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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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여행은 준비한 만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Barcelona)

14부 - 2008년 10월 14일 금요일

오늘 이동거리 : 8 Km, 누적거리 : 1567 Km

월요일 마녀의 저주는 어김없이 어제도 나타났습니다.
우리에게는 금쪽 같은 시간인데 이런 이상한 일들로 인해 우리의 일정은 엉망이 됩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원래 계획한 대로 딱딱 맞아 떨어진다면 어찌 보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겁니다. 오히려 이런 일들이 생겨나고 현장에서 다시 계획을 수정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여행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그만큼 이번 여행에 대한 준비가 덜 되었다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준비를 해야 이런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을 겁니다.
역시 여행은 준비한 만큼 볼 수 있고 준비한 만큼 확인할 수 있는 인생의 과정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하루 일정 자체가 바뀌거나 하지도 않았고 우리가 가려는 곳이 문만 닫았을뿐 길이 막히거나 해서 시간을 빼았기지는 않았지요.
다르게 생각하면 오히려 시간은 절약했습니다.
만일 우리가 가려는 곳들이 모두 다 열려있거나 볼 수 있었다면, 우리가 생각한대로 되어 있었다면 그런 것들을 보느라고 우리는 엄청난 시간을 소비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어제 우리는 시간에 허덕였을 것입니다.

<카탈루냐미술관 앞에서 거리의 악사에게 돈을 던져주고 뛰어오는 원용이>

오늘은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 새로운 기분좋은 날입니다.
오늘 우리는 드디어 유럽을 상징하는 것을 보러 갑니다.
바로 축구입니다!
유럽과 남미는 축구없이는 도시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입니다.
축구가 있기에 전쟁이 나지않고 축구경기로 상대도시,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걸로 대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유럽에서도 2000년대에 가장 유명한 3대 리그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 - 축구에 관한한 영국은 없습니다. 영국이라는 나라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즈의 4개국으로 축구에서 나라가 나눠집니다. - 이탈리아의 세리에 A(Cerie A),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Premera Leagar)입니다.
그중 잉글랜드는 런던을 홈으로 하는 첼시, 맨체스터를 홈으로 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팀이 최고의 팀이며 이탈리아는 밀라노를 홈으로 하는 AC밀란, 토리노를 홈으로 하는 유벤투스의 2팀이,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가 홈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홈으로 사용하는 FC바르셀로나가 최고의 팀입니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이 6개의 팀들은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팬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경기를 한 번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인 사람들이 꽤 있을 겁니다.
국가대표보다도 더 인기가 있는 최고의 명문 구단입니다.
오늘 바로 우리가 그 중 한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FC바르셀로나를 공식 방문합니다.
FC바르셀로나에는 얼마전까지 브라질의 최고 슈퍼스타였던 호나우딩요가 있었지만 호나우딩요가 이번 시즌 - 유럽에서 한 시즌은 8월부터 시작하여 다음해 5월까지입니다. - 부터 이탈리아의 세리에 A로 옮겨가는 바람에 지금은 아르헨티나의 제2의 마라도나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2002년 월드컵에서 스페인 대표선수로 있었던 푸욜, 프랑스의 대표적인 골게터 티에리 앙리 등이 유명한 선수들입니다.
오늘 우리의 일정이 무척이나 바쁘지만 그래도 이런 유명 선수들이 초청을 하는 데 거절하기도 뭣하고 해서 바쁜 와중이지만 잠시 시간을 쪼개어 FC바르셀로나를 방문하려 합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원용이와 저는 축구광인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겁니다.
축구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자, 이제 다시 오늘의 할일을 찾아 나섭니다.

<몬주익 언덕위에 있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메인스타디움>

먼저 몬주익(Montjuic)입니다.
몬주익하면 우리나라의 나이가 30대 이상인 분들은 누구나 금방 알아 차렸을 겁니다.
예, 바로 황영조입니다.
몬주익의 영웅으로 받들어 모셔져 우리나라에서는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아니 간첩도 황영조는 안다라는 얘기가 한동안 인구에 회자되었습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선수가 일장기이기는 하지만 우리 선수로는 처음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장장 56년만에 다시 우리 선수가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역사적인 대사건이 바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일어났습니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이 몬주익 언덕위에 있어 당시 생방송으로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지금도 선명합니다.
죽음의 언덕이라는 몬주익 언덕을 뛰어 올라가는 마지막코스에서 황영조선수는 1위로 달리던 일본선수를 38Km지점에서 제치고 1위로 달려 결국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던 겁니다.
당시까지 우리 선수가 세계적인 마라톤선수들과 경쟁해서 금메달을 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는데 육상계에서만 알려져있고 다른 누구도 모르던 황영조라는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큰 충격이며 한국국민들에게는 청량감 높은 소식이었던 겁니다.
오늘 우리는 황영조선수가 달린 그 몬주익 언덕을 따라 달릴 생각입니다. 거북이마라톤으로 말입니다.

<미로박물관에 있는 ET의 조각 등 다양한 현대미술의 조가품들>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날 올랐던 미술관을 옆으로 끼고 걸어가면 바로 나오는 미로박물관이 우리의 첫번째 몬주익 탐방입니다.
미로박물관은 미로 작품들을 모아 전시해두고 있는 박물관으로 그의 젊은 시절부터 사망할 때까지의 작품들이 모여 있습니다.
미로의 작품들 중에서 하나가 유명한 1982년의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영화 “ET”의 주인공 ET의 모델이 된 것이 있습니다.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데 검은 색의 그 모습이 ET의 모습 그대로 판박이입니다.
그러고 보면 스페인의 예술가들의 작품속에서 현대 헐리우드가 영화의 창작 재료로 삼은 것이 많습니다. 가우디의 작품속에서 영화 “스타워즈”의 제국의 군대를 모델이 된 중세기사 모형의 굴뚝도 있고 미로의 작품속에서 ET의 모델도 있구요. 스페인예술가들의 초현실주의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로박물관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그 아이디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야외에 전시된 것들은 촬영 가능합니다.
박물관에는 그의 초현대적인 작품뿐 아니라 그의 일생에 관한 것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미로박물관을 나와 길을 따라 몬주익 언덕을 올라는데 날씨가 무척이나 더워 아이들과 박여사는 아직도 오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지치기 시작합니다.
바르셀로나의 날씨는 10월 중순이라도 우리의 9월 초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몬주익 언덕을 올라가면 바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의 메인스타디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스타디움 옆 길 건너에 황영조선수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황영조선수가 달리는 모습과 그의 발바닥이 부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부조가 바르셀로나시에서 만든 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한글로 이것에 대한 글이 쓰여있습니다.
경기도에서 후원하여 만들었다는 것이 스페인어와 한글 두가지로 써있고 마지막에는 당시 경기도지사인 임창열지사의 사인이 있습니다.
임창열이라는 이름을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참을 언론지상에 오르내렸던 인물입니다. 외한위기 당시 재무부장관이었던 사람이지요.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의 이름이 나오니까 씁스레합니다.
이제 다시 미술관 앞길로 내려와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FC바르셀로나를 찾아갔습니다.

<"FC바르셀로나"의 메인스타디움과 공식 쇼핑센터인 FCBOTICA입구입니다.>

<황영조선수의 마라톤 우승기념 부조 앞에서>

앞에서도 설명드린대로 FC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명문 축구구단으로 아마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구단이지요.
스페인에서도 마드리드가 홈인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최고의 인기구단임과 동시에 최고의 성적을 자랑합니다.
메인스타디움은 역시나 최고의 구단답게 서울 월드컵경기장보다 더 넓은 부지에 지어져 있습니다.
스타디움 내부는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투어를 하도록 되어있지만 스타디움 앞의 쇼핑센터와 간이 레스토랑 등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쇼핑센터내에는 FC바르셀로나 선수들마다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있는 사진관이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선수와 찍을 배경을 선택하고 사진을 찍으면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그 선수를 옆으로 붙여놓고 배경을 넣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쌍둥이들을 리오넬 메시라는 아리헨티나 대표팀의 간판 미들필더와 같이 찍는 것으로 선택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인화된 사진을 보면 마치 진짜 메시와 같이 찍은 것처럼 너무나 선명하게 잘 나옵니다.

<세계적인 아르헨티나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와 FC바르셀로나 메인스타디움을 배경으로>

이 쇼핑센터에는 별의별 물건들과 유니폼, 공들을 다 팔고 있습니다.
거의 백화점 수준의 쇼핑센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규모로 물건들을 팔아 대니 장사가 안될 수가 없고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니까 그 돈들로 다시 유명하거나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오고……
확실히 프로스포츠는 돈을 벌어야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야구, 축구, 농구 등이 프로스포츠로 발전하여 경기들을 하고 있지만 아직껏 어느 구단도 구단운영수입으로 흑자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에 와서 그들이 구단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 축구만 하는 것이 아니고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눈에 선합니다.
쇼핑센터하며 각종 음료, 음식을 파는 식당, 간이 매점 등 모든 곳에서 돈을 버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하는 일반 기업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자신들의 경기장을 들어가 보는 것도 돈을 받으며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도 돈을 받고 구경하게 하는 그들의 노하우를 국내구단들도 좀 더 많이 배워 진정한 프로구단으로 거듭나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바르셀로나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내일이면 이 곳 바르셀로나를 떠나 다시 프랑스 남부로 이동합니다.
바르셀로나라는 스페인의 도시에서 우리는 스페인 특유의 낭만과 여유를 만끽하고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