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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전쟁으로 얼룩진 대평원, 프랑스 북부의 농업지대 메츠(Metz) → 베르덩(Verdun) → 랭(Reims) → 아미앵(Amiens) → 에트르타(Etretat) → 하플뢰(Harfleur) 22부 - 2008년 10월 22일 수요일 오늘 이동거리 : 576 Km, 누적거리 : 4459 Km 메츠하면 FC메츠가 생각납니다. 예전에 축구선수인 안정환선수가 1년 정도인가 머물렀던 프랑스의 프로축구 구단입니다. 메츠라는 도시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그 정도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메츠에서 머문 호텔 바로 옆이 쇼핑몰 Complex가 있습니다. 식료품 매장, 전자제품 매장, 스포츠용품 매장 등 갖가지 할인매장들이 건물을 하나씩 차지하며 거대한 단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문이 열리자마자 우리는 식료품과 전자제품 매장을 한번씩 둘러보고 출발했습니다. <농업대국 프랑스의 북부 대평원지대의 끝없이 넓은 농토를 배경으로> 오늘 우리는 어제에 이어 메츠에서 출발하여 프랑스의 서쪽 끝, 대서양연안의 노르망디 해안까지 달려 가야합니다. 어제 스트라스부르에서 머물렀으면 700km이상을 오늘 갔어야 했는데 다행히 200Km가까이를 더 서쪽으로 오는 바람에 조금은 여유가 있는 날입니다. 어제와 달리 날씨가 좋아 메츠에서 출발하면서부터 산뜻합니다. 메츠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곳이 세계 1차대전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지역으로 유명한 베르덩(Verdun)계곡입니다. 우리가 오늘 지나가는 지역이 파리 북쪽으로 지나가는 코스라 1, 2차대전 당시의, 특히 1차대전때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들을 지나갑니다. 그래서 1, 2차대전에 대한 얘기를 안할 수 없지요. 이 지역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농업지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평지가 많고 강이 많다보니 그런 큰 전쟁의 격전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나 프랑스의 수도로 우리나라의 서울과 같이 상징적으로, 실질적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파리가 가까운 곳이라 독일과 프랑스간의 여러 전쟁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부각되어 서로 간에 공방이 커진 곳입니다. 뫼주강(Meuse River) 서안에 자리한 베르덩은 세계 제1차대전중 가장 치열하고 격렬했던 전투의 현장입니다. 1차대전중 독일의 선공으로 시작된 독불전쟁은 1870년 보불전쟁 당시 프러시아, 지금의 독일총참모장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몰트케의 조카인 동명의 몰트케 - 이름이 같기에 역사서에서는 보불전쟁 당시의 몰트케를 대(大) 몰트케, 1차대전 당시 참모총장이었던 몰트케를 소(小) 몰트케로 호칭합니다. - 에 의한 1914년 파리 북쪽의 마른강 전투에서 독일이 패배한 이후 지루한 진지전으로 전환되었는데 이 난국을 타개할 목적으로 독일이 이 곳 베르덩에서 대규모 공세를 취하게 됩니다. 1916년 시작된 이 공방전은 1차대전 당시 진지전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무수한 사상자를 내며 일명 “베르덩의 지옥”으로 불리며 회자되곤 합니다. 이 전투의 악몽은 독일과 프랑스가 사이가 좋은 지금까지도 양국 국민들 사이에 적대 감정이 수그러들지 않게 만들었지요. 약 10개월간 지속된 전투에서 양군은 100만명이라는 사상자를 남깁니다. 특히 독가스가 인류전쟁상 최초로 살포되어 실전에 사용된 전투도 바로 이 베르덩 전투입니다. 결과적으로 독일이 공격에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프랑스가 이긴 것도 아니었던,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던 전투였습니다. 이 전투는 독일이 1차대전에서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분수령이 된 전투이지만 연합군 측도 서부전선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 프랑스군은 쇠퇴하고 이후 영국군이 주도하다가 마지막에는 미군이 끌고가는 전쟁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이 베르덩 전투는 또한 프랑스의 1차대전의 영웅으로 불렸던 패탱원수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전투입니다. 패탱은 이 전투의 승리자로 이름을 남겼지만 2차대전 때에는 프랑스의 항복이후 독일에 의해 만들어진 괴뢰정부인 비시정부의 수반으로 등극하여 반역자로 생을 마치게 됩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영웅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베르덩계곡은 북부의 솜므강 전투와 함께 1차대전 당시 서부전선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 중하나로 세계 전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 베르덩 지역은 전쟁에 대한 상처가 남아있어 유적들과 유해가 발굴되고 있습니다. 바로 북쪽인 룩셈부르그와의 경계에서부터 남으로 뻗은 그리 크지 않은 계곡이지만 이 지역의 다른 곳이 평지로 이루어진 농토인 것과는 달리 뫼주강을 끼고 숲과 산,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속도로로 지나가다 보면 곳곳에 전쟁기념탑이나 공원등이 산재해 있습니다. 베르덩을 지나면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프랑스의 유명한 지역입니다. 샹파뉴지방(Champaigne)입니다. 샴페인으로 유명한 이 지역도 역시 끝없이 펼쳐진 평야지대입니다. 이 지방의 중심지는 랭(Reims)입니다. 랭은 다름아닌 1945년 2차대전의 독일이 히틀러의 자살이후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을 표시하는 항복문서에 조인한 곳입니다. 또한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유명합니다. 아마도 프랑스에서 3대 성당이라 한다면 서북부의 아미앵의 노트르담, 파리 근처 샤르트르의 노트르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곳 랭의 노트르담성당입니다. 규모도 세 군데가 다 비슷합니다. 아미앵 성당이 조금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태는 아미앵과 랭의 대성당이 파리의 노트르담과 비슷하게 사각형의 첨탑을 가지고 있고 샤르트르 대성당은 뾰족한 첨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잘 알려진 성당인 랭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498년 프랑크왕국을 처음 건설하였던 클로비스가 대관식을 치른 이후 역대 프랑스왕들의 대관식을 주로 했던 성당으로도 더욱 유명합니다. 우리가 지나가는 고속도로가 바로 랭의 중심지를 지나가는 덕분에 랭에 들리지 않아도 성당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가 워낙이 평야와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노트르담 성당 정도의 높은 건축물은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멀리서 보이기 때문입니다. 광활한 농토를 보면서 파리 남쪽의 프랑스 중부의 대평원과 다를 바 없는 이 지역이 프랑스 농업의 주산지라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알 수 있습니다. 스트라스부르에서부터 서쪽 끝 대서양연안까지 이어진 대평원입니다. 중간에 베르덩과 같은 산악지대가 조금씩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프랑스의 동쪽 끝에서부터 서쪽 끝까지 계속된 평야라고 할 수 있지요. <프랑스 최대 성당인 아미앵성당의 외관입니다. 오른쪽이 뒷모습입니다.> 랭을 지나가면 오늘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인 아미앵이 넓은 평야지대에서 갑자기 도시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마치 미국의 LA에서 고속도로로 가다가 갑자기 평지에 솟아있는 라스베가스가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죠. 아미앵(Amiens)은 파리 북부의 솜므강(Somme River) 연안에 있습니다. 파리에서 100여 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 곳은 예로부터 프랑스의 중요한 방어선입니다. 아미앵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아미앵의 앙증맞은 시내버스> 로마가 갈리아를 정복했던 기원전 1세기의 카이사르 조차도 이 도시를 방문했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로마에 정복당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도시입니다. 아마도 이 일대가 거대한 평원이고 3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이라 수량도 풍부하고 토질도 좋아 농토로는 상당히 좋은 지역이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도시를 형성했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령이 된 것은 실질적으로는 17세기 이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아미앵은 중세에는 직물산업으로 번영하다가 르네상스시대를 지나면서 서서히 쇠퇴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19세기 이후 문화유산 보존운동이 프랑스내에서 불꽃처럼 휘몰아치자 아미앵대성당을 복원하면서 아미앵은 다시금 살아나게 되었고 20세기 들어와 2차 대전을 거치며 성당을 제외하고는 도시 자체가 폐허가 되었다가 2차대전후 도시계획하에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아미앵의 재건후 전통적인 섬유산업과 타이어, 철강, 가구, 피혁 등의 공업과 식품공업으로 다시금 활기를 띤 도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아미앵의 상징이 바로 노트르담 드 아미앵(Cathedrale Notre-Dame d’Amiens), 즉, 아미앵대성당입니다.  <내부가 무척이나 밝은 성당입니다.> 성당 본당은 13세기에 지어졌으며 양 첨탑은 14세기에 완공된 프랑스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당입니다. 규모가 파리 노트르담성당의 2배이며 조각품들이 3600여점에 달하는 중세에 만들어진 성당으로는 유럽 최대 규모입니다. 성당이 건축될 당시가 잉글랜드와의 백년전쟁 기간이었지만 건축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계속 이루어져 지금의 형태를 가지게 된 곳입니다. 아미앵으로 들어가면 도시가 깨끗하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인구 12만의 중소도시로는 드물게 신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마도 2차대전 당시 독일의 무차별 폭격과 포격으로 폐허가 된 것을 복구하다보니 과거의 도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치 우리의 분당, 일산과 같은 신도시의 형태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넓직한 대성당앞의 광장에서 보면 거대한 흰색 건물이 파란색 하늘속을 뚫듯 솟구쳐 오른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양쪽으로 뻗은 첨탑은 기록상으로는 70m정도이지만 우리의 눈에는 100m정도로 높아 보입니다. 주위에 높은 건축물이 없어 더 높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시간의 검은 때를 벗겨냈는지 거무튀튀한 모습은 아직 공사중인 후면 부분과 북측의 옆 부분에만 남아있을뿐 전면과 남측 옆 부분은 벌써 세척이 끝나 깨끗한 흰색의 석조건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성당에서 놀라운 점은 내부로 들어가면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일단 규모가 지금까지 보아온 성당들의 몇 배는 되는 듯한 규모일뿐만 아니라 내부의 조명이 너무나 환하여 이곳이 성당인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른 어떤 성당도 성당내부는 어두컴컴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아미앵 성당은 무척이나 밝아 전등이나 촛불이 없어도 자연채광에 의해 주위의 모습과 그 색상까지도 집에서 보는 듯하게 선명하게 보여집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성당내부를 돌아다니다보면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간단합니다. 보통의 성당들은 모든 창문들이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어져있어 햇빛이 자연스럽게 들어오지 않다보니 내부를 어둡게 만드는데 반해 이 성당은 공사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의 창문들에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닌 그냥 유리로 되어 있어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그 이유였습니다. 유럽에서 본 성당중에 아마도 가장 밝은 성당일 겁니다. 언젠가 어떤 분이 이런 구조의 고딕양식이 가장 창을 크게하고 가장 밝게한 당시의 최신 기술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 그 사실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미앵에서 스테인드글라스공사가 끝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환한 고딕양식의 진수를 보았다는 사실에 우리의 여행은 역시나 운이 따르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대낮에 아미앵 성당을 봤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밤의 아미앵 성당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간에 밝히는 조명이 “빛의 아미앵 성당”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마치 우리네 궁궐이나 절의 지붕 밑 단청과도 같이 화려한 색상의 조명으로 조각품들이 자기 모습을 자랑한다고 하네요. 아쉽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성당 내부 본당의 모습입니다.> 아미앵을 떠나면 바로 솜므강이 나옵니다. 이 지역은 1, 2차대전 당시의 격전지중 격전지라 고속도로에서도 계속적으로 전적비와 전몰유적에 대한 표지판이 무수하게 나타납니다. 솜므강 전투는 1차대전 사상 가장 비참한 전투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베르덩 전투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던 1916년 여름 시작되어 6개월간 벌어진 이 전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많은 희생자가 생긴 전투이면서 새로운 무기가 많이 등장한 전투이기도 합니다.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전쟁소설들도 바로 이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작가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있거라”, 알딩턴의 “영웅의 죽음” 등이 이 솜므강 전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벌어진 베르덩 전투가 독일이 서부전선에서 전황을 바꾸기 위해 총공세로 나서고 프랑스군이 방어를 한 전투라면 솜므강 전투는 연합군이었던 영국군을 중심으로 베르덩에서의 집중공격여파로 이 지역에서는 방어만 하던 독일을 몰아붙여 총공격을 취한 전투입니다. 또한 베르덩에서 10개월간의 공방전 끝에 양군 도합 100만명 가량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는 달리 영국군의 미숙한 전략, 전술, 그리고 성능미달의 대포로 인해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은 솜므강 전투는 130만명이 넘는 엄청난 소실을 기록합니다. 특히나 연합군 측의 손실이 엄청났지요. 지금도 이 솜므강 지역은 대대적으로 땅을 갈아엎고 농사준비를 하는 11월경이면 곳곳에서 유골들이 발굴되고 또 폭발사고가 일어납니다. 90년전 발생한 1차대전때 포탄이 아직껏 터지고 있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베르덩에서의 포격전이 훨씬 강력했고 훨씬 더 많은 포탄을 사용했음에도 솜므강지역이 훨씬 자주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폭탄의 크기도 더 크다는 사실입니다. 이 지역 특성상 토질이 단단하지 않아 불발탄이 많았다는 것과 대부분의 불발탄이 영국제 포탄이라는 특징인데 당시 영국의 무기제조가 엉터리이고 허술했던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사실로 미루어보건대 만일 우리나라도 남북통일이 되어 지금의 비무장지대가 개방된다면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진지전을 벌였던 그 지역들에서 무수한 불발탄이나 폭발물 사고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무척이나 위험하다고 할 수 있지요. 또 하나 솜므강 전투는 전쟁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탱크가 처음 영국군에 의해 등장한 전투입니다. 실전에 사용된 첫번째 전투입니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이 몇 백년전이 아니고 아직 100년도 되지않았기에 아직도 파리 북부의 북프랑스지역은 독일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대서양연안 에트르타의 코끼리바위로 알려진 석회암 절벽> 고속도로 곳곳에 그런 것에 대한 표지판들, 안내판들에서 전쟁의 비참함과 무서움을 잠시라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역사적 배경이나 사실에 대한 설명을 했지만 과연 아이들이 그런 뜻을 알아들었는지는 저로서는 알 수가 없지요. 아무튼 우리는 아미앵을 출발하여 2시간이 채 걸리지않아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대서양 연안의 에트르타(Etretat)에 도착했습니다. 에트르타가 있는 곳의 지역 명칭이 상 노르망디(Upper Normandie)입니다. 노르망디하면 누구나가 2차대전 당시인 1944년 6월 6일의 D-Day를 연상할 겁니다. 독일군에 대해 서서히 반격하던 연합군이 당시 독일과 인류역사상 가장 격렬하고 치열한 전쟁을벌이고 있어 기진맥진하기 직전의 소련 스탈린에 요구에 대한 답으로 제 2전선을 독일 서부에 구축하기 위해 교두보로써 상륙작전을 벌였던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한 곳입니다. 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은 독일을 결정적으로 패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D-Day라는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도 바로 이 상륙작전의 날짜를 숨기기 위한 연합군의 작전으로 만들어진 단어로 독일군에게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무슨 특별한 행사를 하는 날을 우리는 D-Day라는 용어로 쓰고 있지요. 영국의 건너편 바다에 면한 노르망디 해안지역은 상당히 길게 뻗어 있습니다. 그중 D-Day에 상륙한 곳은 상 노르망디가 아닌 하 노르망디(Lower Normandie)입니다. 우리의 목적지인 르아브르 항구의 북쪽 에트르타가 있는 곳이 아닌 르아브르 남쪽 만에 위치한 곳입니다. <코끼리바위의 반대편에 있는 아기코끼리바위입니다.> 에트르타는 대서양연안에 있는 석회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해안이다보니 대서양의 거대한 파도와 해류에 의해 풍화작용이 일어나 기암괴석들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사진이나 그림으로 코끼리형상을 한 바위를 본 분들은 “아, 그 곳이구나” 하실 겁니다. 기암괴석이 많고 절경을 이루다보니 수많은 화가들이나 작가들이 이 곳을 배경으로 작품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그 중 소설로는 르블랑의 “괴도루팡”이 유명하지요. 루팡이라는 도둑을 주인공으로 한 이 연작시리즈는 영국인 작가인 코난도일의 탐정소설인 “셜록 홈즈”시리즈에 대비하여 쓴 자품으로 프랑스인들과 일본인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있는데 그 중 “기암성”이라는 작품은 이 곳, 에트르타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러다보니 에트르타는 루팡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나 축제가 벌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화가로는 바로 옆 르아브르에서 유년기와 청년시절을 보내면서 이 대서양연안을 그리며 이 곳을 자주 찾던 클로드 모네와 19세기 밀레와 더불어 사실주의 작품을 많이 남긴 쿠르베가 이곳에서 그림을 그려 유명하기도 합니다. 또한 프랑스가 낳은 문호중 하나인 기 드 모파상도 이곳에서 작품을 쓰기도 했지요. <아기코끼리바위쪽 언덕위에서 바라본 에트르타 해변> 우리가 에트르타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가 조금 안된 시간입니다. 오전 10시경에 메츠를 출발하여 중간에 들른 곳이라고는 아미앵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여정입니다. 원래 계획대로 메츠를 거치지 않고 스트라스부르에서 룩셈부르그를 거쳐 벨기에 남쪽 워털루(Waterloo)를 거쳐 아미앵과 에트르타로 온 것이라면 하루에 오기가 힘들었겠지요. 에트르타에서 드디어 우리는 대서양을 만났습니다. 해안은 모래가 아닌 자갈로 이루어져 있고 거대한 해안 절벽들은 마치 조각을 한 듯한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끼리 바위는 말 그대로 코끼리가 긴 코를 내려놓고 쉬고 있는 모습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코끼리 바위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면 십자 형태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자연적인 물길이 절벽 밑으로 형성되어 아찔한 모습을 연출합니다. 넓지않은 해안이라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이 경치 하나로 이 마을이 유명해져서 인지 해안이 잘 보이는 곳곳에 호텔들이나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기도 합니다. 해변에는 모네가 그림을 그린 장소 등이 표시되어 있기도 하지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레스토랑과 호텔을 빼놓고는 여느 프랑스의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6시가 넘자마자 철시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정말이지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같으면 관광객이 한명이라도 더 오면 악착같이 문을 열어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노력할텐데 이 나라는 많은 곳에서 경험했지만 내가 정한 시간에 오지않으면 손님이 아무리 많아도 결코 문을 열지 않습니다. 시간이 되면 철저하게 문을 닫아버리지요.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여행지 다닐 때마다 사 모으던 마그넷, 즉 자석을 이 곳에서는 구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빨리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그러나 우리는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만났습니다. 외국에서, 그것도 저 머나먼 프랑스의 대서양연안에서 우리는 무지개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반원형의 선명한 무지개가 에트르타의 언덕에 올랐을 때 우리의 머리 위로 그 일곱색깔을 선보이며 이번 우리의 여행을 축복해주는 듯 했습니다. 한참동안 볼 수 있던 무지개는 우리가 그 언덕을 내려가면서 사라졌지요. 석양이 물들어가는 속에 바다위에서 볼 수 있던 무지개, 그것은 여행에서 찾는 또 하나의 묘미입니다. 또 한가지는 아마도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흥준교수가 봤다면 한마디 했을 이 아름다운 자연속에 너무나 인공적인 뾰족탑이 하늘을 향해 삐죽이 솟아있다는 우스꽝스러운 사실입니다. 글쎄,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여행을 축복하는 무지개와 함께, 뒤로 뾰족탑이 보입니다.> 이제 이번 여행에서 차를 타고 다니며 호텔을 찾아 헤매는 마지막 밤입니다. 오늘 밤만 잘 보내면 내일부터는 다시 파리의 볼로뉴캠핑장에서 3박을 하고 서울로 출발하게 됩니다. 마지막 호텔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내일을 생각하며 좀 더 파리쪽으로 다가간다는 강박관념에 우리는 좋은 호텔들을 지나쳐 에트르타에서 가까운 큰 도시인 대서양연안에서 가장 큰 항구인 르아브르(Le Havre)까지 가서 방을 잡을 생각을 했지요. 큰 도시이므로 방이 많을 줄 알고 말이죠. 헌데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일이 발생합니다. 곳곳의 호텔에 빈방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이 주말도 아니고 수요일인데 이런 큰 항구도시에 방이 없다니, 우리는 무척이나 당황했지요. 결국 르아브르를 지나 하플러라는 곳까지 흘러가다 9시쯤 되어 겨우 방을 하나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해프닝이었습니다. 호텔 프론트에 직접 대면을 하다보니 모두들 방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네비게이션에서 찾은 한 호텔로 전화를 했더니 방이 하나 있는데 1시간내에 오지 않으면 없어진다기에 우리는 예약을 하고 급히 그 호텔로 갔지요. 그러고는 그 호텔에 들어가 예약 얘기를 하지 않고 빈 방을 물어보니 방이 또 없다고 해서 우리가 15분전에 예약한 사람들이라고 하니까 프론트의 사람과 매니저, 그리고 우리 예약을 받은 보조일을 하는 아줌마 셋이 모여 한참을 티격태격 하더니 마지못해 방 열쇠를 줬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외국인이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인가 싶기도 했지요.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방을 얻은 우리는 마지막 호텔에서도 밥을 해먹고는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제 내일 하루만 돌아다니면 다시 파리로 갑니다. 3주 이상 프랑스와 스페인, 스위스 등을 돌아다녔는데 마지막이 다가온 거지요. 아쉽기도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돌아다녔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