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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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직선으로 그은 산악지대!
다우닝타운(Downingtown, Pennsylvania) -> 스트라스버그(Strasburg, Pennsylvania) -> 시라큐스(Syracuse, New York)

32부 2004년 7월 25일 일요일

오늘 이동거리 : 302마일(483 Km), 누적거리 : 4751마일(7601 Km)

이 곳 미국에 와서 한가지 색다른 느낌을 주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어디서나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도로공사장을 비롯한 공사장으로의 여성들의 진출입니다. 그것도 실제 작업복을 입고 중장비를 조정하거나 각종 건설용 장비를 들고 땅을 판다든지 하는 험한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놀라움을 가집니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여성들의 산업계로의 진출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기와 같이 건설현장까지 진출한 것을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삽 등을 들고 일하는 것을 흔히 볼 수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남자들은 거의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펜실베니아에서도 다우닝타운으로 가는 각종 도로에서 벌어지는 공사현장에 여성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바삐 움직여야 하는 날입니다.
어제 보지 못한 국립 장난감기차박물관(National Toy Train Museum), 펜실베니아 철도박물관(Railroad Museum of Pennsylvania)을 보고 저녁까지는 뉴욕주 시라큐스시에 사는 저의 작은 아버지에게로 또다시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남부에서와 달리 이제는 장거리이동이 많지 않습니다. 단지 오늘, 그리고 시라큐스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것 정도가 장거리이동이 될 겁니다.
아침에 다우닝타운에서 출발하려는데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오신 이 친척분이 가면서 먹으라고 포도와 체리, 빵이며 음료수, 과자들까지 잔뜩 싸주셨습니다. 거의 점심 한끼이상 해결될 양을 말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점심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미국에 와서 우리가 들르는 집들마다 참 많은 것들을 주고 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고 여러 가지로 우리들에게 신경들을 많이 써주시고...갚을 길 없는 고마움을 베풀어 주시는 거죠.
여기 다우닝타운에 계신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여사와 친척이라고는 하지만 박여사가 어릴 때 보고는 뵌 적이 없는 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를 한 가족처럼 잘 대해 주셨습니다.

이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오늘도 우리의 계획대로 발걸음을 떼어 놓습니다.
이틀전 묵었던 랭카스터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트라스버그(Strasburg)가 우리의 1차적인 목표입니다. 다우닝타운에서도 그리 멀지않는 곳입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가운데 스트라스버그로 가는 길은 한가한 모습입니다. 아마 오늘은 계속 비가 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장난감기차박물관을 가는 도중 Antique Shop이 많이 보입니다. 이 지역에 Antique Shop - 우리 말로 골동품가게라고 하면 맞을 겁니다. - 들이 많이 보이기에 그 중 한 곳을 우리는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Antique Market이라는 이름이 붙은 가게였는데 뭐 볼 것이 있겠나 했지요. 우리가 들어간 가게는 규모가 꽤 컸습니다. 지하층까지 포함하여 3층 규모의 넓은 가게였지요. 우리 어렸을 때 많이 보던 물건들도 있고, 특히나 1920년대의 달력들이 눈에 띕니다. 꼭 이발소 달력과 같은 모습의 1924년이라고 써 있는 달력을 보니까 미국사람들의 과거에 대한 기록이나 물건에 대한 보존의식들도 엿볼 수 있었지요. 뭐 1890년대 기차표나 1900년대 초반의 야구용품, 각종 기록들, 옛날 테니스 라켓 등 옛날 것은 무엇이든 있습니다. 박여사나 아이들이나 신기해 하기도 하고...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이제 아이들이 꼭 보고 싶어하던 장난감기차박물관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앞에 있는 기차모텔입니다.
분명 모텔은 모텔인데, 간판도 "Train Motel"로 되어 있고요. 이 모텔은 객차를 모텔방으로 개조하여 빙 둘러서서 모텔영업을 하는 겁니다. 우리 가족은 다음에 여기를 다시 오게 되면 이곳에서 꼭 투숙해야겠다는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모텔입니다.

<뒤에 보이는 Train Motel>

장난감기차박물관, 그래도 National Toy Train Museum, 즉 국립입니다.
미국에서는 흔치 않는 "국립"입니다.
박물관 들어갈 때 입장료를 할인 받기 위한 쿠폰도 벌써 준비했기에 우리는 여유있게 들어갔습니다. 물론 가격 자체가 그리 비싸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른 하나, 아이 하나의 가격으로 우리 4식구가 들어갔습니다. 정말 아주 흥미롭고 아이들이 좋아할 박물관입니다.
기차로 만든 온갖 장난감들이 전시되어 1880년대부터의 구식 장난감기차들부터의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하긴 이 장난감기차도 그 당시에는 엄청난 고가의 최신 장난감으로 부유층들이 가졌던 것들입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아직도 폐쇄적인 쇄국정책에 의해 과학기술과는 담을 쌓았던 시절이었을 텐데 서구사회는 벌써 장난감기차까지 만드는 수준으로 발전해 있었다는 사실에서 한국인으로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기는 단순한 전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레일을 거대하게 설치해서 많은 장남감기차들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볼거리는 없을 겁니다.
원용이는 여러 가지 레일 위를 움직이는 기차들을 보고는 떠날 줄을 모릅니다. 아마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렇게 기차를 좋아했어도 단 한번도 이렇게 거대하고 큰 장난감기차박물관도, 실제 작동되는 기차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단순하게 레일 위를 달리게만 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도시나 상황을 장난감으로 재현하여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National Toy Train Museum>

2시간 정도 재미있게 구경하고는 다시 출발을 했습니다.
시라큐스(Syracuse)까지 가는 길은 해리스버그를 거쳐 Interstate로 가는 길과 알렌타운(Allentown)을 거쳐 Pennsylvania Turnpike를 거쳐가는 2가지의 경로가 있습니다. 빠른 길은 알렌타운을 거쳐 Turnpike로 해서 가는 길입니다.
우리는 알렌타운을 거쳐 가는 경로를 택하였습니다. 이 알렌타운까지는 펜실베니아의 지방도로로 가는 길입니다. 펜실베니아의 시골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겁니다.
장난감기차박물관에서 가는 길에 펜실베니아 철도박물관을 지나게 됩니다. 꽤 커다란 건물과 기차역을 가지고 있는 이 박물관도 가 볼만한 곳이었지만 우리들의 일정이 그리 여유가 있지 못해 겉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제 이동입니다.
뭐 그동안 하도 이동을 많이 해서 이제 우리가족에게 이동이라는 것은 하나의 생활양식이 되었습니다.
알렌타운에서 Turnpike를 타고 올라가다 스크랜튼에서 I-81로 바꿔 타고 뉴욕주로 넘어갑니다. 이제는 계속 이 길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가 처음 차를 렌트하여 지금까지 4500마일 넘게 운전했습니다.
뉴욕주를 넘어가서 한참을 달려가 뉴욕주의 중부를 넘어서면서부터 평야는 거의 눈에 들어 오지 않습니다. 이제는 주로 산악지대입니다. 헌데 말이 산악지대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산악지대가 아닙니다.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들이 계속적으로 이어져 있는 그런 낮 익은 우리의 산하가 아니라 앞에 보이는 산이라는 것들이 꼭 불쑥 솟아 직선으로 이어져 있는 이상한 모습의 산하입니다. 어떻게 보면 산인 것도 같고 어떻게 보면 고원인 듯 합니다. 그러한 모습들이 앞에 나타났다가 길을 따라 달려가면 우리 뒤로 지나가고, 그렇게 산들을 넘어가면 또 앞에 그런 산들이 나타나고...생각보다는 오래 걸립니다. 아마 이런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더욱 지체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어느 곳으로 가더라도 그리 고생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길 찾는데도 익숙해졌고...
뉴욕주의 북부지방에 위치한 시라큐스는 추운 지역입니다. 지금이 한여름인데도 비가 왔다고 서늘할 정도입니다. 남쪽에서는 비가 와도 오는 그 순간에만 시원하지 비만 그치면 바로 더워졌는데 이 곳은 전혀 다른 양상입니다.

미리 약속한 5시경에 우리의 목적지인 저의 작은 아버지댁, 즉 작은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은 2층 단독주택으로 상당히 커 보였습니다. 잔디밭도 넓고...몇 년 전 토네이도가 이 지방을 휩쓸어 집 주위의 커다란 침엽수들이 부러져 한참을 고생하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나무가 부러져 밑동만 남은 것이 주위에 널려있는 모습입니다.

우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하신 것이 있습니다. 예, 바로 음식입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가는 곳마다 우리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은 Lobster, 바다가재입니다.
바다가재를 찜으로 하여 1층 데크(Deck), 우리로 말하면 1층 베란다에 준비해놓은 겁니다.
역시 우리 4식구는 어김없이 그 바다가재의 내장까지 - 원정이가 아주 잘 먹는 겁니다. - 완벽하게 해치웠습니다.
저녁에 비도 그친 상태이고 야외에서 먹는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어제 묵었던 다우닝타운에서도 그랬었지만 여기도 사슴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슴이 애써 가꿔놓은 채소를 모조리 뽑아 먹어버려 사슴을 쫓는 신호기를 달아 놓았습니다. 이 북부지방은 어디나 그런 모양입니다. 가까이 접근하면 큰 소리로 울려 사슴이 도망가게 하는 겁니다. 저는 처음에 이 기계가 벌레 쫓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내일은 큰 일정이 없어 시라큐스에서 가까운 코닝이라는 도시에 갈 예정입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식기 및 주방용품 회사인 코닝(Corning)이라는 회사가 있는 도시입니다.
허쉬와 마찬가지로 코닝회사의 본사가 이 곳에 있어 이름이 붙었다 합니다. 그 곳으로 가서 그 회사가 만든 유리박물관(Corning Museum of Glass)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아이들도 내일 새벽에 혹시나 올 사슴을 보기위해 일찍 잠을 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