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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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박여사, 감격의 날을 맞이하다!
히코리(Hickory, North Carolina) -> 킬데블힐스(Kill Devil Hills, North Carolina) -> 노포크(Norfolk, Virginia)

24부 2004년 7월 17일 토요일

오늘 이동거리 : 485마일(776Km), 누적거리 : 3532마일(5651Km)

Jameson Inn의 아침은 프론트에서 얘기한 대로 Continental Breakfast 그 이상 입니다.
과일도 풍부하고 다양하고, 빵 종류도 베이글에서부터 와플까지 다양합니다.
음식이 떨어져도 바로 보충하고...간이 소시지빵도 있습니다.
방도 호텔급의 수준을 자랑하고요.

오늘이 박여사의 생일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온 가족이 생일을 맞이하네요. 저만 빼고...
출발하기 전 아이들이 자기들이 만든 생일카드를 박여사에게 주고 또 색종이를 잘게 잘라 만든 꽃가루를 박여사에게 뿌리면서 축하를 했습니다. 박여사는 감격하고...
참, 외국에서 생일을 맞으니까 조용해서 좋긴 합니다. 완전히 우리 가족끼리의 생일잔치를 벌이니까요.

오늘은 좀 빨리 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필 오늘이 토요일이고 이제 관광지 비슷한 곳으로 들어 가야 하는 코스이기 때문이죠.
동쪽으로 계속 가다가 킬데블힐스에서 1903년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가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날린 곳, First in Flight를 구경하고 근방에서 잘 예정입니다.
그곳이 국립사적지(Wright Brothers National Memorial)로 되어 있지요. 노스 캐롤라이나의 다른 것은 지나쳐 가고 동쪽 끝 대서양 연안에 있는 그 곳까지만도 약 400마일 거리니까 서두르지 않으면 저녁에 방잡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그냥 I-40으로 계속 가다가 US-64, 그리고 158번으로 바꿔야만 됩니다.

노스 캐롤라이나와는 무슨 전생에 인연이 있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시골 마을들을 따라 서쪽끝 산 꼭대기에서 동쪽끝 바다까지 횡단을 하는 코스를 잡을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죠.
사실 블루릿지와 같은 곳은 버지니아에 가서도 만날 수 있는 곳이구요.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가장 큰 도시인 랠리(Raleigh)는 그냥 지나치면서도 평생 가보기 힘들고 잘 알지도 못하는 키티호크-이곳의 명칭은 아마도 들어 보신 분들은 많을 겁니다. 미 해군 소속의 항공모함중에 우리나라에 자주 오는 키티호크가 바로 이 지역 이름입니다.-에 있는 킬데블힐스까지 간다고 계획을 세웠으니 박여사가 좋아할 리 없죠.
이제야 할 수 없이 가야만 하는 곳이 되었지만, 사실 저는 라이트 형제의 First in Flight는 저 자신도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된 그 옛날에 여러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성공시킨 그 불굴의 의지와 노력, 이런 것들은 아이들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 지 말입니다. 물론 제가 알기로 그곳에 가면 기념비만 있고 간단하게 박물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왔지요. 단지 그 기념비적인-사실 비행기라는 것이 제가 알기로 인류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발명품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도 우리는 배를 타고 미국으로 와야 하는 신세였을 테니까요.- 장소에 가서 서본다는 것, 그 자체가 감격스럽고 영광스런 일이지요. 작년 진도에 갔을 때 삼별초의 마지막 거점지역이었던 남도석성과 배중손장군 사당에 들렀을 때와 완도옆 장도에서 발굴중인 청해진유적지의 성 위에서 남해바다를 보며 느낀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동으로 동으로 달리기만 합니다. 어느 도시에도 들르지 않고...
온 가족이 같이 다니다 보니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일단 과속을 어느 정도 자제하고 달려야 하고, 또 우리가 1주일 만에 끝마치는 여행이 아니라 50일이라는 장기적인 여행을 해야 하므로 저 자신부터 체력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항상 예상보다는 1~2시간은 늦게 마련입니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서쪽은 역시 평지로만 되어 있습니다. 물론 남쪽 지방들 같이 사방이 지평선인 그런 탁 트인 곳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지가 많습니다. 주변 풍경이 우리나라의 남도를 여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들판이 황무지도 아니고 넓은 들판으로 이루어진 모습입니다.

8시간이상에 걸쳐 드디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왜 이렇게 늦었냐구요?
곳곳에 도로공사도 하고 중간에 아이들도 쉬게 해줄 겸해서 여러 번 쉬고 하다 보니까 늦었네요.

이제 킬데블힐스가 있는 곳에 거의 도착한 겁니다.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시간은 5시가 넘어 있었고 제가 조사한 자료에는 라이트 형제 사적지는 6시에 문을 닫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빨리 가서 보고 와야 하는 건지 내일 아침에 가서 천천히 봐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박여사와 상의후 일단 결론은 현장에 가서 판단하자였습니다.
한국에서 유적지 등에 입장할 때 보면 입장마감시간과 관람마감시간이 다를 경우가 있었고 이 동네가 해가 상당히 길어 아마도 7시까지 관람시간을 주지 않을까 판단했지요.
결국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건 불과 30분도 안 지나서였습니다.
왜냐구요? 미국은 우리와 달리 퇴근시간에는 철저하게 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나라이지요.
미처 그런 것까지는 파악이 되지 않은 우리였지요.
입구에 도착하면서 티켓 값을 내려고 하니까 앞으로 30분 후에는 문을 닫을 예정이니까 그냥 공짜로 들어가서 보라는 겁니다.
허걱! 공짜라니? 안 그래도 30분 보려고 돈 내고 들어가야 하나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지요.-사실 입장료는 그리 비싸지는 않습니다. 성인 1인당 3달러, 16세 이하는 무료구요.
일단 주어진 시간이 30분이니까 그동안 다 보려면 달리기 선수처럼, 자동차 경주 하는 것처럼 무조건 달려야 합니다.
생각보다 넓은 곳이거든요.
하긴 비행기를 띄운 곳이 작을 수야 없죠.
안으로 들어가니 가운데 언덕위로 높은 탑이 보입니다.
아! 저것이구나, 그 동안 텔레비전이나 사진으로 많이 보아온 라이트 형제 기념탑입니다.
탑 근방까지 차를 달려 세우고 언덕위로 빠른 속보로 올라갔습니다. 아이들과 박여사는 헉헉대면서 뛰어 올라 옵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어제 블루릿지 파크웨이에서 The Highest Point 까지 올라가서 온 사방을 훤히 내려다 봤지만 오늘 보는 것은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지요.
일단 높이는 기껏해야 해발 30미터 높이입니다만 바로 옆이 바다이니 30미터를 그냥 그대로 바로 위로 올라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도 바다가 보이고 이 근방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니까 산꼭대기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멋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하면 정말 시원합니다.

<라이트형제 기념탑>

이 곳 이름이 Kill Devil Hills입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정확한 유래는 제가 잘 모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악마도 죽일 정도로 바람이 센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좀 아전인수격인 해석인가요?
그렇지만 바람은 정말 셉니다. 언덕꼭대기에 서면 바람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라이트 형제가 이곳에서 비행기를 하늘로 띄웠겠지요. 아무렴 그때 비행기가 지금 같은 것은 아닐 것이고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테니까 말입니다.

일단 언덕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이 시원합니다. 전체적으로 탁 트인 사방이며 시원한 바람이며 그리고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그 옛날 비행기의 모습과 실제 비행기가 떴다가 착륙한 곳들이 표시되어 있는 표지석들도 보이구요.
기념탑도 웅장합니다. 돌로 된 기념탑의 높이가 18미터 정도 되거든요.
그 중간에 윌버 라이트(Wilbur Wright), 오빌 라이트(Orville Wright), 두 형제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글들이 사방에 새겨져 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꼭 가보고 싶었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었던 곳은 3곳입니다. 다른 건 일정을 바꾸거나 여정을 바꾸더라도 이 3곳은 결코 바꿀 생각이 없었지요.
먼저 플로리다 케이프 캐나베럴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였구요,
두 번째가 이곳 킬데블힐스에 있는 라이트 형제 사적지입니다. 이제 이 두 곳을 우리는 보게 된 겁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이제 한 곳 남았습니다. 그건 뉴욕에 있는 뉴욕자연사박물관입니다. 이 뉴욕 자연사박물관은 그 규모나 전시품목에서도 세계 제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대단하지만 무엇보다도 1920년대 중국 북경부근에서 발견된 북경원인(Peking Man)의 유골 모형이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죠. 이 유골은 원래는 중국에 있었는데 중일 전쟁후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갑자기 인류에게서 자취를 감춘 엄청난 보물입니다.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어 그것이 전쟁와중에 파괴가 되었는지, 아니면 개인인 누군가가 몰래 소장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죠. 다행히 분실되기 전에 모형을 만들어 그것을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보관하였는데 현재 그것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전 그것을 꼭 보기 위해 뉴욕 자연사박물관을 구경해야 하는 것이구요.
그래도 제가 가보고 싶고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곳 중 2곳은 이제 완결을 짓는 것이지요.

기념탑 앞에 서서 사진도 찍고 한참을 당시 어려웠던 환경하에서 고생하며 만든 비행기를 끌고 이 곳까지 온 형제들을 생각하다가 시간이 얼마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시 아이들과 뛰어 내려가 이번에는 당시 비행기 모형과 실제 비행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전시당으로 갑니다. 사진사의 그 당시 위치까지 재현해놓은 모습이 참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제 박물관과 비행 착륙지점만 남은 셈입니다. 10분 정도 남았는데 사실 박물관은 여기서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워싱턴D.C.에서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가면 이 곳보다 더 크고 더 많은 라이트 형제에 대한 자료가 널려 있으니까요. 그 생각으로 박물관은 생략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약간 떨어져있는 비행착륙지점 표지석들이 있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가서 보면 평지에 1차, 2차, 3차 비행 등 각각의 비행에 대한 비행거리와 비행시간들에 대한 설명이 있고 1차 비행시 착륙지점, 2차 비행시 착륙지점 등에 커다란 돌로 표시를 해놓았지요.
지금이야 한국에서 뉴욕까지도 한번에 날아올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1분간만 엔진에 의한 비행을 해도 대단한 것이었을 테니까 기념비적인 사건인 것입니다. 작년, 그러니까 2003년 12월 17일에 First in Flight 100주년 기념에 대한 대대적인 행사가 열렸었는데 그때 오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제한시간 30분 동안 볼만한 것은 다 봤습니다. 항상 있는 Store에는 갈 필요가 없지요. 마그넷 정도만 사면 되는 것이니까 밖에 나가면 더 싼 마그넷이 많이 있을 거구요.

다만 전망도 좋고 시원하기도 하여, 좀 더 머물며 천천히 산책도 하고 해야하는데 그런 것을 못하고 쫓겨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내일 다시 올까? 모텔을 이 근방에 잡으면 내일 다시 와서 6달러를 내고 들어가기로 박여사와 약속을 합니다. 박여사도 오기 전에는 이런 곳은 왜 올까 했지만 막상 와서 이름만 듣던 라이트 형제의 기념탑도 보고 언덕에도 올라가 보고 여러 가지를 보더니 생각이 바뀐 모양입니다.
확실히 다른 건 몰라도 여행에 관한 한 남편은 잘 만난 거지요. 어느 남편이 이런 곳까지 데리고 와서 세계최초의 First in Flight 기념탑을 보여줍니까? 그것도 한국에서부터 여기까지...

이제 모텔만 잡으면 오늘도 성공적인 날이 되는 거지요.
문제는 모텔입니다.
여기 킬데블힐스가 있는 키티호크지역(Kitty Hawk)은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모습입니다. 무슨 휴양지냐 하면 요트나 낚시 등으로 유명한 지역인 것 같습니다. 길거리가 온통 보트나 요트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인 그런 지역이지요.
그러다 보니 집을 렌트해 주는 곳은 많은 데 모텔과 같은 숙박시설은 몇 개 없더라구요. 그나마 그 모텔들은 토요일이라서인지 모두 차 있어 도저히 이 부근에서는 숙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차피 진행방향이 북쪽이니까 북쪽 버지니아 근방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 곳 키티호크가 전반적으로 경치는 상당히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잠잘 곳은 마땅치가 않습니다. 그것도 여름날 토요일이라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라이트 형제를 내일 다시 만나는 것은 포기해야 헸습니다.
결국 우리는 80마일 이상을 더 올라간 버지니아의 노포크(Norfolk)로 가야만 했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내일 가기로 한 노포크이기에 별 부담 없이 올라갔지만 시간은 거의 2시간 가까이가 지나가버리고 날은 어두워지고...아이들은 배도 많이 고픈 데다 하루 종일 차만 타서 그런지 고생이 되는 모양입니다.

노포크는 해군기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아마도 미 해군기지중에는 가장 큰 규모의 해군기지입니다.
우리의 계획은 내일 이 곳에서 해군기지주위를 크루즈하는 배를 타고 구경을 할 것이고 여기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전함 "위스콘신"을 탈 예정입니다. 또한 미 해군에서 만든 "NAUTICUS"와 해군박물관도 구경할 예정이구요.

노포크에서도 숙소잡기는 간단치 않았습니다.
결국 공항 근방의 그리 좋지도 않은 Days Inn에서 120달러나 되는 거금을 들여 겨우 밤 10시경에 투숙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