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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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서유럽 여행기

서유럽, 그 26일간의 여행기를 시작하며!

1부 - 2008년 11월

26일간 총 이동거리 5,000 Km, 8개국!

하루 평균으로는 그리 많은 이동거리가 아닙니다. 싱가폴, 파리와 바르셀로나에서의 12일간을 제하면 14일 동안 하루 평균 약 350 Km의 이동거리입니다.
프랑스의 서부를 제외한 거의 전역과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스위스의 서부, 그리고 지나가는 경유지이긴 하지만 이탈리아와 독일까지 이어지는 전체 노선은 가히 서유럽을 순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여행계획은 4년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4년전 미국 남부와 동부로 이어지는 12,000 Km 대장정이후 다음 노선으로 유럽을 쳐다보게 되었던 것이지요.
처음에는 60 ~ 70일 정도의 기간에 서유럽 전체와 동유럽 일부를 포함하는 노선을 생각했습니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독일, 덴마크와 네덜란드, 벨기에를 포함하는 노선을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환경적인 문제와 금전적인 문제로 인하여 여행계획은 조금씩 축소되어갔고 결국은 이번의 26일간 프랑스 위주의 여행으로 귀결지어졌습니다.
미국여행과는 달리 유럽여행은 준비에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단 그 나라들의 언어를 모르는 덕에 홈페이지들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또 미국과 같이 하나의 국가가 아니어서 통합된 정보를 가진 곳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책들은 많지만 이제는 시대가 예전과 달라서 책만으로 계획을 세우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히나 자동차여행 같은 것은……

그래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통신수단 겸 언로의 창구가 만들어진 것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쉽게 다른 여행자들의 경험담이나 여정, 애로사항들을 모두 볼 수 있는 환경을 가져다 주었고 막연한 두려움이나 환상을 깨주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과학의 힘을 느낄 수가 있지요. 만일 인터넷이 없었다면 유럽을 자동차로 여행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는 상당히 힘들었을 겁니다.
정말 고마운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의 세상은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가려고 하는 여정에 대한 지도, 그 지역에 대한 상세정보, 자동차를 렌트 또는 리스하는 방법, 각 나라별 교통규칙이나 고속도로 통행료, 기름값, 제한속도 등등 유럽을 운전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이나 도움이 될만한 팁을 상세하게 우리에게 알려주어 더욱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이 인터넷에 올라가면 또다른 누군가가 우리 글을 읽고 용기를 내어 자동차여행을 시도하겠지요.
제가 보기에 이제는 한국인들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자동차로 유럽을 여행하는 것 같습니다.
시중에 책도 많이 나와 있고……
그런 인터넷을 이용하여 우리는 유럽을 배낭여행 했거나 자동차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기록물이나 사진,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우리의 계획을 하나씩 하나씩 완성시켜 나갔습니다.

최종 계획에 대한 준비만 해도 거의 1년은 한 것 같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준비에 들어가 떠가기 전날까지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틈틈히 만들고 모으고 했지요.

예전 여행과는 달리 이번 여행은 유난히 전자제품을 많이 가져가고 사용한 첫번째 여행입니다. 실제로 최신 IT제품들을 드디어 우리도 사용했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노트북 컴퓨터, GPS수신기 및 네비게이션,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와 블루투스제품들, 무전기, 차량용충전기 등 많은 제품들을 가져가느라 그것에 해당하는 충전기나 멀티탭까지도 필요했습니다. 특히 GPS수신기와 네비게이션프로그램은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 사실 프랑스중부 산악지대의 라스코동굴을 갈때 이 GPS때문에 저희가 3시간 가량을 헤맸습니다. 전혀 엉뚱한 지점을 안내하는 바람에 프랑스의 산골짜기 시골마을들을 보이는 모습 그대로 모두 볼 수 있었지요. 오히려 일반적인 여행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좋은 경험이라고 할까요? 대신 그날 호텔 잡기가 무척이나 어려워 밤 11시에야 겨우 방을 잡았습니다.
그 이후 큰 부분들은 GPS를 따라 갔지만 세세한 부분은 인간 네비게이션의 육감, 즉 저와 나침반에 의해 움직였습니다.
그래도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도 몇 년후 유럽과 우리나라, 중국 등의 국가들이 공동으로 만들고 있는 제2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인 갈릴레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현재 미국의 서비스인 GPS만이 유일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이 다양화되고 경쟁이 될 겁니다. 그러면 좀 더 편리하고 정확해지겠지요.

<잘 사용한 네비게이션 프로그램>

<이번 여행에 가져간 짐들>

또한 유럽의 비싼 물가 때문에 식사 해결을 위한 도구들도 상당했습니다. 전기밥솥과 가스버너, 코펠, 도마, 각종 취사 도구들 ? 심지어 와인 오프너까지도 ? 도 필요한 것은 사고 있는 것은 별도로 가져가도록 준비했습니다.
그 외에도 기본적인 준비물외에 식품류도 한 박스 가득 준비하여 가져갔습니다. 쌀부터 김치, 고추장, 각종 1회용 국, 카레, 참치, 젓갈류, 심지어 무말랭이, 멸치볶음, 깻잎무침, 김, 해조류, 오징어 등에 이르기까지 가져갈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여하튼 비행기 기내에 우리가 실을 수 있는 한도가 4명 기준으로 80 Kg이니까요. 일부러 비싸고 맛없는 유럽음식을 무한정 사먹을 수는 없잖아요?

그외에도 우리가 처음 머무는 숙박지로 파리시내에 있는 볼로뉴캠핑장도 미리 예약을 하고 푸조리스도 6개월전 예약 및 1달전 결제까지하는 수고를 거쳐 떠날 준비는 완료했습니다.
사실 올해가 저에게는 상당히 바쁜 한 해였습니다만 그 와중에도 우리의 충실한 박여사와 같이 모든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갔습니다.

그런 준비과정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경비부분입니다.
올해 초반만 하더라도 전체 여행경비를 산정할 때 기준 유로환율을 1,300원 정도로 잡았기에 얼마 되지 않았는데 비행기를 예매할 때부터 뭔가가 낌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연초부터 터진 유가파동에 의해 유류할증료를 1인당 40만원 넘게 받는 겁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9월에 푸조리스 결제시에 환율까지도 올라 유로가 1,500원대로 바뀐 겁니다. 물론 달러는 더했지요. 푸조리스는 유럽에서 빌리는 데도 달러로 결제가 되어 그 피해는 더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서곡에 불과했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마무리짓고 귀국한 날의 환율은 박여사와 저를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1유로당1,800원대, 1달러당 1,500원대라는 겁니다.
결국 전체 경비는 1년전 계획시보다 거의 40%이상 초과되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즐거운 여행기간동안 무슨일이 생긴 걸까요?
정말이지 매번 변명을 해도 이건 아니지요. 다른 나라는 다 멀쩡한데 무슨 환란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한달도 안되는 사이 환율을 그렇게 해놓고도 버젓이 자리에 연연하다니 가만히 쳐다만 봐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각설하고!
우리의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고 우리는 출발하여 원래 계획의 90% 이상을 실행했습니다.
지난 번 미국여행과 마찬가지로……
뭐 저희가 봐야 얼마나 봤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누구나 가는 곳 + 잘 알려지지 않은, 관심이 없어가지 않는 곳까지 포함한 일정이지요.
대부분의 지역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곳이지만 몇몇 곳은 일반적으로 알지 못하는 지역입니다. 예를 들면 15,000년전의 선사시대 당시의 벽화로 유명한 프랑스 중남부의 도르도뉴지방에 있는 라스코 동굴이나 파브르곤충기로 유명한 앙리 파브르의 고향인 생레옹 등과 같은 곳들입니다. 또 잘 알려진 도시이지만 유럽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서남부의 툴루즈의 스페이스센터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파리라는 도시도 너무나 잘 알려져있고 누구나 가보는 곳이지만 파리내에 있는 라빌레트과학관이나 파리자연사박물관, 발견의 전당, 파스퇴르연구소 등은 인터넷에서도 자료구하기가 어려운 곳중 하나입니다. 즉, 일반적으로는 잘 안가는 곳이지요.
우리가 그러한 곳을 가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입니다. 과학과 관련된 곳이라는 얘기입니다.
예술의 도시라는 파리도 보다보면 과학과 관련된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예술도 중요하지만 18 ~ 20세기에 걸쳐 과학선진국이었던 프랑스 과학의 과거 모습과 현재 모습을 보는 것도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겁니다.

되돌아보면 항상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여행은 언어로 하는 것이 아니고 느낌과 계획, 그리고 실행할 수 있는 용기에 의해 하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누구도 3 ~ 4가지 언어를 할 줄 알아서 여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어떤 언어로 표현하든 각자의 의지와 적극적인 표현방식만 있다면 인간사회에서는 어디서든 통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4년전 미국여행시보다 더 힘들게 여행했지만 우리의 쌍둥이들이 더 자라서인지 여행에서 제 3자로서의 역할이 아닌 주도적인 역할로 바뀌었고 우리의 박여사는 역시나 미국에서보다 더욱 성장한 지도해석능력과 시력, 그리고 적극적인 외국인들과의 대화시도로 우리의 여행을 깔금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지난번 미국때와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아픈적 한번 없이 가져간 약을 하나도 쓰지 않고 다시 그대로 가져온 데 대해 아이들과 박여사에게 고마움을, 또한 사고 없이, 고장 없이 잘 다니게 해준 푸조 307 SW 차량에게도 애착을 느낍니다.
향후에도 다시 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나머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등을 여행한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가 본 유럽여행에 대해 얘기하기로 하겠습니다.
우리의 여행에 대한 얘기를 하나씩 하나씩 써 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