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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전형적인 프로방스 지방의 기후와 문화, 예술 아를르(Arles) → 액상프로방스(Aix-en-Provence) → 마르세이유(Marseille) → 칸느(Cannes) → 앙띠베(Antibes) 17부 - 2008년 10월 17일 금요일 오늘 이동거리 : 341 Km, 누적거리 : 2601 Km 어제부터 시작된 남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 탐방은 오래된 고대시대의 유적부터 중세시대 유적까지 역사적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일정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역사의 현장에서 산교육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젯밤의 아를르의 시내관광은 마지막을 반 고흐와 함께 했습니다. 카페 반 고흐 앞의 모습이 100여년 전의 반 고흐의 그림과 같은 모습이라 그곳을 바라보며 같은 모습으로 쳐다보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카페 앞에 그 그림의 복사본을 설치해 놓아 바로 비교가 가능했습니다. 아이들도 당시와 거의 같은 모습에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를르로 오는 도중 바로 반 고흐의 그림에서 많이 보았던 뾰족한 침엽수와 같은 나무들이 많이보이자 아이들은 금새 그 나무들이 그림에서 봐 왔던 것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실제로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은 모양입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나무는 추상적인 모습인 줄로 생각했는데 바로 그 가늘고 뾰족한 푸른 나무들이 이 곳 프로방스 지방의 대표적인 나무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나무의 이름이 사이프러스입니다. 사이프러스나무는 마치 이집트 오벨리스크처럼 균형 잡힌 아름다운 나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사이프러스나무입니다. 멀리 우측 도로변에 뽀족한 모습이 보입니다.> 오늘은 어제와는 또 다른 남프랑스의 모습을 보려고 합니다. 먼저 액상프로방스(Aix-en-Provence)로 가서 프랑스가 배출한 인상파의 거두인 세잔느의 자취를 따라 그의 고향과 살던 집을 방문하고 프랑스 남부의 최대 항구인 마르세이유(Marseille)를 거쳐 휴양도시인 칸느와 앙티베까지 가는 수순을 밟을 겁니다. 어제보다는 좀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므로 일찍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아를르에서 남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마르세이유가 나오지만 우리는 반대인 북동쪽에 위치한 액상프로방스를 먼저 갔다가 마르세이유로 가는 일정을 잡았지요. <세잔느의 아틀리에 앞 표지판>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와는 달리 날씨가 맑습니다. 어제도 오후까지는 날씨가 좋다가 퐁비에유로 가면서부터 흐리기 시작해 아를르에서는 잔뜩 구름이 끼어 있었고 밤 늦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시작은 좋은 하루입니다. 액상프로방스는 프로방스지방에서는 내륙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인상파 화가인 폴 세잔느가 태어나 자라고 그림을 그렸던 곳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세잔느의 자취가 많이 남겨져 있습니다. 그가 즐겨 그렸던 대상인 액상프로방스 인근의 생 빅투와르산(Mt. St. Victoire)을 비롯하여 그가 그림을 그렸던 아틀리에, 그의 생가 등이 남아있습니다. 아를르를 출발하여 30분도 되지않아 액상프로방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액상프로방스 시내로 접어드는 고속도로 상에서 보면 멀리 생 빅투와르산이 보입니다. 산이 특이하게도 한쪽 면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른 면은 둥근 우리네 산과 같은 모습입니다. 아마도 프랑스에서는 평야가 많고 이런 산을 보기가 쉽지않아 세잔느에게 산에 대한 강한 영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세잔느의 아틀리에는 바로 그 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그 산이 잘 보이기는커녕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그 아틀리에 앞으로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어 전망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세잔느가 살던 당시에는 앞에 가리는 곳 없이 잘 보여 그림을 그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겠지만 이제는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라 볼 수가 없게 된 겁니다. 아틀리에는 정원이 있는 평범한 작은 2층 집입니다. 아마 일본인들 같아 보이는 동양인들과 일단의 서양인들이 이 곳까지 찾아와 세잔느를 느끼려는 듯 마당 구석구석에서, 그리고 그의 화실들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혹시라도 영어로라도 들릴 것 같은 서양인 무리속으로 들어가 서성대며 있었지만 영어는 들리지 않고 온통 불어만 가득해 그냥 우리끼리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액상프로방스도 다른 프랑스의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도시 전체의 가로수가 플라타너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플라타너스를 은행나무나 다른 것들로 바꾸고 있지는데 여기 프랑스인들은 플라타너스를 어지간히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파리에서도 샹젤리제의 마로니에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지역이 플라타너스로 덮여있는데 다른 도시들, 툴루즈, 베르사이유, 아를르, 투르 등 어느 곳 하나 예외없이 가로수는 플라타너스가 주류를 이룹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가로수가 플라타너스가 많은 이유가 일제시대부터 이런 서양의 모습을 본따 심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세잔느가 즐겨 그렸던 생 빅투와르산이 저 멀리 보입니다.> 액상프로방스에서 세잔느의 숨결을 느껴보고는 곧바로 마르세이유로 향했습니다. 마르세이유는 예로부터 항구로, 어항으로 너무나 유명한 도시입니다. 로마시대 이전인 기원전 600년경부터 그리스의 식민지였고 항구로 발달했던 곳인데 기원전 1세기 중엽 카이사르 시절 지금의 프랑스 땅을 일컫는 갈리아 지방을 정복하면서 가장 먼저 점령한 지역중 하나입니다. 바로 프로방스라는 이 지역의 지명 자체가 로마시대때부터 불려온 프로빙키아(Provinkia)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오래된 도시이자 프랑스의 가장 큰 항구이기도 한 이곳은 유명한 소설가인 알렉산드로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백작”의 주무대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마르세이유를 가는 가장 큰 목적은 그런 유적이나 소설의 주무대를 경험하기 위함보다는 단지 하나, 점심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마르세이유의 대표적인 음식인 부야베스를 먹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해물탕의 프랑스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음식은 서양요리에서는 특이하게도 국물이 많은 음식입니다. 생선과 온갖 해산물을 넣고 그들만의 특별한 향신료와 양념을 넣어 끓인 음식이지요. 서울에서 그 음식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어봐 우리는 그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이 프로방스 지방의 마르세이유에서 비싸더라도 즐기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벌써 그 날이 다가온 겁니다. <지나가면서 찍은 생트 마리 마죄르 대성당> 마르세이유로 접어드는 고속도로를 따라 바닷가 항구로 바로 빠지면 해안도로로 직접 연결됩니다. 이 해안을 따라 가다보면 생트 마리 마죄르 대성당(Cathedrale Ste-Marie Majeure)과 생장 요새(Fort St-Jean)를 지나 마르세이유의 구 항구(Vieux Port)인 어항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 자리잡은 바닷가 특유의 노천카페나 레스토랑들이 모여있는 곳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느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지상으로 올라와보니 바로 항구 앞입니다. 예전에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한국의 경남지방 남해안의 도시 통영이 생각났었는데 나폴리보다 한 술 더 떠 이 곳 마르세이유의 구 항구가 바로 통영의 중심가와 똑같은 모습입니다. 단지 규모가 마르세이유가 더 클 뿐이지요. “ㄷ”자로 꺽여진 항구의 모습과 어선들이 정박한 곳 바로 옆에서 가판으로 생선과 해산물을 파는 모습, 그리고 길 건너편에 항구 전체에 퍼져있는 각종 레스토랑 등은 통영에서 보았던 중앙시장 앞 항구의 모습과 너무나 일치하는 광경입니다. 우리는 낯 익은 항구의 모습을 보며 부야베스를 먹기위해 안내소를 찾았습니다. 안내소에서 가격이 싸면서도 맛있는 부야베스를 파는 곳이 어디인지 안내를 받고는 그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실제로 가게들마다 내걸어둔 메뉴판에 써있는 가격은 기본적인 것들이 50유로 정도이고 가격이 싼 집도 25유로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안내받은 레스토랑은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는 것으로 봐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레스토랑인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서서 기다리기보다는 다른 집을 기웃거리다 그 옆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같은 요리를 타 지역도 아닌 곳에서 먹는데 큰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마르세이유의 유명음식인 부야베스의 모습으로 왼쪽에 스푼과 포크로 먹고 있는 음식입니다.> 통영의 유명 음식인 충무김밥 - 통영시로 통합되기전에는 충무시와 통영군으로 나뉘어져 있다가 통합시로 되면서 통영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실제 우리가 가는 통영의 항구는 예전에는 충무시였습니다. - 도 원래는 어부들이 배를 타고 나가면서 음식이 상할까봐 밥과 김밥속에 들어가는 음식을 분리시켜 싸가지고 배위에서 먹던 음식에서 유래하여 지금의 충무김밥이 된 것처럼 바닷가의 음식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이 곳의 세계적인 음식인 부야베스도 같은 유래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부들이 잡아온 생선들중 잘 팔리는 것들을 제외하고 남은 찌꺼기들을 버리기 아까워 물에다 넣고 온갖 양념을 하여 끓여 먹던 음식이었는데 그것이 이제는 세계적인 특별식이 되어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바닷가의 고급음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생각과는 달리 부야베스는 누런 색의 수프와 같은 것으로 그 속에 생선, 홍합, 새우 등의 해산물들이 잔뜩 들어가 그것을 젓가락이 아닌 포크로 먹습니다. 아이들이 보더니 약간 꺼려하면서 자기들은 다른 것을 먹을 테니 아빠가 먹어보라고 합니다. 주문은 부야베스와 홍합요리 등 여러 가지를 시켰습니다. 부야베스가 나오자마자 먼저 스푼으로 그 수프를 한 입 먹어보았습니다만 향신료나 음식의 맛이 그다지 좋은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생선 살을 먹는데는 정말 불편해서 젓가락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서양인들은 이 음식을 포크로 어떻게 먹는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포크 사용을 아무리 잘해도 젓가락으로 뼈에 붙은 살점들을 하나하나 뜯어먹는 것보다는 분명 떨어지는 기술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포크로 끈질기게 먹으며 그 맛을 음미합니다만 저는 서툰 포크질로 살점을 하나 하나 떼어내가며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나눠주며 겨우 겨우 먹을 수 있었습니다. 생선살이 포크로는 잘 찍어지지도 않습니다. 흩어져버려 나이프와 같이 사용해 들어올려 먹어야 하지요. 아주 짜증나는 음식입니다. 먹기가 불편해서…… 제 입맛에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향신료의 냄새가 그리 좋지 않아 수프를 먹는데도 약간의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뭐 먹는 거야 사람들마다 취향과 느낌이 다르니만큼 다른 분들은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만 저와 우리 식구들에게는 돈을 내고 또 먹으라면 아니올시다입니다. 그래도 혹시 공짜라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홍합요리는 실패할 일이 없는 요리입니다. 그냥 씻어낸 홍합을 크림수프속에 넣고 찌면 되는 음식이고 파리에서 한번 먹어본 것이기에 아이들의 손은 주로 그리로 향했습니다. 도합 50유로 이상을 주고 먹은 만찬 같지않은 만찬이지만 그래도 밝게 빛나는 햇살 속 마르세이유의 항구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머금고 노천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프로방스 지방의 특별요리여서인지 기분 좋게 식당을 나왔습니다. 마르세이유에서 간단히 볼 것들을 보고는 다시 내룩으로 뻗어 들어간 고속도로를 타고 영화제의 도시 칸느로 향했습니다. <마르세이유 구 항구의 모습, 남해의 통영항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칸느는 별도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는 도시입니다. 이 지역의 휴양지인 칸느와 니스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뚜렷한 휴양지입니다. 먼저 칸느는 봄에 개최되는 칸느영화제로 유명한 휴양지입니다. 보통 레드카펫이라는 용어로 잘알려진 영화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바로 이 칸느에서 유래된 말이지요. 칸느영화제에서 배우들이나 영화감독들, 제작자 등 유명 관계자들이 메인홀로 들어갈 때 자동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는 곳부터 행사장 위에 까지 붉은 카펫을 깔아놓습니다. 그 카펫을 레드 카펫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전세계 어디든지 영화제와 같은 행사가 있으면 다들 레드 카펫을 깔아놓고 배우들의 입장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칸느는 또 한편 세계적인 부호 같은 사람들이나 상류층 인사들이 즐겨 찾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휴양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변은 고운 모래사장으로 되어 있어 연중 해수욕을 즐길 수 있지요. 아주 추운 한 겨울만 제외하고는 …… 니스는 칸느보다도 더 큰 휴양지입니다. 해변은 모래가 아닌 우리가 몽돌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조약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칸느에 비해 상당히 대중적인 휴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칸느까지만 가고 내일 니스를 들릴 예정입니다. <영화제의 도시 칸느의 모래사장 해변> 마르세이유에서 칸느까지는 고속도로로도 200Km넘는 거리입니다. A50을 타고 가다 A8으로 갈아타고 가는 길입니다. 2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칸느는 도시입구에서부터 흥청대는 휴양지 특유의 모습입니다. 아직은 오후 4시 정도 밖에 되지않아 환한 모습이라 야간의 휴양지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해우대 등과 같은 그런 흥청대고 시끄럽고 온갖 종류의 인종들, 민족들이 바글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내리고 있어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실감나게 해줍니다. 아, 오늘도 호텔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이름도 유명한 칸느까지 왔는데 호텔은 다른 곳에 가서 잡더라도 일단 칸느 해변과 영화제의 메인 행사장은 봐야지요. 칸느의 거리는 세계적인 휴양지답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인종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관광하는 사람들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모두들 흥겨운 모습들입니다. 길을 따라 바닷가로 들어서니 갑자기 넓은 바다의 모습과 함께 해변가 모래사장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위로 해변가를 따라 넓은 인도와 차도가 있고 차도는 중앙분리대가 야자수들이 심어져 구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그리 높지는 않지만 고급스러운 모습의 호텔들이 줄지어 서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칸느 해변을 따라 나있는 크루아제트 대로, 고급 호텔들이 즐비하게 있습니다.> 아이들이나 박여사나 누구랄 것도 없이 감격을 하게 됩니다. 머나먼 지구 반대편 조그마한 반도국가의, 그것도 그 절반에 해당하는 남한에서 태어나 여기 프랑스에서도 지중해에 면해있는 남프랑스의 세계 최고의 부호들만 모인다는 휴양지에 우리 식구가 자동차를 끌고 기나긴 여정을 달려 왔으니 그 모습이 어떻든 감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칸느영화제라는 이름을 들으면서 그것은 먼 남의 얘기처럼 생각했는데 그 현장에 직접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요. 파리에 간 것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사실 휴양지의 해변이 별달리 특별한 것이 있을 게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세계 여기저기서 보아왔던 고층의 호텔들과 빌딩들로 이루어진 해변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해변의 건물들도 고풍스러운 호텔들이 그리 높지않게 10여층 정도 높이로 늘어서 있고 중간 중간 현대적인 모습의 호텔도 높이는 비슷한 채로 늘어서 있습니다. 바닷가에서는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기도 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변가 인도에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비해 해변은 의외로 사람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푸른 하늘과 바다가 우리의 피곤함을 씻어내주고 머릿속과 가슴속에 있던 스트레스와 긴장을 확 풀어주는 것 같습니다. 칸느영화제의 본산인 회의장은 내년 영화제를 위해서인지 수리중이라 들어가지는 못하고 겉에서 윤곽만 볼 뿐입니다. 그 곳으로 들어가는 계단에 깔릴 레드카펫을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칸느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영화와 휴양으로 먹고사는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모습도 바로 그런 모습이구요. 아이들은 오랜만에 역사나 과학 유적, 유물이 아닌 리조트와 같은 느낌의 도시에서 여유를 찾고 만끽하며 활기찬 모습을 보여줍니다. 2시간여 칸느에서 보낸 우리는 이제 6시가 넘는 시간이라 오늘의 숙소를 정해야 했습니다. 칸느의 좋아보이는 해변가 호텔들은 기본이 방 하나에 300유로가 넘는 엄청난 숙박비입니다. 그것도 돈이 있다고 들어갈 수 잇는 곳은 아닙니다. 미리 예약을 하고 와야하는 그런 호텔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스페인의 국경에서부터 보아왔던 남프랑스의 분위기가 이 지점부터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뀝니다. 이 곳 칸느에서부터 모나코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은 한 면은 바다와 면해 있지만 그 뒤편은 높은 산맥이 벽처럼 둘러쳐 있습니다. 아마도 고대 로마시대때의 도시들이 마르세이유에서부터 서쪽으로만 펼쳐져 개발된 것도 그런 이유로 인해 해안선을 개발하기가 용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지요. 그러다 보니 건축기술이 발달한 중세이후부터 개발이 진행이 되어 일부 지역은 중세때부터, 나머지는 금대 이후 현대에 이르러서야 개발이 되었고 특별히 큰 항구가 들어설 자리도 없고 공업이나 농업이 발달할 수도 없어 결국 휴양지들로 개발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사람들이 모이게 만든 이유가 됩니다. 한쪽은 절벽으로 다른 쪽은 해변으로 되어 있다보니 하나하나가 절경을 이루고 따뜻한 지중해식기후에 돈 많은 부호들이나 연예인들이 이 곳으로 모여들게 되었지요. 이 곳 칸느도 예외는 아니어서 해변의 반대편은 산들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이제 칸느를 떠나 니스방향으로 가면서 또하나의 작은 휴양도시인 앙티베(Antibes)를 향해 차를 달렸습니다.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가다보면 국립피카소미술관으로 유명한 또 하나의 휴양도시 발로리스(Vallauris)가 나오고 그 곳을 지나 더 진행하면 앙티베가 나옵니다. 우리는 그 앙티베의 해안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한 자그마한 호텔에 투숙했습니다. 손님이 하나도 없어 수리중이긴 했지만 싼 가격에 투숙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과거가 아닌 근대와 현대의 모습만을 보게 되었습니다. 매일 매일 보게되는 광경들이 다른 나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