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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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황무지 피레네산맥 속 도시국가, 안도라!
툴루즈(Toulouse) → 안도라(Andorra) → 바르셀로나(Barcelona)

11부 - 2008년 10월 11일 토요일

오늘 이동거리 : 355 Km, 누적거리 : 1559 Km

이곳 툴루즈는 날씨도 좋고 따뜻합니다. 따뜻한 것이 아니라 덥습니다.
어제는 거의 반팔에 가깝게 입고 다녔습니다.
오늘부터는 이곳보다 더 남쪽으로 이동하게 되어 아마도 더 더워질 것 같습니다.
어제 투숙한 B&B호텔은 여러모로 우리에게는 괜찮은 숙소였습니다.
방 구조도 그렇고 침대나 욕실 등도 그만하면 깨끗하고 전기 콘센트도 여유롭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단점이라고는 방의 크기가 작아 우리의 짐들을 다 내려놓기에 비좁다는 점과 엘리베이터가 없어 3층까지 짐을 들고 올라가야 하는 점입니다.

<작은 나라 안도라의 입구에서 본 황무지로 된 피레네산맥>

오늘은 우리가 새로운 나라들을 접하는 날입니다.
그래봐야 같은 서유럽 국가이니 사실 특별한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이곳 프랑스와는 다를 겁니다.
안도라와 스페인.
안도라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피레네산맥의 산중에 자리잡은 도시국가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쇼핑천국이라고 하더군요. 면세지역이라 프랑스와 스페인사람들이 주말에 쇼핑하러 다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유럽에서는 가장 물건이 싼 지역이라는 겁니다.
또, 스페인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듯이 투우와 정열의 나라입니다.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는 과거 카탈루냐왕국의 중심지로서 아직도 그 문화와 언어, 그리고 독립적인 기질들을 가지고 있어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두 곳을 찾아나섭니다.

아침을 어제 남긴 김치찌개로 맛있게 먹고는 짐을 꾸려 떠날 준비를 합니다.
어제의 남은 김치찌개를 방안이 아닌 바깥 복도에 두어 방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도록 했지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방의 창문이나 방문을 활짝 열어두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우리 한국인 특유의 음식냄새를 없애려고 노력했지요. 뭐 다 빠졌는지는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안도라의 수도라고 하는 안도라 라 벨라지역의 외곽 모습, 역시 주위는 온통 황무지입니다.>

아침 일찍 안도라를 향한 출발을 했습니다. 최종 목적지인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방법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안도라를 거쳐 가는 방법입니다.
안도라를 거쳐가면 툴루즈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직선이지만 고속도로와는 상관없이 폭이 100Km가 넘는 피레네산맥의 높고 깊은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수고를 거쳐야 갈 수 있어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툴루즈에서 미디운하를 따라 가는 고속도로로 카르카숑(Carcason)을 거쳐 지중해 연안으로 나있는 고속도로로 가는 방법이지요.
우리는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지중해 해안을 따라 다시 남프랑스로 올 예정이기에 피레네산맥을 넘어 안도라를 거쳐가는 루트를 택했습니다.

툴루즈에서 안도라로 가는 길은 처음에는 고속도로로 진행합니다.
그 고속도로는 지나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어 한갓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가 멀리 산악지대가 보이면서부터 고속도로는 끝나고 일반 국도로 전환되어 차선도 좁아지고 속도도 많이 느려졌습니다.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내다보는 풍경은 어제까지 보아왔던 프랑스의 도로변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평지는 아니고 작은 언덕들이 계속 이어지는 듯한 모습인데 그래도 그곳들은 모두 개간이 되어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피레네산맥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피레네산맥은 서유럽에서 알프스산맥과 더불어 가장 큰 산맥중 하나입니다.
어떻게 보면 서유럽이 다른 지역의 세력에게 점령당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준 아주 중요한 산맥입니다.

<모든 물품이 면세인 안도라의 중심가, 쇼핑의 천국입니다.>

이제 우리는 8세기 기독교에 의한 유럽과 이슬람세력의 경계선이었고 그 이후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그 피레네산맥으로 들어갑니다.
피레네산맥은 산맥 속으로 진입하다보면 까아지른 듯한 산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습니다.
하나같이 황무지로 이루어진 산맥은 프랑스쪽에서 올라가면 전혀 나무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헤민웨이 원작의 영화 “무기여 잘 있거라”나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에서 나오는 황무지와 같은 산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산의 모습이 전혀 아닙니다. 어쩌면 그렇게 흙과 바위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오로지 황무지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산맥입니다.
예전 국경검문소와 같은 곳을 지나면 이것이 유럽의 국경이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검문도 여권검사도 없습니다. 그냥 검문소 건물 옆으로 지나갈 뿐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로 높이 높이 계속 구불거리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기만 할 뿐입니다.
양 옆으로는 황무지 산들이 삐죽이 솟아있고 간간이 양이나 소들이 그 황무지 사이로 난 잡목과 풀을 한가로이 뜯고 있습니다.
안도라는 그런 피레네산맥의 깊은 산속 높은 곳에 자리잡은 국가입니다.
피레네산맥속으로 진입해 들어가다보면 안도라가 나타납니다.
아니, 안도라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안도라 라 벨라(Andorra la Vella)입니다.
이 작은 국가가 무슨 수도가 따로 있는지……
주위가 누런 황무지속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의 모습을 하고있지만 그 곳은 온통 쇼핑센터나 식당들로 들어차있습니다.
안도라에서 머무는 시간을 우리는 1시간 남짓으로 계획하고 있어서 도착후 우리는 생필품과 관련한 쇼핑에 들어갑니다.
시내 곳곳 주차장에 있는 수많은 버스들에서 우리는 이 안도라가 쇼핑천국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로 프랑스에서 온 그 많은 버스들과 자가용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장바구니나 쇼핑 카트를 가지고 다니는 모습에서 말입니다.
세상에! 쇼핑하러 카트까지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얼마나 싸면 저렇게까지 쇼핑 준비를 하면서까지 올까 생각했지요.
아마도 술, 담배, 기타 온갖 생필품들이 면세로 판매되어 아마도 프랑스에서보다 2/3정도로 싼 것 같습니다.
오늘이 토요일라서인지 아마도 쇼핑객들이 상당한 규모입니다.
우리도 간단하게 기념품, 생필품들을 사고나서 약국으로 가 비타민제 등을 사가지고 이곳을 떠났습니다. 되지도 않는 말과 손짓 발짓을 해가며 얘기하는데 도대체가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하다가 겨우 소통이 되어 사게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은 구했기에 이제는 우리의 다음 목표인 스페인으로 향했습니다.
이 곳 안도라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길은 프랑스 방면으로 가다가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차량들이 같은 길로 가다가 갈라지는데 스페인 방면, 즉 바르셀로나 방면으로 가는 차는 거의 없습니다. 99%가 프랑스쪽으로 갑니다.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는 스페인쪽으로 길을 잡고 천천히 여유롭게 피레네산맥을 가로질러 산맥을 구경하면서 가게 되었습니다.
피레네 산맥을 일차로 넘게되면 다시 앞에 커다란 산맥이 나타나는데 프랑스쪽에서 시작한 이 피레네산맥은 온통 황무지로 되어 있는데 반해 어느 곳에서부터 갑자기 숲이 나타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산의 위용을 갖춥니다.
침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산맥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개울과 함께 캠핑장들이 여러 곳이 나타납니다.
아직은 안도라를 벗어나 다시 프랑스 땅이지만……
한참을 가다보면 이제 피레네산맥 속에 자리잡은 마지막 프랑스마을이 나타납니다.
그곳에서 작은 개울을 건너면 거기서부터 스페인입니다.
유럽연합의 국기인 청색바탕에 노란 별들이 동그랗게 박힌 국기에 에스파냐(Espana)라고 표시된 국경 같지않은 국경을 건너면 이 곳부터는 언어가 전혀 다른 스페인입니다.
스페인 속의 피레네산맥은 프랑스쪽과는 사뭇 다르게 숲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누런 황색이 주를 이루던 황무지 산이 아니라 마지막 프랑스 마을에서 보았던 우리네 강원도 태백산맥과 같이 넓은 잎을 가져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노랑, 빨강, 갈색 등 온갖 가을 색으로 물들어 있고 푸른 침엽수들은 침엽수대로 푸른 색을 파란 가을 하늘과 함께 뽐내고 있습니다.
국도로 계속 가다가 드디어 속도가 빨라지는 고속도로가 나타나 우리가 좀 더 빠르게 바르셀로나로 갈 수 있게 해줍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자마자 나타난 휴게소에서 우리는 어제 까르프에서 산 바게트빵과 크로와상, 햄, 주스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이제 본격적인 스페인 국토의 풍광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우리가 여행을 다니다보면 시골보다는 도시위주로 가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여행의 모습은 그 방법이 여행사의 패키지 프로그램이던 렌터카를 이용한 자동차여행이던간에 도시를 여행하며 도시와 도시 사이는 철도나 고속도로를 이용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 나라의 시골 풍경은 거의 보지를 못하거나 스치고 지나가는 정도로 보게되지요.
그러나 실제 여행의 재미는 우리가 익히 아는 도시의 유적지나 박물관, 식당이 아니라 그 나라의 시골을 보는데 있습니다.
시골 모습을 보다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실제 삶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을 직접 느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은 특히 시골 모습이 다른 세계와는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불이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지요.
그만큼 농촌도 잘 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고 또한 그만큼 정부도 농촌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 그렇게 해야 농업이 붕괴되지않고 도시의 과밀인구도 자연스럽게 억제할 수 있겠지요.
후진국일수록 인구과밀의 대도시가 많은 이유는 바로 농촌을 무시한 듯한 경제체제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각국의 시골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우리의 두 눈속에 담아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곳에서는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나 지방도로를 많이 이용할 겁니다.

<유럽에서는 이런 유럽연합 표시에다 각 나라이름이 쓰여있는 표지판으로 국경을 대신합니다.>

스페인은 시골 모습에서부터 프랑스와는 다릅니다.
프랑스의 시골이 잘 꾸며진, 잘 다듬어진 미술작품의 그림과 같다면 스페인은 조금은 다른 모습입니다. 집들은 예쁜 주황색 지붕으로 되어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투박한 스타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잘 산다고는 할 수 없는 우리네 농촌과 비슷한 풍경입니다.
그래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5천불을 넘어 3만불을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환율의 영향이 컸지요. 유럽연합이 유로라는 단일통화로 경제권을 통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유로로 되기전 우리와 큰 차이없이 1만불 정도를 유지하던 스페인이 유로 통합후 10년만에 거의 3배에 이르는 GDP를 갖게된 건 오로지 유로의 환율 덕입니다.
성장덕분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환율덕분에 1만 7천불에서 1년만에 2만불로 올라갔지 않습니까?
가까운 일본도 1984년부터 3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에서 3만불로 급등하게된 이유가 바로 3배 가까이 뛴 환율덕분이구요. 1달러당 270엔에서 100엔선으로 엔고 덕분에 달러표시 경제규모가 2.5배 이상 급등한 겁니다.
덕분에 스페인은 경제적으로 물가가 몇 배로 치솟는 등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실업률도 15%대에 이르는 엄청난 고통 속에 살고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유로통합이후 유럽의 각 나라들은 하나같이 인플레이션과 고물가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랑스 등은 모두 다 물가가 2배이상으로 치솟았고 덕분에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달러환산 GDP나 1인당 국민소득은 엄청나게 올랐지만 국내적으로는 고물가, 저성장,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고 지금도 그런 여파가 상존한다고 합니다.
여기 스페인의 시골에서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네 농촌보다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는 모습이 우리보다 2배의 국민소득을 가진 나라입니다.
프랑스는 확실히 시골 모습에서 우리보다 잘 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말입니다.

<바르셀로나 몬주익언덕 밑 스페인광장에서>

안도라를 떠나 3시간쯤 지났을 무렵 멀리 희한하게 생긴 산이 보입니다.
꼭 설악산 울산바위와도 비슷한, 속초에서 미시령으로 가는 도중 좌측으로 보이는 설악산의 모습 그대로인 산악지대가 한쪽 벽을 쌓아 놓은 듯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의 북서쪽 외곽에 자리한 몬세라트입니다. 그 몬세라트의 뒷 부분을 우리가 보면서 옆으로 돌아가며 지나갑니다.
고속도로가 바르셀로나에 가까워지면서 몬세라트는 좀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들의 꼭대기가 정말이지 평생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이제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인 바르셀로나에 근접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12세기까지 존속했던 스페인 북동부를 장악하고 있던 카탈루냐(Cataluna)왕국의 중심지였고 나중에는 아라곤왕국으로 통합되어 엘시드라는 영웅을 통해 스페인을 이슬람세력으로부터 기독교세력이 되찾는 계기를 이루게 됩니다.
그후 스페인 중앙부에 자리한 카스티야왕국과 스페인 통합왕국을 만들었지만 결국은 주도권을 중앙정부에 넘겨주고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이 지역은 실제로 언어도 다른 언어입니다. 이 카탈루냐지방은 지금까지도 자기들의 언어와 문화, 풍습을 유지하면서 자치권을 가지고 있고 또한 독립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스페인정부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을 얘기지만 말입니다.
바르셀로나는 이탈리아인이었던 컬럼부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러 떠난 항구입니다.
카탈루냐 지방 출신으로 유명한 사람들로는 건축가인 가우디, 미술가인 후앙 미로 등이 있어 그들이 남긴 유산으로 현재 바르셀로나는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과거의 영광으로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많은 건축물과 그림, 조각들을 가지고 몇 백만명이 먹소 살 정도이니 우리도 그러한 유명인사들이 많이 태어나고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방면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바르셀로나로 가는 일정은 잘 세운 것 같습니다.
토요일에 이 곳에 들어가는 일정이라 기본적으로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길도 붐비지 않습니다. 분명 대도시이기 때문에 평일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자칫 러시아워에 걸릴 수도 있어 운전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다행히 우리가 토요일에 바르셀로나 시내로 들어가니까 큰 문제 없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혀 다른 도로 구조와 표지판 덕분에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들어간 지 1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민박집과 연락할 수 있는 산타 에울라리아역(Santa Eulalia)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로 진입하기 30분전에 연락을 했기에 우리는 너무 늦게 도착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민박집 주인은 깜짝 놀라더군요. 지금까지 자기집에 정상적으로 찾아온 사람이 없었답니다. 보통은 바르셀로나에 왔다고 연락하고선 평균적으로 3시간 이상 오버하여 밤에 겨우 도착하기에 우리도 저녁 7시는 되어야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4시경에 전철역이라고 하니까 기절을 한 거죠. 생각보다는 차가 별로 없어 무단으로 유턴도 가능하기에 그 시간 도착이 무리없이 이루어진거죠. 토요일이 이래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관광지가 아닌 이상에는 말입니다.

<몬주익언덕위에 서 있는 과거 왕비의 궁전이었던 카탈루냐 미술관 앞>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번째 여정은 민박집 주인분의 권유에 따라 카탈루냐 미술관 앞의 분수대에서 벌어지는 주말 분소쇼를 보는 것으로 우리의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카탈루냐 미술관은 몬주익 언덕위에 있는 곳으로 원래는 왕비의 궁전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분수쇼는 매일 하지는 않아 주말에 맞춰 가지않는한 보기가 힘듭니다.
마침 우리가 토요일 저녁에 도착했기에 주인이 권유를 했고 우리도 그 분수쇼는 꼭 봐야하는 것으로 계획했기에 짐만 풀러 놓고는 몬주익 언덕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몬주익 언덕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진 곳입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개최된 주경기장과 수영장 등이 자리하고 있어 개막식과 폐회식이 거행되었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 이 바르셀로나를 알게 해준, 그리고 몬주익이라는 이름을 알게 해준 바로 황영조 선수일 겁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일장기를 달고 당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이후, 특히 자국기인 태극기를 달고 마라톤에서 메달을 따 본적이 없는 우리나라에게 자그마치 56년만에 당당히 태극기를 가슴에 붙이고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그것도 선두에 있던 일본선수를 37 ~ 38Km 지점에서 추월하여 역전 우승을 한 바로 그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우리가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익히 들어왔던 몬주익언덕 바로 앞에 있는 카탈루냐 분수쇼를 향해 저의 독도법을 동원하여 우리는 걸어서 갔습니다. 15분 정도 걸으면서 바르셀로나의 주택가와 거리의 모습을 눈으로 발로 익히면서 걸어갔습니다.
프랑스에서 보았던 사람들과는 외모부터가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이제 금발보다는 흑발이나 갈색의 머리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얼굴 모습도 일반적인 서유럽 사람들의 얼굴과는 달리 광대뼈가 더 나온 좀 더 동양적인 모습입니다.
아마도 스페인의 인종 구성이 고대때부터 기본적인 민족이 페니키아, 카르타고인들인 아랍인, 라틴족인 로마인, 그리고 원주민인 라틴계 켈트족, 서로마 멸망후의 게르만족인 고트족 등이 뒤섞인 상태에서 다시 사라센제국의 아랍인와 북아프리카인, 흑인들 - 이들을 무어인이라고 합니다. - 까지 섞여 들어갔고 마지막에는 아메리카대륙을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중남미와의 교류로 발생한 혼혈인들까지 워낙 다양한 인종, 민족이 뒤섞여 독특한 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분명 같은 라틴계인 이탈리아인들과도 다른 모습입니다. 차라리 이탈리아인들은 프랑스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인데 이곳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본 분수쇼중 최고라고 평가할 만한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미술관 앞 분수쇼>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미술관 앞 분수쇼는 아마도 지금까지 제가 본 모든 분수쇼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손을 들어줄 수 있는 분수쇼입니다.
분수도 작지 않고 상당히 거대하고 그 분수가 자리한 광장에 울려퍼지는 음악을 뿜어내는 스피커도 실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의 고급 음질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음악에 따라 높낮이, 색상, 물줄기를 발사하는 모습 등이 최고입니다.
선곡된 음악도 일반적인 팝음악이 아닌 정통 클래식음악입니다.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 5번 피아노협주곡 “황제”, 리하르트 시트라우스의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모짜르트 40번 교향곡 등등 우리가 익히 듣고 즐겨 듣는 클래식 곡들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끝까지 클래식만 나온 것은 아니고 30분 단위로 이어지는 순서중 후반부는 영화음악이나 팝, 락 등의 장르를 초월한 음악들, 반지의 제왕 주제곡, 미션의 주제곡, 퀸의 노래 등 다양한 선곡이 분수와 너무나 잘 어울려 분수쇼 전체를 환상으로 몰아 넣어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만듭니다.
물론 토요일 밤의 이 광장은 분수를 중심으로 몬주익 언덕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카탈루나 미술관 앞까지 온통 사람들로 가득차 빈 구석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있어서인지 바르셀로나 시민인 듯한 나이도 지긋하신 어떤 할아버지가 분수가 잘 보이는 장소를 양보해주어 우리는 1시간 이상 분수쇼를 즐겼습니다.
미국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가 유명하지만 그것은 이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는 단지 규모만 더 큰 형태일 뿐 곡의 선곡이나 음질, 분수쇼의 다양한 연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이 곳 바르셀로나 분수쇼와 비교하면 어린아이 수준일 뿐입니다. 한참을 구경하고는 분수 위에 자리하고 있는 카탈루나 미술관의 야경을 구경했습니다. 미술관에서 내려다보는 바르셀로나시의 야경이 볼만 합니다.
이제 다시 내려와 우리의 숙소인 한인 민박집으로 향합니다.
가는 도중 늦은 저녁으로 시내에 있는 이름모를 어느 자그마한 피자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곳에서 우리는 또다른 피자의 맛과 다양한 스페인 풍의 음식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피자가 독특한 집입니다. 보통의 피자는 도우를 만들어 위에 여러가지를 얹어 만드는데 반해 이 집은 도우가 아예없이 일반 식빵과 같은 빵위에 피자 재료를 얹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상당히 맛도 좋아 오히려 다른 피자와는 비교가 됩니다.
여기에 인도음식중 사모사와 비슷한 만두와 같은 음식들도 있어 여러 가지를 먹어보면 아주 맛있습니다. 주방장이 직접 나와 어느 나라 사람이야고 불러보기에 우리가 한국, Coree라고 했더니 축구의 나라라면서 혹시 매운 것을 좋아하면 쳐서 먹으라면서 우리 고추가루와 같은 것을 줍니다. 실제로 피자에 뿌려서 먹어보니 영락없는 고추가루입니다.
이 먼 스페인에서 고추가루를 맛보다니!
정말 운이 좋게 잘 고른 피자집입니다. 주택가 구석에 자리한 이 작은 식당은 또 하나의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가격에서의 황홀감입니다.
그렇게 이것 저것 시켜서 먹다보니 음식값이 걱정되었는데 계산서는 15유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유럽을 여행하면서 이렇게 배부르게 식당에서 먹으면서 이렇게 싼 식당은 찾기 어려울 겁니다.

오늘 우리는 분수쇼와 함께 새로운 맛있고 값 싼 식당을 찾는 행운을 가짐으로써 내일부터의 바르셀로나 투어에 매력이 생깁니다.
내일부터 기대가 되는 바르셀로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