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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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파리의 여유로운 휴일, 파리시민의 휴식처, 볼로뉴!
파리(Paris)

25부 - 2008년 10월 25일 토요일

오늘 이동거리 : 17 Km, 누적거리 : 4930 Km

아, 오늘이 이번 여행 마지막 날입니다.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 오전 11시 25분 비행기로 떠나면 한동안 오기 힘든 머나먼 유럽입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사실 가장 걱정이 된 부분이 유럽대륙을 처음 와서 운전하는 분들은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계획한 대로 길을 찾아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점과 과연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그리고 영어를 그리 잘하지도 못한다는 나라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을 찾고 다니고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26일을 버티며 지내온 결론은 누구나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뿐만이 아니고……
다만 어떤 부분이 좀 더 준비가 된다면 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 추가적으로 생겨났고 앞으로 또 한번 이런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 점을 우리는 보완하면 될 겁니다.

<널찍한 들판과도 같은 볼로뉴 공원입니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날 필요 없이 눈이 떠지는 대로 기상을 했습니다.
너무 피곤하지 않게 푹 쉬면서 마지막 볼거리로 정한 클리낭쿠르(Clignancourt)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일만 우리가 계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에는 벼룩시장이 몇 군데 있습니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클리낭쿠르와 몽파르나스 근처의 방베벼룩시장이 유명하지요.
여행안내서에 따르면 방베시장은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고 하고 클리낭쿠르는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중 규모가 크다는 클리낭쿠르를 보기로 했지요.
볼로뉴 캠핑장에서 클리낭쿠르까지는 페르페리크 순환도로를 타면 금방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클리낭쿠르에서 주차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없어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마지막 날이고 토요일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지는 않고 캠핑장에서 포르트 메이요 전철역까지 매번 타던 10유로나 하는 캠핑장 셔틀버스 요금도 아낄 겸 해서 전철역까지는 우리의 애마인 푸조를 이용하여 갔다가 근천 도로변 주차장에 세워두고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차를 몰고 포르트메이요 근처의 도로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동전을 투입하려는데 지나가던 현지인인 듯한 사람이 표지판을 읽더니 토요일은 주차가 무료라고 알려줍니다.
그 말에 우리는 횡재를 한 듯 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10유로를 내고 셔틀버스를 탔으면 이 얼마나 아까운 요금입니까? 거기다 주차요금까지 하면 우리는 그 여자분 덕에 약 20유로를 절약한 셈이 되었습니다.
전철을 여러 번 갈아타고 도착한 클리낭쿠르는 지금까지 보았던 파리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도시입니다.
돌로 만든 과거 형식의 건물이 아니고 근대식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만들어져 마치 서울의 어디인 듯한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벼룩시장은 세계 어느 곳에 가나 재미있습니다.
평생 사라고 해도 사지 않을 그런 골동품도 아닌 쓰레기와 같은 것들도 장터에 내놓고 팔고 있습니다.
이곳은 새것들을 파는 곳도 있고 골동품이나 쓰던 것들을 파는 곳도 뒤섞여 있는 그런 벼룩시장입니다.

<볼로뉴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파리시민들, 뒤에 보이는 곳이 라 데팡스지역입니다.>

오후의 일정은 없습니다.
내일 출발하는데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고 여유를 갖고 캠핑장도 구경하고 캠핑장 근처 볼로뉴 숲과 공원을 산책하며 보내기로 했습니다.
점심식사 후 일부 짐 정리를 하고서 오랜만에 파리에서 맛보는 햇빛을 보면서 캠핑장을 걸어 나와 볼로뉴 공원으로 갔습니다.
축구장 10개는 들어갈 정도의 드넓은 풀밭이 평평하게 펼쳐진 가운데 많은 파리 시민들이 나와서 축구도 하고 혹은 가족끼리 와서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이 한가로와 보입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아이들은 그 넓은 운동장을 뛰어 다니고 저와 박여사는 그 주위 울타리를 따라 크게 한 바퀴를 돌았지요.
파리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큰 평지 공원이 있다는 사실에서 서울은 공원은 많지만 한강변 둔치공원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풀밭으로 된 운동장과 같은 넓은 곳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이 듭니다.
물론 서울에는 대신 옛 궁전 공원과 산으로 된 공원이 곳곳에 산재해 있지요.

오늘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도 첫날 싱가포르공항에서 파리로 올 때 쓴 2부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판단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 가족 어느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고 의견이 분분한 문제입니다.
바로 서머타임입니다.
내일이 우리가 이곳을 떠나 귀국하는 날이지만 하필이면 내일 새벽에 서머타임이 해제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1시간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지요.
만일 새벽 2시가 1시로 바뀐다면 우리에게는 1시간을 버는 여유가 생길 것이고 3시로 바뀐다면 오히려 1시간을 손해 보는 빠듯한 일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너무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캠핑장 프론트에 가서 서머타임 해제에 대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프론트에서도 처음에는 의견이 분분 했답니다.
자신들도 내일 새벽이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줄을 모르고 있더라는 군요.
그러나 서머타임이 해제되면 3시가 2시로 된다나 하면서 결국 우리에게는 1시간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쪽으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어려운 숙제를 해결한 셈이죠.

이제 내일 아침에 이곳을 떠나 공항으로 가면 이번 여행은 끝이 납니다.
돌아갈 때도 싱가포르를 경유하기는 하지만 올 때와 같이 장시간이 아닌 2시간 정도만 머무르는 일정이라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저녁은 남은 모든 음식들을 총 집합한 진수성찬으로 차려 푸짐하게 먹고는 20시간 가까이 날아갈 비행일정을 생각하면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