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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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불어와 독일어의 경계에서 만난 탁월한 선택!
샤모니(Chamonix-Mont-Blanc) → 제네바(Geneve) → 로잔(Lausanne) → 베른(Bern)

20부 - 2008년 10월 20일 월요일

오늘 이동거리 : 290 Km, 누적거리 : 3484 Km

10월 중순이지만 1000m가 넘는 고지대라서인지 상당히 쌀쌀한 날씨입니다.
시설이 썩 좋은 편도 아니면서 무척이나 비싼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일어나 몽블랑방향을 쳐다보니 구름이 잔뜩 끼었습니다.
날씨가 맑아야 에귀 디 미디에서 몽블랑을 바라볼 때 선명하게 보이는데 구름이 잔뜩 껴 있어 그렇지 않을까 봐 걱정입니다.
몽블랑은 년중 구름끼는 날이 많아 정상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오늘 행운이 오기를 어젯밤에 빌면서 잤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호텔 프론트에서 웃으면서 오늘 몽블랑에 올라가면 정상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저 구름은 오전 중에 걷혀 위에서는 충분히 정상을 볼 수 있을 거랍니다.

<3842m 절벽 위에 세워진 에기유 뒤 미디 전망대 꼭대기입니다. 하늘이 무척이나 파랗습니다.>

일단 기대를 하고 아침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에기유 뒤 미디(Aiguille du Midi)라고 불리는 3842m 높이의 북봉까지 가는 케이블카를 타러 갔습니다.
샤모니에서 몽블랑 주위의 산들을 오르는데는 여러 코스가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가 에기유 뒤 미디까지 오르는 코스와 이 에기유 뒤 미디에서 3462m 높이의이탈리아에 있는 엘브로네(Pointe Helbronner)까지 다시 곤돌라를 타고 가는 코스, 그리고 샤모니에서 몽탕베르(Montenvers)라고 불리는 곳까지 운행하여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 빙하를 볼 수 있는 몽탕베르 산악열차코스 등 수많은 등반코스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에기유 뒤 미디까지만 가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비시즌이라 사람이 거의 없어 주차하는데도 무리가 없고 기다림도 없이 112유로짜리 패밀리티켓을 사서 올라갈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1000m 밖에 안되는 샤모니가 이 정도로 쌀쌀하니 4000m위의 고도에서는 영하의 날씨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케이블카는 고속으로 움직여 순식간에 2300m대의 플랑 드 레기유(Plan de l'Aiguille)까지 순식간에 올라갔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프스산맥은 구름이 밑에 깔려있고 그 속에서 봉우리들이 솟아 있지요.>

드디어 제가, 아니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 올라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왔습니다.
물론 10분도 지나지않아 그 기록은 또 깨지겠지만 말입니다.

<구름에 가려있는 샤모니 지역과 이탈리아 엘브로네로 가는 곤돌라가 보이는 곳에서>

2300m가 넘는 높은 고도인데도 주위는 눈으로 덮혀있지 않고 군데군데 잡초와 관목이 듬성듬성있는 황무지입니다.
이 곳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다시 1000m이상을 올라가야 최종 도착지입니다.
잠시 쉰 다음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급격한 절벽을 따라 올라갑니다.
3000m 정도를 지나면 온통 얼음과 만년설로 뒤덮히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본격적인 겨울이 아니라서 이 정도 높이에서 시작하지만 아마도 겨울에는 이보다 한참 밑에서도 눈과 얼음을 볼 수 있겠지요.
1000m급인 샤모니에서 3800m대의 에기유 뒤 미디까지 오르는데 걸린는 시간은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에기유 뒤 미디의 케이블카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차가운 기운이 몰아쳐 왔습니다.
드디어 쌍둥이들과 박여사,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올라본 가장 높은 곳에 섰습니다.
3842m!
4000m에 조금 못 미치는 높이에 도달한 우리는 바깥 전망대로 나가 차가운 산 정상의 공기를 흡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위 산속에 동굴을 뚫어 만든 에기유 디 미디의 전망대는 높이 3842m로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일 것입니다.

<산등성이 오른쪽위의 하얀 둥그런 곳이 4810m 몽블랑 정상입니다.>

그러나 확실히 급격히 높아진 고도에 박여사는 숨쉬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고 저는 배가 울렁거림을 느꼈습니다. 고도가 높아졌을 때 발생하는 고산병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쌍둥이들은 전혀 거리낌없이 좋아라 하며 이리 저리 돌아다니고 눈을 만져보고 합니다만 박여사는 주춤거리며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는 배가 울렁거린다는 것을 아이들 앞이라 전혀 티를 내지않고 있느라 잠깐이지만 힘이 들었지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몸이 원상태로 돌아오자 샤모니에서와는 딴판으로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구름 한점없는 신선한 대기 속에 알프스산맥의 높이 솟은 온갖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곳보다 높은 산들은 하나같이 눈에 덮혀 있는 형국이고 이 곳보다 낮은 곳들도 3000m급 이상되는 봉우리들은 바위와 눈으로 뒤덮힌 모습입니다. 그보다 아래의 봉우리들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구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해가 빛나는 남동쪽으로 여기보다 훨씬 높은 4810m의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이 우뚝 선 모습으로저 멀리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높이가 4000m 이상되는 봉우리들 몇 개가 그 밑으로 모습을 나타내며 마치 몽블랑을 호위하는 듯 합니다.
상상과는 달리 몽블랑은 뽀족하게 우뚝 솟은 봉우리는 아닙니다.
긴 능선상에 여러 높은 봉우리들이 조금씩 솟아 있는 가운데 가장 높은 높이를 보여줍니다.
어찌 보면 그것이 몽블랑이라는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몽블랑보다 가가운 거리에 있는 봉우리들이 더 높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능선위에 불룩하면서 둥그렇게 솟은 몽블랑을 쳐다보면서 이제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온통 눈으로 덮힌 세상과 그와 대비되는 짙은 파란색 하늘의 모습을 보면 마치 그림을 그린 듯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곳에서 하얀 세상을 구경하고는 다시 급격하게 움직이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역시 3800m와 1000m는 기후 자체가 다릅니다.
구름 한점 없던 산 위와는 달리 구름도 많이 끼어있고 온도도 훨씬 따뜻합니다.
마치 겨울이 가고 봄이 온 듯 합니다.

<제네바의 유명한 호수인 일명 레만호라 불리는 제네바호와 그 주변의 스카이라인>

오전내내 알프스에서 보낸 우리는 이제 또 다른 새로운 나라로 향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를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국제기구들의 회의나 미팅이 많은 장소가 스위스의 제네바(Geneve)가 아닐런지요. 그만큼 국제적인 도시이고 스위스를 대표하는 도시중 하나입니다.
이름도 유명한 제네바와 올림픽의 도시 로잔(Lausanne)을 거쳐 베른(Bern)까지가 오늘의 일정입니다. 오전에 몽블랑을 오르고 오후에 스위스의 서쪽 절반을 지나다니며 구경하는 일정이지요.
제네바까지는 이제 평지로 달립니다.
고속도로나 국도나 사실 거리상으로나 시간상으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빨리 달리기 위해 통행료를 내는 고속도로를 택했습니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에서 이번 여행 최초로 검문에 걸렸습니다.
국경검문소에서 걸린다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해 약간은 당황했습니다.
더구나 우리 앞의 차들은 아무 문제없이 그냥 통과하는 터라 동양인이고 아이들도 차에 타고 있어 우리도 자연스럽게 통과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4명의 여권, 운전면허증 등을 모두 달라고하면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바람에 황당하여 아이들과 박여사 누구랄 것도 없이 황당해 했지요.
그러나 10분쯤 지나 우리의 여권 등을 가져온 스위스 경찰은 그냥 통과시켜줬습니다.
하긴 잡을래야 잡을 건덕지가 없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여행 다니는 사람을 잡으면 스위스로써는 마이너스일 테니까요. 스위스가 관광대국 아닙니까?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마침 스위스나 제네바의 지도도 구하려던 참에 가려는 경찰을 붙잡았습니다.
스위스 맵과 제네바 맵을 가지고 있다면 달라고 했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사무실로 가서 지도를 가져다 줍니다.
덕분에 우리는 제네바에 대한 시내 상세지도가 없었는데 필요한 것을 구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일단 도로 중간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도를 펴 놓은 다음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3시간 정도를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제네바에서 점심도 먹고 구경도 하기로 했습니다.

<시계도시 제네바의 명물, 겨울이 가까워 꽃시계에 꽃은 없지만 숫자판이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제네바에는 많은 국제기구들이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사본부, UN의 유럽대표부, 세계노동기구(ILO), 국제통신연합,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그리고 얼마전 한국인 최초의 국제기구 사무총장을 지내다 돌아가신 이종욱박사 -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세계적으로 백신관련하여 백신의 황제라 불렸으며 국제기구에 몸담아 평생을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질병퇴치에 헌신하였고 특히 결핵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켜 결핵 퇴치 운동을 주도한 분입니다. - 가 재직했던 세계보건기구(WHO) 등등 상당히 많은 수의 국제기구의 본부가 있어 이 도시는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도시입니다.
잿빛 날씨 속에 제네바에 들어서니 도시 분위기가 지금까지 본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5층 정도 크기의 돌로 된 빌딩들이 길 양옆으로 늘어선 가운데 도로는 전차가 다니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서울에서 많이 보았던 그런 정도로 낡지는 않지만 전선으로 움직이는 전차입니다.
그러다보니 도로 위가 각종 전차선과 전선들로 어지럽게 선들이 얽혀 있습니다.

<제네바의 중심가에서 맛본 싸고 맛있는 케밥을 만드는 모습>

제네바호(Lac de Geneve)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레만호라는 이름은 프랑스인들이 부르는 이름입니다. 스위스인들은 제네바호라고 부르는 제네바 시내에 있는 호수입니다. 여기서는 제네바호로 호칭하겠습니다. - 근처인 중심가에는 다른 도시와는 달리 정장 차림의 회사원인 듯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터키음식인 케밥을 파는 간이 식당을 발견하고는 케밥을 사먹었습니다. 케밥은 터키음식이지만 유럽에서는 상당히 대중화되어 누구든지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햄버거와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밀가루로 만든 멕시코의 또띠야와 비슷한 반죽에 고기, 야채 등의 음식재료들을 넣고 말아서 먹는 음식입니다.
양도 많아 어른인 저도 하나를 먹기가 벅찰 정도입니다.
물론 유럽에서 지금까지 경험한 가격중 가장 싼 가격입니다.
4유로 정도에 한끼를 너끈히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케밥의 고기 자르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상당히 재미있어 합니다.
인근 공원에서 사가지고 온 케밥과 음료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제네바의 명물중 하나인 꽃시계와 제네바호의 모습을 감상했습니다.
꽃시계는 지금이 10월 하순이라 그런지 꽃은 하나도 없이 공사중입니다.
그러나 시계는 재미있게 생겼습니다. 시간을 나타내는 1 ~ 12까지의 숫자가 동그란 원에 놓여 잇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옆으로 비켜 서 있는 모습으로 어떻게 보면 불규칙하지만 수학의 수열의 개념을 가지고 만든 모습입니다. 즉, 일정 간격씩 더하기를 하여 조금씩 더 간격이 생기게 만들었지요.
제네바호는 호수 그 자체보다는 주위 배경이 더 좋습니다.
나즈막한 10층이하의 건물들이 호반을 따라 연속으로 이어지며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고 그 건물들마다 꼭대기 층에 일정한 크기의 유명 브랜드들의 간판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 광경이 또 하나의 볼만한 풍경입니다.
평화스러운 분위기의 호반을 보며 호수 주변의 공원을 따라 걷다가 몽블랑교(Pont du Mont-Blanc)라고 이름 붙여진 다리를 건너 또 다른 지역을 돌아 다녔습니다.
스위스의 정밀공업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시계입니다.
그 시계공업의 중심지 또한 제네바입니다.
롤렉스, 라도, 오메가 등등 고급시계의 태반이 스위스산으로 시간이 정확하기로 유명하여 스위스시계의 명성을 가지게 되었지요.
전자시계가 나오면서부터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고급시계는 스위스가 유명합니다.
제네바가 스위스에서 쮜리히(Zurich), 바젤(Basel)에 이은 3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시계, 의약, 금융 등의 산업이 가장 발달한 도시입니다.
또 하나 우리가 보지는 못했지만 16세기 종교개혁으로 개신교가 탄생할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중 하나인 장 캘빈(Jean Calvin)이 활동했던 도시입니다.
프랑스인이었던 캘빈은 원래부터 초기 기독교의 순수한 모습을 동경하는 종교활동으로 프랑스 국왕의 이단 박해를 받아 스위스로 피신해 활동하던 중 제네바에서 신정일치(神政一致)의 정치체제를 수립하는데 성공하여 종교개혁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당시 엄격한 프로테스탄트적인 신앙을 하지 않는 수많은 제네바사람들을 죽이거나 추방하여 “제네바의 잔혹한 반대 없는 독재자”라는 악명을 날렸다고 합니다.

<제네바에서 로잔으로 가는 길에서 본 스위스 시골 풍경입니다.>

제네바에서 3시간 정도를 머문후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나 스위스를 내일 오전이면 떠나게 됨이 아쉬어 좀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스위스의 시골 풍경을 만끽하고자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이용하여 로잔과 베른으로 출발했습니다.
물론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더 중요한 이유일 수도 있는데 고속도로 통행료입니다.
스위스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고속도로 통행료를 통과시에 부과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1년에 한번 고속도로 통행권을 사면 1년 내내 고속도로를 얼마동안 이용하든 상관없이 무한정 이용할 수 있는 오픈시스템입니다.
스위스인들이야 1년 내내 이용하면 되니까 30유로 정도 하는 통행권을 구입해 사용하지만 우리같이 만 하루만 스위스를 머물 관광객에게는 너무 비싸기도 해서 낭비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차라리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국도를 이용하려는 것입니다.
하여간 재미있는 고속도로운영입니다.
나라마다 제도와 법이 모두 다른 것을 보는 것도 여행의 한 묘미입니다.
로잔까지는 100Km 남짓이라 국도로 가도 1시간이 조금 넘을 것이라 생각하며 2차선의 국도로 들어섰습니다.
어느 나라나 국도도 4차선 이상의 도로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길 옆이 멀리 떨어져 있어 고속도로와 진배 없습니다. 2차선이라야 도로 바로 옆의 풍광을 보면서 여유롭게 그 지역의 마을, 숲 등을 관찰하며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영동고속도로가 2차선이었을 때가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2차선이었을 때는 강원도로 차를 가지고 가면 여행가는 기분이 들었는 데 4차선, 8차선으로 확장된 이후는 단지 고속도로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더군요. 빠른 속도와 넓어진 도로로 인해 바깥 세상을 보면서 가는 낭만이 없어졌다고 할까요?

<올림픽의 도시, 로잔에서>

로잔까지 가는 길은 절반은 제네바호를 끼면서 달리는 길입니다.
한쪽은 우리가 사진과 화면상에서 많이 보아왔던 스위스의 농촌 풍경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평지와 같은 지역이라 알프스의 소녀와 같은 풍경은 아니고 목장과 농장이 높은 나무들 사이로 넓게 펼쳐져있는 그런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 말입니다.
로잔까지 이런 풍광이 계속 이어지다가 로잔에서 다시 도시내로 들어가게 됩니다.
로잔은 올림픽의 도시입니다.
IOC, 즉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로잔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림픽과 관련한 관광지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로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면 이곳 저곳 볼것도 많겠지만 우리는 경유지로 지나가는 정도로 차안에서 바깥 풍경으로 보고 가는 처지라 도시 전체를 수박 겉핡기식으로 보고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제네바가 약간은 횡한 분위기라면 로잔은 상당히 활기찬 모습입니다.
도시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복장이며 모습, 건물의 형태나 스타일 등이 더 산뜻하고 가벼워 보입니다. 제네바가 중세 스타일의 모습을 간직한 고풍스러운 면을 가지고 있는 반면 로잔은 좀 더 근대적이고 현대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잠깐 지나친 로잔이지만 그 인상은 생각보다 강렬합니다.
이제 오늘의 종착역인 베른으로 향했습니다.
베른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일풍의 도시입니다.
지금까지 보았던 제네바와 로잔이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한대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기도 했던, 지금도 그 영향으로 불어가 공용어인 불어권인 반면 베른 은 로잔에서 불과 100여 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이지만 독일의 영향하에 있는 독일권 도시입니다.

<제네바보다 활기차고 산뜻한 로잔의 시내 풍경>

로잔을 출발하여 한참을 가다보니 어느 순간에 분명 같은 나라인데도 지금까지 보아왔던 표지판이나 들리는 언어가 갑자기 독일어로 바뀌었습니다.
저도 처음에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국경을 지난 것도 아니라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줄 알았지 교통표지판까지 독일어 일색으로 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베른에 거의 다달을 즈음 갑자기 바뀐 독일어 표지판에 저와 박여사는 둘 다 당황했습니다.
최소한 불어나 영어로 같이 명기를 해놨으면 우리가 당황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다른 언어는 전혀 없이 독일어만 뎅그러니 쓰여 있었습니다. 그러니 불어도 일자무식인데 하물며 독일어는 아예 까막눈인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겠습니까?
지금가지 도로에서 출구를 나타내는 단어가 불어로 Sortie 였는데 Ausfahrt라는 전혀 얼토당토 않는 단어가 표지판에 나오니 우리는 뭔지는 모르고 그냥 지나쳐갔습니다.
가다 보면 또 그 단어가 나오고 결국 그 단어가 출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이건 도저히 네비게이션으로도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겁니다.
네비게이션이 다 좋은데 현지 언어로 나오지를 않으니 알 수가 있나요?
여기서 다시 한번 저의 그 능란한 지리적 감각과 육감에 의한 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는 않아 어두워지기 직전이라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일단 큰 도시인 듯한 곳으로 빠져나가 전차와 시내버스 같은 것을 쫓아갔습니다.
그러자 결국 베른의 중심가로 들어서게 되었고 그제서야 우리는 어느 정도 안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이제부터가 더 문제지요.
여기까지 와서는 일단 저의 그 탁월한 선택, 육감에 의한, 인간 네비게이션의 완전한 안내에 박여사와 쌍둥이들은 하나 같이 항복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더 중요한, 오늘 이 도시에서 우리가 자야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제부터 이 난국을 어떻게 하면 헤쳐나갈지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시내 한복판,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많고 전차와 차량이 혼잡하며 거리에 활기가 넘치는 것으로 봐서는 시청 - 제 경험상 어느 도시이든지 보통 시청이나 기차역 근처가 가장 번화한 지역중 하나입니다. - 근처인듯 한데 해는 져서 어두워졌고 이 유럽의 나라들은 한국과 달리 밤만 되면 무슨 민방위훈련이나 등화관제를 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썰물처럼 없어져 유령도시가 되는 것에 우리도 익숙해져서 더욱 걱정이 됩니다.
이곳이 제네바였으면 그나마 지도라도 있었지만 베른은 원래 계획된 숙박지가 아니라서 지도도 변변치 않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천천히 운전을 하는데 아니나 달리 앞의 차량이 라이트를 번쩍이고 차량 옆 여기저기서 클락션 소리가 우렁차게 울립니다.
일방통행을 거꾸로 가고 있더군요. 저도 어이가 없었지요.
난생 처음보는 독일어에 어두운 거리 하며 저 같은 강심장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강을 건너 찾아보기도 하였지만 결국 어디 전차가 다니는 넓은 광장 같은 곳에 잠깐 차를 대놓고 주위를 살펴 호텔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광장 옆으로 있는 길에 호텔의 간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길은 차량통행이 많지 않지만 사람들의 통행은 어지간한 곳이었습니다.
아무데서나 방만 잡으면 일단 자자는 생각에 원정이와 박여사가 가서 담판을 지었습니다.
우리는 호텔에 들어가서야 이곳이 베른의 가장 중심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근처의 호텔은 아무리 싸도 4인실 1박에 130유로는 줘야 한다는 사실도 같이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잤던 모든 숙박중에 가장 비싼 숙박지입니다.
그렇다고 캄캄한 밤에 베른 교외로 나가 호텔을 찾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았고 어느 한 호텔에 방을 얻었습니다.
130유로라는 거금을 주고 말입니다. 주차비는 별도입니다. 약 500m쯤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서……

베른이라는 도시를 처음 왔지만 녹록치 않았습니다.
내일 오전에 다닐 곳은 모두 독일어권이고 오후에는 독일을 지나가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독일어가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스페인어, 불어, 이탈리아어도 모두 낯설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뭔가 느껴지기는 했는데 독일어는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