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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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구경 한번 잘했네!
노포크(Norfolk, Virginia) -> 뉴포트(New Port, Virginia)

25부 2004년 7월 18일 일요일

오늘 이동거리 : 44마일(70 Km), 누적거리 : 3576마일(5721 Km)

어제 저녁 모텔잡기는 하나의 쇼나 다름 없었습니다.
좀 더 싼 모텔을 구하려다 100달러짜리 좋은 Quality Inn은 놓치고 한참을 더 헤맨 후에 그보다도 훨씬 비싼 120달러가 넘는 Days Inn에 투숙하게 됐으니까요.
이제 주말에 방 잡는 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2주 후에 보스턴에서도 주말에 방을 잡아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오늘은 크게 2가지를 할 예정입니다.
먼저 NAUTICUS라 불리는 국립해양센터(National Maritime Center)와 해군박물관(Naval Museum), 그리고 전함 위스콘신(Battleship Wisconsin)을 볼 예정이구요,
둘째 미국 최대의 해군기지라고 할 수 있는 노포크 해군기지(Naval Base, Norfolk)를 크루즈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나서 윌리암스버그(Williamsburg) 근방에서 잘 예정입니다.

어제 밤에 노포크 시내를 이리 저리 드라이브를 했지만 캄캄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았는데 아침이 되면서 날이 맑아지기 시작하니 곳곳에서 항구의 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NAUTICUS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가면서 보니 각종 배들이 눈에 띄고 해군기지가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군함들이 많이 보입니다. 도크에서 수리중인 힝공모함도 눈에 띕니다.
저런 항공모함 같은 것을 일반인들이 그냥 보도록 해도 되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아이들도 항공모함이니 하는 것들이 무언지는 아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오기 전에 예전에 텔레비전 방송에 나왔던 항공모함 키티호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미리 봐서 그런지 금방 친숙해지더군요.

드디어 NAUTICUS에 도착했습니다.
안쪽으로 전함 위스콘신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이젠 퇴역했지만 해체하지 않고 전시관으로 사용,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거대 전함입니다. 2차대전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여 6.25전쟁, 그리고 마지막 걸프전까지 실전에 투입되다 이젠 역사속으로 그 이름을 넘겨주고 전시관으로 탈바꿈한 전함입니다. 걸프전 당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던 모습이 뉴스시간에 나온 적도 있던 전함입니다.
무게가 52000톤이나 나가고-아마 한국에서 가장 큰 군함은 이제야 5000톤 정도입니다. 현재 건조하고 있는 서방세계에서 항공모함을 제외한 군함으로는 가장 강력하다는 KDX-3 이지스함도 고작 10000톤 정도입니다.- 길이는 264미터인 거대 전함입니다. 구경이 16인치(400mm)인 함포 9문과 5인치 함포가 20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2차대전 당시의 전함들을 보면 앞쪽에 커다란 대포가 3개씩 함 누더기로 된 것을 보신 적이 많이 있을 겁니다. 이러한 것이 9개가 있으니 대단한 함이지요. 구경이 400mm라고 하면 사람이 포 안으로 드나들어도 전혀 무리가 없는 것이지요. 포탄 하나의 무게만도 1톤에 육박합니다.
겉에서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크기입니다.
일단 우리는 NAUTICUS에서 크루즈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Combo티켓을 샀습니다.
그런데 크루즈가 먼저네요. 크루즈시간이 얼마 안 남아 있어 일단 크루즈를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2시간 반 정도 하는 크루즈를 통해 여기 노포크에 기지를 둔 각종 미국 해군의 군함들이나 항공모함들을 보고 그 위용을 한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먼저 도크에서 수리중인 항공모함 근처로 배가 가더군요. 물론 항공모함은 갑판 위가 모두 하얀 천으로 덮여 있어 이름이 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함 옆에 있는 번호만 알면 알 수 있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군요. 정말이지 크루즈하는 배가 작기도 했지만 항공모함은 보기에도 무척이나 커 보입니다.
한참을 보고 나서 서서히 항구, 즉 기지쪽으로 방향을 바꾸고는 해군 기지가 있는 쪽으로 갑니다.
여기서 같이 크루즈하는 사람들 중에 동양인인 듯한 가족을 만납니다. 뭐 제가 접근한 것은아니구요. 아이들과 박여사가 접근을 시도 했죠. 그 집 여자아이가 우리 아이들보다는 1~2살 정도 많아 보입니다. 아이들이 그 아이에게 사탕을 주면서 결국 말문이 열려 서로 얘기를 하게 된 겁니다. 메릴랜드에 산다는 그 집 식구들은 중국계입니다. 아이 아빠는 저와 나이도 비슷한 것 같고-실제 나이는 물어 보지 못했죠.- 중국 시안-서안, 옛날 장안으로 불리던 진, 한, 당나라 때의 수도로 근방에 진시황의 병마용도 있고 각종 문화재와 유적지로 가득한 도시이지요.- 출신이라 삼국지얘기도 하면서 한참 시간을 보냈습니다. 엄마들끼리는 한참 무슨 말인지 하더라구요.
원래 박여사의 장점중 하나는 서먹서먹한 관계의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아주 잘한다는 점입니다. 그 장점이 역시나 그 중국엄마와도 통하더군요. 물론 그 집 식구들은 중국사람들같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한국사람들 같아 보이는 인상입니다.
이제 미 해군의 군수창고들과 유류저장고등을 지나 드디어 기지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저도 굉장히 가보고 싶었던 미 해군기지이지만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제가 사진이나 화면으로 많이 보아온 각종 이지스함들-이지스함은 일반 군함과 달리 방공, 즉 공중으로부터의 위협인 미사일들을 막아내기 위한 함입니다. 또한 상대 전함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나 육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도 감행할 수 있는 전천후 방공미사일 함입니다.-이 상당한 수가 정박해 있고 각종 프리기트함들부터 4~5만톤급의 강습상륙함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핵잠수함까지도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크루즈하는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은 사진 찍고 비디오 촬영하느라 정신들이 없습니다. 항구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합니다.
아마도 수십 척은 정박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 최강의 미 해군을 옆에서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아마도 이 항구 하나에 정박해있는 군함들만으로도 세계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의 군사력 전체보다도 더 강력한 화력과 공격력을 보여줄 거라 생각됩니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우리나라 해군이 계획 중이거나 건조하고 있는 이지스함, 상륙함, 잠수함등의 원본을 여기서 그대로 다 봤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많이 다르기는 해도 기본적인 개념은 같은 거이니까요.

<노티커스 입구에서 본 위스콘신 전함> <미 해군 기지>

이제 2시간 반 동안의 미 해군기지 크루즈를 끝내고 다시 노티카(NAUTICUS)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단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실내에 있는 박물관 식당을 기웃거리다 보니 아틀란타에 있던 지미 카터 센터 식당이 생각났습니다. 예, 여기도 박물관입니다. 상당히 싸면서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습니다.
최소한 햄버거를 팔아도 직접 구워서 파는 것입니다. 또 하나, 역시 싸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 곳 미국에서 느낀 한가지 특이한 점은 신용을 전제로 하는 사회라는 사실입니다.
즉, 사람을 먼저 믿고 본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모두 다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기보다는 안 믿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일단 사람을 믿는 신용사회가 아니라는 이유는 어디든지 사람들이 돈을 안내고 나갈 수 있는 것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즉, 공간이 폐쇄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이 곳 미국은 그것이 다릅니다. 즉, 대부분의 공간이 개방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당 같은 곳도 계산대가 있더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돈 안내고도 먹을 수 있도록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여기만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기다 계산대의 계산원의 시야가 식당내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게 만들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그 신용사회의 맹점을 본의아니게 이용했지만요.
무슨 일이냐구요?
우리는 마실 것을 따로 주문하지는 않았구요, 단지 물만 마시겠다고 하니까 무료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음료수가 나오는 곳에 가서 물을 따라 마시면 된다고 했는데 가서 보니 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콜라, 사이다, 레모네이드 등 갖가지 음료수들이 다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물이 안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컵은 물컵이지만 다른 음료수를 마시게 되었지요. 아이들이야 좋아합니다.

이제 싸고 맛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도 푸짐하게 했구요.
해군박물관에서 본 곳들은 각종 군함들에 대한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양 생물에 대한 것들도 있어 살아있는 상어를 만지는 체험도 있습니다. 둘 다 상어를 직접 만지기도 했구요. 물론 상어는 작은 것입니다. 조스가 아닙니다.
앞에서도 얘기한 전함 위스콘신의 16인치 함포의 실제 포탄 모습도 있습니다. 그 크기가 아이들보다도 더 큽니다. 무게만도 1톤인데 저울에다 그 폭탄과 폭스바겐 자동차를 올려놓은 것이 있습니다. 둘이 같더군요, 그 무게가.

<해군박물관에서 상어를 만져봅니다.> <전함 위스콘신위에서>

마지막 코스인 전함 위스콘신을 보러 올라갑니다.
중량 5만2천톤, 길이 264m인 이 전함의 실제 모습은 글로 표현하기에는 좀 부족합니다.
정말 거대합니다. 거대하다기보다는 위용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6인치 함포의 실제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니 아이들뿐이 아니고 어른인 저도 그 포속으로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입니다. 하긴 박물관에 있는 사진 중에 함포 청소시에 해군장병들이 안으로 들어가 닦더군요.
그리고 실제 16인치포를 사격할 때에는 갑판위로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발사시의 소리나 폭풍이 엄청나서 날라가거나 고막이 터지는 등 무섭다는 겁니다.
배의 앞쪽, 선수부분의 끝은 상당히 높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반대로 배의 뒤쪽, 후미부분은 평평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구요. 후미 부분은 아마도 미사일이 있었던 부분인 듯합니다. 지금은 다 메워져 있지만.

<전함 위스콘신의 16인치 함포의 포탄>

하루 종일 이 노포크에서 해군기지며 전함, 박물관들을 보고 나니까 6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오늘은 멀리 이동하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여유있게 천천히 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스케쥴입니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어제 라이트 형제사적지를 가지 않고 오늘 그 곳에 갔다가 여기 온 것이라면 제대로 보지도 못할 뻔 했습니다.
오늘 노포크에서의 구경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구경 한번 잘했네!"입니다.

오늘은 여유가 있습니다. 이제 윌리암스버그쪽으로 가서 푹 자고 내일은 식민지시대의 윌리암스버그와 영국 최초의 식민지, 제임스타운을 보고 나서는 리치몬드 근방에 살고 있는 제 친구집으로 갈 예정입니다.

<모텔에서 먹는 저녁식사>

오늘은 일요일이라서인지 모텔구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도 남쪽지방에서의 모텔보다는 가격이 조금씩 비싸집니다.
이제 미국의 핵심지역에 한걸음 접근한 겁니다. 바로 버지니아입니다.
며칠만 지나면 미국의 남부지방에 대한 여행은 끝을 맺고 동부지역으로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그래도 아직은 남부에 있으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