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물론 똑 같은 짓을 했죠. 사진도 찍고 비디오도 촬영하고...
단지 그동안은 사진은 박여사가, 비디오는 제가 찍는 걸로 역할분담을 하고 다녔는데 오늘만큼은 그 역할분담이 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차를 가지고 들어가 구경하는 곳이라 저는 운전대를 잡아야 하므로 박여사가 비디오를 찍은 겁니다. 그래서 사진은 거의 찍지 못하게 됐지요.
사진을 찍는다고 차에서 내려서 찍는 것은 아니고 차안에서 찍어야 합니다. 경고판에는 차에서 내리는 것은 물론 창문도 내리지 말라고 되어있더군요.
코끼리를 지나면 바로 낙타들이 나타납니다. 이 낙타들은 통나무 울타리에 갇혀 지내는 것이 아니고 차들이 다니는 도로로 차와 뒤섞여 다니는 겁니다.
우리가 언제 이런 동물들과 길에서 만나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겠습니까? 아무리 낙타라도 바로 옆에서 차창을 통해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요? 막상 낙타가 우리차 옆으로 지나갈 때는 정말 황당합니다. 낙타 얼굴도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지요. 다른 차들은 낙타가 자기 차로 다가오게 하려고 창문을 조금 열고 먹을 것을 던지기까지 합니다.

낙타를 지나자마자 이보다 더한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가 아프리카의 초원지대도 아니고 미국에 있는 놀이공원에 불과한데도 코뿔소가 푸른 초원지대와 같이 만들어진 곳에 나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작은 초원을 만들어 놓은 것이죠. 그 중 한쪽은 우리가 많이 보던 회색의 코뿔소이구요, 또 한쪽은 하마가 연못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 초원은 코끼리가 있는 곳과 달리 철조망도 없이 코뿔소들이나 하마들이 길로 나올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차 앞뒤로 지나가는 동물들>

이 정도면 벌써 아이들과 박여사는 천국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정도가 되지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광경을 본 것입니다. 뭐, 좀 과장되게 얘기한다면 아프리카에 온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좀 작은 규모의 아프리카에...
코뿔소 있는 곳을 지나가면 각종 초식동물들, 톰슨가젤, 사슴, 영양, 산양, 버팔로나 심지어 타조들과 같은 종류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풀을 뜯거나 무리를 이루어 길을 가로질러 가거나 합니다. 길을 가로질러 지나갈 때는 주위의 분위기가 꼭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 소떼가 지나갈 때 차들이 전부 서서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계속 서있기를 바라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야 사진도 더 찍고 비디오도 더 찍고 할 테니까요. 영양 비슷한 놈이 우리차 옆에 와서 떠나갈 줄을 모릅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몸집이 크고 키도 차체보다도 높고...
초식동물들이 길을 지나가는 것도 인간들의 법과 같이 규율이 있습니다. 제일 먼저 대장 같은 놈이 먼저 지나가면 다음 부대장 같은 놈이 지나가고...그러면 나머지는 떼로 지나갑니다.
그 걸 구경하고 있자니 웃음이 나옵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리더는 항상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초식동물이 있는 곳에서는 최고의 극치를 맛보려 합니다.
바로 기린입니다.
기린을 길에서 만난다는 것이 어디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요. 기린 몇 마리가 길에 나와 이 차 저 차를 기웃거리며 길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어떤 차는 창문을 빼꼼이 열고 먹을 것을 기린의 입에서 나온 혀에다 올려주기도 하고 그 손가락으로 기린의 혀를 쓰다듬기도 합니다. 우리도 같은 행동을 취하려고 창문을 조금 열고 먹을 것을 흔들어대는데 우리 차로는 다가오지 않는 겁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 우리 앞차에서 혀를 가지고 놀던 기린이 박여사쪽으로 다가와 앞 유리에 얼굴을 들이밉니다. 기린 얼굴을 이렇게 자세히, 크게, 그리고 가깝게 본 것은 난생 처음이고 또한 앞으로도 이런 조우를 하기는 거의 0%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정말 얼굴이 크더군요. 머리에 난 뿔도 그렇고 말입니다.
박여사는 바로 앞 창문에 나타났다가 조수석 옆창문으로 얼굴을 계속 들이대는 기린을 보자마자 기겁을 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광경을 처음 보기에 너무 재미있어 했지요.

<운 좋게 공원내 사륜구동 차량을 쫓아 다니다 만난 백호>

초식동물들이 있는 곳을 지나 육식동물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여기는 좀 별로 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육식동물, 즉, 사자, 호랑이들을 풀어 놓을 수는 없을 것이고 결국 우리안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오히려 에버랜드에 있는 사파리에서 보는 사자나 호랑이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내차를 가지고 울타리 바로 옆에까지 간다는 의미는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도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공원내 사륜구동 차량이 다니기에 그냥 관리차량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사자와 호랑이 있는 곳에서 그 차가 우리 바로 앞에 있었는데 우리는 그 차를 따라 다닌 꼴이 되었죠.
그 차는 바로 다름아닌 돈 있는 사람들이 추가적인 돈을 내고 이 곳 안내를 받으며 다니는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탄 차량입니다. 돈만 더 내면 가능한 일이죠. 우리는 그들 바로 뒤에서 가고 있어서 덕분에 돈도 더 내지 않고 그 사람들이 하는 것과 같은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줄을 잘 섰습니다."
이 돈 많이 낸 사람들은 호랑이나 사자 울타리 앞에서 차를 내려 가이드와 동물원 직원들과 함께 울타리에서 먹이를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바로 근방에서 사진도 같이 찍고 합니다. 다른 차량들은 차에서 내리기는커녕 창문도 못 열게 하면서 자기들은 울타리까지 동물들을 끌고 와서 - 사실은 끌고 오기보다는 먹이감으로 유혹하여 울타리까지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 온갖 하고 싶은 일들을 합니다.

마지막에 있는 원숭이 우리는 얘기 들었던 것과는 다르게 철조망으로 막아져 있습니다.
아마도 하도 원숭이들이 차에 올라타 온갖 짓을 다하니까 원천 봉쇄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를 멈추지도 못하게 되어 있고 내리지도 못하게 되어 있지만 시간은 대략 2~3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그래도 입장료를 낼만한 가치는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단지 규모가 작은 것이 흠이지요.

이제 프린스턴 대학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프린스턴 대학도 우리가 갔던 하바드나 예일과 마찬가지로 아이비리그의 대표적인 학교이지요.
특히 40~50년대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평화운동가인 아인슈타인박사가 재직했던 학교입니다. 물리학 같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과학자들도 많이 배출했구요.
사실 한국에서 프린스턴 대학에 대한 정보를 조사할 때 프린스턴에 있는 플라즈마 물리연구소(Plasma Physics Laboratory)를 투어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런 유명한 연구소를 한번 구경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15세 이하는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결국 일정에서 제외시켰는데 오늘 그곳은 빼고 대학만 구경하려고 합니다.
프린스턴 대학까지는 이 와일드 사파리에서는 상당히 가까운 편입니다. 30분도 채 안 걸리니까요.
아이들이 그동안 피로가 많이 쌓인 모양입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인데도 둘 다 깊은 잠 속에 골아 떨어졌습니다. 하긴 4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여행한 것이 9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지요. 우리 아이들이 무슨 등산가 허영호대장의 아이들도 아니고 그냥 일반 아이들이니 그럴 수 밖에요.

프린스턴은 캠퍼스 약도도 인터넷에 있는 것이 쓸만해서 큰 종이에 프린트해 가지고 왔습니다. 그 지도상에서 기념품을 팔고 있는 가게의 위치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프린스턴은 도시의 이름도 학교와 같은 프린스턴입니다. 한마디로 대학도시입니다.
우리는 가장 먼저 다른 곳과 달리 가게부터 찾아갔습니다. 먼저 기념품부터 사두려고 말입니다. 하바드나 예일 등에서는 기념품 하나 사지 못했기에 이 곳만큼은 사려고 한 겁니다.
프린스턴의 상징은 호랑이입니다. 기념품들은 이 오렌지색의 줄무늬 호랑이들을 그려 넣어 팔고 있습니다. 색상은 오렌지색이 상징색인 것 같습니다.
차안에서 박여사와 저는 번갈아 아이들을 돌보면서 한 명씩 가서 가게를 구경하고 왔습니다.
차속에서 번갈아 아이들을 지킨 이유는 이 곳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들을 두고 부모가 안보이면 신고가 들어가 범죄가 되기 때문이죠. 우리도 처음에는 그걸 몰랐다가 나중에 알고는 둘 중 누군가 한 명씩은 차안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그런 경우죠.

이 곳 가게에서도 마그넷은 팔지 않더군요. 저는 아이들에게 기념될만한 것으로 30cm짜리 기다란 자를 하나 샀습니다. 인치와 센티가 같이 나온 자입니다.
여기서는 자도 오렌지색입니다. 앞뒤 모두 오렌지색으로 뒤덮여 있어 색깔이 예쁜 편입니다.
다른 것은 살 것도 없고 비싸서 이 것 하나를 기념품으로 산 거죠.
한참을 차에서 자던 원용이가 먼저 일어나서 부시시한 모습으로 밖으로 나와 구경가자고 합니다만 원정이는 일어날 줄을 모릅니다. 몸집도 작은 원정이는 보기에는 굉장히 약해 보이는데 - 사실 등산을 해도 원용이보다 원정이가 더 잘합니다. 몸이 가볍고 가뿐해서 그런지 산을 잘 탑니다. - 자는 모습을 보니 아빠로써 가엽기도 합니다.
억지로 깨우니까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입을 삐죽 내밀고 해서 우리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도 찍고 비디오로도 촬영하면서 약을 올렸죠. 한참을 지나서야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자다가 얼결에 깬 원정이> <프린스턴의 상징 호랑이>

프린스턴 대학은 또 다른 대학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중세시대의 건축물과 비슷한 모습의 건물들이 곳곳에 서있고 건물 사이사이마다 파란 잔디밭과 나무들이 서있는 캠퍼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자꾸 다른 대학들과 비교하는 얘기를 하게 되는데 사람인 이상 비교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비슷한 시기에 구경하게 되니까 자꾸 비교를 하게 됩니다.
사실 하바드나 예일이나 MIT나 프린스턴이나 어느 곳 하나 다녀보고 싶지 않은 대학은 없지요.
하바드는 파란 잔디밭과 붉은 벽돌로 된 건물이 차분하게 조화된 캠퍼스의 분위기이고요.
예일은 돌로 된 고딕양식 스타일의 - 그런 걸 고딕양식이라고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 건물로 둘러 쌓여 주위의 잡음이 들리지 않는 조용한 캠퍼스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프린스턴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구석이 있습니다. 예일과 같은 중세적 분위기이기는 한데 그 분위기가 건물에서만 볼 수 있고 캠퍼스 자체는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또한 하바드와 같은 건물과 잔디의 색상의 조화보다는 그냥 캠퍼스다운 면모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고려대학교 본관과 같은 건물들과 잔디밭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그러면서도 열려있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꼭 버클리와 같이 말입니다.

<중세시대 모양의 벽돌 건물로 된 프린스턴 대학 건물>

이 곳 프린스턴에서는 화학실험동내에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복도 곳곳에 화학기구들과 실험재료들이 흩어져 있더군요. 건물내는 회색 벽돌로 만들어져 있구요.
아이들과 같이 건물안으로 들어가니 교수나 학생인듯한 사람들이 전부 쳐다보더군요. 사실 실험동과 같은 건물내에 들어가는 것은 조금은 위험한 일이지요. 혹시나 실험도중 폭발사고라도 나면 골치 아프니까요.
학생회관과 같은 건물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서 먹기도 하고, 문과대학에서는 동아시아와 관련한 언어와 문화를 연구하는 학과사무실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교수연구실 앞에 붙어있는 교수 이름 중에 한국사람들의 이름도 2명 정도가 보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는 소수이지만 그래도 프린스턴에서 교수로 생활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단과대학들은 자세히 보지 못해 확인은 못했지만 아마 몇 명 정도는 있나 봅니다.

컴퓨터 관련 대학과 물리학관련 대학을 봐야 하는데 더 이상은 아이들과 박여사가 피곤해하느라 대학 구경은 그걸로 마쳤습니다. 대신 대학 바깥의 프린스턴 시내를 조금 구경했지요. 역시 걸어다니면서...

<프린스턴 캠퍼스, 하바드와 비슷한 모습> <프린스턴 강의실내에서>

프린스턴에서 정혁네까지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인데도 좁은 2차선의 일반도로로 가다 보니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물론 길에 차가 많아 속도가 30마일도 채 안 나왔으니까요.
길을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녁 전에 도착하여 식사를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여름이라서 해도 늦게 지고 하는데 아이들은 밥을 먹자마자 물총을 들고 나가 이 집 주위의 숲에서 물총놀이를 했습니다. 어른인 저와 정혁 아빠까지 가세하여 계속된 이 싸움에서 거의 모든 식구들이 물을 뒤집어 쓴 모습으로 끝이 났지요. 그래도 집 주위에서 물총싸움을 이렇게 실컷 할 수 있는 곳이 부럽습니다. 서울의 아파트에서는 거의 불가능할 텐데.
우리 어렸을 때는 여름에 참 많이도 했던 물총놀이인데 말이죠.
물총싸움이 끝나고 난 후에는 반딧불을 보러 나가 숲을 헤매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한 마리를 잡아 벌레통에 넣어두었는데 숲과 나무 사이에서는 빛을 내던 반딧불이 통속에서는 전혀 빛을 내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반딧불을 처음 보아서인지 신기해 하면서 구경도 하고 더 많은 반딧불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했지요.

이 곳 뉴저지의 배스킹 릿지는 확실히 다른 곳과 다른 면이 있습니다. 도시이기도 한데도 불구하고 주택단지 안이 숲으로 되어 있습니다. 좋게 얘기하면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설악산이나 오대산과 같은 곳으로 휴가를 가는 기분이 듭니다. 길 주위로도 숲이 우거져 있어 강원도 산길을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아침부터 알차게 일정을 소화했고 아이들에게 물총놀이와 반딧불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도 되었지요.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하루였습니다.

이제 내일은 이 집을 떠나 코넷티컷으로 다시 떠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텔레비전 만화였던 "토마스기차"를 타러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프린스턴 도시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