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ctypa@naver.com

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고원지대에 위치한 전원풍경속, 파브르의 고향 생레옹!
바르셀로나(Barcelona) → 생레옹(St.-Leons) → 몽펠리에(Montpellier) → 님(Nimes)

15부 - 2008년 10월 15일 수요일

오늘 이동거리 : 623 Km, 누적거리 : 2190 Km

아침부터 쾌청한 날씨입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하여 남프랑스를 거쳐 내륙에 있는 생레옹(St.-Leons)까지 오늘 가야합니다.
그냥 마을 이름만 들어서는 생레옹이 어떤 곳인지 아무도 모를 겁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곤충학자인 파브르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고 한다면 다들 그렇구나 하실 겁니다.
우리는 바르셀로나에서 멀기는 하지만 파브르의 고향인 그 곳 생레옹으로 가서 마이크로폴리스라는 곤충테마파크를 구경하고 파브르의 생가와 박물관을 볼 예정입니다.

<오지중의 오지이지만 아담하고 평화로운 파브르의 고향, 생레옹의 모습입니다.>

바르셀로나는 기후가 상당히 좋습니다.
민박집 주인분의 얘기로 10월 중순인 이때는 아직까지 더운 날씨가 정상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바르셀로나에서의 이틀째인 일요일의 쌀쌀한 날씨가 이상저온이랍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이들과 서로 부산하게 움직이며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어제 밤에 주인분에게 우리가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아침은 따로 준비하지 말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동안 매일 아침을 집에서 먹는 것 이상으로 잘 차려준 덕분에 우리는 한식에 목말라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맛있는 반찬과 국, 찌게 등을 꼭 만들어 주기에 아이들이나 저나 박여사 모두 배부르게 잘 먹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잘 먹었기에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기 힘들 것 같아 그냥 일어나는 대로 씻고 바로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요.
그런데 주인분이 오늘도 일찍부터 일어나 떠나는 우리가 가면서 먹을 수 있도록 샌드위치를 싸서전해주는 겁니다. 가다 보면 배가 고플테니 이거라도 먹으라면서요……
정말 고마운 민박집입니다. 그동안 잘 먹고 다녔는데 떠나는 순간까지 잘 대해줍니다.
아마도 이국땅에서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동포에게서 이런 친절을 받으면 웬지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특히나 우리같이 아무도 모르는, 한국인도 많지않은 곳으로 적은 인원으로 갔을 때는 더 하지요.

<마이크로폴리스내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쌍둥이들>

8시도 되지않아 우리는 일찌감치 바르셀로나를 출발했습니다.
수요일 아침이라서인지 역시 러시아워에 걸렸습니다. 고속도로로 나가기 위한 시내도로에 서울의 출근시간 시외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차량의 홍수처럼 여기저기 정체가 심하고 자동차들도 이리 저리 끼어들고 운전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어제 잠깐 떠날 준비를 하러 한인슈퍼에 가서 장을 보느라 몇 킬로미터정도 운전을 했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제대로 하기는 며칠만의 운전이라 길도 잘 모르는 데다 온갖 표지판들이 모두 스페인어로 되어있으니 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들지요.
박여사가 네비게이션으로 위치 파악 및 가려는 방향에 대한 안내를 하지만 길이 많이 막히다 보니 다른 길로 빠져 나가기도 하다보면 GPS가 정확하게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곤 합니다.
결국 제가 박여사에게 지도를 보면서 방향으로 찾아 나서자고 얘기하고서는 동서남북의 방향으로 길을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운이 좋아 오늘 날씨가 좋다보니 해가 있어 방향을 찾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북쪽 방향으로 가다가 C-32도로를 찾아 북서쪽 방향으로 꺽어야 하기에 전혀 처음 지나가는 바르셀로나의 어디인지도 모를 곳에서 해만 바라보고 그런 방향으로 계속 진행했습니다.
한참을 시내에서 헤매다가 골목 골목을 누비며 중간에 가로지르는 방향으로 진행했더니 어느 순간 눈앞에 커다란 넓은 도로가 나왔습니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진행하다보니 결국 고속도로 표지판이 나왔습니다.
그리 오래 헤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바르셀로나라는 대도시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고속도로로 진입하기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통행하는 차량이 많고 이 도로, 저 도로로 연결구간이 많다보니 외곽으로 빠지는 고속도로임에도 중간에 시내로 빠지는 차량들로 차선이 꽉 막히는 상태가 됩니다.
인터체인지구간을 피해 바깥 차선으로 달리다 보니 갑자기 차량이 확 줄어들어 몇 대 지나지 않는 이름 그대로 고속도로가 됩니다. 바로 A-7입니다. 유럽도로로는 E-15입니다.
프랑스와 달리 스페인은 도로이름에 알파벳과 숫자사이에 “-“가 들어갑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계속 고속도로로만 가면 됩니다. 가다가 프랑스국경을 넘어 몇 시간을 진행한 후 몽펠리에를 지나가면 그때부터 다시 지도를 보면서 가는 코스로 접어들기에 지금부터 그때까지는 편안하게 도로 밖의 풍경을 구경하며 여유있게 음악도 듣고 먹을 것도 먹어가면서 갈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쌍둥이들의 역할분담은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자동차안에서 원용이에게 부여한 임무는 비디오 캠코더를 촬영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사용법을 잘몰라 엉뚱하게 찍어서 문제가 되더니 며칠 사용하면서 사용법을 숙지했는지 곧잘 사용합니다.
찍는 것도 그리 흔들리지 않고 잘 찍었구요.
원정이는 자동차안에서 MP3플레이어를 사용하여 음악을 들려주도록 임무를 부여했지요. DJ역할을 말입니다. 원정이는 역시 아이들이 최신 기계는 어른들보다 더 잘 다룬다는 속설에 맞게 MP3를 받자마자 바로 사용법을 숙지하더니 아주 여유롭게 사용합니다.
두 아이들 덕분에 박여사와 저는 몇 가지라도 일을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짐도 이제는 제법 들고 다니지요.
내년이면 벌써 중학생이 되니 10년쯤 지나 같이 여행할 기회가 된다면 그 때는 쌍둥이들이 운전도 하고 안내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시간쯤 가다보면 스페인이 배출한 또 하나의 유명한 현대미술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고향이자 그의 인생의 후반부를 보낸 피게레스(Figueres)라는 도시가 나타납니다.
이 피게레스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프랑스와 국경을 바로 앞에 두고 있고 해안가에 자리하는데다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 덕에 달리가 말년을 이 곳에 정착하고 살았습니다.
우리는 달리박물관이나 생가를 보지 않고 고속도로로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모든 것을 다 보고는 일정을 맞출 수가 없지요.
오늘은 모든 것을 전폐하고 아이들을 위해 힘들지만 무리하게 파브르를 만나러 갑니다. 무조건…

피게레스를 지나가면 프랑스와의 자연적인 국경인 피레네산맥의 동쪽 끝을 만나게 됩니다.
그 산중으로 길을 따라 가면 프랑스 국경이 나옵니다. 높은 산중에 만들어진 국경을 지나면 바로 프랑스가 되는데 경계선을 넘자마자 고속도로명이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A-7/E-15였는데 A9/E15로 바뀝니다.
도로번호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도로의 질도 달라졌습니다.
확실히 프랑스쪽 도로의 질이 더 좋습니다.
스페인쪽에서는 120Km정도로 달리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시속 140Km이상으로 달릴 수 있게 된거죠. 즉, 우리의 목적지까지 좀 더 빠른 시간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경을 넘자마자 페르피낭(Perpignan)이라는 도시를 지나고 곧 나르본(Narbonne)이라는 고대 로마시대부터의 요새를 지나가게 됩니다.
페르피낭을 지나면서부터 드디어 피레네산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쭉 뻗은 일직선의 고속도로가 나타납니다. 길도 직선일뿐더러 지나다니는 차량도 거의 없고 하늘은 파랗게 구름 한점 없어 그야말로 자동차여행에는 최상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가다 지나다니는 모든 차량들의 속도도 150Km를 훌쩍 넘어 160Km까지도 넘나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덩달아 같은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간내에 목적지까지 다가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프랑스, 스페인을 다니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고속도로를 포함 어느 도로에서도 과속을 단속하기 위한 카메라나 경찰을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없는 것이 아니고 눈을 아무리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달리다가도 내리막이나 커브길이 끝나는 직선주로 같은 곳에서 잠깐씩 속도를 줄여보지만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운이 좋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나르본을 지나면 남프랑스 서지중해지역의 가장 큰 대도시인 몽펠리에(Montpellier)가 나옵니다.
우리는 그 도시 앞에서 내륙으로 휘어져 A75/E11 고속도로로 빠져 나갑니다.
이제부터는 평야지대가 아닌 깊은 산악지대로 중부 프랑스의 아주 험준한 지형입니다.
아마도 프랑스의 내륙에서 이 지역만큼 거칠고 험한 곳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가는 생레옹이 바로 이 지역의 중간쯤에 있습니다.
우리로 말하자면 강원도 산골이라는 얘기입니다.
고속도로라고 해도 깊은 바위산들로 둘러싸인 산악지대로 들어오면 구불구불하고 좁은 도로로 변하여 한쪽은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깍아지른 절벽으로 되어있고 반대편은 높은 바위덩어리 산이 낭떠러지 모양으로 우뚝 솟아 있습니다.
무척이나 험하고 위험한 지형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곳곳에 낙석주의 표지와 함께 커다란 덤프트럭들이 드나들며 도로 확장공사까지 하고 있습니다.
편도 1차선으로 좁다보니 큰 트럭 같은 것이 한대가 앞에 지나가면 줄줄이 뒤를 이어갑니다.
프랑스 남부의 페르피낭, 나르본이나 몽펠리에에서 파리로 가는 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툴루즈방향으로 돌아서 가거나 아비뇽 방면으로 우회해서 가는 두 가지의 우회로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4년에 새로운 길이 하나 만들어져 이제는 우회하지 않고 직선으로 파리 방향의 중부나 북부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가고 있는 A75 고속도로가 중간에 끊어져 있던 것을 2004년에 미요(Millau)지역의 타른강에 거대한 다리를 만들어 연결함으로써 파리에서 지중해안까지 구간을 직선으로 잇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가 생레옹을 가기가 수월해졌습니다.
이 미요에 만든 다리 이름이 미요대교(Viaduc de Millau)입니다.
이 미요대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장교입니다. 교각은 총 7개로 만들어져 있고 그중 가장 높은 교각이 343m입니다.
343m이면 파리 에펠탑의 300m보다도 높아 4년에 걸쳐 만든 다리입니다. 길이는 2Km가 조금 넘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에 나타나는 디자인이 무척이나 멋진 다리입니다. 이 미요대교만을 위한 통행료를 받는 톨게이트도 디자인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요금은 무척이나 비쌉니다.
수려한 경관과 아찔한 계곡을 바라보며 미요대교를 건너서 가다가 높은 고원지대로 들어섰습니다.
생레옹은 그러한 고원지대에 만들어져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오늘은 라스코동굴 갈 때와 같이 찾아가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표지판도 잘 되어 있고 찾기도 쉽게 되어 있었습니다.

<멀리 미요대교가 산과 산사이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레옹은 그야말로 오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깊은 산악지대 중에서도 한참을 들어간 깊고 깊은 계곡위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마을입니다.
이런 곳에서 그 유명한 곤충학자이며 파브르곤충기의 저자인 앙리 파브르(Henry Fabre)가 태어나서 자랐다는데 어찌 보면 그가 그런 유명한 곤충학자가 될 충분한 조건을 가진 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와는 수십, 수백킬로미터 떨어져 외져 있는데다 깊은 산중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져있는 숲, 밤하늘을 보면 별이 선명하게 초롱초롱 뿌리듯이 보이는 이런 곳에서야 말로 곤충을 자세히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지요.
어찌 되었든 아마도 제 생각에 이 마을의 이름, 생레옹은 파브르를 빼면 세상에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파브르의 고향 마을인 이곳에 마이크로폴리스(Micropolis)라는 곤충 테마파크가 있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이 마이크로폴리스와 파브르박물관, 생가입니다.

도착후 일단 배가 고픈 우리는 마이크로폴리스 옆 도로에 차를 주차하고 차의 문으로 가린 다음 버너와 코펠을 꺼내 컵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야외에서 끓여 먹는 컵라면은 상상외로 맛있습니다만 이제 컵라면도 두끼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점심을 먹자마자 곧바로 마이크로폴리스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마이크로폴리스는 테마파크라 해도 자그마한 규모입니다.
이 마을 자체가 규모가 작은 데다가 제가 보기에도 이 곳까지 올 사람들이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선지 오늘도 몇 되지 않는 어른들만이 눈에 가끔 보일 뿐입니다. 사실 아이들이 많이 올 그런 장소인데도 불구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분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이런 곤충 박물관 겸 테마파크에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은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첫날 라빌레트 과학관을 갔을 때도 그러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과학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마이크로폴리스에는 각종 곤충들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개미, 벌, 나비 등 수많은 곤충들을 각기 그들의 생활환경에 맞게 조성되어 곤충들의 생활상과 습관을 관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곤충의 대한 이야기들을 영어로 들을 수 있도록 헤드폰도 제공합니다. 실제로 헤드폰은 유료인지 무료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손님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어서인지 무료로 헤드폰을 제공했습니다. 안내데스크에 있는 아줌마들도 상당히 친절합니다.
아마도 동양인이라고는 이 곳에서 만나기는 어려워서인지 이것 저것 영어로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곳은 사실 내일 모레 중학생이 될 우리 아이들보다는 좀 더 어린 초등학교 3 ~ 4학년, 또는 그 이하의 어린이들이 더 재미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어린이용이라는 말입니다. 야외에는 곤충 모양으로 만든 갖가지 모형들과 로봇들이 전시되어 사람들이 지나가면 연주를 하거나 물을 뿜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번쯤 어린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로서는 와서 아이들에게 곤충에 대한 호기심과 파브르라는 곤충학자에 대한 지적인 관심을 가져줄만 합니다.

<마이크로폴리스내 개미들의 이동을 관찰할 수 있도록 통로와 개미집을 배치한 모습>

마이크로폴리스의 야외의 산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앞에 파브르의 고향마을인 생레옹이 아담하게, 계곡사이로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평화롭고도 바깥 세상과는 담을 쌓은 듯한 분위기의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몇채 되지 않는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이지만 그래도 교회도 있고 파브르의 생가와 박물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폴리스를 뒤로 하고 우리가 파브르의 생가를 찾아 생레옹 마을로 들어서서 낙엽이 저가는 이 마을의 가을 풍경을 보면 파브르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을 갖게 됩니다.
박여사는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쌍둥이들과 1823년에 이곳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915년에 사망한 앙리 파브르라는 세계적인 곤충학자의 동상과 생전에 쓰던 책상 등의 유품들을 보며 서양이라는 세상은 이런 작은 물건 하나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1년전에 있던 것들도 정리한답시고 다 버리곤 하는데……
파브르는 아비뇽과 나폴레옹의 고향인 코르시카섬에서 국민학교, 중학교 과학선생님이었다고 합니다. 후에 곤충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여 파브르곤충기라는 책을 펴내면서 곤충학자로 세상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지요.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볼거리를 뒤로 하고 오늘의 잠자리를 구하러 떠나야 했습니다.
사실 이 생레옹에 작은 모텔급 호텔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우리는 아마도 이곳에 투숙했을 겁니다.
평화스럽기도 하거니와 도시에서와 같이 떠들썩하거나 정신없는 그런 곳이 아니라서 따사로운 햇볕 아래로 가을의 정취를 맛보며 전원 풍경속에서 산책을 하며 차분하게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니까요.

<파브르박물관의 모습입니다. 벽에 파브르의 표식이 보이지요. 생가도 같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여유롭게 프랑스땅을 구경할 수 있는 그런 처지도 되지 못해 하는 수 없이 아쉬운 이 곳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갈 길은 여기까지 왔던 곳을 되돌아 가서 몽펠리에나 아니면 좀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는 것입니다.
다시 그 미요대교를 건너 몽펠리에를 멀리서 우회하여 동쪽으로 진행하는 곳을 따라 갔습니다. 오늘은 라스코동굴 갈때와는 다르게 여유있는 시간입니다
마이크로폴리스에 대한 공부를 한국에서 할 때만 해도 약 3시간 정도로 예상했었는데 실제 와서 보니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는 황금과 같은 시간이 남아 오늘은 예정보다 멀리가지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내일이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바쁜 하루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의 일정은 님(Nimes), 퐁뒤가르(Pont Du Gard), 아비뇽(Avignon), 퐁비에유(Fontvieille), 아를르(Arles)까지 정신없이 구경하고 돌아다녀야 합니다.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봐야 할 고대유적들이 쌓여있는 곳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멀리까지 가서 내일의 일정을 하나라도 줄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레옹에서 나가는 길은 차도 거의 없고 하늘도 맑아 따사로운 햇볕 아래로 우리의 애마, 푸조는 쌩쌩 달립니다.
생레옹으로 갈 때는 중간중간 비도 오고 흐린 날씨였는데 이제는 환한 가을 날씨입니다.
생레옹에서 몽펠리에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루치즈의 산지인 로크포르(Roquefort)가 나옵니다. 우리 식구들이 하나같이 아직까지 치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데다 치즈하면 아직껏 슬라이스치즈만을 선호하는 터라 그 맛을 알지는 못합니다만 치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곳의 블루치즈를 상당히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곳을 지나서 몽펠리에까지 직선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갔습니다.
박여사와 쌍둥이들, 그리고 저는 가면서 오늘의 최종 목적지를 몽펠리에를 지나서 님까지로 우리의 행보를 정했습니다.
몽펠리에에서도 60Km가까이 더 가야 님(Nimes)이 나옵니다.
님은 로마시대때부터 있어온 이 남프랑스에서 오래된 곳중 하나입니다. 로마제국 초대황제로 꼽히는 아우구스투스가 건설한 도시이지요.
이곳에는 아직도 로마시대에 건설된 원형경기장, 신전 등의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곳까지 가서 오늘 밤의 숙박을 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의 계획은 몽펠리에였는데 그보다 더 멀리 가는 겁니다.

<님의 원형경기장의 야경입니다.>

우리가 님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가 조금 안된 시간입니다.
님은 알려진 이름과는 달리 굉장히 조용한 도시입니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별 세개짜리 호텔을 잡고나서 우리는 저녁을 먹고서 야간 외출을 나갔습니다.
호텔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님에서 가장 유명한 곳중 하나인 원형경기장, 즉, 아레나(Arenes)가 있었던 것입니다.
7시가 넘은 님의 길거리는 너무나 조용하고 스산한 분위기입니다. 차도 거의 없고 사람도 다니지 않는 그런 죽은 듯한 분위기의 도시입니다.
그 속을 우리는 열심히 걸어다니며 님의 중앙역, 아레나와 그 주위의 공원, 오래된 건축물로 된 법원 등지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며 내일의 일정을 하나씩 하나씩 미리 해나갔습니다.
이제 내일 일어나면 밝은 햇살속의 아레나를 한번 더 보고 오늘 보지 못한 메종까레(Maison Carree)라 부르는 로마시대때의 신전을 볼 예정입니다.

아침에 바르셀로나를 출발하여 머나먼 길을 따라 프랑스의 중앙 산악지대를 거쳐 이곳 남프랑스의 중심으로 들어 왔습니다.
내일부터는 남프랑스라는 지중해 연안의 따사로운 아열대성 기후대에 속한 지역을 순례할 예정입니다.
오늘 하루종일 다 좋았는데 예외없이 4명이 투숙하는 패밀리룸을 얻다보니 또다시 4층입니다.
이 나라는 어째 가족실을 항상 꼭대기 다락방으로 만들어 놓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음식을 해먹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주위 방에 아무도 투숙하지 않고 호텔 프론트와도 거리가 멀어 냄새나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단점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작은 호텔들이다 보니 그 많고 무거운 짐들을 모두 손으로 들고 올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두번씩은 올라가기 힘들어 아이들도 모두 한짐 가득 들고 올라가곤 했지요. 오늘도 예외는 아닙니다. 원용이든, 원정이든 모두 양 손 가득 짐을 들고 어깨에도 메고 올라가는 덕분에 제가 편했습니다.

내일부터 또 새로운 구경거리들을 보러 다니기 위해 오늘은 모두들 푹 쉬면서 파브르의 고향 생레옹에서 바라보는 별자리를 생각했습니다.

<님의 호텔에서 일기를 쓰고있는 쌍둥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