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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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소문난 잔치에 별 볼 것 없는 몽마르트르 언덕
파리(Paris)

6부 - 2008년 10월 6일 월요일

파리관광에 나선 첫날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좋았던 날씨가 어제부터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계속적으로 잔뜩 구름에 덮혀있고 기온도 낮아 실내가 아닌 실외를 보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어제 라데팡스에서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 포르트 메이요(Porte Maillot)까지 오는 지하철에서 본 특이한 모습 하나를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만 완전무장한 체격이 상당히 좋은 경찰이 두명씩 짝을 이루어 기차 차량 하나씩 타고 있는 겁니다.
낮에는 보지 못했는데 8시가 넘은 밤이라서인지 무장경찰들이 타고 있습니다.
테러나 마약 같은 범죄가 많아서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그들은 승객들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혹시나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있으면 현장에서 즉시 검문을 합니다. 이런 면을 보면 참 살기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루브르박물관과 그랑팔레 발견의 전당, 그리고 시간이 되면 몽마르트르언덕을 갈 예정입니다.
어제부터 아침을 한식이 아닌 양식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저녁도 한식이 아닌 밖에서 사먹기로 했습니다.
이제 모레는 이곳 캠핑장을 떠나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니는 일정이 시작되기에 필요한 물품을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사가지고 와야 하기에 다른 것을 보고 저녁도 사먹기로 했지요. 가장 필요한 것은 부탄가스입니다. 그리고 쌀도 약간 더 사야하고 말입니다. 부탄가스는 비행기에 실을 수 없어 현지에서 사야하기에 한인 마켓에서 살 예정으로 왔으니까요.

<루브르박물관 지하로 뻗어있는 유리 피라미드의 꼭지점, 실제는 피라미드가 아니고 큐빅입니다.>

루브르까지 가는 지하철은 기존에 탔던 RER이 아니고 메트로를 타게 됩니다. 지하철 티켓은 결국 새로 사게 되었습니다. 그제 사서 이틀간 썼던 티켓이 이제는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루브르박물관도 참 우리에게 알맞은 선택을 하게 해줍니다.
뮤지엄패스를 살 필요가 없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무료입니다. 역시 파리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좋은 면을 보여줍니다.
그러다보니 어른인 박여사와 저, 둘만 간단하게 끊으면 되지요.
유리 피라미드 밑 지하에서 말입니다.
사실 루브르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유리 피라미드는 미테랑대통령 당시 만즐어진 것인데 에펠탑과 마찬가지로 건축 당시에는 엄청난 반발을 불러온 건물입니다.
고풍스러운 루브르와 그 외곽의 풍광속에 갑자기 현대판 유리건물이 들어섰으니 그럴만 하지요.
우리나라에서 경복궁이나 창덕궁 등에 갑자기 철골 구조물이나 유리 건축물을 만들어 논다고 생각하면 당연한 반발일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었으니 아이러니 합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서 보기 힘든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상>

루브르는 최근에 새로 확장하여 개관한 리셀리외관까지 하면 총 3개의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드농관, 셀리관, 리셀리외관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 드농관이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작품들이 많이 있고 셀리관은 이집트 등의 고문화 미술품들이 전시된 곳입니다. 리셀리외관은 프랑스 작가들과 르네상스시대의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전체를 모두 보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만 우리는 박여사의 안내대로 드농관 위주로 보고 나머지는 죽 훑어보는 것으로 루브르박물관 관람을 마치려고 합니다.
역시나 드농관은 시작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조금만 걸으면 승리의 여신 니케상이 있습니다. 날개만 남아있는 니케상 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진을 찍느라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박여사 얘기로 루브르에서 꼭 봐야할 3가지로 니케상, 밀로의 비너스상, 모나리자라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것은 별볼일 없다는 뜻이 아니고 시간이 없다면 그것만 봐도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보다는 많이 봐야지요.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도 보고 말입니다.
이 루브르도 오르세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밝습니다. 조명이 환한 가운데 그림들이나 조각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또한 사진 촬영도 가능하구요.
또 한가지 오르세미술관에서도 그랬지만 이제는 한국어로 된 설명서가 별도로 비치되어 있습니다. 루브르박물관은 이외에도 한국어로 오디오가이드장비까지 구비되어 있어 안내데스크에서 한국어 이어폰을 빌리면 설명을 한국어로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상당히 편리해졌습니다.
사실 글씨가 모두 프랑스어로 되어 있어 작가 이름말고는 작품이름도 잘 알려진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알 수가 없지요.

모나리자는 사진으로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먼 약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줄을 쳐 놓고 그 밖에서만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도대체 그림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멀리서 그런 작품이 있구나하는 정도로만 볼 수가 있지요. 오히려 책에 나와있는 그림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 좋을 겁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듭니다. 그 이름에 대한 값어치라고 할까요?
그런데 르네상스시대의 이탈리아의 대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이 모나리자가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의 국보로 보존되어 전시되고 있는 이유는 사실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랑스의 다른 고미술품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의 것을 가져와 자기 나라의 국보로 삼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전혀 아닙니다.
이 모나리자는 실제로 다빈치가 프랑스에 기증한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16세기 초반 다빈치가 로마에서 활동할 당시 프랑스 국왕이었던 프랑소와 1세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빈치를 너무 좋아해 다빈치를 당시 왕궁인 중부 프랑스의 르와르 강변의 고성 앙브와즈성으로 초빙을 합니다.
다빈치는 너무나 적극적으로, 성심을 다하는 프랑소와 1세의 열의에 감복하여 앙브와즈성으로 갔고 근처 클로뤼세(Clos Luce)로 이주하여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그는 이주하면서 모나리자를 비롯하여 3점의 미술품을 가져갔는데 그와 그의 제자가 죽고나서 그 그림들이 프랑스에 남게된 것이죠. 물론 다빈치는 독신이라 유족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이탈리아 사람인 다빈치의 유해가 지금도 르와르 고성지대의 앙브와즈성에 있고 모나리자가 프랑스에 존재하게 된 겁니다. 현존하는 모든 미술품중에 가장 비싼 작품이 모나리자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탈리아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죠.
대가를 알아주는 왕이나 그 정성에 보답을 하는 다빈치나 둘다 대단한 교류를 가졌다고 합니다.
이 모나리자가 있는 곳은 회화실입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

회화중 또 하나 재미있는 그림은 프랑스화가 그린 나폴레옹의 대관식입니다.
그림 자체가 거대한 방의 전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큰 그림입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에 로마교황이 참석하여 직접 나폴레옹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줄 예정이었는데 나폴레옹은 로마황제와 같이 월계관을 직접 쓰고는 교화에게서 왕관을 뺏어 자신의 부인인 무릎 꿇고 있는 조세핀에게 씌워주는 그림입니다. 사실 교황은 이 대관식을 통해 황제보다 우위에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자신만만하게 왔다가 그만 나폴레옹의 결례(?)로 거꾸로 교황이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이미지를 주게 됩니다. 교황의 권위가 크게 손상된 것이지요.
그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겁니다.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세계 미인대회의 표준이라고 하는 밀로의 비너스는 생각만큼 화려하거나 인상적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 작품이 가장 균형잡힌 홤금비율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여성의 미를 가장 잘 나타낸다는데 그렇다고 하면서 쳐다볼 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보다 평론가들이 더 재미있고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경향이 있지요.

루브르를 대략적으로 관람하는데는 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제가 그리 미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데다 박여사도 전공으로 공부한지는 20년이 넘어서인지 생각보다는 흥미를 끌지 못합니다. 아마도 어제 오르세를 먼저 보았기에 더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그림들은 아무래도 오르세미술관에 더 많이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죠.

루브르를 나와 리볼리거리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그랑팔레에 있는 발견의 전당(Palais de la decouverte)으로 향했습니다. 발견의 전당은 아이들에게 과학적인 호기심과 탐구심을 심어줄 수 있는 곳이라 필수로 갈 장소입니다.

<세느강을 건너 바라본 알렉산드르 3세교>

헌데 어제 팡테옹도 우리가 들어가지 못했는데 발견의 전당도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랑팔레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발견의 전당을 알지 못해 찾느라 한참을 고생했는데 찾고 보니 문을 닫았습니다. 월요일이 쉬는 날입니다.
결국 다른 것은 제쳐두고 몽마르트르로 가자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알렉산드르 3세교(Pont Alexandrete Ⅲ)라는 세느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가 앵발리드(Invalides)방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알렉산드르 3세교는 다리의 네 귀퉁이에 금빛 찬란한 장식으로 화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다리는 19세기말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3세가 파리시에 기증한 다리입니다.

<뒤에 보이는 황금빛 돔 건물 앵발리드, 나폴레옹의 유해가 있지요>

다리를 건너면 또 나폴레옹이 나옵니다.
프랑스를 얘기하면서 나폴레옹을 빼놓고는 얘기가 되지 않습니다.
앵발리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폴레옹은 1812년 워털루전투에서 패한후 대서양 남쪽 서아프리카옆의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되었다가 그곳에서 사망하지만 그의 유해는 다시 파리로 돌아와 이 앵발리드에 안장됩니다.
앵발리드는 원래 루이 14세가 만든 노병들을 위한 병원이 있던 곳입니다. 건물 중앙의 커다란 금빛 돔이 빛나고 그 앞은 광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몽마르트르언덕은 파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입니다.
그 언덕 꼭대기에 바실리크양식의 샤크레쾨르 성당(Basilique du Sacre Coere)이 하얀 색깔을 지닌채 우뚝 서있습니다. 돔 형식의 성당으로 유럽에서 흔히 보는 고딕양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파리시 자체가 평지에 있다보니 몽마르트르 정도의 언덕이 큰 산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서 듣던 바로는 몽마르트르가 파리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예술의 거리라고 하는데 솔직이 말씀드리면 몽마르트르의 분위기가 저에게는 실망입니다.
뭐 특별한 것도 없고 전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카페거리와 화가들의 모습, 그 어느 것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점할 것이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언덕위 거리입니다.
왜 이 언덕이 그렇게 유명세를 타는지, 좀더 강하게 표현하면 이곳을 두번 올 필요가 없는 한번쯤 볼만한 언덕이라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어떤 분들은 몽마르트르가 너무 좋아 저녁에도 또 오고 한다는데 글쎄요 전 두번씩이나 와야 할 어떤 동기도 분위기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과거부터 유명세를 탔다는 명함말고는 별 볼 것 없는 명소가 아닌가 합니다.

<몽마르트르의 상징과도 같은 샤크레쾨르 성당과 거리의 화가들>

<몽마르트르의 떼아트르 광장에서>

이제 한인 슈퍼를 가기 위해 마레지구서부터 걸어서 오페라 가르니에로 향합니다.
마레지구도 몽마르트르와 별 차이 없습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마레지구 전체를 이 골목 저 골목 헤집고 다녀도 좋다는 느낌이 들 만한 곳은 찾기 어려웠는데 인터넷에서는 왜 그리 좋다고들만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마레지구를 지나 퐁피두센터도 지나고 한참을 더 가다 보면 갑자기 큰 길앞에 불쑥 나타나는 오페라극장 가르니에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주무대입니다.
사실 3일째 내내 걸어다니다 보니 이제는 좀 지칩니다.
작년에 일본 갔을때도 아침 8 ~ 9시에 나와 하루종일 걷거나 전철을 타고 구경하다가 저녁 10시쯤 들어가면 거의 녹초가 되어 5일째 되는날은 도저히 걷기가 어려웠는데 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3일동안 하루도 쉬지않고 걷거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박물관, 미술관 등을 구경하다보면 상당히 몸이 피곤해집니다.
그래도 내일 하루만 버티면 모레부터는 자동차로 이동하며 파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볼 거리들을 보러 다니게 됩니다.
지쳐있는 아이들과 박여사에게 하루만 더 참자하면서 마지막 임무인 한인슈퍼에서 부탄가스와 부족한 쌀을 사가지고 돌아갔습니다. 물론 저녁은 사먹었습니다.
오페라 가르니에 앞의 골목이 일본계 식당들의 집합소였으니까요.
간단하게 일본식 라면과 오므라이스로 배를 채우고 우리의 일정을 마감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늘 한 일은 루브르박물관을 관람하고, 몽마르트르에서 아이들 초상화 그려주고, 그리고 내일부터 사용해야할 부탄가스 산 것말고는 특별히 한 것은 없습니다.

내일은 아침부터 에펠탑에 가서 꼭대기까지 올라가 파리를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아이들이보고 싶어하는 파리자연사박물관에서 박제된 고생물들을 보고 마지막으로 어제 들어가지 못했던 팡테옹에 들어가 그 속에 있는 푸코의 진자와 프랑스의 계몽사상가들, 문호, 과학자들의 묘지를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일찍 들어와 모레 떠날 준비를 해야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