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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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서울보다 깨끗한 높고 푸른 파리의 가을 하늘
파리(Paris)

4부 - 2008년 10월 4일 토요일

오늘 이동거리 : 10 Km, 누적거리 : 77 Km

첫날이지만 생각보다 빨리 눈이 떠졌습니다.
좀 쌀쌀하긴하지만 그래도 박여사와 저, 원정이는 일찍 일어나서 파리의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우리 모빌홈내의 욕실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원정이와 둘이서 슈퍼를 찾아 간단히 물이나 바게트빵 등을 사러 옷을 두툼하게 입고는 캠핑장바깥으로 나갔습니다. 물론 원용이야 아직 잠이 들어 있어 깨우지 않고 둘이서만 간겁니다.

캠핑장은 세느강을 끼고 있습니다.
캠핑장 앞으로는 커다란 볼로뉴 공원이 있고 뒤로는 바로 세느강입니다.
우리는 캠핑장 바로옆 세느강위에 있는 다리를 건너 파리의 서쪽으로 건너갔습니다.
옆이 바로 숲이라 그런지 공기가 신선합니다.
세느강을 직접 보면서 다리를 건너려니 말로 듣고 상상으로만 작다고 생각한 세느강이 진짜 작습니다. 규모는 서울의 중량천정도 규모인데 수량이 좀 많을 뿐입니다.
날씨는 맑은데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거리도 어두컴컴하고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원정이와 같이 슈퍼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24시간 영업하는 곳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우연찮게 아침 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조그만 광장 같은곳에 수십개의 청과, 생선, 야채, 옷이나 잡화들과 닭고기 등의 음식들을 만들어 파는 시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마치 우리네 아파트단지들의 알뜰 시장 + 시골 5일장과 같이……규모는 크지 않지만……그래도 규모는 작지만 전기구이통닭과 같은 것도 판매합니다.
한참을 구경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물을 판매하는 곳은 찾지를 못하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갔습니다. 확실히 미국과는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숙소 근처에서는 산책이나 동네를 돌아본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같은 서양이라도 파리에서는 숙소에서 나와 산책이 가능하네요.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파리시내 투어보다 급한 슈퍼 찾기에 나섰습니다. 일단 물이 가장 시급한 문제거든요.
캠핑장내에도 간단한 슈퍼가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캠핑장 바깥의 큰 슈퍼를 찾아 나섰습니다. 가까운 곳에 모노프리라는 마트가 있어 그곳을 찾아나섰지요.
누군가 캠핑장 가는 길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자세히 설명해준 분이 있었는데 그분의 경로중에 캠핑장 근처에 모노프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요. 원래는 혹시 우리도 캠핑장 찾다가 길을 헤매면 그 경로로 가려고 프린트해 왔는데 지금은 그 프린트물의 사진중에 있는 모노프리를 거꾸로 찾아 나선거지요.
정말이지 운도 좋았습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모노프리의 주차장도 공짜입니다. 다만 9시반에 문을 열러 우리는 그 주위를 돌며 빵가게에서 바게트빵을 하나 사서 먹기 였습니다. 확실히 본토의 바게트라서인지 서울에서 먹던 바게트와는 다릅니다. 훨씬 부드럽고 속이 차있으며 껍데기가 잘 부서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바게트는 껍데기가 다 부스러지고 빵 자체는 물컹물컹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고 맛있습니다. 드디어 본토에서 바게트를 먹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서울로 돌아갈 때까지 맛있는 바게트를 많아 먹어야겠습니다.

오늘의 계획은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파리입니다.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 4일간 파리를 구경할 겁니다.
그래도 첫째날이라 무슨 박물관보다는 파리의 전체적인 조감을 하고 내일부터 하나씩 하나씩 구체적인 공략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캠핑장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셔틀버스가 있습니다. 아침 8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오전 12시까지 운행을 하고 쉬었다가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30분 간격으로 또 운행합니다.
물론 공짜가 아닙니다. 요금을 내야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특히 서양에서는 철저하게 모든 곳에서 요금을 받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시죠?
절대 공짜 없습니다. 다만 공짜는 찾으려고 노력하면 나옵니다. 특히 주말에는 여기 저기 무료가 꽤 있습니다. 로마 가톨릭이나 기독교국가라서 그런지……
우리는 10시 버스를 타고 파리시내로 나갔습니다. 10분도 걸리지 않아 볼로뉴 공원을 가로질러 포르테 메이요(Porte Maillot)라는 곳까지 가서 우리는 드디어 진짜 파리의 모습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도상으로 거기서부터 그랑다르메(Grande Armee)라는 큰길을 따라 가면 바로 개선문이 나오고 샹젤리제(Champs Elysees)가 나옵니다.
즉, 파리의 가장 중심도로입니다.
이 길은 라데팡스(La Defence)라 불리는 파리 서쪽의 신도시에서부터 개선문을 지나 오벨리스크, 카루젤 개선문을 거쳐 루브르 박물관까지 계속 이어진 가장 큰 도로이며 핵심도로입니다.
우리는 그 길을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원래 처음 가는 도시를 보기에는 일단 가장 중심가를 걸어서 보는 것이 그 도시를 이해하고 지리 감각을 키우기에 좋습니다. 더욱이 파리의 그 길은 중심도로 아닙니까?
아이들이나 박여사, 저는 여하튼 어제의 고된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이제 새로운 여행의 길에 발자욱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랑다르메는 인도가 상당히 넓습니다.
서울의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보다도 넓습니다. 관광객도 많아서일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인도가 무척이나 넓어 사람이 웬만큼 많아서는 서로 어깨가 부딪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보면 라데팡스 지역의 신개선문은 서쪽으로 훤히 보이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나폴레옹이 건설한 개선문은 보이지를 않습니다. 왜냐하면 길이 약간은 경사가 져서 올라가는 길이거든요.

<개선문에서 바라본 라데팡스 방향, 끝에 신개선문이 보입니다.>

이 동네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회사들의 사무실이 많이 있습니다. 푸조자동차 본사도 나오고 혼다, 현대, 스즈끼 등의 자동차회사들, 오토바이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조금 걸어가다보니 역시 커다란 우리가 사진과 TV로 익히 보아왔던 개선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우습게 말하면 유적, 시설,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여행입니다.
그동안 보고, 배우고, 듣던 그 수많은 것들이 원래 자리에 있는지 눈으로 보고 카메라로 찍어서 다르면 다른대로, 맞으면 맞는대로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만일 다르다면 꼭 여러분들께 알려드려 새로운 기억을 가지도록 할 예정입니다. 틀린 내용은 고쳐야지요.

개선문, 실제 이름은 Arc de Triomphe de Etoile, 즉 에투알개선문입니다.
이 개선문을 눈앞에서 보니 정말 크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도 꽤나 여행을 즐기고 다녀한국에서도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지만 어느 곳에서도 아직껏 과거의 시설, 유적이 타국에 비해 크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외국들은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것들이 꽤 있습니다.
중국도 그렇고 심지어 과거부터 우리가 작다고 왜(倭)라고 놀려대던 일본만 하더라도 현재 남아있는 절의 크기는 우리 불국사보다 큽니다. 특히 건물 한 채의 높이와 같은 것들이 말입니다.
저는 개선문이 지금까지 옆면은 막힌 줄 알았는데 옆에서 봐도 개선문이네요. 즉, 문의 기둥이 2개가 아니라 4개라는 얘기입니다. 이걸 이제야 눈으로 보고 확인을 했으니……단공식이면서 4면에 아치를 가지고 있는 개선문입니다.

<개선문에서 바라본 샹젤리제거리, 끝에 루브르박물관이 있습니다.>

개선문을 얘기하면서 나폴레옹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은 프랑스대혁명이 만들어준 기회를 결코 버리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최대한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성공하였지만 그 야망으로 인해 몰락한 인물입니다.
프랑스의 후미진 지중해 구석의 섬 코르시카 - 이 섬은 실제로 프랑스보다는 이탈리아에 훨씬 가깝지만 프랑스 영토입니다. 15세기 이후 이탈리아가 워낙이 약한 나라였기 때문이지요. - 에서 태어나 프랑스 군의 포병대 장교로 들어갔습니다. 키도 워낙 작아 160cm도 되지않는 사람이었지요. 단지 특이하게 잠은 적었습니다. 하루 평균 3 ~ 4시간만 자면 거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프랑스의 혁명상황에서 루이 16세의 왕당파에 반기를 들고 자기 휘하의 부하들을 데리고 혁명파에 가담하면서 혁명군에 몇 되지 않는 장교로서 특진을 거듭하였고 전 유럽의 군대와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유럽은 프랑스대혁명의 여파가 자기들 나라로 미쳐 왕정이 폐지되는 것을 무척이나 두려워하면서 연합군을 결성해 루이 16세를 도우려고 했습니다. 또한 혁명후 공화파 내부의 대립과 왕당파들의 반란에 허덕이던 혁명정부가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외국과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나폴레옹을 이탈리아원정군 사령관으로 임명했지요. 그는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산맥을 넘어 전격적으로 이탈리아로 진격하여 오스트리아군을 대파하면서 그의 이름을 드높이기 시작했습니다.
계속된 전쟁에서 각국의 군대들을 격파함으로서 그는 그의 주가를 높였고 프랑스 국민들은 혁명을 지켜준 그를 존경하며 칭송하게 되었지요.
그런 나폴레옹이니 황제가 되고나서 국민의 기대와 신망에 대해 많은 압박을 받았을 겁니다. 혁명으로 몇 백년간 이어져온 왕조도 엎어버린 국민이니까요. 그래서 결국 영토확장이라는 방향으로 계획을 잡았고 그러다가 러시아에서의 패배이후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개선문은 나폴레옹이 전 유럽을 정복하게된 1805년 오스트리아 아우스테를리츠전투에서 승리후 개선식을 로마황제들 같이 치르려고 거대하게 만든 것입니다. 유럽인들에게 로마라는 나라는 아마도 절대적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정복군주나 대단한 역할을 한 왕, 황제들은 하나같이 로마황제를 꿈꾸었지요.
멀리는 서기 8 ~ 9세기의 프랑크제국의 샤를마뉴대제서부터 10세기 신성로마제국의 창시자 오토황제, 19세기 후반 소국으로 나뉘어 있던 독일을 통일하여 근대국가로 일으킨 프러시아(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 -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를 잘 아시죠? 비스마르크가 바로 빌헬름 1세를 통일 독일 황제로 만든 사람입니다. - 최근의 나찌 히틀러나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에 이르기까지, 좀 더하면 현재 미국까지도 모두 로마제국을 꿈꾸고 로마제국 황제를 흉내내었지요.
나폴레옹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습니다. 로마에 있는 티투스 개선문과 비슷한 형태에 규모는 비교도 되지않을 만큼 거대하게 만들었지요. 그러면서 본인이 지나가려고 했는데 실제로 이 개선문을 전쟁 승리에 대한 개선식으로 처음 이용한 사람은 전혀 엉뚱한 사람입니다.
바로 프러시아의 빌헬름 1세입니다.
1871년 프랑스와 독일간의 보불전쟁에서 비스마르크의 부국강병책에 힘입고 장군 몰트케의 전격적인 전략에 따라 프랑스군을 대파하여 괴멸시키고 나폴레옹 3세 - 나폴레옹의 조카입니다. - 에게서 항복을 받고 파리에 입성한 프러시아군대가 바로 이 개선문을 통과하여 개선식을 거행했습니다. 프러시아는 이 전쟁후 남부독일을 병합하여 통일독일을 이룩합니다. 프랑스는 이때의 패전으로 보나파르트가에 의한 제2제정이 무너지고 제2공화정이 생겨나면서 살육과 학살의 파리콤뮨의 대드라마가 시작됩니다. 참 아이러니한 역사입니다.
아마도 프랑스의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단편소설을 아실 겁니다. 프랑스 영토였던 동부의 알사스, 로렌지방의 어느 마을의 학교에서 오늘까지 프랑스 선생님이 프랑스어로 가르치고 내일부터는 독일 선생님이 새로 와서 독일어로 가르쳐야하는 마지막수업을 하는 세상을 어린 학생의 눈으로 그렸던, 어떻게 보면 우리의 20세기 초반 역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어느날 갑자기 일본어가 국어가 되어 몰래 조선어를 가르쳤던 조선인 선생님들의 눈물겨운 역사 말입니다.
이 마지막 수업이 바로 위에서 얘기한 보불전쟁 당시의 알사스지방의 한 학교를 배경으로 한 얘기입니다.
너무 길어졌습니다. 개선문 얘기하면서 여기까지도 오다니……앞으로도 이런 얘기는 수없이 나올텐데 걱정입니다. 너무 글이 길어지면 재미가 없어지니까요.

우리가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 개선문 꼭대기에서 파리를 바라보니 우리가 프랑스 파리에 오긴 왔구나하는 생각이 확실하게 듭니다. 에펠탑도 보이고 조금전에 출발하면서 보았던 라데팡스의 신개선문도 정면으로 보이고 멀리 오벨리스크와 틸르리공원, 루브르도 보입니다.
또 다른 쪽으로 파리에서 가장 높다던 해발 120m짜리 - 사실 전 몽마르트르가 높다기에 얼마일까 했는데 서울 남산이 220m입니다. - 몽마르트르의 꼭대기에 있는 샤크레퀘르 성당도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파리는 평지에 자리 잡고 있네요. 언덕도 그리 많지 않고 산은 아예 없습니다. 평지에 자리잡은 도시입니다. 그 중간으로 세느강이라는 아담한 개천이 흐르고 있지요.
세느강은 생각보다는 꽤 긴 강입니다. 길이로 따져서 약 800Km정도입니다. 프랑스 동북부에서 발원하여 파리를 거쳐 프랑스에서 가장 큰 항구중 하나인 대서양 연안의 르아브르 근처에서 바다로 흘러 들지요. 파리에서 보기에는 수량은 그리 많지 않고 강폭은 좁아 보이지만 대서양 부근에 가서는 강폭이 10 Km가 넘는 프랑스에서 3번째로 긴 강입니다.

한참을 위에서 보다가 이제 그 유명한 샹젤리제를 걷자하면서 모두를 이끌고 보무도 당당히 걸어갔습니다.
역시 세계적인 대로이다 보니 쌀쌀함에도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샹젤리제 양 옆으로는 너무도 유명한 소위 명품가게들이 즐비하고 음식점도 다양하게 많습니다. 아마도 맥도날드 햄버거가 이렇게 우아한 간판과 가게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샹젤리제를 걸으며 특이한 것중 하나가 가로수를 사각기둥형태로 가지치기를 했다는 점입니다. 그 유명한 마로니에 나무인데 네모나게 잘라내어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들의 가지는 높이가 일정하게 되어있습니다.

이제 점심을 드디어 먹을 시간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음식을 해먹는다 해도 점심까지는 아니지요. 이동중이라면 컵라면이라도 끓여먹젰지만 시내에서는 사먹어야지요.
오늘의 메뉴는 홍합요리입니다. 서울에서부터 워낙 강력 추천을 받은 메뉴라 이번에 한번 먹기로 했습니다.
식당 이름은 레옹 드 브뤼셀(Leon de Bruxelles)입니다. 본점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지만 파리 샹젤리제에도 분점이 있습니다.
들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양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박여사나 아이들이 혼자 먹기에는 1인분은 많아 보였습니다.
우리는 미국에서부터 느낀 여행팁인 “서양에서는 절대 사람 수대로 음식을 시키지 말라”를 실천했습니다. 2가지의 홍합요리를 시키고는 음료수로 물을 주문했습니다.
프랑스는 미국과 다른 점이 팁이 없습니다.
음식값은 계산서에 나온대로 주면 됩니다. 여기에다 물도 공짜입니다.
역시 들은대로 음식은 상당히 맛있습니다. 크림이 들어갔는데도 느끼하지 않고 아주 특이합니다.

식사후 날씨는 좋아졌습니다. 하늘은 파랗고 따뜻한 온도인데다 샹젤리제거리를 쭉 걸으면서 양편의 휘황찬란한 모습과 북적이는 인파의 모습에서 파리를 실감합니다.
프랑스 우주항공산업 100주년 기념 박람회도 열리고 그랑팔레, 프티팔레의 모습, 콩코드광장의 모습도 봅니다.
콩코드광장 한폭판에 서있는 거대한 기둥, 오벨리스크를 보며 남의 나라 문화재를 가져다 버젓이 자기나라 수도의 한폭판에 전시해 놓는 그런 오만한 강국의 모습에 솔직히 비애를 느낍니다. 저도 그러할진대 대상국인 이집트는 오죽하겠습니까?
영국은 제가 아직 가보지 않아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프랑스는 그야말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어디에서건 훔쳐오고 뺏어와서 자기네 국보로 만든 나라 아닙니까?
하여간 남의 나라 문화재로 자국 관광산업을 증진시키는 나라입니다.

<이집트의 유적인 오벨리스크의 모습>

오벨리스크는 사진으로나 TV에서 숱하게 보고 또한 모조품들은 많이 봐왔지만 실물을 이렇게 보기는 처음입니다.
계속 가다보면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이 나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하늘은 파랗고 땅에 심어진 잔디는 초록빛으로 푸르러 하늘과 땅이 멋진 색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더구나 쌀쌀하지도 않은 날씨라 휴일의 소풍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튈르리 정원을 지나면 바로 루브르 박물관입니다.
그 사이에 또하나의 개선문, 카루젤개선문(L’Arc de Triomphe du Carrousel)이 있습니다.
이것도 나폴레옹입니다. 즉, 나폴레옹이 만든 개선문입니다. 이것은 로나의 콘스탄티누스개선문을 그대로 본따 만든 것입니다. 문도 3개인 3공식입니다. 거의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둥들이 분홍빛 장식이 되어 있어 파란 하늘과 비교하면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어찌보면 에투알개선문과 비교해 크기는 훨씬 작지만 아름다움에서는 카루젤개선문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카루젤개선문, 오벨리스크, 에투알개선문, 라데팡스의 신개선문은 모두 일직선상에 놓여있습니다. 여기다 덧붙인다면 루브르박물관 앞의 새로 만든 유리 피라미드까지 말입니다.

<카루젤개선문의 모습>

세느강 다리중 루브르에서 바로 건널 수 있는 퐁데자르(예술교, Pont des Arts)라는 다리를 건너 생제르맹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예술교는 차량통행이 없는 인도(人道) 전용의 다리입니다. 그다지 예술적이지도 않은데 왜 이름을 예술교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보면 왼쪽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 우리가 흔히 노트르담 성당이라고 부르는 성당이 있는 시테섬이 바로 보입니다.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시테섬은 세느강위에 옆으로 기다랗게 생긴 작은 섬입니다.
시테섬이 유명한 것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생트샤펠이라는 성당 등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세느강의 다리중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퐁뇌프 다리(Pont Neuf)로도 유명하지요.
우리에게는 내일 이 시템섬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그냥 파리 시내 전체를 조감할 목적으로 걸어서 중요 지역들을 다닐 예정이고요.
예술교를 건너면 바로 옆에 오르세박물관이 보입니다.
하! 저것도 내일 갈건데……
이제 생제르맹 방향으로 길을 잡고 세느강위 강변을 따라 걷습니다.
세느강 강변으로 우리네 잡상인 포장마차와 같이 골동품이나 그림을 파는 사람들이 작은 수레에 물건들을 싣고 팔고있는 풍경이 서울 도심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긴 사람사는 곳이 어딘들 다르겠습니까? 전세계가 어디든지 대부분 비슷한 것 같습니다.

큰길로 가면 금방 찾을 수 있는 생제르맹 거리를 일부러 작은 골목들을 지나가며 돌아다니면서 찾아갔습니다.
생제르맹거리부근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화장실을 찾는 것입니다. 점심식사를 한 “레옹 드 브뤼셀”식당에서 간 이후 아직껏 가지를 못했는데 아이들이 화장실이 급하다는 겁니다.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가장 문제점으로 제가 지적하는 것이 화장실입니다.
어디든지 보면 우리와 다르게 화장실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맥도널드에 항상 화장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맥도널드나 비숫한 패스트푸드를 찾아 다녔지요.
유럽에서는 맥도널드도 많지 않습니다.
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근처에 쇼핑몰이나 마트와 같은 것이 있어 그 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모노프리와 같은 큰 마트나 대형 쇼핑몰에도 화장실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어떻게 화장실을 가는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아마 직원용은 별도로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루브르박물관앞 모습>

이제 생제르맹 거리에서 좀 더 남쪽에 있는 생셀피스 성당(St. Sulpice)입니다.
이 곳은 원래는 갈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생제르맹 거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 한번 가보기로 한 것이죠. 뭐 그리 유명하지는 않았는데 몇 년전 “다빈치코드”라는 소설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유명하게 된 성당입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겁니다.
그 소설에서 생셀피스 성당안에 있는 로즈라인(Rose Line)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저도 그 근방까지 왔기에 한번 둘러보기로 한겁니다.
이번 여행에서 성당은 많이 가볼 예정이지만 생셀피스 성당이 가장 먼저 들어가보는 성당이 되었습니다.
성당안은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내부는 상당히 넓습니다.
신문에서 보기에 생셀피스 성당은 다빈치코드가 알려진 이후로 상다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는데 제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도 거의 없고 내부는 한산합니다.
천정까지는 한 30m쯤 되려나 상당히 높아 한참을 올려다봐야 합니다.
성당 구경을 하고 밖에 나와 벤치에 앉아 있으려니 우리옆에 앉아있던 남자 한명이 뭐라고 큰소리를 치면서 우리에게 얘기를 하기에 제 배낭을 보니 등지고 있던 벤치에 앉아있던 술취한 노숙자 같은 사람이 제 배낭을 열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깜짝 놀라 옆에 앉은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지요. 하마터면 소매치기 당할뻔 한 겁니다. 그래도 옆에 앉은 사람이 미리 보고 우리에게 알려줬으니 망정이지 자칫하면 아무것도 모른채 당할뻔 했지요.

생제르맹 거리는 무척이나 복잡합니다. 오늘이 토요일이기도 하거니와 날씨도 따뜻하니 파리시민들부터 관광객들까지 모두가 나온 것만 같습니다. 우리네 명동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파리의 가장 큰 상징물인 에펠탑을 봐야지요.
에펠탑까지는 지하철을 타고가기로 했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다니느라 아이들과 박여사가 지쳐하기도 했고 오늘이 우리 여행이 마지막이 아니고 시작이라 체력도 비축할 겸 해서 지하철을 타기로 한 겁니다.

<에펠탑을 올려다본 모습, 샤이요궁에서 바라본 에펠탑의 모습>

오늘 본 모든 것이 생전 처음이지만 에펠탑만큼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도 처음입니다.
전 에펠탑이 시내 한복판에, 그토록 거대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나와 조금 걷다보니 갑자기 우측에 거대한 철골로 된 철탑이 솟아 있는 것이 보입니다. 마치 거대한 송전탑과 같은 모양으로 말입니다.
에펠탑은 4개의 다리로 세워진 다리이지요. 올라가는 엘리베이커가 4개의 다리마다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더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갈아타도록 되어있습니다.
오후 늦게 도착해서 그런지 에펠탑을 올라가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원용이가 무척이나 올라가 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뭘 조르는 성격이 아닌데도 올라가자고 난리가 아닙니다.
사실 저도 다른 건 몰라도 에펠탑은 올라가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실수한 것중 하나가 미국 뉴욕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보면서도 위에 올라가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뉴욕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에펠탑을 어떻게 하든지 올라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헌데 지금은 사람이 너무 많아 도저히 오늘 올라갈 형편이 안되었지요.
대신 원용이에게 제가 약속했습니다. 꼭 올라간다. 언제? 화요일 아침에……이렇게 하고서야 원용이를 달랠 수 있었습니다.

에펠탑을 가장 잘 찍을 수 있다는 세느강 건너편 샤이요궁(Palais de Chaillot)까지 가서 바라보니 에펠탑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에펠탑 전경 사진은 거의 대부분 샤이요궁에서 찍은 겁니다. 그곳은 언덕위에 있어 에펠탑의 중간과 같은 높이가 되어 사진을 찍으면 위치적으로 적당하고 또한 에펠탑과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있어 전체의 모습을 볼 수가 있는 곳입니다.

오늘은 처음 도착한 파리를 걸어다니며 전체적인 윤곽을 살펴보았습니다.
파리는 나즈막한 고풍스런 건물들과 고색창연한 유적들을 가지고 보존하여 지금의 모습을 만든 것 같습니다. 도시 전체가 그러한 상태로 멋진 조화를 이루어 전혀 어색하지도 않고 차분한 느낌이 들게 만듭니다. 마치 몇백년이라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말입니다.
내일도, 모레도 우리는 파리를 계속 볼겁니다.
내일부터는 파리 전체가 아닌 하나하나씩 볼 예정입니다.
물론 우리가 아무리 바쁘게 돌아다니고 이것 저것 보더라도 몇백년의 역사가 있는 파리를 다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래도 일부라도 파리의 상징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견문도 넓혀주고 저 자신도 수십년동안 듣고 읽던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이 여행은 조그마한 성과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마지막은 캠핑장이 장식했습니다.
한식으로 차려진 저녁을 먹는 것으로 말입니다.

<세느강의 퐁데자르 다리에서 바라본 시테섬과 퐁뇌프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