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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미국여행기 |
| 드디어 산을 만나다! 아틀란타(Atlanta) -> 블루릿지(Blue Ridge Parkway, North Carolina) -> 히코리(Hickory, North Carolina) |
| 23부 2004년 7월 16일 금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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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동거리 : 347마일(555 Km), 누적거리 : 3047마일(4875 Km)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합니다. 이 집 식구들은 어젯밤에 늦게 자고 새벽에 또 새벽기도를 갔다 오느라 늦잠입니다. 서로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석별의 정을 나누고는 이제 새로운 길로 나섭니다. 바로 노스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로 말입니다. 원래 식민지시대에는 캐롤라이나가 하나의 주였는데 18세기 초반 South와 North로 나누어졌습니다. 캐롤라이나란 이름은 17세기 영국왕 찰스(Charles) 1세의 라틴어인 'Carolus'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정을 잡을 때 아틀란타에서 노스 캐롤라이나의 동쪽 끝인 킬데블힐스-Kill Devil Hills, 라이트형제가 1903년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하늘로 날린 곳입니다. -까지 최단거리로 가면 하루면 갈 수 있는 데도 빠른 길로 가지 않고 노스 캐롤라이나의 서쪽 끝인 애팔래치아 산맥 방향으로 노선을 잡은 것은 바로 오늘 구경하고 지나갈 블루릿지 파크웨이(Blue Ridge Parkway)를 달려 보기 위함입니다. 이 곳은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하여 버지니아의 북쪽에서 끝나는 산악도로입니다. 높이도 1700m 이상의 산맥 속을 달리는 험한 도로인지라 저에게는 욕심도 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선이 아틀란타까지는 일반적인 노선이었다가 여기서부터 갑자기 노스 캐롤라이나를 서쪽 끝에서부터 동쪽 끝까지 횡단하게 된 겁니다. 일단 I-85 N을 타고 가다 365번, 또 23번 도로로 갈아타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여기서부터의 여정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코스입니다. 한참 지나서 보이는 바깥 풍경은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바로 강원도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아, 드디어 산을 보는 겁니다. 아니 우리나라에서 보던 산과 흡사한 모습의 산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사이로 작은 산골 마을들과 집들이 산기슭에 보이는 겁니다. 지금까지 약 3000마일 가까이 달렸는데도 보지 못한 산들을 오늘 무진장 보겠구나 생각하며 박여사와 아이들에게도 일러주었습니다. 박여사는 산악지방으로 간다는 말에 좀 꺼림칙해 합니다. 그래도 산이 좀 보이니까 살 것 같습니다. 그만큼 덥지는 않다는 말이니까요. 지금까지 잘 견뎌왔지요. 아이들이나 박여사나 모두들...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하지요. 이제 백인들만의 동네, 노스 캐롤라이나의 산골짜기로 들어섭니다. 주경계도 뭔가 어설프고 꼭 강원도 태백시 같은 모습을 한 도시들이 지나가구요. 그래도 아직 블루릿지가 나타나기에는 먼 거리입니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마을들은 백인들의 마을입니다만 그 백인들도 여기 산악지방에서는 잘 살지는 못하나 봅니다. 공업도시도 아니고 농업이나 임업, 광업과 같은 것을 주 생계수단으로 할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피곤함도 묻어나고요,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들이 타고 다니는 차에서도, 그들의 얼굴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 이 애팔래치아 산맥의 깊은 산중에서도 중국인의 끈기와 억척스러움을 보게 됩니다. 도저히 동양인이 있을 것 같지않은 이런 곳에 중국집(Chinese Restaurant)이 있는 겁니다. 우리는 기겁을 했죠. 여기까지 중국인이 있나? 대단한 종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억척스러움, 그 끈질김, 정말이지 그들은 미국내 어디에도 정착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역시 산악지대라서인지 도로사정도 그리 좋지는 않고 구불구불하고 좁고 전혀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할 수 없는 도로입니다. 너무 도는 것 같기도 해서 가면서 중간에 여정과 다른 도로로 바꾸며 블루릿지로 향했는데 여기서 몇 번의 길을 헤매기도 합니다. 순전히 감각으로만 운전하면서-이 지역은 도로명도 없는 경우가 많아 길을 찾는데 무척이나 고생했죠. - 겨우 블루릿지 파크웨이의 입구를 찾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나타나는 깎아지른 절벽들도 나타나며 새로운 미국의 비경도 보여주고-이 곳의 모습은 지리산 일주도로인 성삼재 가는 길과 비슷합니다. 올라가면서 보이는 절벽이나 산 아래 저 밑의 모습은 시원하고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제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죠.일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겨우 길을 찾아내어 미국 동부의 거대한 산맥인 애팔래치아 산맥의 한 지류, 블루릿지 산맥을 따라 만든 파크웨이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파크웨이는 산악도로입니다. 당연히 왕복 2차선의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이구요. 어떻게 보면 대관령 길과도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는 한라산에 있는 제1, 2 횡단도로와도 비슷하게 높은 산 정상부근을 길로 뚫어 놓은 곳입니다. 중간에 피스가산(Mt.Pisgah)도 나오고 여기 블루릿지 파크웨이에서는 가장 높다는 Highest point on Parkway-여기 높이는 6047피트입니다. 즉, 1800m입니다. -도 지나고 하면서 1700~1800m 대의 고지대로 계속 길이 나있는 것입니다. 길옆에 가끔 나타나는 표지판들이 하나같이 5500피트에서 6000피트 사이로 표시되어 있거든요. 결국 박여사의 불평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얼마 동안이나 이러고 가야 하는지 말입니다. 제가 대강 계산해보니까 이 파크웨이로 애쉬빌-Asheville, 노스캐롤라이나 서쪽 산악지대에서 가장 큰 도시-까지 약 2시간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속도가 평균 40마일도 채 안 나오니 그럴 수 밖에요. 그렇다고 가족들 태우고 여행 온 사람이 풍경도 안보면서 빨리 갈 수는 없지요. 계속되는 불평과 아이들도 귀가 멍멍하다, 심심하다 하는 불만들 속에 제가 항복했습니다. 그럼 1시간 정도만 더 가다가 큰 길로 빠져나가자 하고 말이죠. 제가 미국오기 전에 계획을 세울 때는 2시간 정도 가면 되는 걸로 생각했구요. 또 산악지방이라 변화무상한 길인 줄 알았는데 계속 구불구불하고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변화가 없는 구간인 겁니다. 저도 좀 식상했죠. 운전만 힘이 드는 것 같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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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릿지 파크웨이에서>
2시간도 채 안되어 결국 산 밑으로 난 큰 도로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운전도 수월해지기 시작합니다. 도로도 이제는 크고 널찍하고 191번 도로로 해서 I-40 E를 탔지요. 가다 보니 원래 예정했던 그린스버로(Greensboro)까지는 도저히 가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밤늦게는 이동하지 않을 생각이기에 하는 수 없이 애쉬빌과 그린스버로의 중간지점쯤 되는 곳에서 모텔을 잡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는 쿠폰북을 미리 구하지 못해 조금 고생했지요. Interstate가 아닌 곳에서의 주경게에서는 비지터 센터가 없더군요. 비지터 센터가 있어 쿠폰북을 구했으면 쉽게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가면서 미국사회의 특징인 도시가 나오기 전 간판으로 보이는 맥도널드 등의 패스트푸드음식점이 많은 곳으로 차를 몰아 가고는 어느 한 모텔을 잡았습니다. 65달러 정도에 말입니다. 대신 모텔프론트에서 하는 얘기가 자기들 모텔은 Continental Breakfast라는 점과 방이 좋다는 말을 해줍니다. 참, 게다가 오늘이 금요일입니다. 우리에게는 행운이지요. 그나마 쉽게, 그리고 아직은 해가 지기 전이니까요. 이곳이 바로 히코리(Hickory)였습니다. 꼭 일본 지명 같은 이름이었지만 미국의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도시 이름입니다. 모텔은 우리가 지금까지 잤던 것중 가장 좋은 모텔이었습니다. 예상치도 못하게 상당히 고급스럽고 깔끔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여유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항상 그렇듯 역시 오늘도 저녁은 방에서 해먹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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