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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여행자의 천국, 파리 파리(Paris) 5부 - 2008년 10월  5일 일요일 어제는 무척이나 고단한 하루였습니다. 아침부터 일찍 눈을 떠 세느강 산책도 하고,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도 사고, 종일 걸어다니며 파리의 이곳 저곳을 눈으로 확인도 하고, 마지막 에펠탑까지. 오늘부터는 구체적인 곳들을 위주로 돌아다닐 예정입니다. 그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피곤할 겁니다. 오히려 더하면 더하지요. 우리의 경험상 미술관, 박물관 구경하기가 도시 조망을 하는 것보다 더 힘듭니다. 중간에 쉴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이 없으니까요. 박여사와 아이들이 저에 대해 제일 싫어하는 것중 하나가 얘기 한번 잘못 꺼내면 제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을 있는대로 꺼내 얘기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것이지요. 어제도 얘기를 쓰다보니 나폴레옹이 어쩌구 프러시아가 어쩌구 하는 얘기들까지 나오더군요. 읽으시는 분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원래 깡통이 요란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오늘의 일정은 어젯밤에 미리 확정지었지요. 기존 계획도 파리에서의 일정은 확정짓지않고 왔습니다. 단지 갈 곳들의 리스트만 잔뜩 만들어가지고 와서 현지에서의 사정에 맞게 일정을 짜려고 했던 거지요. 원래 계획했던 4일짜리 뮤지엄패스를 ? 파리에서 뮤지엄패스를 사면 해당 일자에 맞게 60여개의 뮤지엄, 유적, 명소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좀 더 싸게 말이죠. - 어제까지 사지를 않고 돌아다녀 이제는 2일권만 살 수 있게 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그 차이가 우리 네 사람 합쳐 60유로 (100,000원)나 차이가 나기에 우리에게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뮤지엄패스뿐아니라 어제 또 돈을 벌었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쓸 돈을 안쓴 겁니다. 생제르맹에서 에펠탑까지 지하철을 탔고 다시 에펠탑에서 포르테 메이요(Porte Maillot)까지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런데 요금은 한번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그건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에펠탑에서 다시 타려고 할 때 사람은 많은데 표를 살 곳은 두 곳밖에 없어 기다리다 지쳐 기존에 썼던 표를 자동 개찰구에 넣었는데 희한하게도 그냥 패스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옳거니 하며 4명 다 통과했지요. 기계가 고장났나? 하면서 우리는 이건 또 웬 행운이야했지요. 지하철 요금도 좀 비쌉니까? 파리 지하철의 모습이 많이 낡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지요. 지하철도 보면 2층 기차로 된 지하철도 있고 - 이건 메트로가 아니라 RER이라고 하지요, 아마도 우리의 국철과 같을 겁니다. - 고무바퀴로 달리는 지하철도 있고 다양합니다. 그리고 선로 바닥과 승강장의 높이가 별 차이 없이 평평하다고나 할까요. 차이가 30cm도 채 안납니다. 그냥 지나갈 정도지요. 서울 지하철과는 많이 다릅니다. 지저분하기도 하고요. 오늘은 먼저 오르세미술관, 퐁피두센터, 시테섬, 노트르담 성당, 소르본대학, 팡테옹으로 정했습니다. 날씨가 흐리고 비도 올 것 같으면서 스산하여 어제와는 달리 옷을 두툼하게 입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준비하기 가장 어려웠던 것중 하나가 의류입니다. 보통 1주일 정도 여행이 사실 옷이 제일 많이 필요하고 그 이상이 되면 오히려 옷의 양이 줄어듭니다. 왜냐하면 그 이상의 여행이 되면 빨래를 하면 되니까 오히려 옷의 양이 줄게 되는 겁니다. 헌데 이번 여행은 계절이 여러 개 겹치다보니 옷의양이 상당히 늘어나게 되었지요. 늦여름, 가을, 겨울의 3가지 형태의 옷이 필요한 겁니다. 바르셀로나나 남프랑스는 얘기 듣기로 거의 여름이나 초가을 날씨이고 스위스나 몽블랑은 겨울 날씨이며 다른 곳은 가을이라는 거죠. 그래서 여러 형태의 옷들을 가져왔는데 오늘의 복장은 거의 초겨울 복장입니다. 오르세까지 지하철은 한번에 가는데 어제의 RER을 또 탔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어제의 그 문제 티켓을 또 집어넣었습니다. 해봐서 안되면 새로 사면 되니까요. 아, 역시나 자동개찰구가 문제가 있습니다. 또 통과가 되는 겁니다. 자그마치 이틀동안 4명의 요금이 합치면 10유로는 될텐데, 우리에게는 억수로 행운이 찾아옵니다. <기차역을 개조한 오르세미술관의 내부> <기차역을 개조한 오르세미술관의 외관> 오르세미술관은 오르세 기차역을 개조해서 만든 미술관입니다. 거의 19세기 ~ 20세기 초반의 인상파 위주의 미술품들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루브르, 퐁피두센터와는 전시물 자체에서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루브르는 그 이전 작품들이 위주가 되어 전시되고 있으며 퐁피두센터는 현대미술위주의 전시관이지요. 미술관이라도 미술품의 시대적, 사상적으로 구별하여 전시를 하므로서 관람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부류의 작품을 보러 이고 저곳을 헤매지 않아도 됩니다. 아마도 서양미술에서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작품들은 오르세에 많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파리에 온 이후로 우리에게 행운이 많이 찾아왔는데 제가 모르고 있던 행운중 하나가 오르세에서 또 생깁니다. 비도 오는 날씨속에 일찍 와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많지 않은데 오늘이 일요일이라 무료입장입니다. 루브르가 일요일에 무료인 것은 알았지만 오르세도 그런지는 몰랐거든요. 박여사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미술관은 루브르가 아니고 오르세라는데, - 볼 것도 가장 많다고 합니다. - 이건 또 무슨 행운입니까? 입었던 두툼한 옷들을 모두 벗어 보관소에 맡기고 우리는 가벼운 마음과 몸으로 미술관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미술관치고 이렇게 환한 미술관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3층짜리 건물인데 가운데 부분의 천정은 예전 역사 건물이라서인지 뻥 뚫려있고 천정 자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더욱 밝은 것 같습니다. 뭐 미술품들이야 너무나 유명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밀레, 드가, 모네, 르느와르, 로댕, 고흐, 고갱, 마네 등 교과서에서 한번은 봄직한, 또는 들어 봄직한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가장 인기있는 작품은 밀레의 만종이 아닐까 합니다. 하긴 뭐 워낙이 유명 작품들이 많아 어느 것이 최고의 인기라고 꼭 집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말입니다. 궁금한 점은 작년인가 서울에서 오르세전을 할때의 얘기입니다만 그렇게 만종 같은 작품이 한국에 오면 그 시기에 이 파리 오르세에 와서 만종을 보려는 사람들은 낭패이겠지요. 그렇다면 이 정도로 유명 작품들이 있는 곳은 오기 전에 자신이 오려는 시기에 해당 작품이 다른 곳으로 가는지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입장료만 날리는 꼴이니까요. <마음껏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밀레의 만종, 고흐의 자화상과 함께…> 이 오르세를 보면서 한가지 특이한 점은 사진 촬영입니다. 한국에서 서양미술 특별전을 할 때 가보면 어두컴컴한 곳에 오렌지색 불빛인 할로겐등으로 작품만 조명을 하여 작품의 정확한 색상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햇빛에서 보는 것과 실내등으로 보는 것은 분명 다르니까요. 그러면서 사진촬영 절대금지였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 자체를 막았지요. 우리는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난 것으로 인식하고 그러한 행위에 대해 비난도 하고 뒤에서 수군대기도 합니다. 또 직접 뭐라고 하기도 하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미술품들의 진짜 소장 미술관들인 파리의 오르세미술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에서는 더 이상 사진찍는 것으로 시비를 걸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4년전 메트로폴리탄에서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지만 이번 오르세에서 더욱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물론 사진을 찍을 때 플래쉬는 터트리지 못하게 합니다. 왜 한국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하고 마치 그것이 미술품을 보호하는 것으로만 얘기할까요? 오르세에서는 사진은 마음대로 찍을 수 있습니다. 플래쉬만 터트리지 않으면. 비디오촬영도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진촬영금지가 아니고 플래쉬금지입니다. 예전에는 서양에서도 사진쵤영을 금지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그렇습니다. 플래쉬는 거기서 나오는 열에 의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사진 자체는 작품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그런 것이 서구의 자신감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가 알기로 이제 곧 유럽의 수 백개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의 작품을 디지털자료화하여 인터넷으로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한다니 그런 유명 명화들을 인터넷상에서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지 않을런지요. 우리의 미술계도 그런 넓은 아량이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을 오르세의 미술품들을 감상하면서 반추해 봅니다. 우리가 자유여행이긴 하지만 미술여행만을 위해 온 것은 아니기에 모든 작품들을 감상하듯이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나름대로 중요한 부분들은 다 보았다고 생각할 때가 결국은 4시간 가까이 흐른 점심시간입니다. 실제로는 점심시간을 지났지요. 오후 2시쯤 되었으니까. 점심은 퐁피두센터 근처의 플런치(Flunch)라는 식당을 가기로 했습니다. 가면서 퐁뇌프다리와 시테섬을 거쳐 옆으로 노트르담 성당을 보면서 지나갔습니다. 노트르담은 오후 4시경에 갈 예정입니다. 박여사의 조사에 따르면 일요일 오후 4시 미사에 성당 내부의 파이프오르간연주가 있다고 하며 그 연주를 조용히 성당안에 앉아 들으면 천상의 소리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시간에 맞춰 노트르담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플런치는 카페테리아 형식의 식당인데 가격이 상당히 쌉니다. 우리 넷이 하나씩 시켰는데도 20유로 조금 넘습니다. 정말 파리에서 본 식당가격으로는 아주 싼 식당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는 퐁피두센터의 외관입니다.> 퐁피두센터는 1977년에 유리와 철골로 만든 현대적인 건물입니다. 프랑스 제5공화국 2대 대통령인 퐁피두대통령을 기려 이름붙였고 도서관, 미술관, 연구소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겉 모습은 유리와 배관이 드대로 드러나게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래서 내부의 인원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아주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이때쯤 날씨는 상당히 추워지고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분위기입니다. 박여사의 얘기로는 퐁피두센터는 아이들에게 그리 재미있지는 않을 거라 합니다. 가장 현대적인 작품들이 있어 그리 흥미를 끌지 못할 거라는 얘기이지요. 그런데다 날씨는 좋지않고 또한 센터로 들어가려는 입장객은 수백미터 이상 줄을 서있고 하여 결국 우리는 퐁피두센터는 다음으로 미루고 다음 일정을 진행합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겉모습, 생각보다 크지는 않지요.>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 아마도 이렇게 이름을 대면 사람들은 대부분 뮤지컬을 생각할 겁니다. 몇 년전 한국에 선보였던 정통 프랑스 뮤지컬이라고 하면서 광고했던 바로 그 뮤지컬말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2가지를 의미합니다. 첫번 째는 뭐니뭐니해도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파리에 있는, 세느강위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입니다. 노트르담 성당은 하나의 고유명사가 아닙니다. 보통명사입니다. 즉, 프랑스어로 노트르담(Notre Dame)은 “성모마리아”를 나타내는 존칭어입니다. 그래서 노트르담 성당하면 성모마리아 성당이라는 말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프랑스에는 무수히 많은 노트르담 성당이 있습니다. 아마도 도시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탈리아에 가보면 두오모 성당들이 있습니다. 물론 뜻은 전혀 다른 것이지만 이탈리아의 두오모 성당은 그 도시의 주교가 있는 성당입니다. 즉, 주교가 있는 도시마다 두오모는 하나씩 존재합니다. 그런대도 우리는 밀라노와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만 두오모로 잘못 인식하고 잇는 경향이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것들을 고유명사로 잘못 알게되는 경우이지요. 노트르담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도시마다 있기에 우리가 가장 잘 알고있는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은 정식 명칭이 노트르담 드 파리입니다. 다른 도시는 도시 이름만 바뀐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익히알고 있는 곱추 콰지모도가 주인공인 빅토르 위고의 작품 “노트르담의 꼽추”입니다. 그런데 이 노트르담의 곱추의 원제가 바로 노트르담 드 파리입니다. 바로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서 일어나 일에 대한 소설입니다. 소설이나 영화제목을 원제가 아닌 전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 작품들은 상당히 많지요. 우리 말로 번역한 것이 아니고 우리에 맞게 고치다 보니 나오는 차이입니다. 아마도 빅토르 위고의 작품중 “장발장”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원제는 장발장이 아니지요. 요즘은 완역이나 정식 번역판들이 나오므로 원제대로 알고 계신분들도 있겠지만 예전 제목으로만 알고 계신분들도 있습니다. “장발장”은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입니다. 장발장은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지요. 이제 우리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 가서 사진도 찍고 파이프오르간 소리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파이프오르간 소리는 저도 처음 듣습니다. 30년전 세종문화회관에서 파이프오르간 독주회를 본적은 있지만 이 파이프오르간이 현실에서 쓰이는 곳인 성당에서 연주하는 것은 직접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음반으로는 많이 들어본 파이프오르간입니다. 바하의 음악들중 토카타와 푸가 등의 음반들을 보면 파이프오르간 독주연주들이 있으니까요. 들어보면 일반 악기와는 다르게 독주면서도 상당히 웅장하고 중후하며 종교적 색채가 강한데, 특히 초저음부에서는 아마도 어떤 악기보다도 표현력이 강하다고 할까요. 또한 음이 저음으로 내려가다 못해 진동에 의한 소리까지도 듣다 보면 가슴에 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음은 맑은 색채를 나타냅니다. 종교적인 음악이니만큼 그런 음을 낼 수 있는 거대한 악기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 요구에 맞게 만들어진 악기가 바로 성당에서 사용하는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일 겁니다. 우리가 노트르담 성당에서 들어보려는 음악이 바로 이 파이프오르간이 가장 잘 표현하는 미사음악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 내부의 모습과 촛불을 켜는 쌍둥이들>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 쌀쌀하고 스산한 날씨속에서도 성당 앞 광장에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성당안은 고요함이 흐르고 가끔 관광객의 발자국소리만이 성당안에서 들려옵니다. 분위기로는 어제 본 생셀피스 성당과는 전혀 다릅니다. 어두컴컴하면서도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한 색상에서 나오는 빛과 촛불과 같은 분위기의 전등에서만 빛이 나와 엄숙한 분위기를 저절로 만들어 냅니다. 로마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아이들도 2유로를 내고 실제 촛불에 불을 켜 올리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인 모습은 천정까지의 높이는 약 40m 이상 되는 것 같고 뒤에서 앞까지 거리가 상당히 깁니다. 그 사이로 기둥들이 떠받치고 기둥과 벽면 사이로 기다란 회랑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뒷벽 위에 커다란 장미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그 아래 바로 우리가 들으려고 하는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사진촬영이 금지이지만 관광객들이 많아서인지 여기저기서 플래쉬가 터지는 모습입니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종교적인 엄숙하고 어두컴컴한 분위기속에 가로 세로 길이가 50m × 100m, 높이가 50m인 공간의 울림이 아마도 최상의 연주음을 만들어내지 않나 싶습니다. 약 20여분간 진행된 연주는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들으면 명상의 효과를 배가시켜줄 뿐만 아니라 천상의 소리가 이런 소리인가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종교의 무서운 힘입니다. 자, 오늘도 이제 막바지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시테섬도 구경하고 어제와 같이 다시 다리를 건너 이번에는 생제르맹이 아닌 소르본 대학방면으로 길을 걷습니다. 단지 다른 다리를 건널 뿐이지요. 소르본 대학은 1968년 프랑스의 교육혁명이 있기전까지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대학입니다. 미국의 하바드, 예일, 영국의 옥스포드, 케임브릿지와 더불어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었습니다. 아마도 프랑스 출신의 유명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소르본 대학 출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다가 1968년 교육혁명으로 파리에 있는 모든 국립, 사립대학을 합쳐 하나의 대학인 파리대학으로 통합하고 거기에 맞춰 1, 2, 3과 같이 숫자로 대학을 표시하고 숫자별로 전공분야를 나눈 덕분에 소르본 대학의 신화는 깨지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파리 6대학인가로 존재하지만 그 건물에는 아직 소르본 대학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소르본 대학은 프랑스 대혁명을 반대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사라질 뻔하기도 했지만 여하튼 살아남아 지금에까지 이릅니다. 소르본 대학은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학교 부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건물 자체가 학교의 외벽으로 사용되는 요새와 같은 건물이고 내부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마 방문객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시간적인 문제 등으로 겉만 훑어보고 지나갔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정문 앞과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의 모습> 소르본 대학으로 가는 길로 계속 오르다 왼쪽으로 보면 바로 팡테옹이 나옵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우리의 여행운이 다한 것 같습니다. 마침 이것 저것 구경하다 팡테옹에 도착한 시각이 저녁 5시 45분입니다. 헌데 입구에서 입장을 못하게 합니다. 분명 closed time이 6시인데 입장가능한 시간은 5시라는 겁니다. 오늘 모든 곳을 무료로 관람하고 지하철도 오늘 하루내내 어제 산 티켓으로 무료로 다녔는데 여기서 일정에 차질이 생기다니 너무 억울하지요. 몇번 사정도 해보고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거 보려고 멀리 동아시아에서 날아왔는데 10분만 보고 가겠다고 해도 안되는 겁니다. 하긴 시간에 쫓겨 그것도 팡테옹과 같은 곳을 10분만에 본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요. 괜시리 입장료만 버릴 뿐이지요. 우리의 허탈한 마음을 달래려 원래 계획에 없던 라데팡스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캠핑장으로 가려고 포르트 메이요에 도착하여 셔틀버스를 기다리다가 말입니다. 셔틀버스를 아슬아슬하게 놓쳐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이곳에서 바로 보이는 라데팡스까지 갔다가 30분쯤 있다가 오면 탈 수 있다고 제가 주장해서 하나의 일정을 더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라데팡스는 개선문에서 외곽으로 나가면서 세느강을 건너 건설된 신도시입니다. 신도시라기보다는 미래형 도시라는 이름이 어울릴 곳입니다. 기존의 파리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지역입니다. 과거와는 상관없이 미래에 초점을 맞춘 곳입니다. 일단 지상에는 자동차나 전철 등 그 어떤 것도 이동수단이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 지하에 건설되어 있지요. 여기서 지하라는 것은 라데팡스지역이 지상위에 건설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교통수단은 지하가 아니고 지상에 있고 라데팡스가 공중에 건설되었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간편하게 지하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지상에는 공원과 건물만이 존재합니다. 건물은 일반적인 형태는 없습니다. 미래의 도시답게 디자인된 건물들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광장의 가운데에는 신개선문(Grand Arch))이 있습니다. 기존의 개선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35층 건물 높이로 말입니다. 어두워진 라데팡스의 모습은 각각의 건물들의 조명으로 빛을 발합니다. 모든 교통수단이 지하로 구성되어 있어 지하철을 타려면 지하로 가야하는데 입구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9시가 되어서야 우리의 보금자리인 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여러모로 우리의 지출을 최대한 절약하게된 날입니다. 엉뚱한 파리 지하철의 도움과 오르세미술관의 무료입장덕에 오늘 우리는 식비외에는 거의 쓰지를 않았지요. 파리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얘기는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생긴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내일의 지하철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저녁의 라데팡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