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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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가도 가도 끝없는 초원, 텍사스!
휴스턴(Houston) -> 오스틴(Austin) -> 샌안토니오(San Antonio)

6부 2004년 6월 29일 화요일

오늘 이동거리 : 260마일(416 Km), 누적거리 : 290마일(464 Km)

박여사와 아이들은 아직도 시차 때문인지 새벽 3~4시쯤 눈이 떠져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하네요. 저는 이제는 적응이 됐는데.
1박2일의 단기여행이라 차에다 간단한 짐만 싣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하루가 지나니까 휴스턴의 길이 이제는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원래 경로는 I-10 W로 가다가 TX-71 W로 가는 경로였는데 어젯밤 상우네와 얘기하면서 다른 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I-610 W로 가다가 US-290 W로 가는 경로입니다.
어차피 San Antonio에서 돌아올 때 I-10은 타고 오니까 갈 때는 좀 다른 길인 US-290으로 가기로 한 겁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간단하게 설명 드리면 미국은 거의 모든 간선도로가 숫자로 표시됩니다.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된 도로는 보통 시내의 지선도로이거나 아니면 Parkway와 같이 뭔가를 기념하는 도로입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있지만 대다수의 도로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표지판에 도로명과 함께 East, West, South, North로 방향이 같이 표시 됩니다. 워낙 땅이 넓어서 그런지 우리와 같이 그 방향에 있는 도시나 마을 명이 표시되지 않고 I-10 E, I-10 W, 이런 식으로 방향을 표시합니다. 그러니 방향을 확실히 알고 다녀야지요.

그 숫자로 나오는 도로들도 몇 가지로 나누어 집니다.
일단 장거리 여행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되는 Freeway인 Interstate(고속도로)가 있습니다. 보통 I로 표기하며 표지판에도 Interstate라는 말과 함께 각각의 번호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횡으로 지나가는 Interstate는 짝수번호이며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갈수록 번호가 커집니다. 기본적으로는 10의 단위로 숫자가 부여됩니다. 예를 들면 I-10 같은 경우는 남부의 맨 남쪽을 지나가는 주 간선 고속도로입니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I-20, I-30등으로 번호가 커지다가 보스턴 근방에서 만나는 도로가 I-90입니다.
또 종으로 지나가는 Interstate는 홀수번호이고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갈수록 번호가 커집니다. 기본적으로 끝에 5가 붙습니다. 예를 들어 LA근방에서 종으로 달리는 도로명은 I-5이며 뉴욕근방을 지나는 도로는 I-95가 있습니다.
Interstate에는 이 이외에도 3자리로 된 번호가 있는데 외곽순환도로이거나 우회도로입니다. 또 기본적으로 Freeway이지만 어떤 곳은 Turnpike로 불리며 요금을 받는 곳도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요금을 받는 곳도 있고 거리에 따라 우리나라 고속도로식으로 받는 곳도 있습니다. 동부에 이런 도로가 많이 있습니다.
Interstate 다음으로 많이 이용하게 되는 도로가 US입니다. 이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의 국도입니다. 그래도 거의 Interstate와 같이 도로사정이 좋습니다. 단, 신호등이 많이 있는 US도로의 경우는 Interstate와는 달리 속도가 많이 느린 편이지요. 플로리다나 동부에서의 US도로와 남부의 US도로는 차이가 많습니다.
그 밖에 주에서 이름 붙인 도로가 있습니다. 이것은 주로 해당 주의 약자-텍사스의 경우 TX, 버지니아의 경우 VA 등으로 명명되어 있지요.
이와 같은 간단한 도로에 대한 사항을 알고 나면 운전하기가 아주 편리합니다.

일단 US-290 W를 타기 위해 I-610순환도로를 탔습니다. 휴스턴의 도로도 장난이 아닙니다. 도로가 만나는 각각의 JC가 왜 그리 복잡한 지, 여러 개의 도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보니 잘못 빠지면 엉뚱한 곳으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운전할 때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나중에 아주 골치 아픕니다. 물론 웬만하면 잘못 빠질 경우 바로 다음 JC에서 빠져나가 되돌아 타면 금방 복구할 수 있지만.
결국 US-290 W를 무사히 타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Austin을 향해 달려 갑니다.
이 US-290은 거의 Interstate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분리대며 꼭 서울에 있는 자유로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약 3시간 반 정도 가면 된다는 판단하에 여유롭게 운전을 했습니다. 290번을 타기 전까지는 복잡하더니 목표한 도로를 타니까 차가 줄고는 편안히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땅이 넓으니까 도로를 만드는 방법도 여유롭게 만듭니다. 일반 국도인데도 여기는 거의 Interstate급이라 중간에 신호등도 없습니다. 중앙분리대가 따로 없이 양쪽 편도도로 사이를 넓은 풀밭-제가 보기엔 폭이 거의 30m 이상으로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으로 조성하여 운전시 잘못되더라도 차가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거나 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쭈욱 뻗은 도로를 달리니 이제야 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고 편안해 지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빌린 렌터카는 네비게이션 장치는 별도로 없이 우리 스스로의 머릿속으로 네비게이션을 해야 하는 차량입니다. 네비게이션 장치를 포함하면 렌트비가 비싸져서 우리는 네비게이션을 포기하는 대신 철저한 준비로 대체했지요.
다만 Auto Cruise Control System은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별도의 부가비용을 받지 않고요. 아마 한국에도 예전에 한동안 이 Cruise Control System이 내장된 차량이 판매가 되었던 걸로 아는데 아마도 요즘은 거의 사양화되지 않았나 싶네요. 모르겠습니다. 고급 차에는 달려 있는지요. 저 같은 서민이야 오래된 중고차를 타고 다니니까 그런 부가장치가 없지만요.
여하간 처음에 차를 빌렸을 때는 이 장치가 쓸모 있겠나 싶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한번도 써보지도 써 본적도 없는 이 장치를 쓸 필요가 있을까? 괜히 핸들에 이런 장치만 달려 있어 운전시에 걸리적 거리지나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지요.
역시 사람은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않고 공부하고 배우고 하면서 도전해야한다는 간단한 명제를 이런 하찮은 것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왜냐구요?
너무나 간단합니다. 휴스턴에서 오스틴까지 약 160마일을 가는 동안 산 하나 없고 커브길도 거의 없는 엄청난 대자연을 만난 것이지요. 그러니 계속해서 엑셀 페달을 밝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리에 쥐나고 온몸이 뒤틀릴 것이고...결국은 저도 290번 도로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Cruise Control System을 시용하기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여러 번 시도하다 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는 겁니다. 양쪽 다리를 모두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고 운전은 단순히 핸들만 잡고 하면 되는 겁니다. 한국 같으면 차량이 많고 해서 수시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므로 거의 쓸모가 없겠지만 여기는 도로도 넓고 차도 많지 않고 또한 도로자체가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러모로 편리한 장치입니다.
저는 이 장치를 수시로 사용하며 1~2시간씩 운전할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지 동부로 올라가서는 거의 무용지물이었지요. 워낙이 차도 많고 길도 구불구불하여 남부에서와 같이 사용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Auto Cruise Control System도 익혔겠다, 뭐 고민할 것 없이 오스틴으로 향합니다. 정말이지 그런 풍경은 처음 보는 풍경입니다. 가도가도 사방이 지평선인 평원지대, 가끔 나타나는 목장이 있을 뿐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 초원, 풀과 잡목, 나무만이 우거져 있을 뿐, 아무 것도 없고 오로지 직선으로 뻗은 지평선만이 존재하는 곳, 약 3시간 반을 넘게 달리는 동안 가끔 나타나는 작은 마을들 빼고는 정말이지 처음 보는 풍경이었습니다.
여기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넓디 넓은 텍사스의 평원들...
처음에는 우리 네식구가 하나같이 모두 "와!"하는 감탄사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인간의 본성이 나타나는지 큰 감흥도 없이 그냥 매일 보던 풍경인 양 각자 자기들 할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죠.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만든 게임을 하느라 정신 없고 박여사는 아직 적응이 안된 시차 때문에 부족한 잠을 채우고, 저요? 저는 계속 운전하느라 졸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고...그것이 이번 여행에서의 제 운명인 것을 어떡합니까?

오스틴을 일정에 넣은 것은 순전히 저의 고집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오스틴을 가지말고 바로 샌안토니오로 가서 한 곳이라도 제대로 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해 오기도 하고 조언도 주었지만 저는 다른 건 몰라도 텍사스 주청사와 University of Texas는 봐야 한다면서 고집을 부려 오게 된 겁니다.
그런데 날씨에 관한한 운수대통한 가족인 우리에게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오스틴에 도착하기 얼마 전부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좀 가면 그치겠지 했는데 결국은 오스틴을 거쳐 샌안토니오까지 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내린 겁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비옷이라고 가져온 잠바들을 꺼내 걸치고는 텍사스 주청사를 구경했지요,
한국에서 올 때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빠진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캠코더의 방수커버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지요. 아니, 생각도 안 했던 물건입니다. 그런데 여기 텍사스 주청사를 바깥에서 촬영하면서 하늘을 향하는 경우가 많아 비에 젖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했지요. 아쉽기도 했지만 어찌 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찍거나, 아니면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안 찍고 했습니다.
텍사스 주청사는 정말이지 사진에서 본 것과 비슷했습니다. 예전 경복궁 앞에 있었던 우리의 중앙청과 같은 스타일의 돌로 만든 건물이며 꼭대기에는 둥근 천장을 가진 커다란 돔이 만들어져 있으며 돔 꼭대기를 망원렌즈로 자세히 보면 여신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정말이지 잘 만들었다는 느낌입니다. 실내에서 보는 돔 천장은 장관입니다. 높다랗게 솟은 돔 천장에 텍사스의 상징인 Lone Star, 즉 별 하나가 그려져 있습니다.

<텍사스 주청사 앞에서> <텍사스 주청사 돔천장의 Lone Star>

미국의 각 주는 주별로 상징적인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자동차 번호판에도 그려져 있거나 쓰여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텍사스는 그림으로 별과 글귀로는 "Lone Star", 플로리다는 Orange와 "Sunshine State", 조지아는 Peach(복숭아)와 "Georgia on my mind"라는 글귀를 갖고 있죠. 또 버지니아는 "Virginia is for Lovers", 뉴욕은 "The Empire State", 뉴저지는 "Garden State" 등등입니다. 아마 미국을 여행하시는 분들은 자동차번호판을 유심히 바라다 보면 각 주의 상징물들을 비교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도 아이들과 박여사가 새로운 주로 들어설 때마다 차량 번호판을 보곤 했지요.
주청사에서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현직대통령인 조지부시에 대한 기록이나 사진들이 다른 것에 비해 차이가 난다는 점입니다. 청사내의 역대 주지사 사진들이 걸린 방이 있는데 조지부시 대통령의 사진이 현직 주지사보다도 더 크게 걸려있다는 점입니다. 텍사스 주지사 출신이라서였는지 상당히 우대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부시의 크로포드목장도 텍사스까지 온 김에 가봐야 하는데 시간이 없고, 사실 뭐 그리 꼭 봐야하는 관광지나 유적지도 아니라서, 또 혹시 요즘 미국내 테러 방어시설이나 경호가 철저하다는데 괜히 기웃거리다가 잡히면 골치 아플 것 같아 생각도 안 했죠.

주청사를 보고 난 후 점심식사도 할 겸해서 UT(University of Texas)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우리 식으로 생각하여 학생회관이나 식당을 찾으러 다녔는데 이 학교는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일반 빌딩인지 학교인지 모르게 거리 곳곳에 건물이 있고, 심지어는 미술관도 별도의 건축물로 있고 해서 어디서부터 구경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정말이지 이 학교 다니는 학생들도 학교 전체를 다 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지나가다가 축구경기장(Football Stadium) 정도만을 구경했구요. 도저히 식당을 찾을 길이 없어 결국 근처의 Subway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좀더 구경하다가 비도 계속 오고 해서 바로 남서쪽으로 약 80마일 정도 떨어진 샌안토니오로 출발했습니다. I-35 S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비는 오고...
휴스턴에서 오스틴으로 가는 길은 사방이 황무지와 같은 넓은 평원지대였는데 오스틴에서 샌안토니오로 가는 길은 완전한 평원지대는 아니고 중간중간에 마을들도 꽤 있고 Mall들도 가끔씩 나타나는 비유하자면 서부의 LA 동쪽에서 샌디에고로 가는 I-15와 같은 풍경- 물론 이곳 텍사스는 서부와 달리 숲이 우거진 것도 아니고 산이나 언덕도 거의 없는 지평선이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는 말이지요.- 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우리차 Alero와 UT근방의 Subway> <자다가 깬 모습으로 있는 원용이>

가는 도중에 역시 사람은 잠을 자야 살아가는 동물인 듯 아직 시차에 덜 적응되어 있던 저를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이 모두 별나라로 가있네요.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50일간의 여행의 가이드로, 운전기사로 봉사해야 하는 저도 역시 졸음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면 안되지.', '샌안토니오까지는 가서 쉬자'라는 마음가짐을 했지만 잠이라는 본능에는 이길 장사가 없는 듯 결국 저도 굴복을 하고 말았지요. 간단합니다. I-35 S로 가던 도중 한적하게 보이는 어딘가에서 exit로 나가 차를 나무아래, 비 안 맞고 시원한 곳에 세우고 저도 같이 잤습니다.

한참을 자고 보니 박여사를 비롯 모든 식구들이 서서히 잠에서 깨기 시작하더군요.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가 넘어버렸고 안 일어나는 아이들을 깨우고는 자다 일어난 기념으로 사진도 한 장씩 찍고는 다시 출발했습니다.
샌안토니오가 가까운 건지 길가에는 계속해서 모텔들의 간판이나 자동차 판매장, Mall등이 나타나더군요. 미국의 Interstate의 특징중 하나가 큰 도시가 가까우면 맥도널드를 비롯한 Fast Food가게들이 나타나고, 곧이어 각종 Mall, 모텔들이 나타난다고 하던데 과연 그러하군요. 어김없이 샌안토니오까지 20~30마일 전쯤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곳에 방을 잡을까 고민도 많이 하다가 비가 오는 관계로, 그리고 오늘이 평일인 화요일이라는 생각에 시내로 가보자하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샌안토니오라는 도시가 큰 도시인줄은 잘 모르겠지만 도심이 가까워지자 길이 막히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우리의 박여사가 실력발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내에 대한 상세지도를 펼치고는 I-35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우리의 목표는 Alamo나 Riverwalk근방. 박여사의 안내로 내려간 곳은 하필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고 썰렁하면서도 약간은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지역이었던 겁니다. 일단 저는 방향감각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가면 시내중심가와 만나겠구나 하는 생각에 방향을 잡았고 박여사는 우리가 가는 길과 만나는 교차로의 길들을 비교해가며 위치를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길에 관한한 제 감각은 천하제일이라고 자부할 정도인데 20분도 안되어 바로 Alamo요새 옆으로 나왔습니다. '아! 이번 미국여행에서 길로 인한 고생은 접어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초행에 이 정도면 앞으로 익숙해지면 별탈 없이 갈 수 있겠군.' 혼자 중얼거리며 자신 있게 운전을 했죠. 나중에 안일이지만 남부에서는 큰 고민 없이 운전했지만 동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제 체질이 남부 체질인가?
여하간 샌안토니오 시내에서 어디에 묶을 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텍사스주경계에서 챙겨야 하는 모텔쿠폰북도 없고 AAA에서 받은 Tourbook도 가져오지 않아 숙소잡기가 걱정이었습니다. 시내복판은 비쌀거고, 시내 한복판에 저희 수준에 맞는 그런 모텔이나 있는지, 여러 가지로 고민하던 중 알라모요새 바로 앞 신호에서 대기중이던 우리 눈 앞에 3개의 모텔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Days Inn", "Red Roof Inn", 또 하나는 훨씬 좋아 보이는 호텔급의 모텔 "Hampton Inn"입니다. 여기서 차를 바로 좌회전 차선으로 빼서 먼저 Hampton Inn을 찾았습니다. 우리식구의 역할분담중 하나가 모텔잡기였는데 그건 주로 박여사가 도맡아 했지요. 일단 여자가 얘기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서 먼저 들어가 대강의 얘기를 하고 나오면 저와 같이 들어가 최종사인을 하는 식입니다. 여기는 보기에도 비싸 보여서 그냥 물어나 보는 셈치고 박여사가 물어본 즉, 아니나 다를까 100달러가 훨씬 넘는 120달러 정도 하는 겁니다.
우리는 하룻밤 잠만 자고 다음날 아침 바로 출발할 건데 120달러씩 주고 자기에는 돈이 아깝지요. 그래도 주차장 시설 등이 잘 되어 있고 주차장 관리요원도 없는 것 같아 차만 몰래 주차시켜두고는 알라모요새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계속 비가 오는 속에서-많이 오지는 않아 걸을 수는 있었습니다.- 요새지역을 지나 Riverwalk근방을 둘러보다가 일단 모텔을 잡아 투숙하고 안전하게 주차한 다음 저녁을 먹으러 나오기로 하고 다른 모텔을 알아보러 갔습니다. 한국에서부터 많이 들어 알고 있던 곳, Days Inn입니다. 이 Days Inn 모텔은 이후에도 우리가 두번을 더 이용하게 되는 데 좋은 점은 미국내에서 상당히 많다는 점입니다. 즉, 방 구하기가 쉽다는 얘기죠. 이런 장점에도 우리와 같이 밥을 해먹고 또 김치나 단무지, 깻잎과 같이 상하기 쉬운 음식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에는 냉장고가 없어 불편하다는 단점이 꽤 크게 작용합니다. 반면에 Travelodge라는 모텔은 거의 대부분의 체인들이 냉장고가 있어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상당히 많이 이용하게 됩니다.
일단 Days Inn의 프론트에 가서 가격부터 알아보고는 Tax포함 80달러선으로 계약하고 방을 잡았습니다. 거기에 Breakfast도 제공하고...

짐을 풀자마자 저녁도 먹을 겸해서 약간은 그친 듯한 날씨 속에 다시 Alamo요새를 지나 Riverwalk로 걸어 갔습니다. 시내 중심가의 길을 가다 작은 계단을 내려가서는 지하상가를 지나니까 바로 작은 개천이 나타나며 개천 양 옆으로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이 Riverwalk은 조금은 독특합니다. 솔직이 말하면 말이 개천이지 폭은 5 ~ 7m 쯤 될라나, 매우 소형의 인공하천이죠. 단지, 재미있는 것은 도시의 지하에 있다는 말입니다. 즉, 도시의 도로와 같은 높이가 아니고 땅속으로 파 내려가 지하 1층 정도의 깊이로 조성한 곳입니다. 평시에는 유람선을 띄워 관광객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게 하고, 실제로 그 유람선을 탈 필요는 없지요. 뭐 엄청 거대하거나 꼭 타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닙니다. 물도 더러워 보이고. 서울의 청계천복원사업 초기 계획을 세울 때 이 곳의 River를 참고했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확인된 건 아니구요. 아무튼 몇 년 전 KBS와 같은 방송에서 도시계획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는데 여기에 이 Riverwalk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유람선은 운행하지 않고 있구요. 이 Riverwalk이 관광명소가 된 것은 개천이 좋아서가 아니라 시내 한복판에 물이 있고 유람선이 있고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이 개천 양 옆으로 작은 Cafe나 Restaurant들이 즐비하다는 겁니다. 그것도 대부분의 음식점이 Mexican 요리입니다. Mexican의 대표적인 것이 음악과 악사 아닙니까? 여기도 다름 아닌 Mexican 악단-악단이라고 해봐야 3~5명 정도의 소형입니다.-들이 식당 입구 계단에 연주와 노래를 하고 손님을 끌어 모읍니다. 그리고 우리로 말하면 소위 삐끼들이 가게앞에서 호객을 하구요. 호객을 한다고 우리나라처럼 떠들고 하는 건 아니구요, 가게앞 메뉴판앞에 서 있다가 손님이 기웃거리거나 지나가면 안내를 하거나 합니다. 그런 풍경이 좀 더 이국적이고 미국내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일 겁니다. 가게마다 아릅답게 등이나 처마들을 장식해 놓고 있고, 아마도 이곳은 텍사스공화국으로 독립하기 훨씬 전부터 스페인, 멕시코의 식민지나 땅으로 다스려지면서 그러한 멕시코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나 봅니다.
같은 텍사스라도 휴스턴이나 댈라스, 오스틴의 경우와는 다르게 샌안토니오는 그야말로 멕시코 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멕시코까지 거리도 얼마 안되고, 가장 가까운 멕시코의 Piedras Negras까지는 약 120마일정도, 또 가까운 국경도시인 Laredo까지는 150 ~ 160마일 정도 이니 오히려 휴스턴 같은 곳보다도 더 가까운 거리입니다.
멕시코의 영향이 없다면 더 이상할 겁니다. 도시 이름부터가 스페인풍의 이름이구요.
우리는 이 Riverwalk에서 Mexican Food를 먹어보기로 한국에서 계획을 세워 왔기에 자연스럽게 Riverwalk을 거닐면서 식당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원용이가 갑자기 Mexican 요리보다 모텔에 가서 컵라면이라도 먹겠다는 겁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럼 우리는 여기서 먹을 테니까 넌 기다렸다가 방에 가서 먹으렴" 하면서 싫다는 애를 끌고 걸었습니다. 걷다가 보니까 가게 앞의 개천변에 있는 파라솔의 지붕이 우리가 잘먹는 미제 Potato Chip인 "Pringles"의 Chip 모양인 "Rio Rio"라고 하는 가게가 있더군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해서 그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호객하는 아저씨도 머리가 훌렁 벗겨진 대머리의 멕시코계 백인 같았는데 친절하기도 해서 그 집으로 낙찰 봤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Mexican 요리를 시켜 먹고-물론 야외에서 먹었습니다. 우리의 박여사가 노천카페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더욱 그랬지만- 그 거리의 야간 풍경을 더욱 즐기면서 모텔로 돌아왔습니다. 원용이 녀석은 컵라면 먹겠다고 우기더니만 여기 음식이 맛있다고 배불리 먹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우리끼리의 여행이 성공적인 것 같기도 했지만 아직 샌안토니오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 내일 오전에 비가 오지 않으면 관광을 나가기로 했지요.
아이들은 모텔에서도 역시 일기를 쓰느라 정신 없습니다. 오늘 갔던 곳들의 팜플릿이나 명함, 소개서 같은 것들을 잘라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고 하면서 저희들 나름대로 글도 씁니다. 저 일기 언제까지 쓰려나? 아직은 초반이니까 매일 쓰지만 올란도 가서는 아침 일찍 나가서 밤 늦게 들어오면 피곤해서 쓰기 싫겠지? 그땐 2~3일에 한번씩 쓰라고 해야겠다 생각하면서, 또 한편 이제는 나머지 가족들도 시차에 적응이 돼야 하는데 하는 걱정도 듭니다.
내일부터는 괜찮으려나...하면서 세번째 하루도 지나갔습니다.

<리오 리오(RioRio)의 멕시칸 요리> <리오 리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