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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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처음 겪은 취사금지 모텔!
시라큐스(Syracuse, New York) -> 보스턴(Boston, Massachusetts) -> 캠브리지(Cambridge, Massachusetts)

36부 2004년 7월 29일 목요일

오늘 이동거리 : 330마일(528 Km), 누적거리 : 5808마일(9293 Km)

아침에 작은 아버지와 숙모님께 작별인사를 하고 잠깐이라도 정들었던 시라큐스를 떠납니다.
이번 미국여행에서 우리가 묵었던 친인척들의 집을 언제 다시 오게 될지는 전혀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기를 바라면서 헤어지곤 했습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이지요.

I-90 E를 타고 뉴욕주의 주도(State Capitol)인 알바니(Albany)까지 가서 거기서 뉴욕시(New York City) 방향인 남쪽으로 가는 I-87을 타다가 다시 메사추세츠주로 빠지는 I-90을 타야 합니다. 그러면 마지막 종착지인 보스턴에서 오늘의 이동이 끝이 납니다.

보스턴은 오기 전부터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가장 살고 싶고 가보고 싶은 도시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야 이번에 처음 가는 것이니까 가봐야 알겠지요.
허나 다들 그렇게 얘기하고, 또 그 유명한 하바드 대학(Harvard University)과 MIT, 그리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다녔던 보스턴 대학(Boston University)이라는 명문 대학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에 우리도 꼭 거쳐가야 할 곳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또한 미국 독립 당시 맨 먼저 독립의 불씨를 당긴 곳이기도 하고, 1621년에 영국의 청교도인들이 메이플라워라는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최초로 정착한 곳도 이 보스턴 인근의 플리머드(Plymouth) 라는 항구이고요. 만일 미국 독립전쟁시 이 보스턴에서 영국의 차를 실은 상선을 불태우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후 폭동으로 간주하여 영국군이 투입되었을 때 식민지 사람들이 군대에 대항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역사가 어떻게 바뀌게 되었을 지 궁금합니다. 뭐 역사에 만일이라는 가정은 하지 않는 거라지만 사람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막을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여하튼 그 독립전쟁 당시 여기 보스턴에서 맨 먼저 불을 댕겨 결국 아메리카 합중국이라는 나라를 세우게 되었고 그 나라가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호령하는 거대한 나라로 변신한 것이지요. 단 200여년 만에 말입니다.

그 사건의 발발지이자 중심지이고 진보주의자들이 들 끓고 있어 민주당의 파워가 막강한 보스턴으로 우리는 가고 있는 겁니다.

보스턴으로 가는 I-90에서 박여사는 또 한번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미국의 동부 핵심지역인 메사추세츠주에서 말입니다.
벌써 3번째로 잡는 운전대이지요.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방도로에서 한번, 조지아주에서는 Interstate에서 한번, 그리고 여기 메사추세츠주에서도 Interstate에서 또 한번, 이렇게 총 3번에 걸쳐 운전을 했습니다.
미 서부여행시에도 샌프란시스코 남부의 몬터레이에 있는 17마일 드라이브(17 Miles Drive)에서도 했으니까 그래도 여행자치고는 꽤 운전을 한 편에 속합니다. 이번에는 1시간이상 운전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졸려서 맡긴 거지요.
저를 깨우기에 보니 휴게소입니다.
보스턴에서 10마일 정도 떨어진 곳이니까 시내운전은 저보고 하라는 겁니다.

보스턴 시내로 들어서면서 길이 상당히 복잡해집니다.
워싱턴 DC에서는 길에 차가 많아 복잡함을 느끼고 혼란스러웠지만 여기는 아예 길 자체가 좁고 곡선도로이며 교차로도 네모난 곳이 아니고 복잡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길 따라 정처 없이 가다 보니 보스턴이 아닌 캠브리지(Cambridge)입니다.
찰스강을 건너는 다리도 건너고 해서 보스턴 중심가로 가나보다 했는데 거리이름과 지도를 대조해보니 캠브리지인 겁니다. 하바드대학에서 가까운 지역이더군요. 하지만 우리의 "오늘의 할일" 은 대학구경이 아니고 방 잡기, 즉 모텔투숙이기에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박여사가 옆에서 쿠폰북과 지도를 쳐다보며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며칠 편하게 지냈더니만 그새 우리의 모텔잡기 노하우가 사라진 듯 한참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첫번째 목표는 값이 싸야 하고, 둘째는 전철역에서 가까운 곳이라야 하는 겁니다.
결국 2군데 정도 찾아서 가기로 했는데 가장 싼 곳은 캠브리지 북서쪽이더군요. 또 하나는 하바드 경영대 근방에 있는 곳이구요. 먼저 경영대 근방에 있는 Super 8 Motel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이번 여행을 하면서 여기에 사는 분들에게서 들은 얘기중 하나가 모텔을 찾을 때 모텔이름에 숫자가 들어간 것은 웬만해선 투숙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이유는 숫자가 들어간 모텔들이 주로 싸고 허름하고 해서 험악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Motel 6"나 "Super 8 Motel"과 같은 것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찾아간 Super 8 Motel도 역시 낡고 어수룩하며, 무엇보다도 동네분위기가 영 아니올씨다 입니다.
다시 차를 돌려 이번에는 캠브리지 북서쪽 외곽에 있는 Cambridge Gateway Inn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 곳을 찾은 것은 우연입니다.
지도상으로는 찾아가기에 거리가 먼 곳인 것 같고 해서 캠브리지 외곽으로 빠져 나가기로 하고서는 메드포드(Medford)나 웰댐(Waltham)쪽으로 가다가 보니 길 건너에 Cambridge Gateway Inn이라는 간판이 제 눈에 띈 것입니다. 바로 우측 exit로 나가 U턴을 한 후 되돌아가서 모텔내로 들어갔지요. 이 모텔이 좋은 점은 알레와이프(Alewife)라는 지하철역이 차로 불과 5분도 안 걸린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전철역에는 지나가면서 보니까 큰 주차장도 있었습니다.
그런 외부 환경은 좋은 편인데 모텔내는 어떨지, 숙박비는 얼마일지가 이제 우리에게는 관심거리가 됩니다. 그래도 의외로 차분한 실내분위기 하며 아침이 제공된다는 점, 그리고 도로 바로 옆이고 지하철역도 가깝고 해서 하루 75달러 정도 가격에 3일간을 투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주위 건물들은 사용하지 않는 공장건물이 있어서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입니다.
자동차로 몇 분만 가면 나오는 곳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그래도 여러 장점들 때문에 여기 머무르기로 한 것입니다.
오늘은 상당히 일찍 자리를 잡았고 해서 차를 타고 캠브리지쪽으로 나가봤습니다.
Alewife 지하철역을 지나 커다란 푸드마트(Food Mart)며 각종 Mall이 있는 곳이 5분도 채 안 걸립니다.
우리로서는 아주 좋은 위치에 모텔을 잡은 것입니다. 먹을 것 구하기도 쉽고 지하철도 가깝고...

오늘은 아주 편안하게 방으로 들어가 저녁도 잘 해먹었습니다.
딱 한가지 문제만 빼고 말입니다.
무슨 문제냐구요?
바로 전기 문제였습니다.
휴스턴에서 상우아빠에게서 들은 얘기 중에 어떤 모텔은 방안에서 취사를 못하도록 전기의 전류량을 작게 해놓은 곳이 있어 그걸 모르고서 밥을 하다가 과전류로 인해 휴즈가 나간다는 얘기를 직접 경험하게 된 겁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어 전혀 무신경하게 밥솥과 국 끓이는 튀김기를 켰지요, 거기다 한술 더 떠 전자레인지를 돌린 겁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방안의 전기가 다 꺼져 버린 겁니다. 그제서야 상우아빠 얘기가 생각나더군요.
혹시나 해서 일단 우리가 가져온 전기제품들은 코드를 빼서 방안 어딘가에 몰래 감춰두었습니다.
아니나 달리 프론트에서 사람이 와서 전기제품 쓰느냐고 물어봅니다. 우리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돌렸더니 이렇게 되었다고 둘러대며 답을 했는데 돌아오는 말이 냉장고, 에어컨, 전자레인지를 모두 한꺼번에 돌리면 휴즈가 나간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지 말라더군요. 취사를 하면 안된다고...그나마 고쳤으니 조심하라고 하더군요. 다행이라 판단하고 우리는 그 다음부터 전자레인지는 돌리지 않았습니다. 이것 하나만 가만 놔뒀어도 아무 일 없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물론 밥은 해먹었지요. 하지 말라고 안하면 배만 쫄쫄 굶게 됩니다.
그래도 일찍 일과가 끝난 날입니다.

<매일 매일 쓰면서 한번도 밀린 적이 없는 아이들 일기장중 원용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