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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세계 최고 휴양지역을 다니며 만끽하는 즐거움, 평화로움 앙띠베(Antibes) → 캬네쉬르메르(Cagnes-sur-Mer) → 생폴드방스(St. Paul-de-Vance) → 니스(Nice) → 볼뢰쉬르메르(Beaulieu-sur-Mer) 18부 - 2008년 10월 18일 토요일 오늘 이동거리 : 111 Km, 누적거리 : 2712 Km 우리가 가족이 하나의 계획을 세워 이 곳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낍니다. 파리나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도 아니고 프랑스 내륙지방이나 지중해변 지방이나 평생에 제가 이런 곳을 오리라고 꿈이라도 꿔 봤겠습니까? 여행사 가이드와 함께 하는 패키지도 아니고 자동차를 몰고 우리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이 유럽을 누비고 다닌다는 것을 말입니다. 60 ~ 70년대 이전에 태어나 자란 세대들에게 해외로 나간다는 사실 자체도 꿈 같은 이야기여서 아를르, 아비뇽, 마르세이유나 칸느, 니스같은 곳을 여행해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사실 아이들이 어떨 때는 굉장히 부럽습니다. 이 아이들은 해외여행에 막연한 동경이나 기대가 아니고 현실적으로 다닐 수 있는 여행지에 불과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전세계가 주목하는 것중 하나가 2차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 가운데, 아니 20세기 이후에 독립한 국가들 가운데 도시국가가 아닌 나라들 중 이 정도로 정치, 경제, 사회가 발전한 나라는 대한민국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유럽내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 사람들에게 생소하지도 않고 오히려 잘 알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마도 2002년 월드컵이나 1988년 올림픽으로, 그리고 삼성이나 현대, LG와 같은 대기업들의 제품 등의 영향이 아닌가 합니다. <어제의 숙박지인 앙띠베 해변의 모습> 앙티베는 작고 아담한 도시입니다. 모나코에서부터 칸느에 이르는 100여 Km의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져 있는 많은 도시들중 하나입니다. 아침부터 해변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했습니다. 방파제에서는 사람들이 낚시를 하며 아침의 햇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침 공기를 쐬며 해안선을 따라 바라보면 맑고 깨끗한 해변의 모습에 우리 식구 누구나가 마찬가지이지만 아, 내가 지중해변에서 숙박를 했구나하는 느낌을 가집니다. 이제 이 곳을 떠나 니스로 향할 계획입니다. 어제 칸느를 떠나면서부터는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관이 좋은 해변가는 고속도로로 빠르게 지나치기 보다는 국도나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천천히 즐기면서 다니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속도가 떨어지고 해안가를 따라 돌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겠지요. 이곳 앙티베에서 니스까지 가는 해안은 계속해서 휴양지들이 산재해있어 해안도로를 따라 다니다보면 갖가지 리조트와 콘도미니엄, 요트계류장 등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도 예외없이 국도로 달리다보니 멋진 곳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길을 잘못 들어 들어간 캬네쉬르메르(Cagnes-sur-Mer)지역의 해변 리조트입니다. 이 곳은 조그만 만을 중심으로 둥글게 고층의 리조트들이 둘러싼 지역으로 해변은 요트계류장으로 되어 있어 우리는 요트들을 바로 옆에서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멀리서 본 생폴드방스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오늘 바로 니스로 가는 것은 아니고 생폴드방스(St. Paul-de-Vance)라는 니스에서 가까운 산꼭대기에 있는 마을로 갔다가 오후에 니스를 돌아볼 예정입니다.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이 지역은 한쪽은 바다와 면해 있지만 다른 한쪽은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니스가 크고 넓은 대도시이지만 내륙쪽으로는 산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그 산쪽의 지방을 방스(Vance)라고 하는데 높은 산중에 작은 마을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생폴이라는 도시입니다. 이 곳의 관광자원중 하나가 높은 산꼭대기에 위치한 중세시대 성으로 둘러쌓인 도시입니다. 그 도시는 아직도 그 시절에 만들어진 마을속에서 예술가들이 모여 살면서 각자의 아틀리에를 열어 자신의 작품활동과 전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니스로 향하다가 니스 조금 못 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산악지방으로 진행하면 산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멀리 산꼭대기에 성으로 둘러쌓인 생폴드방스가 보입니다. <황금비둘기라는 이름의 예술가들의 여인숙과 생폴의 어느 가게 앞에서>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에 다달으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 황금비둘기(Colombe d'Or )라고 이름붙여진 옛날 여인숙 겸 레스토랑입니다. 이 곳은 본래 산골 마을에 있는 여인숙이었는데 피카소, 샤갈, 마티스 등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이 들러 며칠씩 묵고는 돈을 내는 대신 그림을 그려 주인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인은 그 그림들을 하나도 팔지 않고 지금까지 후손들에게 물려주며 간직하고 있답니다. 이제는 그 그림들로 너무나 유명해져 그냥 구경삼아 들어가지는 못하고 레스토랑과 호텔로 바꿔 투숙객들이나 이용객들만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여기 주인은 지금은 재벌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수십장씩 보관하고 있으니 그 가치만해도 수십억 내지는 수백억은 되지 않을까요? 여인숙을 지나 성내로 들어서면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리 저리 건물들이 들어서서 과거의 도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산위에 성채를 짓고 마을을 만들어 적의 침입에 대비한 중세풍의 도시로 이탈리아의 아시시와 같은 스타일의 도시입니다. 1000년전부터 사용하던 우물도 있고 그 우물을 지금도 마실 수가 있어 누구든지 한모금씩 들이키며 전기와 가스 등 현대적인 에너지원은 사용하지만 과거서부터의 생활방식이나 공동체사회의 면모를 버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물론 이제는 일반인보다는 에술가들 위주의 삶을 누리는 여유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분명 현대식 건물이나 집에 비해 상당히 불편할 것인데도 그 불편을 고수하면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몇군데 있습니다. 그 중 전남 승주에 있는 낙안읍성이 아마도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마을입니다. 돌로 만들어진 성안에 아직도 100여년전과 같이 초가집에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 등 상당수가 이제는 관광자원으로 남아있지만 아마도 낙안읍성같이 활기차고 사람냄새가 나는 곳은 드물 것입니다. 이 곳 생폴드방스도 그런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덕에 망루에서 내려다 보면 저 멀리 니스의 해변까지 보입니다. 이제 과거의 도시, 생폴드방스를 내려와 해변의 도시, 낭만의 휴양지, 니스를 느껴보기 위해 해변으로 향합니다. <생폴드방스의 어느 골목길에서 포즈를 취한 쌍둥이들> 아마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라 하면 바로 이 곳, 니스일 겁니다. 지중해변에 자리잡고 있어 연중 따뜻한 기후를 나타내며 해안가의 길이도 우리 해운대보다도 길어 현재 유럽에서는 가장 많은 리조트와 휴양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니스의 장점중 하나는 해안 바로 뒤로 산이 있는 것은 아니고 상당히 넓은 평지를 갖추고 있는 천혜의 휴양도시를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화가들, 음악인들, 영화인들뿐만 아니라 유럽의 온갖 부호들이 들끓게 되었지요. 또 차로 15분 거리에 세계 최대의 카지노, 도박 도시인 모나코의 몬테카를로도 있어 여하튼 돈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최고의 도시입니다. 또 하나, 니스는 칸느와는 달리 바닷가가 몽돌로 이루어진 몽돌해변입니다. 모래사장이 아니고 자그마한 몽돌들로 해변이 만들어져 있어 특이한 모습입니다. 오늘 드디어 그 모습을 실제로 보러갑니다. 니스로 향하면서 해변으로 바로 가지 않고 먼저 샤갈미술관과 마티스미술관을 보았습니다. 마르크 샤갈과 앙리 마티스는 이 기후 좋은 니스에서 많은 생을 보내 이 곳에 그들의 개인 미술관이 있습니다. 샤갈미술관은 사설재단에서 운영하고 관리하고 있고 마티스미술관은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입니다. 이 차이는 입장료에서 나타나지요. 샤갈미술관은 유료이고 마티스미술관은 무료입니다. <샤갈미술관의 내부입니다.> 먼저 샤갈미술관을 들러 샤갈의 일생과 그의 작품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새 모양과 갖가지 샤갈 특유의 작품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아이콘들이 그의 그림 곳곳에 펼쳐져 아이들에게 현대 미술의 구도와 독창성에 대한 안목을 넓혀주는 것 같습니다. 이 샤갈미술관에는 주로 성경과 관련된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기독교적인 그의 삶을 알 수 있습니다. 마티스미술관은 샤갈미술관과는 달리 그림이 많지는 않습니다. 국가가 운영을 해서 그런지 소유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몇 개 되지 않는 마티스의 작품들과 오히려 그보다는 더 많은 그의 삶에 대한 전시가 주를 이룹니다. 마티스미술관은 미술관보다는 그 앞에 펼쳐진 공원이 인상적입니다. 산위 평지에 만들어 놓은 공원에는 많은 니스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나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니스해변은 그야말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입니다. 검은 색의 몽돌로 만들진 해변은 모래가 묻지 않아 나중에 발을 닦을 필요도 없어 우리 같은 떠돌이 여행객들에는 잠깐 놀다 가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긴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서있는 야자수 뒤로 각종 호텔들과 리조트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칸느보다는 덜 고풍스럽지만 현대적인 건물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바닷가에는 군데군데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앉아서 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도 그 무리에 끼여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휴식을 취했습니다. 쌍둥이들은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물속에 다리를 담그고는 즐겁게 물놀이를 했습니다. 니스해변에서 말입니다. 칸느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도 해수욕은 아니지만 발을 담그고 놀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아이들입니다. 니스 해변의 또 하나 멋진 것은 바로 프롬나드 데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해안도로입니다. 칸느와 마찬가지이지만 가로수도 야자수로 된 해안을 낀 깔끔하고 쭉 뻗은 도로는 바다쪽으로는 넓은 산책로가 자리하고 있어 바다를 만끽하며 산책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마티스미술관의 입구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인만큼 큰 기대는 안하시는게 좋습니다.> 이제 남프랑스의 일정도 오늘로 마지막입니다. 오늘 저녁 이 곳 니스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 내일 아침 모나코로 가 오전을 모나코에서 보내고 나면 우리는 이제 지중해를 떠나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몽블랑으로 향합니다. 그러면 남프랑스와 지중해는 당분간 오지 못하겠지요. 한국에서는 너무 멀기도 하고 우리가 언제 다시 유럽으로 오게 될지 아직은 기약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바르셀로나를 떠나 4 ~ 5일간을 따뜻한 지중해변에서 보내다 보니 내일 오후부터 겪게 될 알프스의 추운 날씨가 걱정도 됩니다. 하루만에 갑자기 변화된 기후를 맞아야 하니까 말입니다. 오늘 숙박은 니스를 벗어나 모나코쪽으로 가면서 절벽 밑의 마을인 볼뢰쉬르메르(Beaulieu-sur-Mer)라는 곳에서 잤습니다. 니스에서 모나코로 가는 길은 절벽을 따라 길이 만들어져 있는데 우리는 그중 한 곳에서 경치가 너무 좋은 절벽을 발견하여 그 밑 리조트와 같은 곳으로 가 값싼 모텔에 투숙을 했습니다. 경치도 좋고 가격도 싸며 방도 3, 4층이 아닌 2층이라 짐 옮기기에도 좋은 모텔이었습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앞으로 4번만 더 이렇게 정처없이 매일 호텔을 구하면 됩니다. 5일후에는 다시 파리로 가게 되어 미리 예약한 볼로뉴캠핑장에 투숙하게 되어있어 호텔을 찾느라 헤맬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점점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이지요. 처음 올 때 거의 4주의 여행기간이었는데 이제 1주일 후면 돌아갈 날이 됩니다. 우리도 어느 정도는 유럽에 적응하여 이제는 더욱 재미있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 데 벌써 끝이 다가옵니다. 미국에서와는 달리 확실히 유럽은 언어문제가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보고 다니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도 나름대로 그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돌아다니고 있어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습니다. <지중해변 최고의 휴양지라 하는 니스의 해변과 그 옆의 프롬나드 데장글레라고 하는 산책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