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ctypa@naver.com

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구석기인들의 염원, 그리고 그들의 신앙심의 발로인 라스코동굴
투르(Tours) → 쉬농소성(Chateau de Chenonceaux) → 라스코동굴(Grotte de Lascaux) → 툴루즈(Toulouse)

9부 - 2008년 10월 9일 목요일

오늘 이동거리 : 718 Km, 누적거리 : 1145 Km

어제부터 우리에게는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본격적인 자동차여행 말입니다.

<어제 하루 머문 투르의 작은 뒤마누아 호텔>

이번 여행에서 제 몫을 해야하는 우리의 푸조는 상당히 좋은 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판단하는 배기량은 1800cc급이지만 차 자체 성능은 제가 몰아본 바로는 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디젤차임에도 소음이 별로 없습니다. 아주 조용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변속기가 자동 6단 기어입니다.
기본적으로 디젤 차량이라 소음과 진동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인데 만일 국내와 같이 4단 변속기였다면 소리때문에라도 그렇게 빠르게 운전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헌데 푸조 307SW차량은 1800cc 배기량인데도 자동 6단 변속기를 채용하고 있어 시속 150 Km정도까지는 전혀 소음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국내의 현대자동차도 이제는 이런 국제 기준과 부합하는 차량을 생산했으면 합니다.
제가 타고 다니는 소나타도 구매할 시점에 GM대우에서 나온 동급 차량이 자동 5단 기어를 채택하였음에도 우직한 곰처럼 무대포로 4단으로 출시를 했지요. 그것만 5단으로 했어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 변속기 문제는 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제는 5단이 아니라 6단, 7단까지도 나온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대자동차의 경영진이나 기술진들이 다른 회사보다 한발 앞선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얘기 나온 김에 한마디 더하면 이 푸조 307SW는 제가 보기에 연비도 상당히 좋습니다. 리터당 15Km정도는 기본적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차만의 장점은 이 정도 배기량, 크기에 천정이 파노라마 유리(Panoramic Glass)로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말이지 천정이 있는 것과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제차도 선루프가 달린 차량이라 이것만으로도 운전할 때 시원한 느낌이 드는데 천정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다고 생상해보세요.
정말 좋습니다. 전면에서부터 천정까지가 이어지는 유리의 느낌.
환합니다. 실내가. 그리고 운전자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속 시원한 느낌을 주지요.
낮에는 하늘을 보면서 가고 밤에는 별을 쳐다보면서 갈 수 있다는 사실, 아마 이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단 하나 단점이라면 이 파노라마 유리는 다 좋은데 열리지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선루프는 열 수가 있어 덥거나 공기가 혼탁할 때는 창문은 그대로 두고 환기를 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게 되지 않습니다. 환기시에는 할 수 없이 창문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 이점이 제가 판단하기엔 유일한 단점입니다.

어제 저녁에 투숙한 호텔은 우여곡절끝에 겨우 찾아낸 곳이지만 투르의 가장 중심지역에 자리한 자그마한 호텔입니다.
그래도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인지 숙박비가 싸지는 않습니다. 거기다 아침까지 포함했으니 상당한 가격에 투숙한 거죠.

오늘은 이동이 많은 날입니다.
투르에서 출발하여 이 르와르 고성지대의 성들중 가장 아름답다는 쉬농소성(Chateau de Chenonceaux)을 구경하고 바로 라스코동굴(Grotte de Lascaux)까지 직행하는 노선입니다.
그래도 어제 낮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네비게이션이 있기에 우리는 걱정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투르도 사실 볼 것이 많은 곳입니다. 주위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고성들 하며 르와르강을 끼고 있으면서 또한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투르는 프랑스역사에서, 아니 유럽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전쟁에 대한 역사가 있습니다.
7세기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슬람세력이 서아시아 전체와 북아프리카를 정복하고 나서 8세기 초 다시 유럽으로 상륙하여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점령하고 피레네산맥을 넘어 지금의 프랑스땅으로 정복의 끈을 놓치지 않을 때 이 투르를 저지선으로 하여 당시 프랑크왕국이 버텼습니다.
메로빙거왕조 시대의 유명한 재상이자 장군인 샤를 마르텔(Charles Martel)이 이끄는 프랑크왕국군이 이곳에서 사라센제국군 - 당시 이슬람제국을 유럽에서는 사라센제국이라고 불렀습니다. - 과 결전을 벌여 간신히 사라센제국군을 막아내는 덕분에 이슬람세력이 스페인만 점령하는 것으로 그 세력의 판도를 결정지었지요.
이 전투는 중세시대 서사시로도 잘 알려져있습니다.
“롤랑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노래는 그만큼 이 전투가 치열했고 당시 유럽에게는 자신들을 지켜준 이들 메로빙거왕조의 프랑크왕국 군대를 존경했다는 뜻입니다.
이 샤를 마르텔의 아들이 새로운 왕조인 카롤링거왕조를 개창하였고 샤를 마르텔의 손자인 그 유명한 샤를마뉴대제는 스페인을 제외한 전 서유럽을 통일하여 서로마제국에 버금가는 중세 프랑크제국을 만들었습니다. 그 프랑크제국이 지금의 서유럽입니다.
그러고 보면 서유럽은 지리적인 면에서 맨 끝에 위치하여 다른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자신들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라센제국군도 만일 유럽의 위치가 지금의 중근동 지방에 위치해 있었다면 철저하게 공격하여 정복을 했을 텐데 구석에 위치하여 제국의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그렇게까지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측면도 있구요, 또 그로부터 500년 뒤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넓은 영토를 개척하여 세계를 하나로 통합시킨 몽골제국의 침략도 받지 않았습니다.
몽고의 입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또한 당시 서유럽을 몽고가 점령해도 그다지 이득이 없었기에 - 아직은 유럽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낙후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 동유럽까지만 진격해서는 지금의 헝가리, 오스트리아 근처에서 유럽의 중무장 기사단을 전멸시키고는 바로 러시아로 철수를 했지요. 물론 서유럽입장에서는 다행히도 당시 몽고의 대칸이었던 오고타이가 죽자 몽고내부에서 권력다툼이 일어나 원정군들의 대장들이 귀국을 하는 덕분에 말입니다.
여하튼 서유럽은 여러 이유로 타 세력에 의해 정복당하지 않은 상당히 좋은 위치에 존재하는 세력입니다.
그 덕분에 자신들의 종교와 세력을 온전히 보존하게 되어 향후 근대세계에서는 주도권을 가지게 됩니다.

<들리지는 못했지만 샹보르성과 함께 르와르 고성지대에서는 가장 유명한 쉬농소성의 모습,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그러나 갈길이 먼 우리로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투르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시를 벗어나서 다시동쪽으로 계속 갔습니다.
파란 하늘이 지상에 펼쳐진 가을의 단풍 모습과 어우러져 쾌청한 모습에 우리는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고 가져온 음악의 나래에 빠집니다.
아이들과 같이 떠들고 우리의 가요를 노래부르며 달리는 프랑스의 고속도로!
차도 거의 없는 도로상에서 너무 여유를 부리다 결국 우리는 또 일을 저지릅니다.
쉬농소성으로 가는 길을 지나쳐 버린 겁니다.
이제 제대로 운전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 아직은 프랑스의 도로에 덜 익숙한 상태에서 조금은 조심스레 했어야 했는데 너무 빠른 속도 탓도 있어 보면서 지나쳐 버렸지요.
국도가 아닌 고속도로라 U턴을 할 수도 없어 다음 인터체인지에서 나갈 생각으로 박여사가 네비게이션과 지도를 살펴봤지만 되돌아 갈 수 있는 인터체인지는 40 Km이상을 더 가야 나옵니다.
이 곳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라 도시도 없고 마을도 띄엄띄엄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또 한번 목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동쪽으로 직행하다가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어제부터 계속된 평야를 보게 됩니다.
평야지대도 처음엔 와~했지만 이틀내내 보니까 식상하기 시작합니다.
동쪽으로 가다가 A-20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합니다.

라스코동굴은 중부의 산악지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지역을 도르도뉴(Dordogne)지방이라고 합니다.
도르도뉴지방에는 수많은 구석기시대의 선사동굴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라스코동굴벽화를 그린 사람들은 크로마뇽인입니다. 크로마뇽인은 현생인류입니다.
50만년전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인 네안데르탈인과는 달리 나중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인 크로마뇽인은 네안데르탈인보다 한층 더 커지고 발달한 두뇌와 사회성, 좀더 강인한 체질 등으로 인해 네안데르탈인들이 각종 새로운 질병과 갑자기 들이닥친 빙하기의 추위에 의해 1만년전쯤 멸종했을 때에도 살아남아 현재 인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라스코동굴벽화는 2만 5천년전의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동굴벽화와 쌍벽을 이루는 선사시대 벽화입니다.
저도 책에서만 보았던 이 동굴벽화를 보기 위해 사실 일정상으로 무리가 가지만 꼭 보고자 계획에 포함했습니다.
아마 유럽에 살고 있지 않는 한 라스코동굴을 보러 이 프랑스 중부의 산악지대에 오고자 하는 분들은 계시지 않을 겁니다만 아이들에게 책에 의한 간접교육이 아닌 직접 체험하도록 하여 영원히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자료를 조사하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라스코동굴은 폐쇄가 되어 볼 수 없고 대신 정부가 관광객들을 위해 약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똑 같은 크기, 모양으로 제2의 동굴을 만들었습니다. 라스코Ⅱ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이 라스코Ⅱ를 보게 됩니다.
알타미라동굴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스코동굴을 구경하러 입구에 있는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모습>

고고학에는 우연하게 발견되거나 발굴된 것들이 참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라스코동굴도 아주 우연찮게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라스코동굴의 발견 경위는 한 신문기자의 소설에 의해 잘못 알려진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로는 1940년 이 지역에 살던 4명의 소년이 산으로 놀러갔다가 자신의 개가 빠진 구덩이를 파헤치고 들어가 보고는 거기서 바로 이 동굴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만 실제로는 그건 아닙니다.
1940년 4명의 소년들이 몽티냑(Montignac)마을에 있는 라스코라는 언덕에 올라가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전설인 중세시대 비밀통로라는 지름 60cm짜리 구덩이를 사실여부를 알아보려고 파게 되었는데 그 구덩이 속에 들어가 알 수 없는 뿔 하나 달린 동물들과 소, 말, 사슴 등의 동물, 사람들의 모습이 있는 그림을 발견하게 되었고 당시 자신들의 학교 교장에게 연락하여 결국 고고학자들이 알게된 겁니다. 이 동굴내에는 800여개의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학자들이 이 동굴을 연구하면서 놀라운 결과를 알아내게 됩니다. 바로 1만 5천년전 동굴벽화라는 걸 알게된 겁니다.
동굴속에 그려졌고 그 입구가 막혀져 있었던 덕분에 지금까지 그 엄청난 기간동안 변하지 않고 보존되어 왔던 겁니다.
1948년에 이 동굴을 일반에게 공개하였다가 훼손되기 시작하자 1963년 프랑스정부는 다시 그 라스코동굴을 봉쇄하고 그 옆에 똑같이 복제한 동굴을 만들어 라스코Ⅱ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한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동굴을 발견했던 소년중 하나인 자크 마르셀이 지금도 국립라스코동굴관리사무소를 맡아 동굴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바꾼 발견인 셈입니다.
오늘 우리가 가려고 하는 라스코동굴도 바로 라스코Ⅱ입니다.

<라스코II 동굴 입구 간판 및 매표소의 모습,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라스코동굴이 가까워지면서 이제 우리는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래도 산악지대인데 네비게이션이 지도보다는 낫겠다 싶었지요.
좀 더 수월하게 가기위한 인간의 욕망도 한몫 했습니다. 편하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아마 제생각에 이번 여행 최대의 고비이자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너무 네비게이션에 의존한 사실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 아무 이상없이 잘 가리키는 대로 왔는데 여기서 그만 이 네비게이션과 GPS가 우리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로 빠지면서 일은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국도로 조금 진행하다가 갑자기 네비게이션이 로터리를 돌아 산일 있는 방향으로 가도록 자티킵니다. 이에 우리는 네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진행했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날씨도 좋고 아이들과 박여사, 저까지 누구하나 별다른 일도 없고 오랜만에 만끽하는 자동차 일주라 기분좋게 가고 있었는데 시간적으로 라스코동굴까지 3 ~ 40분도 안 걸릴 것같은 거리가 1시간이 지나도록 계속 산으로만 진행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다시 되돌아나가기도 그렇고 설마 했습니다.
가다보니 이제는 산골짜기 마을에 비포장의 좁은 산길까지 이어집니다. 마침내 산꼭대기 오지의 자그마한 마을에 도착하여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동네 사람들에게 라스코동굴 가는 길을 물어보았습니다. 마침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 그래도 알아듣고 다시 고개를 넘고 숲속을 지나고 하면서 마침내 라스코라는 단어가 나오는 곳까지 도착했습니다.
자그마치 2 ~ 3시간 정도 헤매다 말입니다.
라스코동굴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4시반 정도입니다.
그래도 마지막 관람시간과의 차이가 20분 정도 남아있어 겨우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진짜 라스코동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라스코II 동굴의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

라스코동굴은 가이드가 일정 시간이 되면 인솔하여 설명을 하면서 보여줍니다.
산속에서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사진이나 비디오, 그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복제 동굴인데도 말입니다.
관람객들이 내부로 들어가면 문을 닫아버려 내부는 컴컴합니다. 아무 불빛도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가이드가 손전등 하나만 들고서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합니다.
마지막 가이드라서인지 영어가 아닌 불어로만 설명을 하여 우리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림을 하나씩 비춰주고 뭔가 중요한 부분은 강조하는 말투를 하기에 우리는 눈치껏 듣는 수 밖에 없지요.
라스코동굴의 그림은 실제로 보지 않으면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동굴의 높이는 약 10m정도 되고 폭은 5m이상쯤 되는 생각보다는 엄청나게 큰 동굴입니다. 이런 방들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그런 곳에 천정꼭대기부터 사방의 벽 전체를 어느 한 부분만이 아니고 몇 십m 이상 계속 이어져 잇습니다.
그렇게 높은 곳에 실제 동물들의 크기와 모습을 컬러로 그려놓은 것을 봤을 때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르세나 루브르의 그 많은 미술품들보다 더한 충격입니다.
우리가 상상하기에 가장 원시적이라 아직 농경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도구도 가장 기본적인 석기만을 사용하던 시절의 그림이 갖가지 색깔과 형태를 보는 그대로 그렸다는 것은 감히 생각도 못할 것입니다.
단지 벽에다 그려놓았을 것으로 생각한 제가 큰 오산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천정위에까지 그리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닌데, 그것도 햋빛이나 전등의 빛이 있는 곳이 아닌 어두컴컴하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고작 횃불만 밝히고서 저런 그림을 동굴내 사방 천정, 벽에다가 그렸다는 것에 인간의 능력은 상상을 넘는 것이구나하는 생각뿐입니다.
사진을 찍지 못해 보려면 직접 가봐야 하지만 그런 그림은 저로서는 커다란 문화적 충격입니다.
아마도 학자들이 이 동굴에 들어와 이 것들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림의 크기, 형태, 위치만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고 아직 살아있는 듯한 그 모습이 더욱 장관입니다.
동물들의 생생한 근육과 움직이는 모습에서 세상 어떤 미술작품도 이것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열악한 환경과 도구들로 그려졌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자그마치 1만 5천년 이상 보존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단순하게 그린 것이 아니라 총천연색의 예술적인 작품으로서 말입니다.

<라스코동굴 벽화의 모습,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당시 샤머니즘적 신앙에 비춰 사람을 그리기보다 동물들을 그림으로써 그들의 자연에 대한 경배와 주술적인 부분들을 우리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어두운 동굴 내부에서 말이죠.
아마도 마지막 빙하기인 당시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이 돌굴 내부로 들어와 제사를 지내며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40분 정도 가이드가 곳곳에 그려진 들소, 말, 이리, 사슴, 염소 등의 동물 그림이나 외뿔이 달린 알 수 없는 동물들, 그리고 주술사로 알려진 사람들의 모습들을 설명해주다 보면 시간은 우리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가슴속에 커다란 아쉬움만 남을 뿐입니다. 이 곳을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좀더 상세히 관찰할 수 있었으면 하면서 말입니다.
이 곳은 다른 편의시설도 거의 없습니다. 기념품가게 하나 있을 뿐이죠.
아쉬움이 있을수록 남는 것이 더 많겠지요.
이제 1만 5천년전의 지하세계에서 나와 본래 우리의 실세계로 돌아왔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아침에 쉬농소성을 지나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은 잠자기도 어려울뻔 했습니다.
올때는 네비게이션의 안내덕분에 아마도 평생 경험하기 힘든 비포장도로로 달린 프랑스의 산골짜기 오지까지 구경했지만 갈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이곳에서 사실 고속도로는 상당히 가까운 편이지요. 왜 이런 곳을 네비게이션은 엉뚱하게 안내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 어느 곳에서든 잠잘 수 있는 곳에서 호텔을 잡으면 됩니다.
계획상으로는 100 Km 정도 떨어진 카호르(Cahors) 근처에서 잘 생각이지만 만일 빠르게만 갈 수 있다면 서남부 최대의 도시인 툴루즈(Toulouse)까지 갈 예정입니다.
카호르에서 잠잘 곳이 마땅치 않으면 큰 도시인 툴루즈에 가면 충분히 호텔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툴루즈에 가서 잔다면 내일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내일 우리는 툴루즈에 있는 스페이스센터에 갈 예정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카호르에 가까이 가면서 네비게이션을 통해서 본 카호르 지역의 호텔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들어갔다가 방이 없으면 다시 나와 툴루즈로 가야 하는데 그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죠.
그래서 우리는 그냥 라스코에서 약 200 Km 떨어진 툴루즈로 향했습니다.
저녁 6시가 넘어서 말입니다.

툴루즈에 도착한 시간은 9시 반이 넘었습니다.
저녁도 먹지 못한 채 급한대로 먼저 샌드위치를 사서 투숙할 호텔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도와 네비게이션에 나오는 호텔 밀집지역을 찾아 대도시 내부를 뒤진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툴루즈는 시내에 운하가 있는 도시입니다. 미디운하라고 하며 폭은 청계천보다 조금 큰 정도이지만 청계천과는 다르게 수면의 높이가 밑에 있지 않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하천의 높이 입니다. 그래서 배가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시내 한복판을 몇 번을 돌고 돌아 소피텔 근처 자그마한 별 하나짜리 호텔을 겨우 찾아들었습니다. 그것도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목요일이고 대도시라 우리는 호텔 잡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딴판입니다.
호텔에 빈 방들도 없고 가격은 상상외로 비싸다는 겁니다.
결국은 70유로가 넘는 별 하나짜리 호텔의 꼭대기 방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잠만 자고 나가면 되기에 방을 잡고 간단히 씻은 후 사가지고 온 다 식어빠진 샌드위치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그게 밤 11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다들 눕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졌지요.

내일은 이 곳 툴루즈의 스페이스센터인 시테 드 레스파스(Cite de L’espace)를 가는 날입니다.
그 곳에서 하루 종일 구경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