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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탈리아 여행기 카사노바, 쥴리엣의 도시들!     베네치아 -> 베로나 8부 - 2005년 12월 25일 일요일 크리스마스 이브도 지나고 오늘은 서구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기념일로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입니다. 우리와 달리 기독교가 국교나 다름없는 이 곳 유럽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흥청망정 노는 날은 아닙니다. 우리로 얘기하면 추석이나 설날과 같이 온 가족이 모여 조용히 지내는 그러한 명절입니다. 또한 상당히 긴 휴일의 시작이고요. 그래서인지 어젯밤의 주택가는 조용하고 교회(성당)로 가는 사람들만 보일 뿐입니다. <베네치아항의 전경, 사진출처 : 네이버 이미지> 오늘의 할 일은 배를 타고 구 베네치아로 가서 곤돌라를 타면서 베네치아 시가지를 구경하는 일과 베로나에서의 시가지 관광, 그리고 마지막으로 밀라노에서의 여정, 크게 3가지입니다. 베네치아(Venezia)는 일명 베니스(Venice)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보아왔던 많은 영화 속에서 베네치아의 모습이 그려져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머릿속에 베네치아는 꿈과 같은 도시가 아닌 실재하는 가까운 도시로 기억됩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같은 희곡 속에도 나오고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에도 나오며 무수히 많은 영화들에서 잠깐씩이라도 나오는 도시입니다. 유리세공업으로도 유명한 도시이지요. 또한 베네치아는 로마, 피렌체와 더불어 이탈리아 3대 관광도시입니다. 그러면서도 물동량 기준 이탈리아 3대 항구도시입니다. 항구는 신 베네치아 얘기입니다. 관광은 구 베네치아이구요. <베네치아의 "탄식의 다리"를 바라보며> 구 베네치아는 말 그대로 물속에 있는 도시입니다. 땅 위에 만든 도시가 아니라 물위, 즉 바다 위에 만든 도시입니다. 구 베네치아는 원래는 섬이었습니다. 고대에 이민족의 잦은 침입에 주민들이 이 섬으로 옮겨 살기 시작하여 도시를 이루었는데 인구가 점점 늘다 보니 섬만으로 수용하기가 어려워졌지요. 그래서 바닷속에 나무를 묻어 단단하게 지반을 만들고 그 위에 석회암과 대리석을 얹어 만든 인공섬에다가 각종 건물들을 쌓아 만들어 오늘날까지 확장되어온 도시입니다. 우리가 보는 베네치아의 수로는 실제로는 수로가 아니고 바다입니다. 오히려 그 사이사이 건물들이 모두 섬인 겁니다. 그 수많은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어 지금의 복잡한 도시가 된 것이지요. 섬들과 섬들을 연결하는 것은 다리 말고도 유명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곤돌라입니다. 사실은 육지로 말하면 말이나 마차와 같은 교통수단입니다. 귀족들이 타고 다니던 해상 교통수단이 이제는 관광자원이 되어 베네치아의 상징이 되었고 관광수입원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베네치아가 근래에 들어 지반이 급격히 침하가 되면서 점점 더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에서는 10억 달러이상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투입하여 구 베네치아 전체의 지반을 떠받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쎄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공사 중이라고 합니다. 베네치아는 다른 이탈리아의 도시들과는 다르게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하여 발칸반도와 가깝다 보니 고대의 동로마제국 - 중세이후 비잔틴제국 - 과 깊은 관계를 가집니다. 역사적으로 비잔틴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이슬람제국의 영향권에도 속해 있었고 십자군전쟁 말에는 십자군의 도움을 받아 비잔틴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역사에 도시국가로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몽고의 원제국 당시 "동방견문록"이라는 여행기를 써서 유명해진 마르코폴로도 베네치아 출신 상인입니다. 또 하나의 유명 인물이 18세기의 인물, 카사노바입니다. 온 유럽의 여심을 자극하여 낭만적인 사랑을 하여 염문을 뿌리던 이 인물도 베네치아 출신입니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중세 서유럽의 문화도 가지고 있지만 이슬람제국이나 비잔틴제국의 요소, 즉 동방적인 요소도 많은 부분 가지고 있지요. 실제로 베네치아의 성당들이나 간물들을 보면 다른 이탈리아 도시들과는 약간 다릅니다. 가장 유명한 산마르코(San Marco) 성당만 하더라도 비잔틴양식에 의해 만들어진 성당입니다. <산마르코 성당의 화려한 모습> 베네치아는 우리에게 또 한가지로 가까운 도시입니다. 보통 "베니스영화제"로 알려진 영화제의 도시입니다. 15년 전쯤 우리나라 영화가 최초로 수상한 영화제가 바로 이 베네치아영화제입니다. 1987년 임권택감독의 "씨받이"로 강수연씨가 최우수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제이지요. 2002년에는 영화 "오아시스"로 이창동감독이 감독상을 , 영화배우 문소리씨가 신인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우리와는 가까운 영화제의 도시입니다. 바로 베네치아입니다. 그 역사의 도시, 구 베네치아를 우리는 오늘 확실하게 보는 겁니다. 구 베네치아에 도착한 우리는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합니다. 베네치아에는 자동차가 없다고 합니다. 차가 있어봤자 다닐 곳도 없고 모두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고대로부터 만들어진 다리라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모든 길을 걸어 다니는 일정입니다. 싫으면 배를 타고 다니던가... 가는 도중 "탄식의 다리"라는 곳을 지나가면서 보게 되는데 이 곳은 감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바깥 세상을 다리에 있는 창문을 통해 보고는 투옥이 된다고 하여 탄식의 다리라고 합니다. 카사노바도 이 곳을 지나 감옥으로 투옥되었지만 그는 이 감옥을 탈옥합니다. 그 후 베네치아를 떠나 유럽 전역으로 그의 발자취를 남기게 되지요. 이제 곤돌라입니다. <베네치아의 명물 곤돌라위에서> 20여 년 전에 왔다는 박여사는 그 시절에 곤돌라를 탔었기에 이번에는 빠지겠다고 하여 아이들과 저만 타기로 했지요. 일행 중에도 여럿이 타게 되어 곤돌라 3척으로 나누어 탔는데 그 중 한 척에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사람과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탔습니다. 그들의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베네치아의 수로 곳곳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약 40분 정도 배를 타면서 베네치아를 볼 수 있습니다. 좁디 좁은 수로들 사이로 사공이 건물벽을 밀기도 하고 노를 젓기도 하면서 천천히 수로를 헤쳐나갑니다. 한참 동안 이 곤돌라를 타면서 베네치아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말 그대로 가수입니다. 나폴리민요나 칸쏘네를 유창하게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건물들로 양 옆이 막혀져 있는 수로에서 반사가 되고 울려 우렁찬 노랫소리로 변합니다. "오 솔레미오", "돌아오라 소렌토로" 등 유명한 곡뿐 아니라 우리가 처음 듣는 노래까지 끊임없이 노랫소리를 들려주는데 지나가는 곳곳의 음식점들이나 호텔의 일하는 사람들까지 창문이나 문으로 나와 같이 따라 합창을 합니다. 그야말로 노래에 묻혀 사는 낭만의 도시, 사랑의 도시, 베네치아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곤돌라 탑승 후에 도착한 산마르코 광장,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얘기했다는 이 광장은 바로 앞에 산마르코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극찬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산마르코광장> 산마르코 광장은 비둘기의 천국입니다. 수백 마리의 비둘기떼가 모여들어 사람들 주위로 떼지어 돌아다니는 풍경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물론 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고달프겠지만 말입니다. <산마르코 성당의 정면에서> 뭐, 원용이가 비둘기들에게 과자를 주려고 과자봉투를 뜯는 순간 어떻게 알았는지 비둘기떼가 와르르 모여들어 봉지 채로 떨어뜨리고 말았다는 전설적인 애기가 오늘날 서울에서도 구전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베니스에서의 하루를 즐기는 원정이> 산마르코 광장 앞의 성당은 처음 보는 형태의 성당입니다. 지금껏 이탈리아에서 보지 못한 형태입니다. 말로만 비잔틴식이라고 들었지만 실제로 보면 다른 느낌이 듭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러시아 스타일입니다. 둥근 돔들이 곳곳에 있고 황금빛의 배경을 가진 모자이크벽화가 전면부터 그려져 있으며 뾰족뾰족 솟은 첨탑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의 두칼레궁전도 유명한 건축물입니다. 조형미가 베네치아에서 가장 뛰어난 건물이라고 합니다. 이번 이탈리아여행에서 갖가지 모습의 건축학적으로 시간적, 공간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성당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입니다. 베네치아라는 도시 자체는 그리 큰 흥미를 돋우지는 못합니다. 낡을 대로 낡은 건물들, 좁디 좁은 골목길, 그리고 활발하게 발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이 성당 하나로 베네치아에 온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베네치아에서의 자유시간에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각종 유리제품들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이탈리아의 유명한 피자인 "마르게리타" 피자도 한 입 먹고 크리스마스의 바깥 풍경을 내다보는 여유를 잠시나마 누릴 수 있는 시간이지요. 이제 다시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가 베로나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다시 롬바르디아 평야지대를 지나 서쪽으로 서쪽으로 향해 갑니다. <베로나 시가지>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이라는 유명세가 있습니다. 실존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옴으로써 유명해진 도시입니다. 실제로는 로마공화국 초창기 때부터 있어왔고 제국시대 때는 군사적 요충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지역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로마시대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오페라극장으로 유명한 아레나가 있습니다. 고대에는 원형극장으로 로마의 콜로세움과 같이 사용되던 것이 이제는 오페라축제의 장으로 변화되었지요. <베로나의 아레나 원형경기장>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이 그러하듯이 베로나도 과거와 예술로만 먹고 사는 도시는 아닙니다. 이탈리아 북부지방의 도시들은 모두 비슷한데 과거의 르네상스 시절의 영광에서 현대에 들어와서는 공업과 상업의 융성에 따라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새롭게 발전하는 도시들입니다. 베네치아가 항구도시로 북동지방 물류의 중심으로, 유리공업 등에 발달에 힘입어 상공업의 중심지로 변화했듯이 베로나도 예로부터 교통의 요충지로 상업이 발달했으며 또한 공업도 발달한 도시입니다. 베로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쥴리엣"의 소재가 된 도시입니다. 그래선지 베로나에 쥴리엣의 집이 있다고 합니다. 베로나는 오페라로도 유명합니다. 오페라로 유명하다는 말은 다른 뜻이 아니고 베로나에 있는 로마시대의 유적인 아레나에서의 오페라 공연이 유명하다는 말입니다. 로마에 있는 콜로세움과 비슷한 모양의 원형경기장이 이 곳, 베로나에도 있습니다. 다만 로마에 있는 것보다 규모가 훨씬 작습니다. 로마의 콜로세움은 약 5만 여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경기장이지만 베로나의 아레나는 기껏해야 2만 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입니다. 2세기 초 로마제국시대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보존되어 왔으며 20세기 초부터는 이곳을 오페라의 공연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유명한 오페라축제가 매년 6월말에서 8월말까지 열립니다. 이 곳은 야외공연장인데도 불구하고 무대에서의 미세한 소리까지 들릴 만큼 음향효과가 뛰어나 공연장으로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베로나에서 볼거리 2가지가 바로 위의 것들 입니다. 우리가 베로나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경이었습니다. 구름이 잔뜩 낀 오후 시간이라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역시나 돌이 깔린 넓은 도로를 따라 쭈욱 걸어 들어가니 유명한 원형경기장 "아레나"가 보입니다. 콜로세움과 같이 겉은 엉망입니다. 대리석들이 다 뜯겨져 나갔고 벽돌들만 남아 형체만 남아있는 듯 합니다. 그래도 내부는 콜로세움과는 달리 어느 정도 보존이 되어 오페라 공연을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는 아레나를 지나 베로나의 중심가를 걸어 가면서 일요일이자 크리스마스라 모두 문을 닫은 상가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의류, 가죽 등의 명품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지요. 쥴리엣의 집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물론 문도 닫혀있었지만 철문 안에 있는 쥴리엣의 동상도 별 것 없습니다. 다만 사방에 작은 쪽지 글이 널려있습니다. 이 곳, 베로나에서 약 1 시간 이상을 보내고 다시 최종 목적지 밀라노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