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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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4년 준비한 일정 Start!
서울(Seoul) → 싱가폴(Singapore) → 파리(Paris)

2부 - 2008년 10월 2일 목요일

새벽부터 분주하게 아이들을 깨우고 일어나느라 정신 없습니다.
예약 시에는 오후 3시경 출발하는 싱가폴항공 편이었는데 승객숫자가 적다고 오후편이 폐쇄되고 오전 9시로 변경되었습니다.
싱가폴항공 덕분에 새벽부터 일어나 분주히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4시, 캄캄한 그 새벽에 별보며 일어나 아이들을 깨우고 마지막 짐인 음식류 가방을 싸고……고속버스터미널까지 차로 실어 나르고, 다시 집으로 차를 몰고 와서 주차하고, 혼자 다시 걸어서 터미널까지. 바쁩니다. 혼자!

그래도 지난 번 미 남동부여행 이후 4년간 준비한 여행을 떠나는 지라 기분은 상쾌합니다.

인천공항의 신청사가 개관하여 우리는 신청사까지 가는 트램을 타고 이동하여 해당 항공기를 탑승하게 되었습니다.
싱가폴까지 6시간을 이동하고 싱가폴에서 9시간 가량을 보낸 후 다시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13시간을 가야 도착하는 일정입니다.

인천 공항은 언제봐도 넓직하고 천정도 높고 시원시원하기도 한 쾌적하기로는 세계 최고인 것 같습니다. 크기로는 상해 푸동이나 북경의 서우두 공항만 못하겠지만 그곳보다는 훨씬 자유분방하고 아기자기한 느낌마저 가지고 잇는 공항입니다. 상해 푸동 공항은 크기만 컸지 내부가 휑한데 인천은 전혀 다르지요.
앞으로도 인천 공항을 더욱 알차고 가고 싶은 공항으로 만들어 나가길 바라는 동안 6시간의 비행이 끝나 싱가폴에 도착합니다.

<무료 싱가폴 투어버스앞에서>

싱가폴 창이 공항도 인천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의 공항중 하나입니다.
그 싱가폴 공항에서 9시간 반을 보내는 데에 우리는 일단 싱가폴 무료투어를 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싱가폴 무료투어는 싱가폴 공항을 경유하는 환승승객을 위해 2시간동안 싱가폴을 무료로 버스로 투어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입국하는 것이 아니고 면세구역에서 바로 버스로 탑승하여 2시간동안 시내를 돌며 싱가폴 역사, 문화 등을 가이드가 설명해주고 다시 면세구역으로 돌아올 때까지 전혀 싱가폴 땅을 밟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투어로 싱가폴에 전혀 관심이 없던 환승객들이 나중에 다시 싱가폴을 찾아 볼 수 있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투어버스안에서 본 싱가폴 도심의 스카이라인>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무료투어신청을 하고 투어를 했습니다.
우리가 8년전인 2000년 여름에 싱가폴을 1주일간 여행온 적이 있었는데 쌍둥이들의 첫번째 해외여행이지요. 5살 때.
아이들은 물론 전혀 기억을 못합니다.
그러나 그때 아이들이 5살임에도 유모차에 타거나 지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때 배낭여행형식으로 장거리만 몇번 버스를 타고 나머지는 모두 걸어다녔는데 쌍둥이들이 지쳐하지 않아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1주일 내내 말입니다. 그것도 가장 더운 6월말 ~ 7월초인데도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힘들까봐 낮에는 낮잠시간을 계획에 잡아 아침에 나가 구경하고 점심식사후 호텔로 돌아와서 쉬게 하려고 했는데 그 낮잠시간은 결국 어른을 위한 휴식시간이 되었지요. 아이들은 전혀 자지않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어른들인 저와 박여사는 낮잠을 즐기고……
그러고 잠에서 제가 깨면 다시 나가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식의 일정을 전혀 무리없이 소화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합니다.
처음 보는 동네인양 가이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듣습니다. 4년전 미국여행과 비교해도 확실히 다 컸습니다. 영어로 가이드가 얘기하는 걸 부담 없이 듣고 외국어와는 거리가 먼 부모들에게 설명도 해주기까지 하는 군요.
싱가폴은 기본적인 것은 8년전과 다름이 없는데 추가적으로 새로 개발된 지역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내년이나 후년에 가면 Universal Studio 테마파크나 카지노도 완공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무료투어후의 6시간을 보내는 데에 우리는 싱가폴 공항투어를 실시합니다.
1터미널, 2터미널, 3터미널을 연결해주는 트램을 타고 각 터미널들을 돌아다니며 면세점들이나 스낵코너, 식당들을 두루 섭렵했습니다.
원정이는 돌아다니다 자기가 마음에 드는 서점에 들어가 영어로 된 서적들을 1시간 넘게 혼자 읽기도 하지요.
여기서 우리는 준비물 가운데 하나를 아주 긴요하게 사용했습니다.
작년 일본 도쿄여행을 가기전에 샀던 것인데 핸드폰보다 유용하고 요금도 저렴한, 아니 공짜인 것, 즉 무전기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2Km정도 이내에서는 서로 통화가 가능하고 호출도 가능한 그야말로 이런 공항내에서는 최고의 휴대물건입니다. 요금 걱정 없고, 통화방식이 다른 핸드폰과 달리 무전기끼리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통화가 가능한 만능 물건입니다. 통화 거리가 짧은 것이 한이지만.
아이들이 한번씩 떨어져 있을 때 번갈아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어른이 가지고 있어 서로 연락이 가능하지요. 원정이 책 보고 있을 때 우리는 이 가게 들어가 보고 저 가게 들어가 보다가 스낵바에 가있게 되면 일일이 가서 어디에 있다고 얘기할 필요도 없지요. 무전기로 어디에 있다고 얘기하면 좀 있다가 찾아오니까요. 하여간 잘 가져온 무전기입니다.

그렇게 싱가폴 공항을 뒤지고 다니면서 ? 물론 배낭은 짐보관소에 별도로 맡겨두고서 빈 몸으로 돌아다녔습니다. ? 시간을 보내는데도 아, 6시간이 길기는 깁니다.
돌아다니다가 지치면 소파에 앉아 쉬기도 하고 공항내에 있는 PC로 인터넷도 하고.
싱가폴은 아시아권인데도 우리나라와 달리 인터넷 속도는 상당히 많이 느립니다.
인터넷을 통해 계좌 잔액을 조회하려니 조회화면이 제대로 뜨질 않습니다. 프로그램을 다운받는데 속도가 느려 조회가 안되는 것이지요. 정말 느립니다.

이번에는 공항 터미널을 걸어서 돌아보자……했더니 기겁을 합니다. 다리도 아픈데 또 걷자고?
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이들과 박여사를 이끌고 다시 공항을 순찰했습니다.
1, 2, 3터미널 전체를 걸어서 연결통로를 지나 다녔습니다.
드디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까지는 모두 다녔습니다.
이제 우리는 싱가폴 공항의 Information센터에 근무해도 될 정도로 싱가폴 창이 공항의 구석 구석을 모두 꿰뚫을 수 있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영화중에 톰 행크스가 주연한 “터미널”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미국에 입국하려다 그 직전 자신의 모국이 내란으로 없어지는 바람에 여권이 무효화하여 입국이 거절되는 바람에 공항에서 아예 살림을 차리고 살던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이제 이 창이 공항에서는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이 공항에 대해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이 면세구역이 출국자나 환승객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바로 입국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뜻은 나가는 사람은 물론 들어오는 사람들도 무겁게 해외에서 물건을 사서 들고 다니지 않고 입국시 자기네 공항에서 사가지고 바로 숙소로 갈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타국에서 소비될 외화를 자기네 부가가치로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왜 그런 시스템을 생각지 못하는 건지요.
우리같이 해외에서 들어올 때 꼭 선물을 사 가지고 오는 나라에서, 안 그래도 외화도 부족하고 여행수지도 적자인 나라에서 조금이라도 외화를 아낄 수 있고 무거운 짐을 멀리서부터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우리공항의 면세구역을 입국자에게도 개방한다면 일석 삼조가 아닐까 합니다.
입국자 입장에서도 짐은 간편해지고 또 원화로 결제도 가능하지요.
공항 입장에서는 면세점 매출이 더 많이 일어나 이익이 창출되는 것이고 국가 입장에서도 외화유출이 어느 정도 줄어들어 여행수지에서 적자폭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래도 해외에서 사야 선물은 제멋이라는 분들은 예외로 차치하고 ? 어차피 그런 분들은 어떤 방식으로도 국내에서 소비하지 않을 테니까 ? 말입니다. 단, 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시중에 있는 백화점 면세점들은 매출이 줄어들 겁니다. 웬만하면 공항에서 사가지고 들어올테니까요.

<넓고 편안한 싱가폴 창이공항의 모습들>

지루하게 보내다 보니 그래도 비행기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군대에서도 하는 말처럼 시계는 계속 돌아가는 법입니다.

이제 비행기는 파리를 향해 열심히 엔진을 돌리고 하늘 높이 날아 오릅니다.
시간도 드디어 첫날인 10월 2일을 지나 10월 3일로 향합니다.
여기서 아이들과 박여사, 저 이렇게 4명은 고민에 빠지는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박여사 얘기로 우리가 파리에서 귀국행 비행기를 탑승하는 날이 바로 서머타임(Summer Time)이 해제되는 날이라는 겁니다.
아니, 그 하고 많은 날중에 하필 우리가 귀국하는 날 서머타임이 해제된다는 말인가?
문제가 심각합니다.
오후 비행기로 귀국하면 별 문제는 아닙니다만 우리의 귀국 비행기는 오전 11시입니다.
아마도 캠핑장에서 8시에는 나와야 하기에 일어나는 시간을 서머타임 해제일 전일 기준으로 몇시냐가 문제가 된 겁니다. 캠핑장 출발 2시간전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잠깐 서머타임을 실시하고는 한번도 서머타임을 실시한 적이 없어 도대체 해제가 되면 12시가 1시가 되는 거야, 아니면 11시가 되는 거야하는 걸로 4식구가 서로가 맞다고 티격태격합니다.
물론 해외에서,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 살아보신 분들은 금방 아실 문제이지만 오로지 한국에서만 살아왔고 여행은 이런 서머타임 실시일이나 해제일과는 상관 없는 일자에만 여행해 본 우리는 이 문제가 심각합니다. 마지막날 1시간을 더 자느냐 아니면 1시간을 덜 자느냐의 문제거든요.
우리 원정이는 자신있다는 말투로 자신이 계산해보니 1시간을 덜 잔다는 겁니다.
우리집에서 수학을 제일 잘하니 안 믿을 수도 없고 믿자니 꺼름칙하고……
결국 우리는 답을 얻지 못하고 내일을 기약합니다. 파리에서 나중에 직접 알아보자며……

이제 파리에 도착할 일만 남았습니다. 본격적인 우리의 이번 서유럽여행이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파리에서부터 중부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 바르셀로나, 남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서부, 독일 서부를 거쳐 동프랑스와 북 프랑스를 거쳐 다시 파리로 가는 대장정이 시작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