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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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과거로의 시간여행!
님(Nimes) → 퐁뒤가르(Pont du Gard) → 아비뇽(Avignon) → 퐁비에유(Fontvieille) → 아를르(Arles)

16부 - 2008년 10월 16일 목요일

오늘 이동거리 : 70 Km, 누적거리 : 2260 Km

상쾌한 아침입니다.
이제 유럽에서의 운전도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있고 대도시에서의 일정도 바르셀로나를 떠남으로써 계획상으로 2일 이상 머물 곳은 없어 우리는 매일 매일을 이동하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본격적인 자동차여행이 시작된 겁니다.
로마시대부터 있어온 프로방스 지방의 대표적인 도시인 님에서의 하룻밤은 그야말로 차분하게 보냈습니다. 호텔방도 지금까지 잤던 모든 방들중 가장 큰 방입니다. 침대가 4개가 있고 화장실과 욕탕도 2개씩이나 있으며 방 자체도 다른 곳의 3배는 될 성 싶게 넓직한 방입니다. 거의 운동장 수준입니다.
이 방에서 우리는 편안하게 하루를 보내고 밝은 새아침을 맞았습니다.

<어제 밤에 보았던 아레나의 아침의 모습, 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오늘 아침을 간단히 먹고는 우리는 님의 도심을 구경하러 걸어나갔습니다.
어제 밤에 보았던 원형경기장, 즉 아레나가 호텔을 나서 골목을 나가자마자 바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밤에 볼 때는 전경이 눈에 확실하게 들어오지 않고 윤곽만 보여 조명에 의한 부분적인 모습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했는데 안개가 끼긴 했지만 아침에 보니 전체를 바로 볼 수 있어 어제 우리가 봤던 것과는 다른 인상을 가지게 됩니다.
유럽 곳곳에는 이런 로마시대에 건립된 원형경기장이 아직도 꽤 남아있습니다.
프랑스에만도 이 곳 님, 아를르 등과 이탈리아의 베로나 등지에 아직도 남아있어 당시의 건축기술과 건축양식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도 그런 건축물에서 공연 등의 행사를 치루고 있어 2000년이 넘은 그 건축물들의 견고함이나 우수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겉 모습에서는 대리석 등의 장식들이 떨어져나가 마치 폐허와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구조 자체가 남아 현대인들에게 고대 로마인들의 건축에 대한 정열과 기술을 보여주고 있지요.
아레나 전체를 한바퀴 돌면서 좀 더 상세하게 보고는 다시 로마시대때의 신전 건축물인 메종카레(Maison Carree)를 보기 위해 시내 한복판의 거리를 걸었습니다.
님의 거리는 현대적인 건축물들도 있지만 주로 근대시대의 건축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그것에 현대적인 재포장과 덧칠을 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내 거리는 어젯 밤에 보았던 그대로 한가로우면서도 여유롭게 보입니다. 유명 관광지의 시끌벅적함도 없고 관광객으로 들끓어 도시 전체가 붕 떠있는 그런 모습도 아닙니다. 어찌 보면 너무 한산하여 죽은 도시와 같은 느낌입니다만 저에게는 그런 차분한 모습이 더욱 이곳, 님을 인상적이게 만듭니다. 아레나 뒤로 이어진 중심도로도 차가 많지 않아서인지 차량통행도 많지 않습니다.
300m쯤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미술관과 함께 이 도시의 문화의 중심지가 나오고 길 건너편에 바로 우리의 목적지인 메종카레가 나타납니다.

<로마시대때의 신전인 님의 메종카레, 전면부는 세월의 검은 때가 묻어 고색창연합니다.>

자그마한 광장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이 고대 신전 건물은 마치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파르테논신전과 비슷한 형태의 양식으로, 누가 보더라도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건축물인 것을 알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 건축물이 로마의 다신교신전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와 근대에 살아남았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중세와 근대의 기독교 중심사회로의 변화를 거치면서 수많은 그리스로마시대의 건축물들이나 유적들이 파괴되거나 사라져갔는데 말입니다.
이 신전도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듯, 원형경기장과 마찬가지로 기둥과 벽, 지붕 등의돌로 만들어진 부분들이 세월의 때가 묻어 검게 변하여 이제는 너무나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오래된 건축물들은 그런 색깔이 변한 모습이 더 오래돼 보이고 또한 그런 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을 우리 인간들이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리서부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보았던 수많은 고대, 중세의 건축물, 유적들에서 그런 느낌을 우리는 가져왔는데 역시 이곳, 유럽도 그런 면에서는 좀 더 고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좀 더 오랜 보존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으로 이해는 하지만 모든 곳에서 그런 세월의 때를 벗겨내는 작업들이 진행중입니다.
여기 저기 널려있는 성당들마다 때를 벗겨내는 공사를 하느라 둘레를 천으로 가리고 공사중입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는 성당의 외관을 확실하게 보지는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 메종카레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면은 그대로 둔채 후면부는 천으로 가리고 때를 벗겨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면부의 고풍스러운 모습은 천으로 가려지지 않고 작업이 완료된 후면을 보면서 일순간 무너져내렸습니다.
너무나 깔끔하게 하얀색으로 단장된 벽을 보면 이 건물이 과거의 건물이 아니고 현대에 만든 건물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이 건물의 역사가 사라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보존을 위해 꼭 이렇게 표백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이런 역사와 손때가 묻은 고건축물들에 대한 보존방안은 다른 방향으로 개선할 수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2000년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무척이나 신기해 합니다.
메종카레를 보고서 다시 큰 길을 따라 호텔로 가면서 노천카페의 진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파리에서부터 수없이 본 노천카페이지만 이 도시의 노천카페는 앉아서 편안히 커피 한잔을 하고 싶은 노천카페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파리에서의 노천카페는 그냥 길거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혀 그 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노천카페들이 자리잡고 있는 길거리들이 하나같이 대로변 가장 붐비는 곳에 있어 매연과 소음 등으로 차분하게 앉아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누구든지 그 곳에 앉아 마치 신사 숙녀인 것처럼 표정을 짓고 커피를 마시는데 제 머릿속에서는 웃음만 나올뿐이지요. 그러나 이 곳 님의 노천카페들은 그런 어수한 분위기의 노천카체가 아닙니다. 도시 자체가 조용하고 차량통행도 많지 않아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평화스러워 보이고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이제 이 조용하고 아담하면서 낭만적인 도시 님을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다음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남프랑스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 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여유를 가지고 싶은, 다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입니다.

오늘은 세계적인 인상파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도시이자 프랑스가 자랑하는 작곡가 비제의 오페라로도 유명한 고대때부터의 도시인 아를르(Arles)까지 가는 일정입니다.
님에서는 거리상으로는 얼마 떨어져있지 않지만 가는 도중에 수많은 유적들과 도시들을 둘러보는 일정이라 오후 늦게나 도착할 예정입니다.

출발하면서 30분도 되지않아 첫번째 기착지인 퐁뒤가르(Pont Du Gard)에 도착했습니다.
퐁뒤가르라 하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뭔지 잘 모르시겠지만 로마시대에 완성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3층으로 된 수도교라고 하면 좀 감이 오실 겁니다.
물론 사진으로 보시면 더욱 확실하게 “아하, 그거구나”하실 겁니다.
상수도 시설입니다.
로마라는 제국은 국가 기반시설로 도로와 상수도에 절대적으로 투자를 한 나라입니다.
어느 지역을 점령하거나 영토로 삼게 되면 가장 먼저 도로를 건설합니다.
그리고 그 도로를 통해 각종 물자나 군대를 보내 그 지역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시민들을 상주하게 하기 위해 상수도시설을 구축합니다.
그 상수도를 통해 수도물이 공급되면 신전이나 정부기관, 공중목욕탕, 주택, 공회당, 원형경기장 등의 각종 도시기반 시설을 만들어 나갑니다.
로마인들은 이런 식으로 기반시설을 완공한 이후에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건축에 관한한 현대인들을 머리 숙이게 만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또한 목재가 건축 소재의 주류를 이루는 동아시아와는 달리 유럽에서는 큰 건물을 만들기 위한 대형 목재보다는 돌이 구하기가 쉬웠기에 주로 돌로 된 건축이 주류를 이루게되어 목재로 만든 건축물보다 좀 더 견고하고 오래도록 보존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동아시아는 목재가 주류를 이루다 보니 화재나 기타의 이유로 소실된 건축물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역사적인 유적이 그 장구한 세월의 역사에 비해서는 적다는 점이 있습니다.
돌로 만들어졌어도 문제는 그것을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야 오래도록 잘 보존될 수 있는 것인데 이탈리아와 같은 곳에서는 그다지 보존에 열의를 가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퐁뒤가르는 높은 산과 산 사이 넓은 계곡에 만들어져 당시의 모습 그대로 현재까지 보존되어 왔습니다. 물론 이제는 과거의 용도대로 수도교로 쓰이지는 않고 관광과 교육용도로만 쓰이고 있지만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나폴레옹 시절 이곳을 보수하여 막혀있는 쪽의 산에 터널을 뚫어 다시 수도로서의 기능을 하도록 한 적도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다보면 바로 앞에 거대한 모습으로 하늘 높이 솟아있는 커다란 3층 아치 형태의 수도교가 나옵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어 맨 위의 수돗물이 흘러 다니던 길을 볼 수 있습니다. 돌로 쌓아 만든 아치형 다리가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어 2000년전의 건축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퐁뒤가르의 모습입니다.>

다시 길을 떠나 이번에는 중세시기의 중요한 도시로 역할을 했고 우리가 세계사에서 들어봄직한 도시인 아비뇽(Avignon)으로 향합니다.
아비뇽은 서양중세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으로 알려진 도시입니다.
중세시기 서유럽을 교회의 그늘 밑으로 만들어 놓고 종교적인 권력으로 절대적인 권위를 가져 국왕이나 황제들보다 강력한 힘을 과시하던 로마카톨릭의 제 1인자였던 교황과 세속세계의 1인자인 왕과의 싸움으로 유명한 “아비뇽 유수”사건으로 유명하지요.
13세기 말부터 세속 권력인 왕의 권력이 강화되기 시작하자 이것에 대해 당시 교황인 보니파시오 8세가 왕의 권위를 격하시키는 정책을 펴나갔고 이에 반발한 프랑스왕 필립 4세가 14세기 초인 1303년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교황의 별장인 아나니에서 교황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년후 교황 보니파시오 8세가 병사하자 필립 4세가 영향력을 행사하여 프랑스인인 클레멘스 5세를 교황으로 등극하게 만들었으며 그로부터 교황은 프랑스왕의 강력한 간섭하에 로마로 들어가지 못하고 프랑스에 체류하게 되었는데 그 클레멘스 5세가 머문 곳이 바로 아비뇽입니다.
교황은 초기에 아비뇽 북동쪽에 있는 카르팡트라스에 교황청 정청을 설치하고 아비뇽에는 거주만했하는 형태였으나, 클레멘스 6세때인 1348년 아비뇽의 땅을 사들여 호화스러운 교황청 궁전을 건설하게 되었습니다.
우르바노 5세때 일시 로마로 복귀하였으나 교황청의 주요 기능은 아비뇽에 잔류하였고 그레고리오 11세에 의해 본격적인 로마 복귀가 이루어질 때까지 역대의 프랑스인 교황이 독자적인 교황청 행정을 담당하였습니다. 이 아비뇽 교황청은 1417년까지 존속되었는데 바로 이 아비뇽에 교황이 거주하도록 하여 프랑스국왕의 힘을 과시했던 사건이 바로 "아비뇽 유수"입니다.
이 기간 동안 교황이 하나가 아닌 여러 명의 대립 교황들이 존재하여 한때는 세명의 교황이 존재하던 시기까지 있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교회의 분열을 가져왔고 교황권이 약화되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교황의 권력이 더 강하여 현재 독일에 위치해 있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4세를 무릎 꿇린 “카놋사의 굴욕”사건도 있었습니다.
교황권이 전성기를 보이던 9 ~ 11세기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기 전 이 때는 교황이 각 국의 왕과 황제를 선출하는 것에까지 깊숙하게 간섭하였습니다. 1077년 교황 그레고리오 7세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하인리히 4세가 주교선임문제로 자신과 대립하게 되자 황제를 파문하였고 이로 인해 제후들로부터 배신을 당한 하인리히4세가 추운 겨울에 라인강과 알프스를 넘어 교황이 머물던 카놋사 성 밖 눈 속에서 3일간을 울면서 빌어 겨우 사면을 면하게 되었던 사건입니다. 그러나 돌아간 하인리히 4세는 황제권을 회복한 후 군대를 양성하여 자신을 배신한 제후들을 처단하고 마침내 교황 그레고리오 7세를 유배시키고는 죽이게 됩니다. 그래도 이때는 교황의 파워가 절대적이었고 교황의 권위는 하늘을 찌를 듯 했지요. 그러다가 십자군 전쟁의 실패후 아비뇽 유수와 같은사건으로 인해 교황권과 교회의 힘은 약화되었고 마침내 종교개혁으로까지 번지게 된 겁니다.

<아비뇽 교황청궁전의 모습, 10월 중순임에도 무척 더운 날씨입니다.>

아비뇽 유수는 유럽의 역사에서 종교가 곧 정치인 중세에서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근대적인 방향으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르네상스운동이 일어나게된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종교가 정치적인 활동에서 배제되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400여년이 지난 18세기 말, 나폴레옹에 의해 프랑스대혁명을 반대해오던 교황이 유폐됨으로써 정치가 종교로부터 완전히 분리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후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공화주의 및 민주적인 질서를 갖게되는 민주주의가 서양에서 꽃을 피우게 됩니다.
중세와 근대를 가름하는 사건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역사의 중심지였던 아비뇽으로 가서 당시 제2의 로마교황청을 볼 예정입니다.
퐁뒤가르에서 10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아비뇽이 있습니다. 해안가는 아니고 내륙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어제 지나갔던 미요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프랑스 남부에서 파리 방향으로 가려면 아비뇽을 거쳐 파리로 가야만 했었습니다.
이제는 미요대교가 생겨 그 곳을 통해 프랑스 중북부로 갈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도 북쪽으로 가는 중요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전에 님에서 출발할 때는 안개가 많이 끼여있어 퐁뒤가르에서도 맑은 날씨를 만나지는 못했는데 아비뇽에 도착할 때쯤에는 안개가 걷혀 파란 하늘에 눈부신 햇살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아비뇽은 도시중 교황청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성벽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돌로 만든 높고 긴 성벽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어 과거 교황청이 있던 당시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성벽안으로 들어가는 성문을 거쳐 차를 가지고 성벽안으로 들어가보면 시내의 모습은 현대적인 모습입니다. 건물들의 형태만 과거일 뿐 그 안에 들어서있는 가게들, 카페들, 공공기관들은 모두 다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성벽 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교황청 궁전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님과는 다른 분위기의 중세도시의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아비뇽입니다.
전체적으로 건물과 도시의 기반은 과거이지만 도시내 사람들의 모습과 가게들의 모습은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분위기입니다.
성벽내 도시는 700여년 전에 만들어져서인지 길은 좁아서 차가 겨우 한대 지나갈 정도의 꼬불꼬불하고 전형적인 중세시대 도시의 풍광을 보여주지만 수많은 관광객들로 도로가 복잡하고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보이는 카페, 레스토랑마다 사람들이 득실거려 시끄럽고 혼잡스럽습니다.
중앙의 큰 길을 따라 계속 가면 시청사 앞 시계탑광장이 나오는데 여기까지 계속 이어진 인파로 걷기도 쉽지 않습니다. 시계탑광장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죽 뻗은 길을 따라 좌우로 크고 작은 카페, 레스토랑이 노천에 펼쳐져 있고 거의 모든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들어차 있어 색다른 광경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광장 옆 오른쪽으로 난 작은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갑자기 앞이 확 트이면서 광활한 교황청광장이 나타납니다.
그 광장 옆으로 마치 중세시대 영화에나 나올 모습의 견고하면서 높은 성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바로 교황청 궁전입니다.
하늘도 푸르게 맑아 하얀 구름만 듬성듬성 있는데 그 밑으로 펼쳐진 교황청의 모습이 마치 우리가 현대인 아닌 중세시대 교황을 배알하러 온 순례자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교황청은 생각과는 달리 굉장히 거대합니다. 광장 자체가 평지가 아니라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기울어진 상태인데 그 광장의 높은 쪽에 자리하여 기본적인 토대가 높은 데다 돌로 쌓은 외벽의 높이는 20 m 이상은 될 성 싶습니다. 그런 외벽에 건물을 만들어 놓았지만 적의 공격에 대한 대비인지 창문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보기에도 튼튼해보여 웬만한 포격에도 끄덕 없을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옆으로 성당이 있는데 그 성당의 꼭대기에 금빛 찬란한 성모마리아상이 금으로 장식되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너무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교황청 건물안으로 들어가는데는 두꺼운 철문을 통과하여 안내를 받으며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교황이 살지도 교황청업무도 여기서 하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700년전 교황청의 모습입니다. 이 따뜻한 남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의 중심지역에 거주하며 전 유럽의 카톨릭세계에 명령을 내리던 교황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광장에서 교황청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다른 대부분의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앉아 감상을 했습니다.
교황청 경내로 들어가는 투어가 따로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깥에서 전경을 바라보고 성모마리아상이 잘 보이는 곳에서 기도를 올리기도 하지요.
뭐,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투어 요금이 비싸기 때문이지요. 장사만을 위한 비싼 요금에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아비뇽에는 이 곳 교황청이외에도 많은 볼 것들이 있습니다. 성베네제 다리(Pont St-Benezet)라고 이름 붙여진 중간이 끊긴 다리도 유명합니다. 원래는 이곳을 흐르는 론강을 건너는 다리였지만 홍수와 범람으로 무너지고 절반 정도만 남은 예쁜 아치교입니다.
한가지 더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이 곳 아비뇽이 아비뇽역사지구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있습니다.
아비뇽의 특별한 모습을 보고나서 다시 우리의 일정에 맞춰 다음 코스로 이동했습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아를르에서 가까운 퐁비에유(Fontvieille)라는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는 마을뒤 언덕위에 작은 볼품없는 풍차오두막이 하나 있습니다.
이 풍차오두막은 프랑스가 배출한 문호인 알퐁스 도데가 “풍차방앗간 편지”라는 단편소설모음집의 배경을 삼은 장소입니다.
님에서 태어나 이 곳 프로방스 지방에서 자란 도데가 프로방스인들의 생활상과 기질을 잘 표현하여 소설 속에 그의 고향에 대한 동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에는 그의 단편중 유명한 “별” 과 같은 유명한 소설도 있습니다. 이 단편집 가운데 “코르니뉴 노인의 비밀”이라는 것에서 바로 이 풍차가 등장하며 제분공장에서 만드는 밀가루와 비교하여 사라져가는 과거 방식에 대한 애환과 프로방스인들의 자부심등을 표현하고 있지요.
아를르로 가는 길에 있어 우리는 중간 경유지로 선택했습니다.
이 마을까지 가는 길은 표지판이 잘 되어 있는데 마을로 들어서는 마지막에 표지판이 없어지며 지도와도 맞지않게 되어 있어 한참을 헤매다 겨우 마을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퐁비에유의 언덕위에 있는 알퐁스 도데의 풍차로 알려진 풍차박물관입니다.>

기끔 프랑스에서 느끼는 일이지만 표지판이 잘되어 있기는 해도 막상 목적지 근처에서는 표지판이 사라져 그 지방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잘 따라오게 해놓고 막상 근처에서 표지판이 사라져 어디로 가야할 지 혼선을 빚게 만들어 놓곤 하는데 아마도 공무원들의 일하는 스타일이 어느 나라나 비슷해서 일까요? 근처에 오면 그 다음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닌지 궁금합니다. 자신들이야 그 곳에 살고 있으니 금방 알 수 있지만 처음 오는 사람들은 모를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점들은 표지판을 만들어 놓는 공무원들이 앞으로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잡목과 돌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언덕 위를 올라가 도데의 풍차를 보았습니다. 이 동네도 산이 많은 동네는 아니라서인지 야트막한 언덕위인데도 사방이 내려다 보입니다. 풍차는 잘 복원되어 그 아담하고 앙증맞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풍차의 날개는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지요. 아이들은 작고 좁은 풍차안에 들어가 간단한 알퐁스 도데의 박물관을 보았습니다. 그래도 본 풍월에 원정이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을 읽고 싶다면서 파리에 다시 돌아가면 서점에 들러 알퐁스 도데의 책을 사겠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많이 있는데……
풍차라고 뭐 엄청난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볼만한 풍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19세기 중후반 알퐁스 도데라는 소설가의 소설의 배경무대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전 세계의 여행 서적에 이름을 올리게 만든 프랑스인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기름값 허비하며 별 것 아닌 것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니까요.

이제 오늘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다시 발길을 돌립니다.
바로 아를르입니다.
아를르는 아마도 한번쯤은 들어 봄직한 도시입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세계적인 네덜란드 출신의 인상파 화가인 반 고흐가 살면서 그림을 그렸고 또하나의 유명한 화가인 폴 고갱과의 만남과 이별, 그 후유증에 의한 정신분열증으로 자신의 귀를 잘라버린 곳으로 유명합니다. 또 하나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비제의 오페라 “아를르의 여인”의 주무대라는 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반 고흐는 이 곳 아를르에서는 불과 2년도 되지않은 기간동안 머물렀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의 많은 작품들 중 중요한 색체미술작품들은 이때 그려졌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프로방스 지방의 강렬한 태양과 따뜻하면서 온화한 기후조건이 그에게 어떤 영감을 불러 넣었으리라 짐작이 되는 곳입니다. 그런 아를르이지만 반 고흐의 작품은 이 곳에는 한 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를르에 있는 로마시대의 고대극장과 원형경기장의 현재 모습입니다.>

그러나 아를르는 기원전 1세기 로마의 그 유명한 카이사르에 의해 식민지가 된 후 아우구스투스때에 도시로 개발이 되어 로마제국시절에는 이 곳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곳이자 지금의 프랑스 땅인 갈리아 지방에서도 “갈리아의 로마”라고까지 불렸던 곳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님과 함께 수많은 고대 유적들이 남아있으며 프랑스에서는 특이하게도 스페인과 이탈리아식의 조리방법인 올리브유를 많이 사용하고 스페인과 비슷한 빠에야와 같은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고 투우와 플라멩고 등이 유명한 도시입니다. 당시 아마도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연결해주는 통로역할을 했던 프로방스의 중심지였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도 작은 규모에 비해 엄청난 수의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고 론강 하구에 자리잡아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점했던 과거의 도시인 아를르를 이제부터 우리가 들어가보며 오늘 밤을 보낼 것입니다.
아를르도 아비뇽과 비슷하게 도시 외곽에 성벽이 아직 많은 부분이 남아 있어 걸어서 돌아볼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만 도시외곽 성벽이라고 해서 우리 서울의 성벽을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울에 있는 서울성곽은 정말 거대하지요. 아마 하루종일 다녀도 전체를 다돌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전체 둘레 길이가 17Km나 되는 엄청난 성입니다.
이에 반해 유럽의 대부분의 도시를 감싸고잇는 성은 길이가 불과 몇 Km이내인 규모입니다.
아주 작은 규모인지라 한바퀴 돌아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얺습니다.
아를르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를 몰고 아를르로 진입하다보면 바로 성곽이 보입니다.
아를르 시내로 차를 몰고가기는 쉽지가 않지요. 좁디좁은 옛날식 도로 하며 주차장도 많지 않고 우리도 성곽 바깥에 있는 호텔에 주차를 하고는 걸어서 아를르 시내를 보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아를르 도심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호텔을 잡았기에 길만 건너면 바로 시내입니다.
오후 5시쯤이라서인지 온통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아를르의 모습에서 활기찬 관광도시의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아비뇽에서는 같은 관광도시라도 먹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지만 아를르는 먹는 것보다는 보는 것 위주입니다.

<반 고흐가 입원했던 병원 건물인 에스파스 반 고흐의 정원>

사방 건물들이 고색창연하여 과거의 도시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공화국광장이라는 시청사가 있는중심지에는 수많은 수학여행 온 청소년들부터 나이 지긋한 외국 관광객들까지 사진을 찍으며 노래를 부르고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며 앉아있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먼저 반 고흐의 여정을 찾아 그가 입원했던 병원 건물인 에스파스 반 고흐(Espace Van Gogh)부터 시작하여 그가 즐겨 찾았고 그림으로 그렸던 카페인 포름광장의 카페 반 고흐 등을 차례로 구경했습니다. 그의 그림 복사본을 전시해 놓아 그 광경대로 아이들에게 위치를 잡아주기도 하면서 말이죠. 한참을 반 고흐에 대한 감상으로 보내다가 이번에는 고대로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로마시대입니다. 반원형으로 만들어진 고대의 극장인 떼아트르 앙티크(Theatre Antique)를 시작으로 원형경기장(Amphitheatre), 고대의 지하회랑인 포럼(Cryptoportique du Forum), 공중목욕탕(Thermes de Constantin) 등입니다.
고대극장은 폼페이에서 본 반원형의 극장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약간은 폐허가 된 모습으로 기둥들도 스러져있고 발굴중인지 철조망으로 막고 있어 들어가 보지는 못합니다.
밖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원형경기장은 오늘 아침에 님에서 봐서인지 여기 아를르의 모습은 그리 크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설명서에는 2만명을 수용했다는데 님의 것이 더 커보이는 모습이지요. 세월의 때가 묻어 거무티티하지만 그래도 원형을 간직한채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면 뜻밖의 장소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고갱이라는 이름의 작은 호텔도 있습니다. 이 호텔이 화가 폴 고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재미있는 일이지요.
조금 더 걸으면 바로 강둑이 나타나고 그 위에서 아비뇽을 거쳐 이곳까지 흘러 여기서부터 드넓게 펼쳐져있는 세계적인 습지인 카마르그습지를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론강이 펼쳐집니다.
강폭은 300m쯤은 될 듯한 강입니다.
2시간 이상을 시내를 활보하며 돌아다니다보면 작은 아를르 전체의 윤곽이 그려집니다. 결코 넓지 않아 누구라도 시내 전체를 천천히 유람하며 볼 수 있지요.
그래도 시간이 7시가 넘어가서 호텔로 돌아가는데 2시간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를르입니다. 2시간 차이인데 갑자기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한 죽은 도시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조금전까지 북적이던 가게들, 광장 등은 어느 곳하나 불도 꺼지고 사람들도 없어져 갑자기 으슥함만이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도 급히 발길을 돌렸지요.
어디나 서양에서 대도시를 제외하면 철시를 하는 모습입니다.

오늘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과거의 도시들을 돌아보며 남프랑스의 프로방스 지역의 고대문화를 순례했습니다.
내일도 이 프로방스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지역인 코트 다 주르 지방을 여행할 계획입니다.
아마도 이 곳 남프랑스에 있을 때까지는 따뜻한 날씨 탓에 우리의 복장도 가볍지만 3일후 이 지역을 떠나 다시 북쪽으로 가게되면 상당히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포근함이 말이죠.
아이들과 박여사, 저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불어 발음에는 익숙해져 있습니다.
내일도 좋은 날씨와 좋은 여행거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카페 반 고흐앞에 있는 고흐의 그림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