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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아직도 6주가 넘게 남았습니다.     휴스턴(Houston) 9부 2004년 7월 2일 금요일 오늘 이동거리 : 30마일(48 Km), 누적거리 : 680마일(1088 Km) 계획으로는 오늘 미국 프로야구를 보러 가는 날입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경기를 말입니다. 생각보다 야구장 입장료가 비싸더군요. 제일 싼 곳은 내야의 제일 꼭대기 구석인데 약 5달러 정도 하구요. 그래도 제대로 보려면 30달러 이상은 줘야 그나마 볼만하다네요. 비싼 곳은 50달러 정도구요. 싸구려 표는 구하기도 어렵고 해서 결국은 야구구경을 포기했습니다. 진짜 비쌉니다. 한국에서 프로야구 인천문학구장에서 삼성경기를 볼 때는 내야 1, 3루 측에서 봐도 5000원 ~ 7000원정도 했는데 그런 곳은 3만원이 넘으니...야구는 나중에 뉴욕에 가서 뉴욕양키스 경기나 볼까...하긴 그게 진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니까... 오늘로 벌써 상우네에서의 숙박이 마지막이네요.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갑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6주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길게 계획 세워 오길 잘 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일반적으로 오는 방식으로 오면 벌써 1주 가까이 지나 집에 돌아갈 날이 기껏해야 1 ~ 2주 정도밖에 안 남잖아요. 사실 능력만 되고 시간 있고 돈 있으면 여행은 장기로 오는 게 좋겠지요. 그래야 구경을 하던, 놀던 제대로 할 거 아닙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우리는 그래도 참 복받은 가족인 것 같습니다. 뭐 남들은 가기 싫어 안 가나요? 이런 저런 이유로, 또는 실제로 여유가 없어서 안 가는데 우리 가족들은 아빠 하나는 잘 만난 것 같습니다. 아는지, 모르는지...아빠가 못 간다고 하면 이렇게 못 오는데 아빠가 어떡하든지 가려고 하니 본인들이야 좋은 거죠. 아무튼 여유를 갖고 오늘 할 일을 생각하기로 했죠. 원래부터 우리는 휴스턴에서의 계획은 별도로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휴스턴에 머무는 중에 오스틴, 샌안토니오를 가는 것만 계획으로 잡았구요. 그 나머지는 휴식을 취하거나 이제 곧 떠날 여행준비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지요. 그러다 하루 더 머물게 된 겁니다. 대신 다른 곳에서 하루를 줄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더 머물렀죠. 박여사가 처음 찾은 오빠네에서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어했고 아이들도 외사촌형, 오빠들과 더 놀고 싶어했구요. 그리고 제가 하루 약간 무리하면서 운전하면 되니까 쉽게 계획을 변경한 겁니다. 이제 오늘의 할 일을 생각해야죠. 집에 있을 때 박여사는 아이들에게 매일 "오늘의 할 일"을 적어주고는 스스로 체크해가면서 그날 그날의 할 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게 해주던데 문득 그 일이 생각납니다. 이제 미국에서의 "오늘의 할 일"입니다. 간단합니다. 3가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시내에 있는 Children’s Museum을 보기로 했습니다. 둘째, 며칠 전 제대로 보지 못한 쌀학교를 보기로 했습니다. 예? 아, 쌀학교...Rice Uiversity입니다. 셋째, 수영을 하는 겁니다. 또 수영이냐구요? 할 수 없지요, 애들한테 이기는 부모 있나요? 간단하죠? 이렇게 3가지만 오늘 하기로 하고 시내로 갔습니다. 이름하야 "어린이박물관".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어른들은? 글쎄요, 가봐야 알 겁니다. 왜냐하면 어떤 곳은 Children’s Museum을 제대로 만들어 운영하지만 어떤 곳은 대강 만들어 대강 운영하는 곳도 있거든요. 사실 저는 그냥 수영이나 하면서 쉬고 싶었거든요. 앞으로 가야 할 박물관이 한두 군데도 아니고 그것들도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큰 박물관들인데 어린이박물관 같은 곳을 가야할까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공짜도 아닌데...하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같이 갔습니다. 혼자 남아서는 아무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시내 한복판에 있었는데 크기도 어린이박물관 치고는 꽤 크고 아이들이 좋아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알차게 만들어 놓아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해놓았지요. 여기는 말이 박물관, Museum이지 실제로는 아이들이 무엇이든지 해볼 수 있고 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슈퍼마켓과 같이 카운터며 진열장이며 장을 보는 바구니까지 구비하여-물론 실제 물건들과 비슷하게 모조품도 만들어 놓고- 야채며 과일, 고기, 갖가지 물건들을 실제로 사기도 하고, 또 계산하는 Cleck이 되어보기도 하구요. 그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체로 아이들이 실제와 비슷한 경험이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지요. 비누 거품을 만들어 내는 장치 속으로 들어가서 비누거품을 직접 만들어 자기 몸을 감싼다든지 하면서 말입니다. 다시 Rice로 갔습니다. 정말이지 왜 Rice인지 궁금합니다. 창립자인 William Marsh Rice의 이름을 따서 Rice로 한 것 같은 데 Rice라는 성도 있었나? 그의 동상도 학교의 가운데에 서 있구요. 오늘은 주차를 하고 제대로 걸어서 구경했습니다. 상우네 덕분에 도서관내부로도 들어가 구경했구요. 분명한 건 Harvard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확실히 Stanford가 맞군요. 크기는 그리 크지 않고 아담한 학교입니다만 건물들의 생김새나 학교의 분위기가 정말이지 공부가 저절로 된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나무들도 우리가 보지 못한 모습으로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학교분위기에서 공부해야 되는데 생각하면서 도서관안으로 들어가 구경했지요. 뭐 도서관을 구경한다는 것보다 일단 더우니까 시원한 도서관으로 들어가서 물이라도 한잔 마시고 나오는게 낫지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상우네 식구들이야 우리에게 도서관 구경도 시켜주고 싶었을 거구요. 드디어 이번 여행의 주 방문지중의 하나인 대학을 구경한 겁니다. 앞으로도 많은 유명대학들을 구경하겠지만 그 시작을 남부의 유명 사립대학인 Rice가 끊은 겁니다. 영광스럽게도... 초록 잔디와 나무들 사이로 학교에 그늘도 많고 녹색 캠퍼스의 모습과 중세시대 성과 같은 건물들이 조화롭게 서있는 모습이 한국에 있는 학교들과는 많이 다르지요. 물론 미국의 대학들과 한국의 대학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문제겠지만... 드디어 "오늘의 할 일"중 2가지는 끝났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수영만 하면 오늘도 지나가는데...그전에 한가지 할 일이 남았습니다. 점심입니다. 사람은 다른 건 몰라도 밥과 잠은 해결해야 하는데, 오늘 점심도 역시 중국음식입니다. 이상하게 휴스턴에 와서 전부 동양음식만 먹네요. 중국, 베트남, 인도...오늘은 특별히 Dimsum입니다. "Ocean Palace Seafood Restaurant", 한자로 하면 "珍寶海鮮大酒樓"입니다. 뜻이야 뭐 "진귀한 보석 같은 신선한 해산물을 파는 커다란 유흥음식점"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여기서 다양한 Dimsum을 아주 푸짐하게 먹었구요, 볶음밥까지 해서 결국은 남았지요. 미국 와서 들은 철칙중 하나인 "절대 먹을 것 시킬 때 머릿수대로 시키지 말 것!"이었는데 그걸 또 깜박한 겁니다. 너무 많이 시켜버려 결국 남은 것은 싸가지고 갈 수 밖에요. 이건 좋은 점 같습니다. 시켜 먹은 음식이 남으면 우리나라 같으면 그냥 버리는 데 미국은 꼭 싸줍니다. 혹시 손님이 얘기하지 않으면 계산시에 꼭 물어봅니다. 가져갈 건지를... 자, 이제 마지막 일정입니다. 그전에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내려 놓고 어른들만 따로 나갔습니다. 어디냐구요? 좋은데 갔습니다. 아주 멋진 좋은 곳으로...바로 스포츠용품점입니다. 아이스팩도 살 겸해서 왔지요. 서울에서 아이스박스 하나와-이게 말이 아이스박스지 실제로는 여름에 할인점에서 캔맥주 사면 무료로 주는 직육면체 모양의 헝겊 비닐박스입니다. 물론 안에는 알루미늄박지가 붙어 있어 어느 정도는 보온이 되겠지만...- 아이스팩 하나를 가져 왔지요. 상우네에서 그걸 보고는 쓰지 않고 있는 종가집김치 아이스 비닐백을 주었구요. 그러니 졸지에 아이스박스가 2개가 되었는데 아이스팩은 하나밖에 없으니 부족할 수 밖에요. 그래서 아이스팩을 추가로 더 사기로 한 겁니다. 기왕 얘기 나온 김에 한가지 더 추가하면 상우네에서 전기 튀김기를 따로 주었습니다. 다리가 하나 부러져 기우뚱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전기코드가 뜨거워지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크기가 밥솥만한 건데도 물이 엄청 빨리 끓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야 이걸 가지고 다니다가 마지막에 버리고 가면 되니까 아주 쓰임새가 좋았죠. 끓이는 기계는 됐고 얼리는 아이스팩을 사러 왔는데 역시 이런 레저용품은 미국이 한국보다 발달했더군요. 한국에서 얇은 아이스팩을 사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는데 여기는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팩을 많이 팔고 있습니다. 아주 얇고 괜찮길래 나중에 한국에 다시 가져가기로 마음먹고 3가지를 더 샀습니다. 그러면 한 아이스박스에 2개씩 들어 가고 이 정도는 되어야 이 여름에 남부지방에서 버티지 않을까 생각했죠. 제 뜻대로 아이스팩을 사고 보니까 축구공이 보이네요. 안 그래도 미국에 와서 원용이한테 축구공을 사줄 테니까 다니면서 잔디밭에서 축구를 하자고 했는데 이것도 잘 됐지요. 가격도 7달러 정도하는 걸 샀습니다. 다 사고나서 좀더 구경하니까 총도 팔고 칼도 팔고, 야! 여기서 베레타 권총도 보네, 실탄과 같이...권총 하면 콜트, 베레타 등이 유명하지만, 베레타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거든요. 정말이지 미국은 무기를 사기도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레타는-구경은 38구경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300달러도 안하더라구요. 생각보다는 쌉니다. 나도 하나 사서 가지고 다닐까? 안 그래도 미국은 위험한 나라고 범죄도 많고 한데 권총 하나 있으면 낫지 않을까 생각했죠. 잠깐 동안만. 콧방귀도 안 낍니다. 누구냐구요? 물론 박여사지요. 물건 만져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하나 사고 싶은 눈치를 주니 역시 10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드디어 저한테 얘기를 꺼내더군요. "갑시다." 저는 꽈당 했습니다. 별 수 있나요? 가야지... 집에 가자마자 축구공을 꺼내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공원으로 갔습니다. 여기서 아주 큰 실수를 하게 됩니다. 제가 한국에서 안내서나 여러 가지 책들을 통해 텍사스에서는 잔디밭에 들어갈 때 모기나 개미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그만 잊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원용이와 저는 30 ~40분 정도밖에 축구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물렸습니다. 아마도 개미는 아닌 것 같고 모기인 것 같았습니다. 미국은 모기도 한국 것과 다릅니다. 물린 자리가 부어 오르는데 저는 처음에 전염병인줄 알았다니까요. 커다랗게 반점이 생기면서 부풀어 올라오고 간지럽고...한동안 모기 물린 것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이거 싫으면 겨울에 여행가야지요. 며칠 전 Wall Mart에서 사둔 "Off"를 뿌리고 나갔어야 했는데 실수를 한 겁니다. 그래도 축구하는 동안은 전혀 모르고 했구요.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계속 간지럽더니만...그래도 이상한 점은 아이들 3명과 저까지 4명이 갔는데 원용이와 저만 물린 겁니다. 제 딸인 원정이도 안 물리고 상훈이도 안 물리고... 상우네에서의 마지막 수영입니다. 저녁이라 어두운 시간인데도 수영장에는 사람이 많습니다. 원래 낮보다는 저녁에 많다더군요. 낮에는 백인여자들이 와서 일광욕을 주로 하고 저녁에는 주로 한국 애들이 많이 나와서 논다고 합니다. 그 덕에 저녁에는 다른 민족들은 거의 오지를 않는다나요? 워낙 시끄럽고 난리법석들을 부리니까... 하긴 제가 봐도 심합니다. 그 부모들이야 아이들이 야외에서 떠들고 장난치는 게 정상이라 볼 지 모르지만 여긴 한국과 같은 그런 야외수영장이 아니고 주택단지안에 있는 수영장이니 바로 옆에 집들도 있고, 저녁때 떠들면 당연히 뭐라고 안 그러나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러니 아예 저녁에는 한국 애들의 극성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아예 안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 대단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지요. 이 애들도 여기 사는 한국 애들이 떠들고 노니까 덩달아 같이 놉니다. 이놈들이 수영연습이나 실컷 해서 수영선수가 되면 어쩌나 했던 생각은 완전한 기우였던 겁니다. 이렇게 상우네의 마지막 밤도 흘러갑니다.     <단지내 수영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