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ctypa@naver.com

2004년 미국여행기

처음으로 맞은 가든 스테이트(Garden State)에서의 휴식!
배스킹 릿지(Basking Ridge, New Jersey)

41부 2004년 8월 3일 화요일

오늘 이동거리 : 0마일(0 Km), 누적거리 : 6266마일(10025 Km)

뉴저지의 별칭이 "Garden State"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주변에 숲과 잔디밭이 많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왜 Garden State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어제도 잠깐 언급했지만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 즉 "오늘의 할 일"이 없는 휴식일입니다. 진정한 휴식일인 겁니다.
그냥 쉬면서 동네 구경도 하고 운동도 하며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미국에 사는 분들의 갖가지 형태의 집들을 구경했지만 기반 시설은 이 집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운동시설들은 가장 크게 잘 갖춰져 있고 주위에 숲도 있고 이 주택단지는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집 자체는 그리 크지 않고 아담한 규모이지만 말입니다.
집만 나서면 바로 반딧불도 볼 수 있는, 공기도 좋고 깨끗한 단지이며 도시인 겁니다.
반딧불을 집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여기는 그런 반딧불을 직접 볼 수 있을 정도로 나무도 많고 푸르름이 넘쳐나는 곳이라는 얘기이지요.

아이들이 지금까지 40일 정도 여행하면서 한번도 매일 매일 쓰는 일기를 밀려 쓴 적이 없었는데 어제 처음으로 밀렸습니다.
어젯밤에 이 집에 사는 정혁이와 어울려 밤늦도록 놀다가 결국 일기를 쓰지 않고 지나간 것이지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 밀린 어제의 일기를 썼습니다. 하루 밀리긴 했어도 한번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쓴 겁니다. 대단한 아이들이죠.
박여사도 지금까지 일기쓰기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써 왔는데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제는 밀렸습니다.
아이들과 차이점은 밀린 일기를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뭐 다음 날 쓰겠지요.

오전 내내 빈둥거리면서 - 빈둥거리기는 정말 오랜만에 하는 행위죠. - 집 주위 산책도 하고 아이들과 산뜻하게 잔디로 만들어진 축구장에 나가 축구도 같이 하면서 제대로 된 잔디밭에서의 휴식을 만끽합니다.

정혁이가 다니는 학교도 같이 가보고, 쇼핑센터에 들어가 선물도 사고 하면서 오전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상당히 좋아져서 맑게 개이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기에 오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곳 수영장은 상당히 규모가 큰 편입니다. 단지내 수영장인데도 불구하고 규모가 정규 국제경기 수영장보다도 더 큰 모습입니다. 그렇게 큰 수영장에 기껏해야 10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놀고 있으니 여유 있게 수영연습도 하고 장난도 칠 수 있었습니다.
이 수영장에서 오후 내내 약 4시간 가까이 아이들은 수영을 했지요.
저도 여기서 수영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었고, 자유형과 배영은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약간은 실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나 박여사는 저의 그런 모습에 어이없어 합니다. 하긴 저 혼자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머지 식구들은 폼부터가 군대에서 제식 훈련하는 것처럼 절도 있는 로봇의 모습이라고 흉을 보지요. 뭐 누군 처음부터 수영 폼 배웠나요? 그냥 하다 보면, 일단 물에서 떠서 그 영법으로 가면 되는 것 아닙니까? 차츰 연습해서 익히면 되지요.
낮잠도 자고 쉬면서 오늘 저녁을 기다립니다.
정혁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오늘 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갈 예정이거든요. 신세도 지고 있고 대접도 잘 받고 있어 우리가 저녁을 내기로 했지요.
역시 미국은 퇴근시간은 빠릅니다. IT 연구소에 근무하는 정혁 아빠는 6시도 되기 전에 집에 들어왔고 우리는 전형적인 미국식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이번 미국여행에서 미국식당에는 사실 처음 가봅니다. 이상하게도 항상 중국식당 위주로 가게 되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식당 분위기도 볼 겸 새로운 메뉴로 정한 겁니다.

<배스킹 릿지 근방의 미국식당이 있는 몰에서> <미국식당에서>

시끄럽기도 하고 메뉴도 다양한 종류의 양식 메뉴로 구성되어 있는 그런 레스토랑이지요.
정혁네는 가끔 오는 식당이라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도 많다 보니 정신 없는 모양입니다.
맛은 그런대로 먹을 만 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음식 하나 나오는데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가격도 생각보다는 비싼 식당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식구들 입장에서는 우리를 잘 대접하고 있는 이 집 식구들에게 한끼는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맛있게 먹었고 기분 좋게 계산했지요.
휴스턴에서의 베트남식당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베트남식당에서와 같은 일은 발생할 이유가 없었지요. 전혀 보도 듣도 못한 음식은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이 곳 배스킹 릿지가 있는 지역은 중심지역도 아니고 뉴저지에서도 약간은 외곽지대인데도 일반도로나 고속도로나 많이 막히는 편입니다. 아니 막히는 편이 아니고 운전을 험악하게 하느라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오늘 오전과 저녁식사 하러 갔다 오는 길에도 상당한 레이서(Racer)들이 있습니다.
진짜 레이서도 아니고 폭주족도 아니고...일반 운전자들이 대부분 상당히 험악하게 운전을 합니다.
차간 거리는 거의 두지 않고 다니고 속도도 제한속도에 별로 개의치 않고 말입니다. 물론 길에 차들이 워낙 많아 속도를 내도 제한속도 이상으로는 되지도 않지만...
그래도 보조석에 앉아있는 제가 다 놀랄 정도로 운전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혁 아빠의 얘기로는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더군요.
뉴욕 맨해턴으로 가면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정혁 아빠도 거의 뉴욕 택시운전사가 된답니다.
거칠게 운전한다는 것이 그냥 과속하고 차간거리 유지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고, 끼어들기, 위협하기, 급정차, 급제동, 급출발 등 온갖 위협적인 운전방법이 다 동원된다는 군요.
박여사는 걱정이 태산 같아졌습니다. 한국에서도 꽤나 이름을 날리던 남편인 제가 남부와 동부에서 그동안 차분하게 잘 운전하여 웬일인가 싶었을 텐데 곧 들어갈 뉴욕에서는 누가 보나 모범생과 같은 정혁 아빠까지도 옐로우캡(Yellow Cab, 뉴욕의 택시) 운전사가 된다니 겁이 안나겠습니까? 그동안 잘 참더니 이제 본성 드러나겠네 합니다.
저야 일단 타국이니 지금까지 하던 대로 꾿꾿하게 운전해야지요. 혹시나 잘못돼서 딱지라도 떼이면 그 얼마나 낭비입니까? 그동안 돈 아낀다고 밥도 해먹고 다닌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테니 말입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박여사는 다른 얘기만 합니다.

오늘 처음 가진 휴식일도 지나갔습니다.
정혁 아빠는 우리에게 새로운 구경거리에 대한 정보를 주더군요.
내일 일정에 관한 것입니다.
일단 계획상으로는 프린스턴 대학(Princeton University)를 가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프린스턴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30분 거리에 있어 그것 하나만 보기에는 많은 시간이 남을 것 같기도 했지요. 물론 대학 하나도 처음부터 제대로 보자면 한이 없겠지만, 우리아이들이 지금 대학을 바라보는 나이도 아니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정도만 보는 거니까 깊이 있게 볼 수야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추천 장소가 Six Flags Wild Safari, New Jersey입니다.
Six Flags라고 하면 미국 전역에 곳곳에 있는 테마파크입니다. 헌데 이 곳 뉴저지에 있는 Six Flags는 단순히 테마파크와 워터파크(Water Park)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추가로 사파리가 더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Wild Safari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태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에게 동물원을 한번도 보여주지 못했는데 - 이유는 뉴욕에서 세계적인 브롱크스 동물원, Bronx Zoo를 볼 예정이라는 이유였죠. - 이 곳 사파리는 독특하게도 자기 자신의 차량을 타고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내일 이곳을 갔다가 오면서 프린스턴을 들릴 예정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사파리라는 얘기에 아이들도 신이 나서 좋아했습니다.
내일 또 좋은 하루를 만들기 위해 오늘은 적당껏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