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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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재수 옴 붙은 워싱턴 D.C.!
미들로시안(Midlothian, Virginia) -> 워싱턴 D.C.(Washington D.C.) -> 미들로시안(Midlothian)

27부 2004년 7월 20일 화요일

오늘 이동거리 : 274마일(438 Km), 누적거리 : 3985마일(6376 Km)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번 여행과 같이 장거리, 장시간으로 여행하는 것은 일종의 마라톤과 같습니다.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도 없고, 쉬고 싶다고 한곳에 머물 수도 없는 여행입니다.
물론 돈이 많으면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중간에 취소라도 하게 되면 항공권 문제부터 모든 일이 여간 복잡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전에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하고 너무 무리한 일정이 될 경우 다음 경유지에서 며칠이라도 쉴 수 있도록 계획을 작성해야 할 겁니다. 특히 가족끼리의 여행은 어른들끼리 가는 여행과는 달리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도 아이들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신경도 쓰이고 해서 일정까지도 2~3일 정도 무리하게 이동을 하게 되면 다음 일정은 이동을 많이 하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어제 여기 미들로시안으로 오는 길은 제가 혼동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MapQuest에서 뽑은 지도에는 I-64를 타고 가다 Powhite Parkway/VA-146 S를 타도록 되어 있었는데 146번 도로는 나오지 않고 76번 도로가 표지판에 나오는 겁니다.
우리는 당황하여 바로 exit로 빠져나가 지도를 보고 찾고 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MapQuest에서 뽑은 지도의 다음 문장에 76번 도로에 대한 설명이 있더군요. 단지 146번에 대한 설명 다음에 있어 76번에 대한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써있는 것이 "Merge onto Powhite Pkwy/VA-76 S (Portion Toll)"라고 되어 있어 제대로 해석을 못한 겁니다.
뭐. 그래도 1시간 정도 늦어진 거니까 별 상관은 없었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드디어 미국 정치의 핵심인 워싱턴 D.C. 여행을 하는 날입니다.
계획상으로는 오늘부터 3일간 워싱턴 D.C.를 구경하고 이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생각에는 1시간 반 정도면 워싱턴에 닿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침부터 친구네에서 일어나 아침식사까지 하고 떠나려니 확실히 모텔에서의 일정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10시나 돼서야 출발을 한 거죠. 그리고 저녁은 바비큐를 먹자고 해서 6시 반까지는 들어 오기로 했지요.
그러면 5~6시간 정도는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차를 몰았습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여기서도 뼈저리게 절감합니다.
1시간 반이면 충분한 줄 알았던 워싱턴 D.C.는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겁니다.
2시간이 돼서야 DC내로 들어갈 수 있었지요.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원래 계획으로 잡은 조지 워싱턴의 생가가 있는 Mount Vernon 방향으로의 여행은 생략했습니다. DC와 Mount Vernon사이의 Parkway가 상당히 멋진 드라이브 코스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넘기고 바로 DC로 향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DC내의 주차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어 우리는 국립묘지는 주차비가 쌀 거라는 생각에 알링턴 국립묘지에 차를 세우고 지하철로 다닐 생각을 미리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링턴 국립묘지로 향할 생각을 하고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펜타콘(Pentagon) 표지판이 나오는 겁니다. 저는 바로 그 방향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자, 이제 펜타콘부터 구경하고 시작하자.

사실 오늘 그리 운이 좋은 날은 아니었습니다.
오전에 DC로 오는 길에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들어갔는데 그 동네가 그 시간에 마침 정전이 되어 기름을 넣을 수 없는 겁니다. 처음엔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몰랐죠. "Power Off" 인지 "Power Over"인지 멀리서 뭐라고 하는데 정확한 발음을 잘 못 알아듣겠더라 구요. 결국 그 주유소의 주유기계를 보고 나서야 고정인 줄 알았고 다른 주유소도 같은 고장이기에 정전인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펜타콘도 운에 있어서는 예외가 아닙니다. 아마 이번 여행에서 가장 운이 없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먼저 I-95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나타난 펜타곤의 exit로 빠져 나갔는데, 이런, 주차장이 없는 겁니다. Visitor Parking이 안보이길래 펜타곤 정문 앞에 있는 특정인주차구역을 빙빙 돌기만 했습니다. 도저히 그냥 내려서 구경하기에는 부담이 있어 어느 구석에 잠깐 세우고 사진만 찍고 올 생각을 했습니다. 내려서 사진도 몇 장 찍고 캠코더로도 촬영을 하는데 누군가가 사진 찍지 말라고 하더군요.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사방에 요원들이나 경찰들이 쭈욱 깔려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분위기도 영 이상하고...결국 우리는 펜타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포기하고 이 삭막한 동네를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펜타콘에서>

문제는 여기서 또 발생합니다.
주차한 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고 해서 빨리 차를 타고 알링턴 국립묘지 방향으로 나가려는데 미국은 한국과 달리 표지판에 특정 장소가 명기되어 있지 않은 것을 깜박한 겁니다. 결국 표지판을 보는데 전부 도로명만 나와 있지 알링턴의 "A"자도 없습니다. 갈림길에서 헤매다가 정확한 판단을 하려고 길 중간에 잠깐 차를 세웠지요.
그런데 갑자기 언제 따라왔는지 경찰차가 바로 뒤에서 보고 있는 겁니다. 할 수 없이 다시 차를 몰아 다른 길로 가려고 하는데 이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차를 세우라고 표시를 합니다.
아이들과 박여사는 혼비백산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일반 도로나 고속도로였으면 그리 겁나지는 않았을 텐데 펜타곤 앞인데다 찍지 말라는 사진도 찍고 촬영도 한 상태라 겁도 났습니다. 그래도 잘못한 것 없는 여행객 아닙니까?
여권, 운전면허증, 렌터카 계약서까지 다 달라고 하면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다른 경찰과 연락하고 본부 같은 곳으로도 연락하고...
재미있는 것은 처음 경찰차가 세우라고 해서 옆으로 대면서 세웠는데 그때는 다가오지 않더라구요. 조금 있다가 다른 경찰 하나가 더 오니까 그때서야 다가오는 것이 제가 보기엔 혼자서는 절대 검문 검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긴 워낙 총기범죄도 많고 하니 그럴 수 밖에요.
30분 가까이 붙잡아두면서 자기들끼리 어떻게 할 건지 논의하는 것 같았습니다. 뭐, 지들이 보면 단순 여행객인줄 모르나? 아이들도 2명이나 있고 완전히 가족분위기가 나는데 뭘 그리 오래 상의하는지...중간에 우리 렌터카 교환한 것을 모르는지 왜 차가 처음 렌터카회사에서 빌린 차가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모든 기록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왜 차 바꾼 건 없는지 갑갑합니다. 말로 차가 바뀐 이유도 설명해주고...
아이구 이러다 끌려가는 건 아닌지...만리타향에서...조금은 긴장되고 겁도 나고 했지요.
결국 다시 서류들을 돌려주면서 아이들 안전벨트 잘 매라고 경고를 하네요.
그냥 가려고 하기에 알링턴 국립묘지는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이왕 이렇게 늦은 거, 가는 방향은 알아야겠기에 말입니다.
27번을 타고 나가서 어떻게 어떻게 가라고 합니다. 우리는 바로 차를 몰아 빠져 나갔습니다.

정말이지 워싱턴 D.C.를 처음 구경 온 우리로써는 내키지 않았던 일이고 이 워싱턴 D.C.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구겨진 일이었습니다.
이제 알링턴 국립묘지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케네디 일가의 묘를 구경하고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갔습니다.
다들 아시겠죠? 우리 가족의 멍해진 모습을 안보고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알링턴 국립묘지도 보려면 꽤 시간이 걸릴 텐데 우리는 20분도 안 넘기고 끝냈지요.
더 이상 미련이 없었습니다. 첫번째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두고두고 기분들이 안 좋았고 구경도 대강대강 하게 되었죠.
시내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악관을 먼저 본다고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데 영 아니올씨다입니다. 백악관 뒤쪽이긴 했지만요.
일단 백악관을 둘러싸고 전체적으로 무슨 방공호 공사를 하는지, 참호공사를 하는지, 아니면 차량테러에 대비한 공사를 하는 건지 접근 자체가 어렵게 만들어 놓고 공사를 하는 겁니다.
보고 싶지도 않고 볼 마음도 생기지 않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단지 왔다는 기념으로 사진만 몇 장 찍고 는 -그래도 한국에 가서 보여줄 사진은 있어야지요. -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백악관 투어도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보기엔 어느 구석으로 들어가는 투어가 있긴 있습니다. 백악관 앞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로는 통행할 수 조차 없게 콘크리트 블록으로 막아져 있고 곳곳에 경찰들과 각종 보안요원들이 깔려 있어 허튼 짓도 못할 지경이고 숨쉬기도 곤란할 정도였습니다. 옛날 전두환시절 초기 나라전체에 계엄군과 경찰들이 쫙 깔려 있던 것과 비슷합니다. 꼭 경찰국가인 것 같았습니다. 히틀러때의 독일과 같이 말입니다.
제가 보기엔 건물도 백악관보다는 재무성 건물이 훨씬 보기도 좋고 번듯합니다. 백악관 바로 옆에 있어서인지 이 곳도 삼엄하기는 비할데 없지만 그래도 공간도 널찍하고 건물 자체도 고대 그리스신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웅장하게 서있습니다. 미국은 재무성도 보안요원들이 있죠. 재무성 소속 수사관들이나 시큐리티요원들은 FBI이상의 정예요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무성 건물>

이제 백악관 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백악관 앞에 있는 워싱턴기념탑(Washington Memorial)으로 향합니다.
도대체가 이 워싱턴은 구경하기가 벅찹니다. 곳곳이 공사중이기도 하고...문제는 그냥 공사가 아니라 보안관계 공사입니다. 워싱턴기념탑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위를 온통 공사장으로 만들어 놓고 있어 바로 앞까지 가기도 어려운 정도입니다. 공사중이니 먼지도 많고 소음도 많고 해서 더욱 그러하지요.
그냥 멀리서 사진만 찍고 돌아섰습니다.

<백악관 정문 앞> <워싱턴 기념탑>

오늘 영 기분도 그렇고 해서인지 다른 날 같으면 지도도 찾아보면서 식당가를 찾을 텐데 날씨도 덥고 뭔가 가슴속에 막혀있는 듯하고 하더니 만사가 다 귀찮은 겁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그래서 앞에서도 얘기했듯 박물관 식당이 지금까지 괜찮았다고 생각되어 또 그리로 간 겁니다. 스미소니언(Smithonian)박물관 식당으로 말입니다. 스미소니언은 입장료가 무료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지요. 또 스미소니언으로 간 또 하나의 이유는 다른 식당 찾기가 상당히 곤란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아마도 동네가 다른 곳에 식당들이 있던지, 아니면 건물 지하에 푸드코트들이 있던지, 우리에게는 눈에 띄지를 않았습니다.

일단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중에 가장 가까운 미국역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는 기존의 박물관들과는 달리 음식값이 좀 비싼 편이더군요.
뭐 하기야, 오늘 뭐는 좋아 보이겠습니까? 우리 가족들 분위기며 기분이며 영 찜찜하고 별달리 먹거나 구경하고 싶은 생각들이 싹 가셨을 텐데 말입니다.
사실 이 미국역사박물관은 상당히 볼 만한 박물관이었습니다만 우리는 수박겉핡기식으로 대충 보고 나왔습니다. 시간도 대략 3시반 가까이 되기도 해서 저녁때까지 미들로시안으로 가려면 4시 조금 넘어서는 출발해야 하니까요. 아침에 나올 때와는 달리 되돌아가는 시간이 상당히 앞당겨졌죠. 올 때 걸린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잠깐 동안 비지터 센터를 찾아 나섰습니다.
워싱턴 D.C와 그 근교의 상세지도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모텔쿠폰책도 찾기 위해서였지요. 도저히 DC를 제 친구집이 있는 미들로시안에서 왕복해서는 다니기가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비지터 센터는 로널드레이건 빌딩 안에 있는데 여기 빌딩에서는 입구에서 여권검사까지 합니다. 짐검사만이 아니라 여권까지도 검사를 하더라구요.
여기까지입니다.
더 이상은 DC를 구경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솟아 오릅니다.
솔직히 여행도 재미가 있어야 하고 흥미진진한 것들을 감상을 해가며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사사건건 검문에 검색에, 그리고 각종 소음과 싸우며 여행하는 것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구경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것이지요. 아무리 큰돈 내고 여기까지 왔지만 좋지 않은 기억만 쌓인다면 어느 누가 또 올 마음이 생기게 될지도 궁금하고...

이제 미들로시안으로 떠납니다. 운전하면서 또 길을 잘못 들어 DC내로 들어가게 됐는데 확실히 지금까지 3주 이상 미국의 남부에서 생활하고 운전하다가 DC로 들어오니 운전도 쉽지가 않네요. 웬 클락션 소리며 곳곳에서 새치기하고 끼어들고 급정거에 손가락질까지 하는 DC의 운전자들을 보며 서울이나 다름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서는 저도 급하게 운전하게 됩니다.
속된말로 정내미가 떨어졌습니다.
DC 구경에 대한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 가서 일정도 변경하고 해야 할 것 같구요.

4시쯤인데 고속도로는 또 왜 이리 막히는지...러시아워가 따로 없는 건지, 일부러 러시아워 피하느라 5시보다도 1시간이나 빠른 4시에 출발한 건데...미국은 5시에 퇴근하는 건 다들 아시죠? 정말 좋은 나라입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뭐 그렇다고 우리가 신문에서 보는 것처럼 엄청나게 일하는 것도 아닌 것 같구요. 물론 고소득을 받는 사람들이야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입니다만 일반 직장인들 일하는 것은 제가 듣기에도 8시간 내내 화장실도 안가고 일하고 하지는 않더라구요. 일부 회사들만 빼고는 말입니다. 다만 우리보다는 좀더 빡빡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뭐 그래도 정시에 퇴근할 수 있으면 우리도 그리 할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정시 퇴근! 그렇게 어려운 건지 한국에 사는 저로서는 답답할 뿐이지요.

I-95로 가다보니까 길 가운데에 분리대가 아닌 도로가 따로 놓여 있습니다. 그 곳은 텅 비어 있어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구요. 제가 있는 도로는 엄청 막혀서 시속 20마일도 안 나오고 있는데...저긴 뭐 하는 길인지 궁금했습니다. 처음에는 DC의 고급 공무원들이나 주요 인사들 이 다니는 별도의 도로인 줄 알았거든요.
헌데 표지판에 나오는 걸 유심히 들여다보는데 HOV Lane이라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아하, 이것이 다인승 전용차선이구나!
HOV Lane은 휴스턴에서도 보았고 아틀란타에서도 보면서 이용한 적이 있거든요. 좋은 제도입니다. 우리로 말하면 버스전용차선과 같은 것인데 여기는 버스뿐만 아니라 승용차까지도 2~3인 이상이 탑승하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혹시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도 들고 해서 다른 차들을 보니까 우리와 같이 3인이 탄 차량인데도 그리로 들어가질 않고 막히는 곳으로 계속 가는 차도 있습니다. 계속 머뭇거리면서 HOV Lane내의 표지판이나 차들을 보니까 여기는 2~3인이 아니고 3인 이상으로만 되어 있고 차들도 대부분 3인 이상이 탑승한 겁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혼자 탄 차량이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어디를 가나 법규나 도덕을 어기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 아닙니까? 3억 가까운 인구가 모여사는 미국이니 오죽 그러하겠나 하는 생각으로 드디어 용기를 내어 호시탐탐 그 차선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데 도대체가 진입할 수 있는 입구가 안 나옵니다. 15마일 이상을 그냥 가다 보니까 진입할 수 있는 Entry가 나옵니다. 저는 바로 그 길로 들어 섰습니다.
이제는 속도가 70마일로 나오더군요. 이전까지 1시간 가까이를 10~20마일의 속도로 진행하다 보니 상당한 시간도 흘러 도저히 6시 반에는 못 맞출 것 같았고, 일단은 갈 수 있는 데까지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가자며 한참을 달려 갔습니다.
30마일 정도 되는 지점에 이르자 이 HOV Lane이 끝납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길도 막히지 않고 또 막히는 것에 대해서는 별 걱정도 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끝까지 귀신에 홀린 날입니다.
저는 한번 헤매면 다음부터는 절대 헤매지 않고 다니는 스타일인데도 리치몬드를 지나면서 또 다른 실수를 합니다. 어제 잘못 들어간 길을 유심히 보고 가다가 그 길은 잘 들어갔는데 중복된 표지판이 나오는 바람에 또 엉뚱한 길로 빠져 나간 것이지요.
결국 유료도로 통행료만 더 물고 다시 돌아 반대로 와서는 가려고 하던 길로 무사히 빠질 수 있었지요.

정말이지 오늘은 아침부터 뭐가 씌었는지 계속 헛발만 내디딘 꼴입니다.
내일은 어떻게 해서든 오후에 DC근방으로 와서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동거리도 너무 멀어 많이 보지도 못하니 말입니다.

오늘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속된 말로 "재수 옴 붙었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