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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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쵸콜릿회사가 만든 도시, 허쉬!
랭카스터(Lancaster, Pennsylvania) -> 허쉬(Hershey, Pennsylvania) -> 랭카스터 -> 다우닝타운(Downingtown, Pennsylvania)

31부 2004년 7월 24일 토요일

오늘 이동거리 : 114마일(182 Km), 누적거리 : 4449마일(7118 Km)

남부에서 북부로 넘어오면서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나타납니다.
다름아닌 "땅"에 대한 분위기입니다.
남부에서와 같은 대평원, 늪 등의 지평선이 있는 평평한 지형이 아닌 수많은 언덕과 산들이 계속적으로 나타나는 형국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와 같은 높은 뾰족한 산들은 보기 힘들구요. 언덕이나 동산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노스 캐롤라이나의 서부에 있던 한국의 강원도와 같은 높은 산들은 아니지만 상당히 굴곡이 있고 커브가 있는 그런 곳입니다. 좀더 북쪽으로 가면 더 하다고 하던데...

어제 투숙했던 트래블랏지는 방이 비좁고 그리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다만 랭카스터라는 County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시간적으로나 거리적으로나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어차피 하룻밤 자는 것에 불과한 잠자리였기에 가격이 싸고 이동이 편하면 우리에게는 안성맞춤이지요.

어제 저녁 그렇게 쏟아지던 비도 이제는 그쳐 오늘 날씨는 청명하게 개인 모습입니다.
하늘도 파란 가을하늘 모습에다가 비를 머금은 나뭇잎의 초록빛이 선명하다 못해 반짝이고 솔솔 불어대는 바람까지 완전한 가을 날의 모습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테마파크 옆에 가는 날입니다.
가는 길에 보이는 마을들의 모습은 같은 길을 어제도 지나왔건만 어찌나 다른 모습인지...더욱이 오늘이 토요일이기에 더욱 한갓지고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Hershey", 어렸을 때 참 많이 먹었던 초콜릿 이름입니다. 어디서 누군가 허쉬의 네모난 밀크초콜릿을 주면 두손이 고동색으로 물들어도 맛있게 먹고 나중에는 고동색의 손가락까지도 빨아먹고 했던 초콜릿의 대명사중의 하나였죠. 그 이후에 롯데에서 나온 가나초콜릿을 먹기도 했지만...뭐 요즘은 그런 초콜릿은 거의 먹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향수에 젖을 수 있는 분들은 허쉬라는 이름을 기억할 겁니다.
오늘 그 허쉬의 본고장으로 갑니다.
허쉬라는 초콜릿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여기 이 펜실베니아주에 도시 하나가 건설된 것을 보면 어지간히 장사가 잘된 모양입니다.
그 허쉬라는 도시에 있는 허쉬파크(Hershey Park)가 오늘 우리의 방문지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테마파크내로 들어갈 건 아니구요.
그 앞에 있는 Hershey's Chocolate World와 Museum, 그리고 Hershey Garden을 가려는 생각입니다. 또 한가지 이 허쉬라는 동네의 모습도 잠깐 볼 예정이구요. 사실 이 동네는 다른 것보다도 가로등이 허쉬에서 생산되는 키세스 초콜릿모양을 하고 있어 아이들과 박여사에게는 보고 싶은 대상 1호이기 때문에 구경을 할 예정인 겁니다.

허쉬파크를 보고 난 후에는 시간만 허락한다면 아미쉬마을(Amish Village)와 국립장난감기차박물관(National Toy Train Museum)도 구경할 생각이구요. 단지 시간이 문제지요.
오늘 저녁은 또 다른 분의 집으로 우리가 묵으러 가는 날이기에 그렇습니다. 우리가 아는 어른이기에 하룻밤 신세 지려면 일찍 들어가야 하거든요.

<허쉬 쵸콜릿 월드에서>

먼저 도착한 곳이 초콜릿월드입니다. 말 그대로 "초콜릿세상"이죠.
온갖 허쉬에서 생산한 초콜릿들의 모양이나 이름들이 곳곳에 붙어 있고 팔고 있고, 그야말로 초콜릿 이름 천지입니다.
이 건물 안에는 허쉬 공장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을 라이드(Ride)를 타고 볼 수 있게 만든 놀이시설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자기네 공장견학을 사방의 화면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처음에 Ride라고 쓰여 있고 무료라서 뭔지도 모르고 탔는데 타고 보니 회사광고입니다. 돈 받고 타는 것이었으면 입에서 욕이 나왔을 테지만 무료이기에 아무 말없이 탔지요.
그래도 역시나 그동안 경험한 테마파크들의 예와 다를 바 없이, 나오는 입구는 가게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헌데 이 가게는 일반적으로 Ride를 타고 나와 만나는 가게와는 질적, 양적으로 틀립니다.
규모가 가게라고 하기보다는 몰이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내부에 식당도 있습니다.
또한 온갖 초콜릿들을 판매하고 그 초콜릿들의 모형으로 인형이나 갖가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모습이거든요.
역시 장사에는 어디나 차이가 없습니다. 코카콜라에서도, 디즈니에서도, 유니버설에서도, 여기 허쉬에서도 모두 다 똑 같은 장사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판매하는 데는 열을 올리면서 왜 초콜릿은 안 나눠주는지. 입구에서 한 조각씩 나눠주고는 더 이상 무료시식이 없습니다. 우리는 무료로 시식하는 곳이 많거나 코카콜라에서와 같이 공짜로 초콜릿을 나눠주면 먹을 만큼 먹고 배도 채울까 했었거든요.

이제 초콜릿월드 안에 있는 나머지 2가지의 Attraction을 체험할 차례입니다.
사실 우리는 여기서 돈을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총 3가지가 있는 Attraction중 2가지만 할 생각이었지요. - 2가지는 무료, 나머지 하나는 돈을 내야 하는 Hershey's Really Big 3D Show입니다.
일단 또 하나의 무료 Attraction인 "Factory Worker"를 아이들에게 시켰습니다. 이건 아이들이 공장근로자인 것처럼 ID카드도 만들고 - 증명사진도 찍습니다. - 공장에 있는 컨베이어벨트 같은 것을 작게 만들어 놓고 그 곳에서 별 모양의 통 안에 키세스 초콜릿을 넣는 작업을 하는 체험이죠. 말이 그럴 싸한 거지 실제로는 별 것 아닙니다. 그리고 나면 밖에서 각자가 담은 통과 사진이 들어간 공장 ID카드를 패키지로 해서 14달러 정도에 판매합니다. 완전히 애들을 통해 부모의 돈을 나쁘게 표현하면 갈취하는 것입니다. 어쩐지 들어갈 때 무료라고 했더니만 역시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사달라는 소리도 안했지만...우리는 체험학습만 하고 나온 거지요. 그래도 기념품은 있습니다. 공장으로 들어갈 때 머리에 썼던 종이 모자입니다. 이건 무료네요.

<허쉬의 Factory Worker> <허쉬 가든에서>

이제 마지막 프로그램입니다. 이건 우리가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3D라고 해서 디즈니나 유니버설에서 많이 봤던 것이라 뭐 별다를 게 있으려나 했지요. 또 아무려면 디즈니나 유니버설보다야 수준이 떨어지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보여달라고 합니다. 우리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사주지 않았지만 여기서 이 것 하나는 보여주기로 했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 식구 4명 다 보게 되었답니다.
헌데 이 3D도 여간이 아닙니다.
예상과는 달리 상당한 수준의, 아니 올란도에서 겪었던 3D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3D인 겁니다.
물과 바람은 물론이고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까지 최신 3D 입니다.
이제 우리는 3D라고 한다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눈과 귀, 코, 촉감이며 진동과 같은 느낌까지,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한 영화입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3D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이제 초콜릿월드를 나서서 박물관은 가지 않고 가든을 가기로 합니다. 초콜릿박물관이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기에 바로 가든으로 직행했던 겁니다.
이 허쉬가든은 허쉬초콜릿 회사의 설립자의 부인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개인정원으로 되어 있던 것을 일반인에게 돈을 받고 공개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 가운데에 어린이 가든(Children's Garden)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예쁜 정원입니다. 심어져 있는 나무들도 우리가 처음 보는 이상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 이상한 나무는 나무 자체도 크지만 그 줄기들이 휘어져서 땅으로까지 길게 내려온 모습이 꼭 집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줄기 끝 땅에 가장 가까운 부분에 문을 달아 그 내부를 아늑한 방처럼 꾸며 놓기도 했지요.

<허쉬 가든에서>

점심은 역시나 잔디밭으로 된 주차장의 한쪽 구석에 차를 세워 놓고 차안에서 해결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악착같이 해 먹는 우리입니다.

다우닝타운(Downingtown)이라는 곳은 펜실베니아의 동쪽 끝 부분에 가깝습니다. 필라델피아라는 대도시가 아주 가까운 거리이지요. 한마디로 필라델피아의 주거 위성도시, 즉 Bed Town이라고 보면 됩니다.
허쉬에서 그 곳으로 가려면 중간에 랭카스터를 다시 거칩니다.
우리가 랭카스터에서 원래 계획했던 것을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다시 그곳으로 가서 한가지라도 더 보고 다우닝타운으로 가기로 생각했죠.
여러 가지중에 오늘은 일단 아미쉬마을(Amish Village)을 가기로 했습니다.
아미쉬(Amish)란 원래 1525년 스위스에서 유래한 기독교 종파로 유럽에서 박해를 받다 여기 펜실베니아 랭카스터로 이주해 현재까지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원래 이념으로는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며 휘발유, 전기, 전화, 상업적인 화학제품들을 거부하며 과거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자동차도 이용하지 않고 마차나 말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님으로써 그들 스스로의 믿음을 유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초기 정착했던 펜실베니아의 랭카스터 부근에서 이주하여 오하이오, 일리노이, 미시간과 같은 곳에 자신들의 공동체 마을을 형성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그러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부 아미쉬마을을 제외하고는 좀더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아미쉬교도들도 있다고 합니다. 아미쉬교도들은 항상 공동체를 형성하여 살아가고 결혼도 그들끼리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오늘 그러한 아미쉬들의 삶을 볼 수 있고 그들의 마을을 관광할 수 있도록 관광상품화 한 것들을 보고자 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지리산 청학동과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미쉬마을로 가는 길에 역시 이 곳이 아미쉬들의 집단 거주지라서 그런지 곳곳에서 마차를 탄 고유 복장의 아미쉬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뭐 사실 가보면 별 것은 없습니다. 그들의 사상이나 이념을 거의 모른 상태에서의 관광은 그저 "아, 이렇게 사는 구나, 이런 상품을 만들어 파는구나." 정도로 느낄 뿐이며 겨우 그들의 수공예로 만든 직조제품이나 나무, 음식 등의 상품을 기념으로 사가는 것뿐이죠. 그들의 상품중 대표적인 것이 Quilt제품입니다. 손수 손으로 짠 직조제품들로 가격은 쌉니다. 왜냐구요? 그들이 일단 영리를 목적으로 장사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면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가 갔던 마을은 실제로 냉장고도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가스를 사용하여 냉장고의 기능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미쉬 빌리지에서>

그럭저럭 구경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다우닝타운으로 가야 할 시간입니다. 박여사의 친척이신 어른이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아주 편안하게 집을 찾았습니다. 들어가기 전 미리 전화를 드릴 때도 먼저 그 집을 찾고 나서 전화를 했지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미국의 집들과는 완전히 다른, 우리가 일반적으로 미국의 집들 중 정원이 크다고 생각되는 전형적인 미국식 주택입니다. 집 뒤쪽으로 상당히 넓은 정원이 있는데 정원이라고 하기보다는 잔디밭이라고 하는 편이 좀 더 와 닿을 것 같습니다. 이 곳은 아이들이 축구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넓습니다.

오늘 저녁은 근사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부페에 가서 게(Crab)를 실컷 먹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미국 동부지역에 와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색다른 음식을 먹을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뉴욕주로 접어들게 됩니다. 점점 종착역이 다가온다는 걸 우리가 지도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