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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Early Bird,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많이 먹는다!     로렐(Laurel, Maryland) -> 볼티모어(Baltimore, Maryland) -> 랭카스터(Lancaster, Pennsylvania) 30부 2004년 7월 23일 금요일 오늘 이동거리 : 164마일(262 Km), 누적거리 : 4335마일(6936 Km) 어제 밤에는 무척이나 비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도 아직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곳 로렐은 관광지가 아니라서인지 모텔도 한산하고 해서 어제 저녁에는 말끔히 빨래도 다했습니다. 물론 건조기로 건조도 했구요. 덕분인지 잠도 편안하게 잘 잤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기대하던 볼티모어(Baltimore)에 있는 국립수족관(National Aquarium)을 가는 날입니다. 여기서 볼티모어까지는 약 30마일 정도 거리입니다. I-95를 타고 올라가다가 시내로 빠지면 바로 나오는 곳인데도 좀더 시내쪽에서 들어가려다가 해저터널을 지나고 맙니다. 자그마치 8달러를 내고서 말입니다. 그것도 그렇게 끝났으면 괜찮은데 다시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도합 16달러의 거금을 아무 생각 없이 운전하던 저 때문에 길에다 뿌린 겁니다. 그냥 표지판 나올 때 나가는 건데... 그래도 볼티모어 시내인 Inner Harbor에 있는 수족관은 어렵지 않게 도착했습니다.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은 우리가 일찍 나와서 그런지 시내가 한산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차를 하면서 터널비로 쓴 그 16달러를 메우고도 남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Early Bird!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진리를 이곳 머나먼 타국, 미국의 볼티모어에서 경험한 겁니다. 일찍 일어나면 남들보다 당연히 더 좋은, 더 많은 먹이를 먹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경험을 통해서 한다는 또 다른 기쁨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주차장에 Early Bird요금이 따로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대도시들, 특히 동부의 대도시들은 일반적인 주차요금 외에 Early Bird라는 요금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오전 10시나 11시까지 주차를 시키고 오후 6시나 7시까지 출차를 하면 일반 요금보다 훨씬 싼 요금을 책정하는 겁니다. 우리가 주차한 이곳에서도 일반요금은 기본이 7달러에 시간당 약 3달러 정도여서 사실 우리가 수족관을 여유 있게 보고 나오면 최소한 3시간 정도 예상해서 16달러 정도입니다. 그런데 Early Bird로 주차하면 그냥 7달러에 저녁때까지입니다. 역시 일찍 일어나서 일찍 움직이기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볼티모어 수족관은 이름 그대로 국립입니다. 미국에는 웬만한 것에 국립이라는 단어를 잘 붙이지 않는데 이곳 수족관은 국립, 즉 National입니다. 현재 옆에 테마파크 형식으로 뭔가를 공사하고 있어서 바깥은 몹시 혼잡합니다만 내부는 역시 수족관답게 되어 있고, 또한 4층 규모로 이루어진 빌딩 안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대단한 것이지요. 단층에 널찍하게 만들어지지 않고 다층으로 만들어져 각 층별로 각각 다른 수족관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또한 가오리나 상어 등에게는 먹이를 주는 모습도 보여주고요. 가오리가 그렇게 큰지는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무슨 거대한 방 하나의 크기입니다. 거대한 가오리와 작은 가오리들이 뒤엉켜 노는 모습도 있습니다. 그냥 수족관이라기보다는 수생생물에 대한 박물관 같이 만들어진 수족관입니다. 이름이 수족관이라서 저도 단순히 수족관으로만 알고 들어왔는데 이건 수족관 수준을 넘어섭니다. 물에 관한 자연사 박물관입니다. 단지, 고생물들만 없다 뿐이지요. 개구리도 수십 종류의 실제 살아있는 놈들을 그들의 원래 생활환경에 맞게 전시되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 개구리도 여러 가지입니다. 독이 있는 개구리들도 있고... 한 가지 여기 있는 생물들은 죽어서 박제가 된 것들이 아니고 수족관답게 모두 살아있는 것들입니다. 다만 수족관을 여러 개 만들어 중심이 되는 수족관은 우리가 익히 아는 듯한 모습으로 되어 있지요. 나머지는 주제별, 동물별로 그들의 실제 환경대로 작게 별도의 수족관들로 구별 지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움직이는 동선을 잘 만들어 그리 크지 않은 빌딩 속에서 올라가는 사람들과 내려가는 사람들이 뒤섞이지 않도록 배치가 되어 혼란스럽지 않게 만들었구요. 즉,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볼 수는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진행할 수는 있어도 뒤로 되돌아갈 수는 없도록 말이죠. 이렇게 함으로써 누구든지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고려한 것 같습니다. 다만 몸이 아파 더 볼 수 없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별도의 비상구로 나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기가 막히게 만들어 놓은 수족관입니다. 제가 생각하건대 안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 보다 이 수족관 자체의 이동경로나 동선이 훨씬 재미있는 볼 거리입니다. 이제 볼티모어를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에게는 다음 스케쥴이 있어 더 이상 구경할 시간이 없었지요. 별 수 없이 수족관 바깥에서 볼티모어 항구의 모습도 찍고 구경하고는 차를 타고 북으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바로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일단 볼티모어 시내를 거쳐 가도록 노선을 잡았습니다. 단순히 수족관만 보고 가기엔 조금 아쉬움도 있고, 사실 이 볼티모어에도 볼 것은 많습니다. 의과대학과 병원으로 유명한 존스홉킨스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도 있고 야구선수로는 아마도 가장 유명한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고향도 이곳 볼티모어라서 그의 생가와 박물관이 있습니다. 독립전쟁 당시의 전투지역들도 있고 말입니다. 아침에 Inner Harbor로 들어오면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구장인 오리올파크(Oriole Park)는 멀리서 봤지만...                                                <볼티모어 국립수족관에서> 다 볼 수야 없고 펜실베니아로 가는 길을 시내로 통과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이지요. 시내를 통과하면서 한번도 보지 못한 멋진 도시를 보게 됩니다. 이 볼티모어가 상당히 고풍스럽고 오래된 도시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있지만 겉으로 보기엔 전혀 지저분하다든지 하는 느낌이 없이 깨끗한 옛날 도시입니다. 바닥도 돌로 된 곳들도 많고 금요일인데도 복잡하지 않고 한갓져 보이고, 참 보기에 좋고 관광하기에 좋은 도시라는 느낌입니다. 곳곳에 있는 고풍스런 빌딩들이며 오래된 듯한 교회나 성당들, 심지어 길옆에 나타나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대학들까지도 상당히 역사가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그것도 겉 모습만 그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정이 가는 도시였습니다. 이제 해리스버그(Harrisburg)로 갑니다. I-83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됩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해리스버그가 아니지만 그 쪽으로 해서 허쉬(Hershey)로 갈 예정입니다. 다행히 오전에 비는 완전히 그치고 이제는 햇빛이 반짝 반짝이며 땅을 비추고 있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좀 시원한 느낌도 들고 여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입니다. 허쉬에서는 먼저 허쉬 초콜릿월드(Hershey's Chocolate World)와 허쉬 가든(Hershey Garden)을 가기로 했습니다. 여기 허쉬라는 도시는 허쉬 초콜릿회사가 만든 도시입니다. 그리고 그 도시에 테마파크인 Hershey Park이 있고요. 우리는 테마파크에는 관심이 없고 Chocolate World와 Garden을 구경하려고 하는 겁니다. 워싱턴D.C.에서부터는 계속 일정을 바꾸는 게 일입니다. 오늘도 또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해리스버그를 지나 허쉬로 가던 우리에게 일단 길이 엄청 막히는 교통체증이 일어난 겁니다. 실제로 30분이면 갈 거리를 거의 1시간 가까이 지체하면서 시간이 저녁으로 서서히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일단 모텔을 잡으려고 보니 Quality Suite가 상당히 좋아 보였습니다. 허나 이건 우리와 인연이 없습니다. 가격이 100달러를 훨씬 넘는 150달러를 상회합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그럴 수 밖에요. 다시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별 수 없이 허쉬는 내일 보기로 하고 이 곳보다는 가격이 싸다고 판단되는 랭카스터(Lancaster)지역으로 이동한 겁니다. 지도상으로 30분이면 닿을 거리였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새로운 주인 펜실베니아를 구경하는 데 정신 없는 우리에게는 1시간도 넘게 흐릅니다. 그래도 찾는 곳에 길이 있다라고 랭카스터의 어느 지역에 있는 트래블랏지에 머물게 됩니다. 다만 이곳은 더블베드 2개가 아닌 킹사이즈베드 하나인 방입니다. 대신 엑스트라 싱글베드를 하나 더 추가로 넣어주기로 하고 결국 자게 됩니다. 그래도 잘 자리는 일찍 마련되었고 시간도 이르고 해서 수영을 하러 나갔습니다. 뭐 일단 구경하는 것은 다음날 하기로 미룬 거죠. 수영 좀 하려니까 갑자기 먹구름이 오더니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합니다. 조금 전까지 환히 맑았는데... 별수 없이 아이들과 방으로 들어가지만 오늘 우리에게는 수영보다 더 황홀한 저녁식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박여사가 주로 저녁으로 마련한 것들은 그냥 밥에 서울에서 가져온 일회용 국, 그리고 밑반찬들이거나 카레라이스였는데 반해 오늘은 처음으로 김치찌개를 끓인 겁니다. 벌써 방으로 들어올 때부터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배를 고프게 만들더니 너무나 맛있게 되어 있습니다. 참치까지 넣어서 말입니다. 아이들이나 저나 모두 걸신들인 듯 먹었지요. 너무나 맛있는 저녁이었습니다. 아마 이번 미국여행을 통틀어 가장 맛있게 먹은 저녁으로 기억되는 그런 저녁이었습니다. 밖에는 비가 천둥번개를 동반하여 내리치는데 우리는 모텔 구석방 - 구석방이라 좋은 점은 창문커튼을 열어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에서 비 내리는 모습과 소리를 반찬 삼아 찌개를 맛있게 먹고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이제 여행도 많이 흘러갔고 남은 기간은 우리끼리의 숙박보다는 다른 집의 신세를 지는 날들이 더 많기에 더욱 맛있었는지도 모르죠. 우리끼리의 오붓한 저녁은 이제 몇 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 한가지는 배운 것 같습니다. Early 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