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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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여행기

사람 없는 도심, 휴스턴!

5부 2004년 6월 28일 월요일

오늘 이동거리 : 10마일(16 Km), 누적거리 : 30마일(48 Km)

아침에 일어나 자세히 보니까 집이 북향이더군요.
도저히 한국 같으면 있을 수 없는 방향인데 거실정면이 북쪽이고 바깥으로 나오니까 해가 항상 보던 반대방향에 있지 뭡니까? 전 처음에 착각하여 이상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구름도 없고 해는 서쪽에 있는 겁니다. 결국은 나침반을 꺼내 확인해보니 북쪽방향으로 제가 서 있는 거예요. 또 하나 이상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북쪽으로 향해 서 있으면 해가 안 보이는데 여기는 보인다는 것입니다. 위도가 한국보다 밑에 있고 여름이라 그런지...하긴 워낙 더운 지방이니 남향으로 집을 지었다가는 타 죽겠구만.
해가 뜨니까 덥긴 덥네요. 아니, 더운 게 아니고 뜨겁다는 게 맞는 말입니다.

어젯밤 박여사와 아이들은 시차 때문인지 새벽 3시쯤 눈이 떠져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하네요. 저는 그래도 5시정도 까지 잤는데.
우리는 상우네에서 휴식을 취하고 여행에 관련된 준비물들을 구하고 하며 시간을 보내고 중간(6/29~6/30)에 Austin, San Antonio를 1박2일로 갔다 오는 것으로 일정을 계획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스케쥴이 없어 그냥 시내구경만 하는 것으로 서로 얘기했죠.

집에서 가까운 부유한 동네를 지나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를 타고 들어 갔습니다. 도로에 차도 별로 없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차는 많았는데 여기는 진짜 다니는 차가 별로 없습니다. 휴스턴이 인구는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들 어디 갔나?
시내 한 복판으로 들어가니까 공공건물이며 각종 고층빌딩은 많이 서 있는데 길에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상우아빠가 하는 말이 휴스턴은 너무 더워 모든 건물들이 지하로 연결되거나 아니면 지상에 덮개로 씌워 시원하게 에어컨을 켠 육교로 연결되어 아무도 길에서 그냥 걸어 다니지 않는다고 하네요. 어쩐지 길에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인다 했더니만...
큰 도시치고는 너무 한가로운 도심, 사람 하나 거의 보이지 않는 도심, 이것이 휴스턴의 낮의 풍경인가 봅니다.

다행히 우리 가족의 운수대통한 날씨 덕분에 덜 더운 휴스턴 시내에 차를 주차시키고 휴스턴의 대중교통이라고 새로 만든 경전철 Metro를 탔습니다.
시내 복판에 역이 간단하게 서있고 표는 기계에서 사게 되어 있구요.
예전 저 어릴 적에 서울에 있었던 전차마냥 길 한가운데 철로가 있고 차와 같이 나란히 달리고 하는 것이 새롭기만 합니다. 그걸 타고 휴스턴 시내를 거쳐 그 유명한 휴스턴 Astrodome-아마 최초의 미국 야구 돔구장인 걸로 기억합니다.-까지 갔습니다. 현재 Astrodome은 낡아 사용하지 않고 이제는 Minute Maid Park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도 돔구장인데 지붕이 열리고 닫히는 구장이라 합니다.

<휴스턴의 Metro역에서> <휴스턴 Astrodome앞에서>

휴스턴 시내의 여러 풍광을 비디오에 담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휴스턴은 더운 것 치고는 잔디가 많습니다.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저는 사실 미국이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잔디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종자가 좋고 기후가 좋은 건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일년 내내 시내곳곳이, 보이는 모든 곳이 잔디밭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원용이가 학교에서 1학년 때부터 특별활동으로 축구반에 들어가 축구를 하고 있지만 모두들 아시다시피 흙 바닥에서 축구를 하느라 항상 먼지투성이거나 비오면 진흙탕에서 하게 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 데서 축구를 하다가 오니까 원용이는 잔디를 보면서 미치려고 합니다. 여기서 축구 하면 다치지도 않고 마음껏 찰 수 있고 얼마나 좋으련만...정말이지 다른 것은 모르겠고 우리나라도 학교운동장이나 곳곳에 있는 공공운동장에 잔디를 깔아 놓고 어느 정도까지만 관리를 해도, 뭐 월드컵축구장 같이 관리할 건 없구요, 간단하게만 관리해도 훨씬 사정이 나아질 텐데. 어차피 저 어릴 때는 흙 바닥에서 자랐어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치지 않고 먼지도 없는 환경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분들은 잔디 심으면 뭐하나? 금방 짓밟아 흔적도 없어질 텐데 하시지만 모든 운동장이 잔디로 되어 있으면 그렇게까지 짓밟히지는 않을 겁니다. 미국에는 주위가 항상 잔디라서 그런지 별로 노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해서 잔디밭이 망가지지도 않고요. 우리도 언제쯤 이런 식의 환경을 만들게 될지 부러워집니다.

시내를 한바퀴 경전철로 돌고 나서 Rice University를 갔습니다.
"남부의 Stanford"라고 불린다나요.-어떤 분들은 남부의 Harvard라고 하네요, 제가 보기엔 Stanford풍인데...Stanford는 지난번 여행 때 가봤지만 건물들이 꼭 지중해 연안국가풍의 건물에 빨간 지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공부할 맛이 나는 학교더군요.
그럼 Rice도 그런 분위기인지...하필 학교 이름이 "쌀"이 뭔가? 좀 우습기도 했지만 자동차로 잠깐 돌아본 풍경은 일단 아담하다는 느낌입니다. 정말 학교 건물들을 보는 순간 과연 "Stanford"와 닮았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학교환경과 분위기가 그러하니 당연히 학교의 위상자체도 높겠지요. 제가 듣기로는 미국내 대학순위에서도 항상 상위에 랭크되는 Ivy League에 버금가는 명문대학이라는 것입니다.
Rice University는 다음날 좀더 자세히 보기로 하고 그냥 돌아갔습니다.

오후에 미국내 여행관련 협회인 AAA(보통 Triple A라고 호칭)에 가서 우리가 여행할 지역의 지도와 이정표, 각종 자료 등을 얻기로 했습니다.
멤버쉽이 있는 사람도 모두 줄 서서 기다리고 있고 한 명씩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예약합니다. 아니 상담도 아니고 자기순서 예약하는 데도 줄을 서야 한다니, 도저히 한국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구요. 제 상식으로도 간단하게 번호표 나눠주면 될 것을 상담예약하려고 줄을 서야 하다니 거의 미칠 일입니다. 말이 상담예약 줄이지 할머니나 그런 분들이 차례가 되면 상담예약하는 곳에서도 상담을 하니까 더욱 미칠 일이지요. 그런 할머니 같은 분들은 혼자 거의 30분 이상씩 얘기합니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더욱 재미있는 것은 아무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방금 입국한 우리만 애간장 타지요. 상우네 식구들도 별로 개의치 않고, 우리 얘들만 지겨워 몸을 일 비틀고 저리 비틀고 난리가 아니지요. 그래도 눈치는 있어서 실내가 조용하고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기다리니까 조용히 다른 외국 애들과 어울려 놉니다. 기다리기에 지칠 걸 대비했는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마련되어있고요. 마침내 우리순서가 되어 우리의 갈 길과 자료를 원한다고 얘기하자 미국 전체 지도, 권역별 지도, 각 주별 상세지도, 각 도시별 상세지도 및 해당 경로별 지도책까지 만들어 주고(약 100여 페이지 될 정도로) 각 주별 Tourbook이라는 안내책자까지 줍니다. 완전히 가방 하나 가득 넣어줍니다. 경로별 지도책은 별도로 만들어 줍니다.

<트리플A(AAA)에서 외국애들과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기분 좋게 한 가방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은 베트남국수를 먹으러 "Pho Dung"이라는 월남 쌀국수식당에 갔습니다.
여기서 여행의 철칙중 하나를 무심코 잊고는 멍청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다름 아닌 "여행중 생소하거나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음식점에 가게 되면 절대 오만하게 시키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주로 많이 먹는 것을 시켜라!"입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제가 저질렀습니다. 원래부터 월남국수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다 뭔가 얼큰한 것이 먹고 싶어 다른 사람들 시키는 것과 다른 맵고 고기가 들어간, 말로는 육개장과 비슷하다는 국수를 시켰습니다. 다른 것들보다 늦게 나오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자마자 맛이 좀 이상하더라구요.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다 들어가 고기의 양도 많고 국수의 양도 많긴 한데 뭔가 맛이 좀 이상하고 해서 뭐 향신료를 더 넣어볼까 하다가 상우아빠가 넣는 어떤 풀을 저도 한 웅큼 잘라서 집어 넣었지요.-상우아빠는 원래 베트남국수를 좋아하고 그 풀을 무척이나 즐긴다고 합니다.- 여기서 완전히 맛이 간 국수가 되었습니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먹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그래도 어떡합니까? 우리가 내기로 하고 온 것이고 박여사나 아이들은 뭘 시켰는지 잘만 먹는데. 내심 어째 베트남국수라 할 때부터 꺼려지더니만 결국은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더 어렵게 만들었구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멕시칸 요리나 먹자고 할 걸. 아님 그냥 애들 먹는 것 시킬 걸. 속으로는 후회막급이지만 겉으로는 맛있는 척 하면서 티 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며 결국 다 먹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전혀 모르는 음식을 먹는 것과 싫어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엄연히 다른 사실입니다. 전혀 모르는 것은 도전의식으로 먹어 볼만 하지만 이건 아니라니까요. 여러분들도 혹시 저와 같은 경험이 생기면 아예 포기하거나 저처럼 맛있는 척 다 드셔야 할 겁니다.
그래도 그 음식점 좋은 이유는 저만 빼고는 다들 배부르게 아주 잘 먹었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가격도 워낙 싸게 나왔고...아이들까지 포함하여 모두 8명이 먹었는데 37달러 정도였으니까 정말 싸죠? 맥도날드에서 우리 네식구가 아무리 싸게 먹어도 식사 한끼에 약 20달러 이상이 들어가는데요.

집에 가는 도중에 미국에서의 필수품중 하나인 전화카드(Phone Card)를 샀습니다. 이제부터 여행중에 전화를 하려면 필수품인 전화카드 말입니다. 다들 아시는 얘기지만 미국에서 전화를 할 경우에 가장 쓰임새가 많은 것이 바로 Phone Card입니다. Super Market이나 대형 Mart에서는 어지간하면 다들 판매하고 있구요. 우리는 Wall Green이라는 Pharmacy Mart에서 샀습니다. 이름에 "Wall"이 들어가 있다고 Wall Mart계열로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전혀 다른 Pharmacy & Grocery Mart이니까요. 그리고 전국적인 체인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부에서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만. 크기도 그리 크지 않고 간단하게 생필품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지요. 우리는 이 Wall Green에서 산 전화카드를 한동안 계속 충전시켜가면서 사용했지요.
또 하나의 Mart인 "Kroger", 이건 Food Mart입니다. 생각보다 크고 식수로 쓰는 물을 1갤런(3.8리터)짜리 플라스틱 통으로 판매합니다.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고 물을 다 먹고 나서 추가로 보충도 할 수 있지요. 1갤런 1통에 신품이 2달러정도 하는 데 물만 기계에서 보충하면 25센트 ~ 35센트정도 하지요. 아주 유용합니다. 꼭 Kroger뿐이 아니고 Wall Mart나 다른 곳에서도 기계에 넣어 물을 보충할 수 있지요. 이 Kroger도 남부에서는 한참을 이용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내일부터 1박2일로 갈 예정인 텍사스 주도(State Capitol)인 Austin과 San Antonio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요일에 떠나기로 한 상우네 집에서 하루 더 머물러 있기로 일정 조정을 했지요. 화요일과 수요일에 갔다 와서 목요일은 Galveston으로 해수욕을 하러 가기로 했고 금요일에 바로 떠나지 않고 금요일 저녁에 미국 메이저리그야구의 휴스턴 애스트로스(Houston Astros)의 홈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구요.

이렇게 미국에서의 실질적인 첫날이 지나갔습니다.
드디어 내일은 우리끼리의 여행 시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