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ctypa@naver.com

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월요일에만 나타나는 마녀의 저주!
바르셀로나(Barcelona)

13부 - 2008년 10월 13일 월요일

어제의 가우디를 따라가는 바르셀로나 여행은 안좋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하긴 이 곳 서유럽에 들어와서 충격을 안받은 날이 며칠이나 될까요?
거의 모든 것이 충격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새로운 바르셀로나를 볼 예정입니다.
가우디가 없는 바르셀로나의 본 모습을 보려합니다.
물론 오늘도 어제와 같이 도보여행입니다.
어제는 날씨가 꽤 살쌀했었는데 오늘은 그 반대입니다.
무더운 여름입니다. 반팔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도 땀이 날 지경입니다.
반바지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그런 날씨입니다.
오늘은 바르셀로나에서는 고딕지구라고 불리는 곳을 중심으로 성당과 고 건축물들, 박물관들을 돌아보고 바르셀로네타라고 불리는 바르셀로나의 지중해 해변으로 가서 지중해에 발을 담가보는 것으로 일정을 준비했습니다.

<범상치 않은 카탈루냐 음악당의 모습>

가장 먼저 간 곳은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한 음악당입니다.
바로 카탈루냐 음악당(Palau de la Musica Catalunya)입니다.
도미니크 이 몬타네르라는 바르셀로나의 건축가가 설계하여 만든 곳입니다.
실제 음악당 내부는 그리 크지 않지만 내부의 천정은 UFO와 같은 모형의 둥근 스테인드 글라스로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뭐, 우리야 비싸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이 곳은 좁은 골목안에 있어 전체적인 모습은 개괄할 수 없지만 형형색색의 모자이크 기둥과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고전적인 벽을 보면 이 건물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각면이 서로 다르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한쪽면은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인 형태의 붉은 벽돌벽으로 만들어져 있기도 합니다.

<바르셀로나의 대성당인 공사중인 카테드랄>

왕의 광장(Placa del Rel)이라 불리는 곳을 지나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성당인 카테드랄(Catedral)을 찾아갔습니다.
대성당인 이 곳은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도시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성당입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개신교보다는 카톨릭의 파워가 훨씬 강한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이 나라들은 교회(Chapel)라는 이름보다는 성당(Cathedral)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도시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로마, 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베로나, 볼로냐, 프랑스의 파리, 리용, 아미엥, 랭, 마르세이유, 툴루즈, 투르, 샤르트르, 르아브르, 스페인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부르고스, 세비야 등등 수많은 도시들마다 큰 성당 하나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이 나라마다, 도시마다 약간씩 디를 뿐입니다.

여기 카테드랄이라고 불리는 바르셀로나의 대성당은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장 큰 성당입니다. 또한 가장 오래 되었구요.
그 앞은 광장으로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이 나와 모여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고 성당은 지금 외관을 수리중입니다. 아마도 일반적인 수리와 함께 오래되어 검게 변해버린 외벽의 찌든 때를 벗겨내는 것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성당들은 보았지만 스페인의 성당은 이번이 처음이라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지금은 성당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입구는 어디나 다 마찬가지 스타일입니다.
역시 성당이라는 형식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부도 뒷 벽에 커다란 장미꽃모양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고 양 옆으로 기둥들이 늘어서 양쪽으로 회랑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는 어두 컴컴한 분위기를 나아내고 있으며 높은 천정은 웅장한 분위기를 만들어 장엄함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스페인 성당의 내부가 다른 성당들과 다른 점은 한눈에 알 수 있게 금으로 장식이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곳 저 곳이 화려한 금색으로 도금되어 등불의 빛에 의해 휘황찬란하게 반짝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내부의 조각상과 장식들을 이렇게 금으로 치장한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바티칸도 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요.
여기 저기 번쩍이는 금덩이들을 보면서 과거 스페인의 영화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남미의 금제국인 마야와 잉카에서 거두어 간 그 많은 금은보화를 이런 곳에다 퍼부었으니 나라가 쇠망할 만도 하지요. 그런 것들을 재투자하여 계속적으로 과학 기술을 리드해나가는 국가였다면 아마도 지금까지도 강대국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하기야 어떤 나라라도 영원할 수는 없지요. 절대 망할 것 같지 않던 영국도 세계대전 2번에 결국은 강대국의 지위를 넘겨주고 이제는 서서히 허물어져 가고 있고 그렇게 2000년동안 초강대국이라고 뽐내던 중국도 일본한테까지 패망해서 나라가 산산조각나고 말았으니까요.

<카테드랄의 장엄하고 화려한 분위기의 내부 모습>

과거의 영광을 잠깐이나마 이 곳 카데드랄에서 맛보고는 다음 장소로 또 걸어갑니다.
이렇게 바르셀로나의 여러 곳을 걸어다니면서 보면 좋은 점이 많이 있습니다.
첫째, 걷기운동이 되어 체력도 좋아지고 인내력이 생깁니다. 끊임없이 걷는 데는 아이들도 이제는 이골이 나서 웬만해서는 다리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지요. 오히려 이제는 저와 박여사 둘이서 가끔 쉬자는 소리를 할 뿐입니다. 그런 경우는 아이들이 아프다고 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무조건 쉽니다. 아이들이 아프다고 쉬자고 하면 어린 것들이 무슨 소리냐면서 더 걷게 만드는데 말이죠. 아주 치사한 부모입니다. 사실 6학년이면 이젠 하루에 20Km 정도는 걸을 수 있어야지요.
작년 일본에 갔을 때가 아마도 극한의 걷기운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침 8시에 숙소에서 나와 밤 10시에 들어갈 때까지 하루 종일 걷다보면 정말 다리가 아파 더 이상 걷기 어려웠거든요. 그러데 그걸 4박 5일간 계속했으니 아이들이나 저나 박여사나 나중에는 그냥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서울은 길을 가다보면 곳곳에 벤치나 돌계단 같은 것이 있어 쉬었다 갈 수 있는데 도쿄는 거리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는 백화점 같은 곳도 돈을 내지 얺고는 쉴 수가 없게 되어 있었지요. 배낭여행자에게는 가장 좋지않은 도시중 하나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파리는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지요. 도시 곳곳에 쉴만한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아주 많이 있습니다. 여기 저기 벤치도 많고 돌로된 계단 같은 곳이 많아 힘들면 앉았다 가고 할 수 있지요.
이 곳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 곳곳에 벤치나 공원, 돌계단들이 있어 언제든지 다리가 아프면 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들이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체력이 약해서 더 훈련을 해야 한다느니 아직 고생을 안해봤다느니하면서 야단을 치고는 계속 걸어가면서 저나 박여사가 아프다고 하면 “그래, 쉬었다 가자” 하지요. 아주 냉혹한 부모입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특히나 원용이는 아빠를 가장 싫어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아직은 아빠보다 키도 작고 힘도 약하니까 꾹 참고 따라 오지만 속으로는 아마도 이를 갈고 있을것 같습니다.
“두고보자, 내가 더 커지면 앞으로 하루에 무조건 40Km는 쉬지않고 걷게 만들어야지”

<화려한 금으로 장식된 카테드랄의 조각상들>

다음의 목적지는 스페인이 배출한 세계적인 화가인 피카소미술관(Museu Picasso)입니다.
스페인이 배출한 현대 미술가로는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후앙 미로 등이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이 곳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미로는 아예 바르셀로나 태생입니다. 달리는 바로셀로나에서 북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피게레스(Figueres)란 곳에서 태어나 바르셀로나와 피게레스에서 주로 활동을 했던 미술가입니다.
그리고 말이 필요없는 피카소는 스페인 남부 지중해변인 코스타 델 솔 지역의 말라가(Malaga)에서 태어나 10대때부터 이 곳 바르셀로나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이런 현대 미술가들이 활동할 만큼 바르셀로나는 예술에 관한 한 상당히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는 그중 피카소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잇는 피카소미술관을 오늘 갈 계획이었지요.
오늘은 요일로는 월요일입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월요일은 보통 문을 닫는 미술관, 박물관들이 많다는 사실이지요. 피카소미술관을 골목골목 뒤져 겨우 찾았는데 하필 문을 굳게 닫아 걸었습니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습니다.
유럽 여기 저기 있는 피카소미술관이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보려고 했었는데 결국 포기하고 그 근처에 있는 또 하나의 성당인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Esglesia de Santa Maria del Mar)를 찾았습니다. 이 성당은 앞에서 얘기한 카데드랄보다 규모가 작지만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성당중 하나로 잘 알려진 성당입니다.

<어느 작은 광장에서 오징어를 먹으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와 원용이>

이래 저래 우리는 바르셀로나의 시내 구석구석을 잘도 찾아다닙니다. 오후 일정은 바르셀로네타((Barceloneta))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해변에서 시작했습니다. 안그래도 더운 날씨인데 오랜만에 시원한 지중해의 푸른 물결을 보면 가슴이 탁 터집니다.
해변에는 10월 중순임에도 27도가 넘는 더운날씨 덕에 많은 사람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쌍둥이들도 다름없이 수영복은 아니지만 바지를 걷고 물속에 다리를 담그는 정도로라도 지중해를 느껴봅니다.
양쪽 끝이 멀리 보이는 넓은 백사장을 보면서 여름에는 넘쳐나는 사람들로 북적거릴텐데 그래도 지금이 우리로 말하면 가을의 중턱을 넘어가다보니 그렇게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바르셀로네타는 한쪽은 해수욕장으로 넓게 펼쳐져 있지만 서양사람들이 좋아하는 요트들이 계류하는 항구도 옆에 같이 있습니다.
해변가를 거닐다가 다시 람블라거리로 돌아갔습니다.
레이알 광장 (la Placa Reial)이라는 곳은 건물들로 둘러쌓인 작은 광장인데 이 곳도 바르셀로나의 유명 관광지입니다. 다름아닌 가우디 때문입니다.
가우디가 건축학교를 졸업한 후 최초로 설계한 작품인 가로등이 이곳에 아직도 보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별 볼 것 없고 가우디의 상상력이 동원된 그런 작품도 아닌 그냥 일반적인 가로등임에도 가우디라는 명성 때문에 관광의 대상이 된 유적입니다.
이제 우리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보케리아시장(Mercat de Boqueria)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산호셉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곳은 오기전부터 TV에서 많이 보아온 우리네 동대문시장과 같은 곳입니다.
월요일이라서인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딴판입니다.
시장 입구는 거창하지만 들어가면 청과물, 육류가게 수십개만 있을뿐 우리네 시장과 같이 수많은 가게들과 인파로 북적이는 그런 시장이 아닙니다. 모여드는 인파도 제가 보기엔 현지인들보다는 관광객들만이 우글거릴뿐 전혀 시장 분위기가 아닙니다. 가격도 전혀 싸지 않고 길거리에서 파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분위기만 시장일뿐 전혀 아니올시다입니다.
혹시 가시더라도 그냥 잠깐 구경만 나오면 될 정도입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본 새벽에 문을 여는 빅토리아시장에 비하면 요일이 달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구경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한 낮의 람블라 거리와 가우디가 학교 졸업후 처음 만든 가로등을 배경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보케리아시장의 모습들>

밤의 바르셀로나에서 꼭 하나 보아야할 것이 있다면 사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토레 악바(Torre de Acbar)라는 건물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어제 낮에 봤기에 그만 보자는 박여사의 주장에 결국 포기했지만 토레 악바빌딩은 오늘 밤에 보기로 했습니다.
이 건물은 수도회사의 본사 건물이지만 디자인부터가 범상치않게 총알이나 폭탄을 세워놓은 것 같이 위로 갈수록 좁아져 뾰족해지는 원통형 건물입니다.
그러나 그 디자인보다는 밤에 켜는 불빛이 찬란하기에 유명합니다.
사진으로 보면 화려한 오색의 조명으로 인한 빌딩의 모습은 흡사 조명으로 가득한 탑을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이 건물에 대한 것은 가는 방법, 전철역 등이 별로 소개되지않아 우리는 지하철에서 학생인듯한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보고 가야했습니다.
지하철 1호선 글로리에스역에서 내리면 된다기에 우리는 그곳으로 찾아갔습니다.
컴컴한 밤 9시쯤에 말입니다.
내려서 아무리 찾아도 휘황찬란해야 할 그 건물의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단지 관광객인 듯한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무작정 따라가는 수 밖에요.
가다보면 바로 옆에 그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눈에는 휘황찬란은커녕 어두컴컴한 모습뿐입니다.
아마도 요즘 세계적으로 유가도 많이 오르고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까 전기를 절약하느라 껐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왜냐하면 이 건물은 국가기관이나 관광지가 아니고 사기업의 건물이니까요.
그래도 우리는 맥이 빠집니다. 이 늦은 시간까지 숙소로 돌아가지도 않고 찾아왔는데 컴컴한 모습만 보고 떠나려니 말입니다. 혹시 몰라 건물입구에 가서 직접 물어봤습니다.
아, 이번 여행에서 어째 이리도 핀트가 맞지 않을까요?
이유는 단 한가지였습니다.
오늘이 월요일이라는게 여러모로 우리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전등을 밝혀 조명을 켜는 것은 금, 토, 일요일의 주말 3일간이라는 겁니다.
오늘 우리는 피카소미술관도, 토르 악바빌딩도, 혹시 모르지만 보케리아시장까지도 모두 월요일이라는 마녀의 저주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희망이 있는 것은 내일은 화요일이라는 사실입니다.
화요일에 쉬는 곳은 많지 않지요.
내일은 미로박물관을 비롯한 몬주익지구와 세계적인 명문 축구구단인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을 찾아 세계적인 스타인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를 만날 예정입니다.
내일은 오늘과는 다를 걸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내일은 숙소로 일찍 들어가 다시 모레부터 시작되어 이번 여행의 끝까지 자동차로 돌아다녀야할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토레 악바빌딩의 빌딩의 우리가 본 모습과 실제 조명된 모습>

미국에서는 금요일의 악몽을 만나 금요일마다 모텔잡기가 어려웠는데 유럽에서는 월요일의 악몽으로 여러 가지를 구경하지 못하는 또 다른 악몽의 연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