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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     사배나(Savannah, Georgia) -> 아틀란타(Atlanta, Georgia) 20부 2004년 7월 13일 화요일 오늘 이동거리 : 290마일(464 Km), 누적거리 : 2680마일(4288 Km) 어제 예기치 않았던 사배나의 모습은 교육이나 환경만 괜찮다면 살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뭐 그렇다고 실제로 살기에 어떤지는 좀 더 연구해봐야겠지요. 겉 모습은 그렇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도 오전에 사배나를 좀 더 보고 아틀란타(Atlanta)로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오랜만에 미국에 사는 사람의 집으로 가는 날입니다. 휴스턴을 떠난 지는 벌써 열흘도 넘었구요. 원래는 내일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지만 중간에 우리가 일정을 바꾸는 바람에 하루 일찍 들어 가게 된 겁니다. 일단 사배나의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를 먼저 들렀습니다. 지도를 구하기 위해서... 사배나는 이 비지터 센터부터가 장난이 아닙니다. 멀쩡한 멋진 건물이 아니고 예전에 기차역인 사배나역을 수리하고 개조하여 만든 곳입니다. 그리고 비지터 센터와 함께 그 안에다 사배나 역사박물관(Savannah History Museum)을 같이 두고 있지요. 박물관이 무료였으면 들어 가려고 했는데 돈을 받더라구요. 그래서 간단하게 비지터 센터만 구경했습니다.              <사배나의 비지터 센터 앞>                                   <사배나 선박박물관> 옛날 기차역을 개조해서인지 사방 벽과 천장이 모두 나무로 되어 있습니다. 통나무집과 같이... 천장은 2층 이상의 높이인데도 단층으로 처리되어 있구요. 그 외에도 여기가 조지아주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인지 선물가게에는 드디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의 인형들이나 사진, 그림들이 눈에 보입니다. 그 영화의 멋진 장면들을 인형으로 만든 것들도 있구요. 이제야 전혀 다른 주로 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하나의 주가 웬만한 나라 크기이고 경제규모도 그러한 나라이지만 주경계가 특별하지도 않고 해서 잘 못 느꼈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지금까지의 주들과 달리 독특한 무언가가 있는 겁니다. 그래도 그냥 이 도시를 떠나기에는 아쉽기도 해서 속는 셈치고 선박박물관을 가기로 했죠. 사배나 선박박물관(Ship of Sea Maritime Museum)은 옛날 이 지역에 살던 최초의 대서양횡단 증기기관선의 소유주인 Scarbrough의 저택이었던 것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만든 겁니다. 물론 유료입니다. 그러나 이 선박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들어 가면 박물관에 소장되어 전시된 각종 선박들의 모형 등 전시물들에 놀라게 됩니다. 많기도 하지만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고, 또한 개인집을 이용해서인지 자연채광이나 조명들을 잘 이용한 모습입니다. 앞에서도 얘기한 최초의 증기기관선 "사배나", 최초의 원자력상선 "사배나", 각종 군함들과 타이타닉 모형까지도 선박모형은 그야말로 엄청 많았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집에 이렇게 배치하여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놓았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바깥에 있는 정원도 아담하더군요. 이제 옛 영화와 명성에 의지해 살고 있는 사배나, 사실 관광지로서는 그리 볼 것이 많거나 좋은 편은 아닙니다. 사실 볼 것 구경할 것으로 따지면 얼마나 볼게 없으면 공동묘지가 이 사배나에서는 인기 있는 관광상품으로 나와있겠습니까? 그러나 특별히 '아, 이것이다'라는 건 없어도 그냥 가만히 거리를 걷고 조용한 도시를 원하며 산책을 좋아하는 그런 분들에게는 아주 좋은 곳이라는 느낌입니다. 도시자체가 그냥 볼거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아틀란타로 갑니다. 아마 예전 남부연합의 중심지중 하나이며 미국 현대사에서 흑백차별과 관련해서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 중에 하나인 곳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소설의 주무대이고 그 소설을 쓴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의 고향이며 유명한 흑인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Martin Luther King Jr.)목사의 고향이고 또 하나 조지아가 탄생시킨 인권운동가이며 평화주의자인 지미카터(Jimmy Carter) 전대통령의 카터센터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국사람도 3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는 가장 큰 도시입니다. 그리고 아틀란타 인구의 60%가량이 흑인이라고 합니다. 즉 흑인의 도시입니다. 사실 미국 남부의 주요 도시들은 거의 다 흑인들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흑인을 보기가 쉽지 않지요. 그 이유는 흑인들은 대도시의 다운타운에 몰려 산다는 겁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인구의 10%정도 되는 흑인이지만 그들은 한 곳, 특히 대도시에 모여 살아 대도시에서의 인구비율은 급증한다는 것이지요. 대신 백인들은 도시 외곽이나 위성도시들로 빠져 나가므로 흑인들의 비율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것에서도 미국사회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네요. 이제 그 곳으로 갑니다. I-16 W를 타고 계속 가면 중간에 메이콘(Macon)이 나옵니다. 여기서 다시 I-75 N를 타고 가면 바로 아틀란타가 나오지요. 드디어 제가 운전에 약간 지친 모양입니다. 3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메이콘까지 가는 I-16도 그리 변화는 없고 해서인지, 아니면 그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차를 몰던지 걷던지 해서인지 드디어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합니다. 쉬었다가 한숨 자고 가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계속 갈지 고민하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더라구요. 이제 박여사가 운전하기로 했지요. 아틀란타에서 기다리는 분들도 있고 해서 저녁 전에는 도착해야 하기에 결국 운전대를 넘겨주었습니다. 플로리다에서 잠깐 운전 해보기는 했어도 Interstate에서는 처음인 박여사는 아니나 다를까 제가 보기엔 생초보와 같이 운전을 하는 겁니다. 뭐 사실은 옆에서 보는 제 마음에 안 들게 운전한 것이지만... 뭐라고 잔소리를 하다 저도 잠이 들고 맙니다. 75마일로 달려도 되는 도로에서 60마일로 달리니 제가 뭐라고 계속 그랬죠. 속도 좀 올리라고... 갑자기 깨우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보니 제가 2시간쯤 잤다고 합니다. 100마일 이상을 박여사 단독으로 달려 온 거지요. 박여사 말로는 메이콘에 거의 다 왔다고 합니다. 단, 문제가 생겼다는 군요. 어쩐지 잘 자는 사람 깨우는 게 이상하다 했더니, 그냥 아틀란타까지 가면 되는데...참 이럴 때 저도 쉬어야 하는데 결국 다시 운전대를 잡게 만드는 군요. 문제는 엔진오일 경고등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어, 정말 엔진오일 교체하라는 등이 있고 그 경고등에 빨간 불이 들어 왔네요. 아니, 이런 게 있었나? 한국에서는 이런 거 없었는데. 차가 좋은 건지 별별 것들이 다 있네요. 경고등이야 들어 왔다고 해도 엔진오일 어디 한두번 교체해봤어? 뭐 별 걱정을 다하네 하면서 아틀란타까지 그냥 가기로 했지요. 일단 엔진오일이 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사실 한국에서도 10000Km 달리고 나서야 바꾸고 했는데 문제는 없지요. 단, 오일이 새면 그건 문제입니다. 새기 시작하면 바로 수리해야 할 겁니다. 우리 차는 멀쩡하고 해서. 아틀란타까지는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혹시 고속도로에서 카센터가 있으면 교체하던지 하는 생각으로 제가 다시 운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계기판의 한쪽구석에 빨간 불이 켜져 있으니까 저도 괜히 불안해집니다. 운전하면서 신경도 많이 쓰이구요. 이제 아틀란타까지 100마일도 채 안 남았습니다. 이제부터는 I-75 N으로 올라가면 되지요. 아틀란타에 진입하면서 보니까 대도시다운 면모를 보이더군요. I-75와 I-85가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언덕길도 나타나고 갑자기 대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보입니다. 차도 굉장히 많이 나타나지요. 우린 아직 시간이 4시 정도라서 한 가지라도 보고 가기로 했죠. 여러 가지 중에 제가 가장 가고 싶어했던 "마틴 루터 킹 역사지구"(Martin Luther King Jr. National Historical Site)를 가기로 했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마틴 루터 킹"은 아마도 미국에서는 신성시 되는 존재인 듯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다닌 남부의 도시들에서 이 Martin Luther King Jr.라는 이름의 도로를 수도 없이 본 까닭도 있구요. Boulevard, Street, Avenue, Road 등등 각종 도로들마다 이 킹 목사의 이름이 들어간 곳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더욱이 킹 목사가 비폭력의 상징인 인도의 간디를 가장 존경했다고 하는데 그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생전에 킹 목사는 인권을 부르짖으면서도 항상 비폭력을 주장하기도 했구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킹 목사나 마하트마 간디나 모두 암살당했다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킹 목사 역사지구는 아틀란타에서도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미국학생들의 견학코스이기도 하지요. 우리로 말하면 이순신장군의 현충사나 안중근의사와 같은 인물의 생가, 기념관등과 같다고 하면 맞지 않나 싶네요. 그런 킹 목사가 태어나고 자라고 죽을 때까지 살았던, 그리고 그가 다니고 연설했던 교회 등이 모여 있고 그 지역 자체를 국립공원과 같은 "국립역사지구"로 미국정부에서 지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보존하고 있구요. 미국에는 이런 국립역사지구가 몇 군데 있습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 "에디슨"도 생가와 연구실 등이 뉴저지에 국립역사지구로 되어 있구요... "링컨대통령"도 켄터키에 그의 생가 등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상당히 많은 수의 미국역사적으로 유명하거나 영향을 미친 인물들, 사건들, 단체등에 대해서는 "National Historical Site" 등으로 지정하여 우리의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같은 NPS(National Park Service)에서 보존,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저와 박여사는 킹 목사가 어떤 인물이고 어떻게 죽었는지 정도는 알지만 아이들은 전혀 모르니까요. 킹 역사지구로 가는 길은 다운타운을 거쳐 갑니다. 흑인거주지역으로 지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집들과 뭔가 좀 긴장이 되는 그런 동네분위기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상당히 조용하고 한적하면서도 을씨년스러운 그런 동네입니다. 그러나 이 동네가 단 하나 좋은 점은 꽤 높은 언덕 위에 있어 아틀란타의 도시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이지요.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와 아틀란타의 또다른 일면을 보여줍니다. 빈민가-글쎄요, 이 동네가 빈민가는 아니지만 하층민들이 사는 것은 맞을 겁니다.-와 거기서 보이는 부의 상징인 고층빌딩들,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빈부의 차이가 한꺼번에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장면입니다. 일단, 주차장은 무료네요. 다른 것도 무료라야 되는데... 주차장은 아마도 기존의 건물들이나 집들을 헐어내고 만든 것 같습니다. 거기서 킹 비지터 센터까지는 그리 멀지는 않지만 잘 가꾸어져 있지요. 킹 역사지구라고 해도 그것이 국립공원들 같이 크지는 않습니다. 한 두 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지요. 단체로 견학 오는 학생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흑인이 주로 많지만 백인 학생들이나 백인들도 많이 보입니다. 킹 비지터 센터 입구에는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센터 안은 정말이지 킹 목사의 일생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킹 목사의 동상들도 있고 장애인과 흑인들, 가난한 백인들이 어울려 행진하는 동상도 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생전의 킹 목사의 연설들을 여러 대의 스크린에서 계속 보여줍니다. 그 중 한대는 킹 목사의 마지막 모습, 즉 장례식 모습도 보여주고요. 이 안에 들어 오면 저절로 경건해지더군요. 마치 우리가 어느 산사에 가서 대웅전의 부처님을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그런 마음가짐 말입니다. <킹 센터 입구에 있는 기념비>          <킹 목사의 생가>   <킹 목사의 Ebenezer Baptist Church> 아이들에게 킹 목사가 어떤 인물이고 어떻게 죽었고 하면서 애기도 해 주었지요. 1955년에 앨라배마주의 몽고메리에서 시내버스의 흑인 차별대우에 반대하여 5만의 흑인 시민이 벌인,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투쟁'을 지도하며 흑인민권운동의 구심점역할로 올라선 이후 1968년 테네시주의 멤피스에서 흑인청소부 파업을 지도하다가 암살을 당하기까지 그의 전 생애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일단 킹 목사는 가난한 집 출생은 아니더군요. 흑인으로는 부유한 가정인 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기독교의 영향을 어릴 때부터 많이 받아왔고 그래서 본인도 목사가 되었구요. 제가 특히 이 곳이 마음에 드는 점은 물론 킹 목사의 일대기와 갖가지 그의 인생을 볼 수 있기도 했지만 그동안 여행한 수많은 곳들이 정부기관까지도 포함하여 어느 곳 하나 상업주의 에 물들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이곳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그넷도 하나 없고 가게가 있긴 했지만 킹 목사의 연설문이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나 책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즉, 장사에는 무관하다는 것이지요. 이제 킹 목사의 생가로 갔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생가는 한산한 거리에 맞닿아 있더군요. 가는 길에 소방박물관(Fire Museum)도 있구요. 헌데 생가를 들어 가야 하는데 티켓을 요구합니다. 어, 여기는 모두 공짜인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티켓은 킹 센터 프론트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하는 수 없이 밖에서 설명하는 것만 듣고 돌아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티켓을 받아 15명씩 단체로 가이드가 생가투어를 시키는 거랍니다. 그것까지야 제가 몰랐으니. 다시 이번에는 킹센터로 향합니다. 여기 킹센터 앞에 연못이 있고 그 속에 킹 목사의 무덤이 있습니다. 수중릉은 아니지만 연못 가운데에 돌무덤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과 같이 세계 곳곳으로 흘러가 모든 인류가 한데 어우러져 살 수 있게 하도록 배려한 건지... 마지막으로 그가 다니고 연설하고 그의 마지막 장례식이 거행된,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총을 맞아 사망한 Ebenezer Baptist Church를 보러 갑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면서도 옛날 모습을 간직하고 있더군요. 이 교회는 1910년대 ~ 192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제는 에어컨도 있지만, 지금은 교회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구요, 이 교회는 바로 근방에 커다랗게 다시 새롭게 만들어서 근사한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킹 비지터센터안에 있는 행진하는 조각상>                           <킹목사의 무덤> 이제 우리도 집으로 갑니다. 모텔이 아닌 주택으로 말입니다. 박여사의 사촌여동생이자 아이들 이모네로 말입니다. 이 집을 찾아 가는데 길을 잘못 들었지요. 나가야 하는 exit로 나가기는 했는데 그 곳에 직진과 우회전의 두 갈림길이 나옵니다. 여기서 다시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불구하고 잘못 길을 들어 직진차선에 들어섰습니다. 할 수 없이 직진을 했다가 U턴을 해서 다시 오기로 하고 가다 보니 오른쪽 골목길 이름이 우리가 가려는 길 이름과 같습니다. 저는 바로 그 길로 빠졌지요. 결국 원하던 길이더군요. 예정시간과 거의 맞춰서 "딩동"하고 들어 갔습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주택입니다. 모텔과는 달리 깨끗하고, 또 한국음식도 제대로 된 걸 먹을 수 있고... 이제 3일간을 여기서 묵을 겁니다. <마틴 루터 킹 역사지구 앞에서 바라본 아틀란타의 스카이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