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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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무대, 개미들의 왕국, 퐁텐블로 숲!
하플뢰(Harfleur) → 지베르니(Giverny) → 샤르트르(Chartres) → 퐁텐블로(Fontainebleau) → 바르비종(Barbizon) → 파리(Paris)

23부 - 2008년 10월 23일 목요일

오늘 이동거리 : 454 Km, 누적거리 : 4913 Km

어제는 우리가 지나간 거의 모든 곳이 세계 1, 2차대전과 아주 밀접하거나 직접적인 관계가 있던 곳들 위주였습니다.
양 세계대전의 전적지들을 지나면서 제가 쓴 글도 그 위주로 너무 흐르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0년에 걸친 가장 치열한 전쟁의 역사에서 지금은 독일과 프랑스를 유럽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로 만들어 놓은 그들 정치가들의 능력과 솜씨가 저로서는 부러워 더더욱 그런 과거의 전쟁사를 읊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동아시아도 그에 못지 않은 서로간의 침략과 약탈, 저항과 반격, 지배의 역사가 존재하지만 한, 중, 일 세 나라 중 어느 누구도 그러한 역사의 굴레를 뛰어 넘지 못하고 있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를 보면 패자이긴 하지만 침략을 먼저 한 독일이 선뜻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 그리고 그러한 역사적 과정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세에 대한 교육 등에서 먼저 행동으로 보였기에 그런 화해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아직껏 그러한 진심 어린 행동들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과거를 미화하려는 행동들이 나타나고 있어 더욱 긴장 국면이 조성되는 것 같습니다.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가 여생을 보내며 작품활동을 하던 집>

어제 이동한 거리는 지금까지 여정 중 3번째로 많은 거리였습니다. 약 600Km 였으니까요.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마지막 호텔을 찾아나서는 데 2시간 이상이 소요되어 결과적으로 700Km 이상 이동한 날과 비슷한 시간에 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거리상으로 짧은 여정이지만 시간적으로는 어제와 비슷하리라고 예측됩니다.
거리상으로도 결코 짧지 않은 4 ~ 500Km 정도이고 중간 중간 들르는 곳이 몇 군데 있으며 주로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로 이동하는 코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여정은 우선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집과 화실이 있는 지베르니(Giverny), 프랑스 3대 성당 중 하나가 있는 샤르트르(Chartres), 마지막으로 프랑스 왕들의 궁전과 왕의 소유로는 최대라 일컫는 숲이 있는 퐁텐블로(Fontainebleau)와 밀레의 화풍이 담겨있는 바르비종(Barbizon)까지 훑어보는 것입니다.
유럽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명 인사들의 생가, 거주지, 사무실, 화실 등이 무척이나 많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그런 것들도 모두 쓸어버리고 새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복원 시에는 비용이나 노력이 몇 배나 더 들어 그 만큼 유적 복원에 힘이 듭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옛날 건물이라도 그냥 그대로 사용하면서 내부만 수리하는 정도이기에 그런 건물이나 유적들이 자연스럽게 보존되고 있습니다. 우리네는 간이 건축물들이 많아 재건축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런 면을 고려하더라도 생각해 볼 여지는 있을 겁니다.
오늘 우리가 볼 것들이 바로 그런 유적지들입니다.

르아브르는 파리에서 본 세느강이 바다로 흘러 드는 항구도시입니다.
세느강이 파리에서는 폭이 좁은 강이지만 이 곳 르아브르가 대서양과 면하는 곳에서는 강폭이 10 Km에 달할 정도로 큰 강으로 변신하여 사람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르아브르 만을 지나는 다리가 또한 거대한 건축물로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노르망디 대교라고 하지요.
우리가 하룻밤을 보낸 하플뢰(Harfleur)를 떠나 고속도로로 가다 보면 이 거대한 노르망디 대교 옆을 지나가게 됩니다. 사장교로 건설된 거대한 다리가 우리의 애마인 푸조의 옆 창문을 통해 선명하게 보입니다.

<지베르니 박불관 앞의 정원, 프랑스의 정원은 나무를 기하학적으로 가꾼 특징이 있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 지베르니는 고속도로에서 한참을 들어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클로드 모네 하면 “수련”이라는 그림을 떠 올릴 정도로 수련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입니다.
화려한 모습의 수련 연작들은 그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클로드 모네는 어제 에트르타에서도 그의 발자취를 볼 수 있었지만 그를 빼놓고는 인상파라는 미술의 한 장르를 생각하기 힘든 인물입니다.
그가 본 모습을 사실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색의 혼합과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빠르게 그리기 위해 그가 시도한 방법이 팔레트에 물감을 혼합하는 방식이 아닌 캔버스에 바로 물감을 묻혀 혼합하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본 순간을 빠르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하였지요.
이러한 기법은 그림에 생동감을 주었고 물감 고유의 색을 살려 더욱 선명하고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 대해 엄청난 혹평을 하면서 무질서한 정신병자의 그림이라는 표현까지 써서 그를 비난하지만 그는 그런 화풍을 연속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연작을 그립니다. 같은 대상을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여러 번 반복해서 연작으로 그림으로서 그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빛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것입니다. 그래서 모네의 그림은 주로 실내보다는 야외에서의 그림이 많습니다.
가장 많은 연작은 이 곳 지베르니에서도 가까운 루앙(Rouen)의 대성당을 그린 것으로 27번이나 그렸지요. 모네와 교류하면서 인상파라는 화풍이 발전하게 되는데 르느와르 등과 같은 인물들이 비슷한 화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미술에서의 인상주의를 최고로 끌어올린 사람은 반 고흐이지만 말입니다.

<모네의 집에 있는 수련이 자라는 연못과 정원>

재미있는 것은 이 모네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사람은 화가가 아닌 음악가라는 사실입니다.
바로 클로드 드비시(Claude Debussy)입니다.
이름도 같은 작곡가입니다. 프랑스가 낳은 천재적인 작곡가인 드비시는 시인인 말라르메, 화가인 모네, 르느와르, 조각가 드가 등과 교류하면서 영향을 받아 그의 음악은 마치 모네가 그린 그림과도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를 음악계에서 인상주의 음악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시인 말라르메의 영향을 받은 “목신의 오후 전주곡”이나 모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되는 관현악곡 “봄”, 교향시 “바다” 등을 통해 그는 인상파 음악을 완성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에서는 바다의 하루를 표현하며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하여 새벽 동틀 때의 잔잔하면서 느릿한 모습의 바다에서 한낮의 장난기스러운 모습, 마지막에는 폭풍이 몰아치는 격정적인 바다를 표현함으로써 바다의 시간적 변화를 노래했습니다.
드비시의 교향시 “바다”를 들어보면 당시 음악적 형식과는 전혀 다른 경향을 나타내며 현대음악의 한 종류인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의 음악을 한 소절씩 떼어내어 들으면 이것이 음악인가 혹은 화음인가 할 정도로 괴상망측합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전체로 들으면 마치 내가 바다에 있는 듯한 그런 느낌과 그 풍경 등을 노래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그의 표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지요.
바로 이것이 모네의 그림과 똑 같은 경향입니다.
모네의 그림도 가까이서 자세히 쳐다보면 물감이 혼합된 것에 지나지 않아 그림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멀리서 편안한 자세와 마음속을 열고 보면 그가 그린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스러움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드비시에게 어쩌면 모네는 은사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베르니에서 샤르트르로 가는 도중의 대평원의 모습입니다. 드넓은 농토가 부럽기만 합니다.>

어쨌든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자기자신도 빛의 화가라는 별명을 얻게 된 모네가 말년을 보내면서 수련 작품들을 그린 곳이 바로 이 지베르니입니다.
어찌 보면 이번 우리의 유럽여행의 마지막 여정의 첫 번째 볼 거리이지요.
지베르니도 전형적인 아담한 시골 마을입니다.
시골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보아왔던 전형적인 농촌 마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평지라 해도 숲이 많고 물이 많은, 한마디로 그림 그리기 좋은 마을입니다.
그 중에서도 모네의 집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미술관이 있고 작은 마을이지만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별도의 주차장 시설도 되어 잇습니다.
걸어서 모네의 집으로 가는데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서양의 유적이 아니라 동양의 유적인 듯 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일본에서는 모네에 대한 인기가 상당한 모양이지요.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온 일본인들은 그들 특유의 조근조근한 목소리와 누구나가 한 권씩 들고 있는 여행 안내책자를 들고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집에 찾아 온 듯 조심조심 행동합니다. 전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행동들입니다.
여기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니, 다른 곳에 비해 더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이 조용한 마을이라 더욱 조용히 차분히 관광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반면 이 곳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그들 특유의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모습을 여지없이 이곳에서도 드러냅니다.
미술관 앞 편으로 조성된 예쁜 정원에서 떠들어대며 사진 찍기에만 열을 올리는 중국인들과 꽃잎 하나도 조용히 살며시 향기를 맡으며 마치 그 꽃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조심하는 일본인들, 그 두 무리를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는 좋은 풍경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과연 한국인들은 어떨까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사실 박물관 같은 곳에서 그림이나 조각상 바로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관람을 하던 말던 상관없이 자기 사진 찍기에 바쁜 사람들이 한국인들 아닌가요? 물론 평생 한번 오기 힘들어 사진으로 기념하겠다는 그 갸륵한 마음이야 누구나가 마찬가지지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지요. 사람이 없을 때 찍거나 아니면 사진이 아닌 머릿속으로 기억을 해두는 것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뭐 이렇게 얘기하는 저도 꼭 그렇게 하지는 않으니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요.
모네의 집과 정원은 10월말인데도 불구하고 갖가지 꽃들이 만발하여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고 나뭇잎들도 가을 단풍 빛으로 변해 마치 우리네 가을과 같은 모습입니다.
물론 연못에서 자라는 수련은 그다지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지베르니에서 모네를 그려보고 다시 우리의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샤르트르로 가는 도중 우연히 만난 어느 마을에 있는 유적지입니다.>

샤르트르는 파리에서 서남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샤르트르 또한 아미앵과 마찬가지로 성당으로 유명합니다.
사실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보게 되는 마지막 성당입니다.
아미앵과는 달리 성당의 첨탑이 뾰족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성당입니다.
한낮의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달려 도착한 샤르트르는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평지에 자리잡은 도시입니다.
뾰족한 첨탑은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와 이 곳이 샤르트르임을 알게 해줍니다.

<뾰족한 첨탑이 특징인 샤르트르의 대성당입니다.>

샤르트르성당(Cathedrale Notre-Dame-de-Chartres)은 랭에 있는 대성당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왕들의 대관식을 많이 하던 성당입니다.
9세기에 처음 건축되었는데 몇 번의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재건축하여 오늘에 이른 성당입니다.
거대한 프랑스 고딕양식으로는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샤르트르와 아미앵, 랭의 대성당들이 건축되고 나서 독일 쾰른이나 밀라노의 대성당들이 건축되었지요. 어찌 보면 선구자적인 입장에서 당시 강성했던 프랑크제국이나 프랑스의 영광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런 역사적 의미를 제외한다면 사실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본 성당들에서 우리는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 보다는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전문적으로 건축이나 고고학, 미술사를 공부하지 않는, 또한 천주교신자가 아닌 우리 가족에게 성당은 더 이상 경외로운 대상이 아닙니다.
단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대상일 뿐이죠.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에서 절들을 다니는 사찰 순례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지요.
처음에는 경탄하지만 몇 개를 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특별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샤르트르성당이 아미앵과 비교해서 놀라움을 선사해주는, 그리 감탄사가 나오는 성당은 아닙니다.
파리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샤르트르가 프랑스 중부의 최대곡창지대의 중심지여서인지 도시의 풍광은 여유가 있는 모습입니다. 대도시와 달리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급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평안해 보이고 도시의 구조도 나즈막 하면서 안정적인 차분한 모습입니다.
이 샤르트르에서의 또 다른 볼거리는 두 번 다시 갈 이유도, 볼 필요도 없는, 아주 실망만 안겨주는 사금파리의 집(La Maison du Picassiette)이라는 곳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이 곳은 우리에게는 인터넷의 잘못된 정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발견한 곳으로 사진들이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의 박여사와 원정이가 일정에 집어넣었는데 어느 누구한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관광지입니다. 아니, 관광지라는 표현자체가 부적당합니다.
일단 입장료가 보여주는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둘째 사진이건 비디오건 촬영금지입니다.
셋째 별로 볼 것이 없습니다. 단순한 사기조각들을 가지고 장식품이나 집 한 채 꾸며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특허라든가 상표등록도 아니고 마리입니다. 바르셀로나에는 이런 것이 상징물입니다.

<샤르트르성당도 검은 때를 벗기는 공사 중입니다. 사금파리의 집에서 몰래 한 장 찍은 사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분이 안 좋았던, 꼭 사기 당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입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자마자 주인인 듯한 남자가 졸졸 쫓아 다니며 사진을 찍는지 비디오를 찍는지 감시하며 우리끼리 재미있게 볼 수 없는 분위기로 유도하지요.
만일 샤르트르를 갈 경우가 생기더라도 이 곳을 가는 것은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저로서는 전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사진과 함께 이 곳이 너무나 좋다고 글을 올린 분들이 있는데 저는 거꾸로 묻고 싶습니다. 사진은 어떻게 찍었는지, 그 곳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는지 묻고 싶은 마음입니다. 몰래 찍었을까요? 아니면 그 사람들이 갔을 때는 감시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거나 사진을 게재하며 관광지나 음식점을 소개할 때는 어느 정도는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하여 다른 사람들이 입을 피해를 생각해야 하는데 너무 주관적인 것을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소개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지요.
햇빛이 강하고 밝아 따뜻한 오후 2 ~ 3시경임에도 솔직이 이 곳을 찾는 사람이 우리를 제외하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이 곳이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보면 될 겁니다.

이제 샤르트르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퐁텐블로성(Chateau de Fontainebleau)으로 향했습니다.
퐁텐블로는 파리에서 남동쪽에 자리한 궁정 겸 숲이 있는 곳입니다.
궁 자체는 베르사이유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규모이지만 그 주위에 퍼져있는 숲의 규모는 대규모로 조성되어 있어 파리 시민들의 산책 및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퐁텐블로궁전의 본관과 정원의 모습>

퐁텐블로는 또 하나, 왕성하게 활동중인 프랑스의 젊은 소설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소설 “개미”의 주 배경장소입니다.
저는 읽지 않았지만 “개미”를 읽은 원정이의 얘기로는 소설 속 내용인즉 개미들의 왕국에서 개미들이 생활하고 타 집단 개미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또 그 개미들이 처음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퐁텐블로 숲이랍니다.
원정이 말로는 무지하게 재미있는 소설이랍니다. 그러나 저도 아직껏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퐁텐블로궁전 내부에 있는 어느 동상 위에 비둘기가 마치 동상의 일부인 것처럼 앉아있는 모습>

샤르트르에서 퐁텐블로를 가려면 단순하지 않습니다.
가장 빠른 길은 파리 외곽을 거쳐 돌아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가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길로 인해 낭패를 보게 된 것이지요.
네비게이션이 약간씩 느리다 보니 빠져나가야 할 곳에서 바로 빠지지를 못해 결국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다가 겨우 퐁텐블로 방향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30분 이상을 지체하다 보니 퐁텐블로에 도착한 시간이 4시 40분 정도 되었습니다.
성에 들어가 잠깐 돌아다녔는데 5시가 문을 닫는 시간이라면서 내쫓는 바람에 우리는 20분 정도도 보지 못하는 불운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퐁텐블로는 수박 겉핡기식으로 보았기에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사실을 추가하면 퐁텐블로가 있는 도시 내에서 생각보다 퐁텐블로 궁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도로표지판에 “Chateau de Fontainebleau”라는 문구가 없어 우리는 퐁텐블로에서도 많은 시간을 허비했지요.
퐁텐블로를 어떤 분들은 베르사이유보다 더 볼 것도 많고 궁전 자체도 거대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 아기자기한 멋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퐁텐블로에서의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떠나면서 파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바르비종(Barbizon)을 들렀습니다.
바르비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인 밀레가 살면서 농촌의 모습을 그린 곳입니다.

<바르비종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밀레의 마을임을 나타내는 표지판에서>

퐁텐블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시골 마을입니다.
이 곳에서 바르비종파가 그들만의 화풍을 유지한 곳이기도 하지요.
그들은 농민들의 애환과 삶을 몸소 느끼면서 그들의 그림 속에 그 모습을 표현한 어찌 보면 현실 참여주의적이면서도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풍경화를 하나의 화풍으로 정립한 그들만의 독자적인 이데올로기를 추구했습니다.
19세기 프랑스농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바르비종파는 모네나 르느와르 등과 같이 초기 인상파를 대표하였고 후기 인상파들의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중심에 우리가 잘 아는 밀레(Jean-Francois Millet)와 루소(Theodore Rousseau)가 있습니다.
그 중 밀레는 만종, 이삭줍기와 같이 광활한 프랑스 농토를 배경으로 한 풍경화를 사실적인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저녁 놀이 지는 들판에서 두 농민부부가 석양에 기도를 올리는 모습의 만종은 석양으로 어두워져 가는 들판의 누런 모습과 하늘의 붉은 노을을 순간적으로 표현하였는데 그와 똑 같은 모습의 평야가 바르비종 마을 바로 앞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림에서 보던 바로 그 모습입니다.
시간도 저녁 해가 질 무렵이 가까워 석양 속에 아이들과 그 모습을 쳐다보며 그림을 생각했습니다.
이 마을에 바르비종파 화가들이 자주 머문 간 아저씨 여인숙 - 지금은 박물관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 과 같은 그림의 소재가 되었던 여러 가지 볼만한 것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다른 것들은 겉 모습만 쳐다보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오늘 갔던 조용하고 산뜻한 샤르트르의 어느 광장에서>

이제 우리의 자동차여행 일정은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밤에 파리 볼로뉴 캠핑장에 도착하면 자동차로 이동할 일은 마지막 공항으로 가는 일정 외에는 없습니다.
파리의 저녁시간이다 보니 러시아워에 걸려 파리 순환도로인 페리페리크는 양 차선이 모두 꽉 막힌 상태여서 볼로뉴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늦게 였습니다.
볼로뉴 캠핑장이 우리에게는 마치 집과 같은 안식처의 역할을 합니다.
기분이 꼭 먼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도착한 느낌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미리 생활을 해봤고 또한 미리 예약을 했던 이유로 호텔방을 찾아나서는 고생스러움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오랜만에 짐도 모두 꺼내고 정리를 하고 저녁은 알사스지방에서 사온 알사스 화이트와인과 함께 풍성하게 차려 먹었습니다.

내일은 푹 자고 일어나서 소르본 대학 근처의 먹자골목에서 점심을 먹고 파리 노트르담성당 앞에 있는 프랑스의 포인트제로(Pointe 0), “세익스피어&컴패니”라는 이름을 가진 파리의 작지만 유명한 서점, 그리고 파스퇴르연구소 내의 파스퇴르 박물관과 몽파르나스지역을 보고 밤에는 에펠탑의 야경도 구경할 예정입니다.
에펠탑의 야경이 그렇게 좋다고들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