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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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광견병으로 새로운 과학의 시대를 연 파스퇴르
파리(Paris)

24부 - 2008년 10월 24일 금요일

누적거리 : 4913 Km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물론 씻는 것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볼로뉴 캠핑장의 갓 구운 바게트는 무척이나 부드러우면서도 속아 꽉 찬 맛있는 빵입니다. 오랜만에 그 맛난 바게트와 크로와상을 샀습니다.
둘째는 그 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빨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는 파리 시내관광에 바빠 빨래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여유가 있습니다.

다시 캠핑장내 셔틀버스를 타면서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에 그 동안 지나간 곳들에 대한 회상을 하게 됩니다.
처음 이 곳을 출발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베르사이유에서 길을 못 찾아 헤매던 일이며 라스코동굴로 가면서 프랑스 시골, 산골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니며 그네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던 일, 바르셀로나와 남 프랑스의 곳곳을 찾아 다닌 일들, 그 수많은 유적과 관광지, 길들을 생각하는 동안 버스는 금새 우리에게 익숙한 포르트 메이요에 도착했습니다.

<라파이예트 백화점에서 마카롱을 눈에다 대고 놀고 있는 원정이와 원용이>

오늘 오전은 서울에서 꼭 한번은 보라던 친지들의 얘기를 듣고 우리가 아이들과 여행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한 이래 최초로 백화점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50일간을 다닐 때나 일본을 배낭 여행할 때도 백화점 근처에도 못 갔었는데 이번에 가게 됩니다.
시간도, 돈도 없고 흥미까지도 없어 백화점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말입니다.
라파이예트백화점은 파리의 대표적인 백화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파리에서 유명한 백화점은 보통 프렝탕이나 라파이예트를 꼽는데 우리는 그 중 라파이예트를 가기로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찾아간 라파이예트백화점(Lafayette)은 건물이 세 개로 되어있습니다.
백화점 건물은 우리로 말하면 과거 남대문로 신세계백화점과 비슷한 형태의 건물들로 몰론 신세계의 규모보다는 훨씬 큰 규모입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왔는지 백화점 브로셔가 한글로 된 것도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었지요.
뭐 우리가 백화점에서 물건 살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아이쇼핑으로라도 한번쯤 구경했습니다.
가장 무난한 곳이 생활관이라는 이름의 백화점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아이들에게 마카롱과 같은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사주어 기분이라도 내도록 했습니다.
백화점이라 비싸다 보니 많이 사지는 못했지만 아이들과 박여사는 잠시라도 맛난 것을 먹을 기회를 가졌지요.
이것 저것 구경하고 밖을 나와보면 이 곳이 바로 오페라 가르니에 공연장 뒤에 있습니다.
오페라 가르니에는 밤에만 구경했었는데 자연스럽게 낮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소르본 대학 근처 먹자골목에서 점심을 케밥과 간단한 중국식으로 해결하고 찾은 곳은 포인트 제로(Point Zero)입니다.

<노트르담 성당 앞 프랑스의 지리정보 원점인 포인트 제로>

시테섬에 있는 포인트 제로는 프랑스에서 거리를 표시하는 기준점이 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도 광화문 조선일보 앞에 포인트 제로가 있는데 프랑스는 이 노트르담성당 정문 바로 앞에 그 곳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아 찾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곳을 발견했습니다. 이 곳에서부터 모든 도시나 지역들의 거리가 측정됩니다.
퐁 네프 다리를 건너서 길을 건너면 바로 세익스피어&컴패니(Shakespeare & Company)가 있습니다. 이 서점은 고서적들을 간직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파리에서 유명한 곳입니다.
물론 신서적도 같이 판매하지만 고서적과 같은 것은 아주 오래된 몇 백 년 전의 책까지도 있어 판매는 하지 않더라도 도서관과 같이 책을 통해 찾아볼 수 있도록 책상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필요한 사람들은 앉아서 볼 수 있게 되어 있지요.
영어로 된 책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용한 분위기의 전형적인 책방인 이 서점에서 오랜만에 예전 서울에서 맛본, 지금은 거의 사라져 찾아보기 힘든 예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발전이라는 이름아래서 수많은 고귀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50, 100년은 고사하고 고작 30년 전의 것들도 온전히 남아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과거세계와 단절된 채 살고 있다는 얘기이지요.
사람들마다 생각과 의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가 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를 삭막하게 만드는지, 그로 인해 치열한 경쟁심만 남게 되어 생활에서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상당 폭 감소한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단지 몇 십 년 전보다 잘 살게 되었기에 편리함과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그러한 편리함이 조금이라도 부족해져서 일일이 손으로 어떤 일을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거나 발전의 혜택인 각종 기기들이 없어지면 당황하거나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기계에 의존하는 머시니즘(Machinism)에 물들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저 자신도 마찬가지이지만 한번은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서 과거도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갔으면 합니다.

<세익스피어&컴패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쌍둥이들>

이 곳, 과거의 서점에서 생각난 것이 이번 유럽여행 중 가장 크게 느낀 점이라는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보다 발전했다고 하는 사회들인 유럽의 모습이 닮아가야 할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버리지 않는 과거, 과거와 현재, 미래의 공존, 어느 일방을 무시하지 않는 배려, 그런 속에서 서로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와 존중, 불편하지만 자신의 의무에 국한하여 감수하는 자세, 이런 여러 가지들이 뭉쳐서 아직껏 선진국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라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발전만을 능사로 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이런 사회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파스퇴르연구소의 상징인 광견병에 걸린 개와 사람을 형상화한 동상 앞에서>

서점을 나와 이제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던 파스퇴르연구소(L'Institut Pasteur)를 향했습니다.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너무나 유명한 프랑스 태생의 미생물학자입니다.
역사적 인물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을 뽑는 투표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나폴레옹이 아닌 파스퇴르를 뽑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유럽 전체를 누빈 나폴레옹도 영웅이지만, 수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 파스퇴르가 더욱 진정한 영웅이었던 것입니다.
탄저병, 광견병 등의 퇴치를 통해 백신을 개발한 파스퇴르는 만일 노벨상이 30년만 일찍 만들어졌어도 받았을 학자이지만 노벨상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노벨상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가 우연치 않게 발견한 세균, 박테리아로 그는 질병의 근원이 세균이나 박테리아라는 것을 밝혀내어 현대 세균학의 기초를 만들었습니다. 이 발견은 그 후 인류 과학의 위대한 발견 중 하나였고 그로부터 인류는 병을 퇴치할 항생제, 백신 등을 개발할 수 있었지요. 파스퇴르가 없었다면 생물학, 의학은 최소 50년은 더 늦어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원래 파스퇴르는 생물학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화학자였는데 실험 도중 그는 발효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미생물, 유기물질에 의한 발효라는 것을 발견하여 효모를 이용한 와인, 맥주, 우유, 치즈 등 분야에 많은 기여와 공헌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균과 미생물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여 마침내 탄저병과 광견병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내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성과를 올리게 됩니다.
파스퇴르는 프랑스인으로 엄청난 과학적 성공과 함께 영예를 누렸는데 불구하고 그는 팡테옹에 안장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직접 듣기로 했습니다.
파스퇴르연구소는 파리에 있는 상당히 큰 규모의 생물, 의학연구소입니다.
파스퇴르 사후 프랑스국민들의 성원으로 만들어진 세계적인 연구소입니다.
전철역의 이름도 파스퇴르일 정도로 파스퇴르는 프랑스인들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입니다.
물론 생전에 그에 대해 괴짜라든지 독선적이라는 비판도 많이 들었지만 여하튼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선구자입니다.
이 연구소는 몽파르나스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연구소 내에 박물관과 파스퇴르의 집이 같이 있어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연구소 정문에서 별도의 아이디카드를 발급받아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파스퇴르의 상징이다시피한 개의 동상입니다.
광견병에 걸린 개가 사람을 물려 하고 그것을 뿌리치려는 사람을 조각한 동상입니다.
건물로 들어서면 가이드가 영어로 박물관과 집을 자세히 소개해 줍니다.
물론 입장료가 있지요.

<파스퇴르연구소 내부에서는 사진촬영금지라서 찍지 못하고 밖에서 한 장 찰칵!>

파스퇴르가 살던 당시의 집과 연구실의 모습입니다. 물론 집이 저택과 같이 방도 큽니다. 그리고 그들 가족의 가족사도 같이 가이드해줍니다.
그러나 이 곳에서 가장 장관은 딱 하나 있습니다.
무덤입니다.
집 내부 지하실에 거대한 모습으로 팡테옹과 같이 만들어져 파스퇴르와 그 가족들의 유해를 관에 넣어 안장했습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무덤 내부가 마치 궁전과 같고 관도 거대한 대리석관으로 짜여서 있어 그의 부를 미약하나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파스퇴르가 팡테옹에 안치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을 통해 들었습니다.
이유가 너무 황당하고 간단하여 어이가 없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파스퇴르가 죽은 후 프랑스정부에서는 당연히 파스퇴르를 팡테옹에 안치하여 모시기로 했지만 파스퇴르의 가족들, 특히 부인이 반대했다는 것입니다.
대신 집안에 팡테옹과 같이, 아니 팡테옹보다 더 멋있게 무덤을 만들어 모시기로 하여 프랑스가 배출한 세계적인 과학자인 파스퇴르는 팡테옹이 아닌 자신의 집에 안장되었다는 거지요.
그런데 어떤 곳에서는 팡테옹에 안장되어 있던 파스퇴르를 다시 집으로 이장했다는 설도 있습니다만 제가 가이드에게 듣기로는 처음부터 집에 모셨다는 얘기로 들었습니다.
여하튼 정말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파스퇴르연구소를 나와 조금만 걸으면 바로 옆이 몽파르나스역입니다.
파리는 중앙에 중앙역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각 방면으로 총 6개의 기차역이 있습니다.
동역, 북역, 생 라자르역, 리용역, 오스테를리쯔역, 그리고 이곳 몽파르나스역입니다.
남쪽에 자리한 이 몽파르나스역은 물론 프랑스가 자랑하는 고속열차인 TGV가 출발하는 역이기도 합니다. 다른 역들도 자기 방면으로 떠나는 TGV가 운행하지요.
몽파르나스는 파리에서 구시가와 달리 재개발이 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사무실도 많고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파리와 달리 높은 타워형의 건물들이나 신식 건물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저녁을 먹고 에펠탑으로 향했습니다.

에펠탑 야경은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오렌지색 빛으로 감싼 아름다운 모습임을 기억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우리가 바라본 에펠탑은 오렌지와는 거리가 먼 푸른색입니다.
온통 푸른 빛깔로 휘감겨 있는 에펠탑의 모습은 감탄사를 자아낼 만 합니다.
오렌지색보다 더 환상적인 색의 변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공식적으로는 아직 내일 오전을 장식할 클리낭쿠르(Clignancourt) 벼룩시장이 마지막이 되겠지만 심정적으로 여행을 끝내고 짐 정리에 들어 갔습니다.
자동차로 유럽을 여행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렵다고도 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언제든지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가지게 된 여행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