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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어쩌다 발견한 보석, 사배나(Savannah)!     데이토나 비치(Daytona Beach, Florida) -> 사배나(Savannah, Georgia) 19부 2004년 7월 12일 월요일 오늘 이동거리 : 300마일(480 Km), 누적거리 : 2390마일(3824 Km) 데이토나 비치는 30마일이 넘는 긴 해수욕장으로 유명합니다. 미국의 젊고 부유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비치라고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데이토나가 인기있는 것은 아마도 2가지 이유일 겁니다. 첫째는 비치로 차를 끌고 들어가 해변가를 질주할 수 있다는 겁니다. 모래사장에서 달리는 기분은 아마도 해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겁니다. 우리가족도 예전 개발되기전 신두리에서 해봤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둘째는 데이토나에 미국내에서도 유명한 카레이스 경주장, 즉 Daytona International Speedway가 있습니다. 오늘 이 2가지가 우리의 1차 목표입니다. 아침식사를 하자마자 어제 제대로 놀지 못한 비치로 나갔습니다. 아직 아침이라 사람들도 많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어울려 기분 좋게 해수욕을 했지요. 플로리다에서의 마지막 날이고 플로리다에서의 마지막 수영이니까요.                           <한적하고 끝없이 펼쳐진 붉은 색의 데이토나 비치의 모습> 해수욕 후에도 아쉬운 생각들이 있었는지 아이들이 모텔수영장에서 수영을 더 합니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지요. 아이들에게도 나중에 너희가 커서 너희 아이들 데리고 와서는 지금보다 더 긴 시간을 머물면서 수영도 하라고 얘기해주고는 차에 탔습니다. 비치로 차를 몰고 가야 하는데 이것도 돈을 받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건 아니지만 돈을 받기에 우리는 포기했습니다. 하기야 신두리에서 실컷 달려봤는데 여기까지 와서 돈 내면서 달릴 필요야 없지요. 안 해봤다면 해보고 싶었겠지만 우리는 경험자이기에 포기했습니다. 대신 데이토나 시내 전체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A1A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서 본 데이토나 시내는 길이가 긴 모습을 하고 있구요, 한없이 긴 모습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약 30마일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띄엄띄엄 아파트나 호텔, 모텔들이 서 있구요, 물론 그 바로 앞이 해변입니다. 한동안 시내를 드라이브하면서 돌아보고는 우리의 오늘의 목적지인 조지아주의 사배나(Savannah)를 향해 I-95 N를 탔습니다. 중간에 데이토나 스피드웨이 (Daytona International Speedway)로 빠지는 exit가 나오고 커다랗게 표지판도 보입니다. 그래, 저거라도 보고 가자. 데이토나 스피드웨이는 나스카-미국최대의 자동차경주대회를 주관하는 자동차경주협회입니다. 나스카대회는 실제로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들을 가지고 경주를 하기 때문에 경주전용 차량으로 경주를 하는 F1, F2, F3 등과는 다른 경주이구요, 미국인들에게는 최고의 인기를 끄는 자동차경주대회입니다. -경주대회중에서도 가장 이름있고 유명하고 인기가 좋은 "데이토나 500"(Daytona 500)의 경주장입니다. 우리는 그 경주장을 보러 그 exit로 빠져 나갔습니다. 가는 길에 우측으로 뭔가 작은 경주장이 나옵니다. 아니, 무슨 자동차경주장이 왜 이렇게 작나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헌데 자세히 보니까 그건 자동차경주장은 아니더군요. 그래도 경주장은 맞습니다. 바로 개경주장입니다. 하, Dog Racing경주장인 겁니다. 그 옆으로 지나는 순간 바로 뒤로 뭔가 거대한 경기장이 보입니다. 관중석 스탠드의 높이는 월드컵경기장 스탠드 이상으로 보이는 경기장입니다. 길이는 끝도 안 보일 만큼 깁니다. 아, 이게 바로 데이토나 자동차경주장이구나...금방 알 수 있습니다. 워낙 커서... 사실 우리는 용인에 있는 자동차경주장만 보았던 터라 이 곳을 보면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관중도 10만명 이상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구요..정확히는 모르지만... 일단 우리는 잠깐이나마 내부 전경도 보고 사진도 찍을 겸해서 중간쯤 경주장속이 들여다 보이는 곳에 주차를 했죠. 다가가니까 경비원인 듯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며 표를 사서 정식 투어를 하라는 겁니다. 아이구, 우리는 사진 한 장만 찍으면 되는데... 결국 우리는 표를 사는 건 포기하고 아이들 일기에 붙일 팜플릿이나 구하러 그 건물로 갔습니다. 역시 투어는 비싸더군요. 대신 3D IMAX영화도 같이 볼 수 있습니다. 뭐 당연히 자동차 경주에 대한 것이지요. 그것도 데이토나 500과 같은 인기있는 것을 대상으로 하겠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들고 바깥으로 나가 밖에서나마 경주장 안이 들여다 보이는 곳을 찾았습니다. 모두 철조망으로 가려져 있어 내부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경주장 전경이 보이는 곳에서 사진도 찍었구요.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조지아주를 향해 I-95를 타고 북쪽으로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플로리다에서만 벌써 8일째입니다. 그동안 정도 들었던 플로리다였는데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오게 될지...아득하네요. 츨로리다에서 암표도 사고 모텔도 싸게 잡았고 의외로 여러 가지를 싸게 해결했는데...                                            <데이토나 스피드웨이에서..> 지금부터는 북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서 가야 합니다. I-95는 우리가 오랜만에 타는 고속도로입니다. 한동안 타고 왔던 I-10과 몇 시간이지만 탔던 I-75와는 다른 도로입니다. 미국의 Interstate중에는 가장 동쪽에 있는 고속도로입니다. 계속 가면 뉴욕을 지나서 보스톤으로 해서 메인주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플로리다의 남쪽 끝인 마이애미에서부터... 이제는 우리도 모텔잡고 밥해먹고 하는 것은 이골이 난 상태이지요. 박여사는 집에서 하는것과 마찬가지로 밥하는 것도 능숙해졌고, 모텔에 도착하면 어느 가방을 차에서 꺼내고 어떤 조리기구를 꺼내고 음식을 꺼내는지도 기계적으로 움직입니다. 하긴 휴스턴 출발하고서는 벌써 10일째입니다. 조지아주 경계를 넘기 전에는 조지아는 지금까지와는 다를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남부동맹의 맹주였고 주도(State Capitol)인 아틀란타(Atlanta)는 대도시이고 하니 조지아는 그리 시골 풍경을 가지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지요. 플로리다의 마지막 큰 도시인 잭슨빌-Jacksonville, 생각보다는 꽤 큰 도시입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도 멋있구요.-을 지나자 얼마 안가 조지아주 경계가 나옵니다. 지나자마자 역시나 우리는 비지터센터(Visitor Center)에 들러 필요한 지도와 쿠폰북, 자료들을 구했지요. 다시 달리기 시작했는데 여기도 다른 주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아, 조금은 다르네요. 다른 주는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양 옆이 늪이거나 숲이었는데 -텍사스는 초원이 많았구요.-여기는 진짜 황무지 풀밭입니다. 사막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 황무지, 그것도 역시 평지입니다. 끝없는 평지들, 이제 산을 보면 더 이상할 것 같군요. 얼마를 왔는데 아직도 산을 보지 못했으니가 말입니다. 이번 미국여행 와서 아직껏 산이라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본 적이 없거든요.      <조지아주 비지터센터에서> 잭슨빌에서 약 3시간을 더 달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사배나에 도착했습니다. 사배나(Savannah)는 19세기 도시입니다. 그리고 식민지시대에는 조지아주의 주도가 아틀란타가 아닌 이 곳, 사배나에 있었구요. 아직도 옛날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그런 도시입니다. 또한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의 주요 공급기지로 있어 북군이 전략적으로 이 사배나를 공격했지요. 결국 함락되기도 했구요, 즉 전쟁터였던 곳이지요. 덕분에 많이 파괴되었지만 다시 복원하고 해서 지금과 같은 상태로 된 곳입니다. 또 하나 사배나가 유명한 건 세계최초의 대서양 횡단에 나선 증기기관선의 이름도 바로 "사배나"이구요, 여기서 출항하여 영국의 리버풀까지 갔습니다. 또 세계 최초의 원자력 상선도 "사배나"이구요. 사배나라는 이름의 배가 많습니다. 전함 등에도 많이 쓰이고...남북전쟁에서 침몰한 사배나호도 있습니다. 이 사배나에서는 모텔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외곽에서 자도 되지만 여기에 온 목적이 시내구경이라 내일 오전까지 시내구경을 하려면 모텔을 시내에 잡아야 하고, 그러자니 모텔들이 비싸고...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 포기하기엔 아직 우리는 젊지요. 쿠폰북에서 딱 하나 가격이 괜찮은 모텔을 시내에서 찾았습니다. 박여사가 말입니다. 헌데 지도상으로는 그곳은 시내 한복판에서는 약간 떨어진 곳입니다. 일단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고 해가 지기에는 한참 있어야 하기에 시내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중간중간에 Quality Inn이나 Days Inn이 보이긴 했지만 겉 모습만으로도 80달러는 넘어 보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50달러 미만이라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결국 박여사가 체크해놓은 그 모텔로 갔습니다. 생각보다는 시내 바로 옆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걸어 다닐 곳은 아니구요. 미국에서 바로 옆은 차로 이동해서 5분 내지는 10분 거리라는 얘기이지요. 조금은 쓰러져 가는 듯한 모습이었고 주위 환경도 좋아 보이지 않고, 근처에 버스터미널도 있습니다. -미국에 대한 얘기로 버스터미널은 좋은 곳이 아니랍니다. 보통은 차를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버스터미널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경우는 배낭여행자가 아니면 빈민층이라는 거죠. 그래서 범죄도 많이 발생하고.- 근처의 다른 깨끗한 모텔이 있었지만 그건 우리에겐 너무 비싸구요. 할 수 없이 허름하고 쓰러져가는 분위기의 그 모텔에 들어 갔습니다. 이건 프론트부터가 문을 잠그고 있더군요. 유리창으로 얼굴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 들여보내는데 겁도 납니다. 아니 얼마나 범죄가 판을 치면 이 정도일까? 일단 들어가서 쿠폰북을 보여주고 얘기를 하니까 얘기는 술술 풀립니다. 주인인 듯한 흑인 아저씨가 45달러 선에 맞춰주기로 한 거죠. 일단 가격은 맞았는데 방은 형편없습니다. 지금까지 묵었던 모텔에 비하면 이건 여인숙 수준입니다. 방에서 냄새도 나고 벽지들이 찢어져 있기도 하고 화장실도 칠이 벗겨지고... 그래도 우리는 여기 묵기로 했습니다. 일단 시내도 가깝고 하루만 자고 나면 끝이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오늘은 저녁도 밖에서 해결하기로 했구요. 일단 짐을 풀고는 그 흑인아저씨한테 물어봤죠. 이 동네에 가장 가까운 슈퍼가 어디인지 말입니다. 슈퍼에 가면 조리되어 있는 음식들도 있고 샌드위치도 파니까 우리는 우유와 그런 것들을 사서 저녁을 해결할 생각인 겁니다. 가까운 곳에 크로거-Kroger. 남부지방에서 많이 보는 푸드마트의 하나입니다.-가 있다고 자세히 가는 방법까지 알려주더군요. 이제 크로거를 찾아 나섰습니다. 가다가 보니까 이 흑인아저씨, 겉보기보다는 자세하고 정확하더군요. 몇번째 신호등에서 어떻게 가고 하면서 가르쳐 주었는데 정확합니다. 하나도 틀림없이 말입니다. 가면서 보니까 이 사배나라는 도시는 굉장한 도시입니다.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지만 18 ~19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거리 모습이나 집들의 모습까지도 옛날 모습 거의 그대로입니다. 정말이지 과거로 온 것 같은 분위기며 가로수들도 처음 보는 것들인데 어찌나 오래된 것들인지 거리가 온통 나무터널을 이루고 있습니다. 수양버들도 아니고 가지들이 늘어지는 나무들인데 독특합니다. 교회도 그렇고 온통 19세기 남북전쟁 당시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현재까지 살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건지... 영화촬영소에 온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약간은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역시 크로거도 그 분위기입니다. 다른 곳에서 본 크로거는 현대식 단층 건물이었는데 여기는 이것도 붉은 벽돌로 학교와 같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꼭 하바드대학과 비슷한 모습으로 크게 만들어진 겁니다. 우리는 샌드위치와 우유 등을 사가지고 공원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공원들도 시내 복판에 아담하고 그늘이 많도록 꾸며져 있구요. 기본적으로 도시가 숲속에 있다는 느낌입니다. 헌데 도심에 있는 이 작은 공원들을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차안에서는 전혀 모르던 사실인데 완전히 모기 천국입니다. 모기가 떼로 있는 겁니다. 공연히 먹을 걸 풀었다가 냄새를 맡고 왔는지 모기떼에 쫓겨 다시 차안으로 도망쳐 갔지요. 그 사이에 차안에도 몇 마리가 들어오고, 쫓아내느라 고생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차를 몰고 강가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리버 스트리트(River Street)! 이 리버 스트리트는 사배나강(Savannah River)를 끼고 있는 거리입니다. 운 좋게 무료 주차를 하게 된 우리는 그 거리를 보고는 이 도시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가에 있는 거리는 돌바닥으로 되어 있고 옆으로 늘어선 거리는 고색창연한 옛날식의 건물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겁니다. 마침 시간도 해질녘이 되어 일몰의 빨간 모습까지도 강에 비춰지면서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리버스트리트에서의 저녁 노을>                  <리버스트리트의 도로는 돌바닥입니다.> 이 거리에서 우리는 샌드위치도 먹고 항상 거리에 있는 악사의 연주나 서커스 등도 보고, 거리 곳곳에 산재해 있는 식당이나 노천 까페도 구경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냥 역사적인 도시로 생각하고 찾았던 도시가 금덩어리로 변해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우리에게는 유익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준 도시입니다. 사실 여기 온 것은 사배나가 주목적이 아니고 남북전쟁 당시의 격전지인 Tybee Island와 Fort Pulaski를 보러 온 것이거든요. 막상 도착한 시간이 저녁때가 다 되어 동쪽 끝에 있는 섬으로는 가지 못하고 그냥 이 사배나에 머무르기로 했는데 의외의 수확을 거둔 것이지요. 오늘은 정말이지 이번 미국여행에서 전혀 계획과 무관하게 소박하면서도 푸근한 도시를 만난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