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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탈리아 여행기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     몬테카티니 -> 피사 -> 볼로냐 -> 롬바르디아 평원 -> 베네치아 7부 - 2005년 12월 24일 토요일 어제 투숙한 몬테카티니의 호텔은 하룻밤을 묵기에는 끝내주는 호텔입니다. 한마디로 우리에게 유럽사람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호텔이었습니다. 유럽인들의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그런 호텔입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바닥이 대리석으로 된 방의 난방이 거의 되지 않아 추운 가운데 잠을 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야 그래도 군대에 있을 때 겨울 훈련시 텐트에서도 자본 경험이 있어 잘 잤지만 다른 식구들은 아마도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인지 몇 시간 자지 못하고 일어난 모양입니다. 뭐 새벽 3 ~ 4시경에 다들 깨어난 거지요. 거기다 다른 방들도 마찬가지여서 방음도 안 되는 지 옆방에서 일어나 떠드는 소리가 다 들립니다. 원용이와 자던 저도 원용이가 깨고 박여사와 원정이가 우리 방으로 들어오고 해서 비몽사몽 하는데 거기다 옆방의 시끄러운 소리까지 가세해 결국 5시가 안되어 깨었습니다. 그나마 목욕물은 따뜻합니다. 덕분에 목욕은 제때에 제대로 할 수 있었지요. 유럽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틀려 집을 덥게 하지 않고 적당한 온도로만 난방을 하고는 집안에서도 옷을 두툼하게 입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지요. 몇 년 전 미 서부에 갔을 때도 친척분들 집도 서울에서와 같이 난방을 하지 않고 집에서 옷을 두툼하게 입고 있는 걸 경험했는데... 뭐 고생은 했지만 유럽인들의 근검절약(?)을 경험했다는 데 의의가 있었습니다. 하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아 100% 수입하는 나라에서 한 겨울에도 집안에서는 반팔을 입고 지낼 수 있도록 덥게 사는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인 겁니다. 그런 절약이 지금의 유럽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집도 아니고 돈 받고 방을 빌려주는 호텔에서 이건 너무 심하긴 하지요. 그래도 어떡합니까? 기획특가 상품으로 온 우리가 잘못이지요.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호텔방은 그렇지만 이곳, 몬테카티니 동네는 아담하고 예쁜 동네입니다. 새벽부터 부산을 떤 우리는 결국 호텔 바깥으로 방향을 잡고는 새벽추위를 맞으며 산책을 했습니다. 호텔을 나와 시내로 걸어가다 보니 새벽부터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가게들이 열려있습니다. 조그만 슈퍼와 같은 잡화점과 피자 등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바, 그리고 델리샵 등이 열려있습니다. 주변에 나무들도 꽤 있고 작은 공원도 있는 그런 사람 사는 동네입니다. 아침부터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볍게 걷고자 하는 우리에게는 딱 어울리는 분위기의 아침 산책입니다. <몬테카티니의 어느 가게 앞에서...> 오늘의 여정은 조금은 장거리입니다. 일단 이 곳에서 가까운 피사로 가서 구경을 하고 베네치아까지 가는 일정입니다. 오늘은 피사만 구경하는 날입니다. 또 하나,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베네치아에서 호텔이 시내에 있다면 밖에 나가 구경을 좀 해야겠습니다. 피사까지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입니다. 피사는 원래 해안가에 있는 항구도시였습니다. 11세기 말에는 제노바, 베네치아와 대립할 정도의 강력한 해상공화국으로 발전하였고 르네상스시대에 문예부흥의 중심지로도 활약을 한 도시입니다.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이 곳 태생으로 유명하지요. 그 후 아르노강의 퇴적작용으로 인해 해안선이 10 Km정도 서쪽으로 밀려나면서 항구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이 피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피사의 사탑입니다. 피사의 두오모 성당의 종탑이 바로 피사의 사탑입니다. 피사에 도착하여 성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이 피사의 대성당, 즉 두오모 성당입니다. 예의 세례당과 본당, 그리고 종탑의 3가지로 이루어진 성당입니다. 널찍한 잔디밭위로 솟은 로마네스크양식의 3개의 건물은 파란 하늘과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흰색계통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성당 건물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둥그런 돔을 가지고 있고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십자가 형태라고 합니다. 이 성당 안에서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하라는 기도는 하지 않고 엉뚱하게 성당 천장에 매달려있는 램프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진자의 등시성"원리를 발견합니다. 역시 천재는 다른 사람들과 틀린 점이 있나 봅니다. 기도하던 중 천장의 램프가 흔들리면 다음의 3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신부나 목사의 경우처럼 "아, 하나님이 노하셨나 보군. 더 열심히 기도해서 악마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자." 한다든지, 둘째, 일반인들의 경우처럼 "이 성당은 어떻게 지었길래 예배당에 있는 램프가 흔들릴 정도로 부실공사를 했나, 바람이 불어 추워죽겠네." 하거나 마지막으로 천재들의 경우 "아, 저 램프가 흔들리는 걸 보니 왕복운동이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움직이는군.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야지..." 혹은 "저 램프가 떨어질 때 속도는 얼마로 떨어지고 나무와 같은 다른 성질을 가진 것과 같은 속도로 떨어지는지…" 등등의 상상을 하는 경우 일겁니다. 아마도 갈릴레이는 세번째의 경우에 해당하여 결국 세계적인 과학자로 이름을 날리게 되지요. 여하튼 갈릴레이는 교회의 입장에서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기도는 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한 이단자입니다. <피사의 두오모 성당으로 가는 관광트램> 바로 그 성당 옆에 피사의 사탑이 있습니다. 탑을 실제로 보면 너무나 우스워 웃음이 절로 납니다. 모든 건물이 똑바로 서있는데 이것만 홀로 비스듬히 서있습니다. 그렇다고 낮은 탑도 아닙니다. 탑의 모양도 탑 같지가 않고 건물과 같이 층마다 기둥들이 있는 둥근 모양입니다. 아마도 이 피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피사의 두오모성당과 성당의 종탑인 피사의 사탑> 탑에 올라가는데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15유로를 내고 올라갈 가치는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4식구가 모두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는 게 간단치는 않습니다. 탑 전체가 기울어져 있어 안에서 올라가는 계단도 한쪽으로 기울어져 우리의 몸도 중심잡기가 쉽지는 않지요. 20여 년 전에 와 봤다는 박여사는 그때는 탑의 각 층마다 밖으로 나갈 수 있어 보호대도 없이 각 층의 대리석 베란다로 나가 아래를 내려다 봤다는데 상당히 무서웠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지금은 각층마다 나갈 수 없도록 막아져 있고 꼭대기에서만 나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보호대를 만들어놓은 상태입니다. 그래도 보호대가 기껏해야 높이 1미터도 되지 않아 아이들에게는 단단히 주의를 주고 구경했습니다. 총 8층에 높이가 55.8 m인 탑이거든요. 이 탑이 기울어진 것은 공사가 시작된 직후부터랍니다. 12세기 말에 착공하여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계속 공사를 하여 14세기에 완공하였습니다. 탑이 기울게 된 원인은 일단 이 지형이 지표면이 단단한 돌로 된 지형이 아닌 바닷가에 있었기에 모래로 된 지형인데다 한쪽은 그나마 단단한 데 다른 쪽의 땅이 물렁한 편이라서 점점 더 기울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기울어진 탑 덕분에 갈릴레이는 이 곳 탑 꼭대기에서 두 개의 크기가 다른 공을 떨어뜨려 같은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은 무게와 크기에 상관없이 떨어지는 데 똑같은 시간이 걸린다는 중력낙하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탑을 배경으로...> 1990년대에 이탈리아정부는 엄청난 돈을 들여 이 탑을 보수하여 기울기를 4.1m정도로 하여 이상 기울지 않도록 지반에서 모래를 긁어내고 수분을 뽑아내며 지반을 다져 파이프를 박는 등의 노력으로 10년 후인 2001년에 다시 개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기울지 않는 탑을 볼 수 있지요. 탑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피사의 도시 모습은 피렌체와 비슷합니다. 넓은 들판에 연이어진 주황색 지붕들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와 우리의 시야를 밝게 만들어줍니다. 확실히 높은 건물은 없습니다. 고층의 아파트나 빌딩도 없구요. 애기로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피사의 사탑을 막상 직접 대하고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웃음도 나오고...역시 세상은 볼수록 새롭고 다닐수록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동아시아도 언제쯤 내 차를 가지고 여기저기 이 나라 저 나라를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을지 꿈을 꿔봅니다. 빨리 그런 날이 올 수 있으면 좋겠는데... 피사에서의 반나절은 그렇게 가고 이제 수상도시,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향해 출발합니다. 점심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중국식입니다. 중국식이 한국과는 달리 그다지 입맛에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밥이 있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크리스마스연휴인데도 불구하고 장사를 한다는 것 때문에 많이 먹게 됩니다. 이곳 이탈리아에서의 한식은 로마에서 먹은 두 끼가 끝입니다. 그 두 끼도 요리사가 만든 것 같지 않게 형편없는 한식이었습니다. 차라리 내가 만드는 게 나을 정도입니다. 물론 가이드의 말로는 일단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비싸고 신선한 것을 먹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의 교민숫자가 워낙 적어 그들을 상대로 재료를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다가 오기에는 어렵다는 것이죠. 그래서 독일에서 보통 가져오는데 그러다 보니 원가가 올라가고 신선도도 떨어져 별 맛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건 우리가 갔던 식당들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음식을 한다는 건 결코 돈벌이가 안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좀 더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도 하고 현지인들, 즉, 이탈리아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현지화에 대한 노력도 해야만 머나먼 타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미국의 한식당들이 돈을 버는 이유가 꼭 교포가 많고 드나드는 한국인들이 많아서만은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음식도 좀 더 국제화시키고 현지화시켜 그 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도록 해야 장사도 되고 음식맛도 살리는 성공적인 음식점이 될 겁니다. 그럼으로써 한식의 고급화도 추구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요. <피사의 탑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피사 시가지> 베네치아로의 여정은 4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이탈리아 서해안에서 동해안의 맨 북쪽 끝까지 가야 하니까요. 이탈리아 반도의 동쪽 바다를 아드리아해라고 부릅니다. 구 유고슬라비아와 그리스가 있는 발칸반도를 마주보고 있지요. 이제 우리가 그 아드리아해를 보러 가려면 우리나라의 태백산맥과 같은 이탈리아의 아펜니노산맥을 넘어야 합니다. 이 아펜니노산맥은 최고 높이 2900m 정도의 산이 있고 평균은 약 1000 ~ 2000m 정도이지만 남북으로 길게 1400 Km정도 뻗어 있습니다. 이 산맥을 우리는 뚫고 지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서울에서 강릉으로 갈 때 대관령을 넘듯이 말입니다. 그래도 잘 뚫린 고속도로를 이용하니까 별 무리는 없이 갈 수 있습니다. 중간에 경유하는 도시로 볼로냐를 지나가게 됩니다. 볼로냐는 상공업도시로, 현재는 각종 박람회나 전시회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커다란 전시회장을 갖추고 있어 전시회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지요. 볼로냐를 지나 높은 아펜니노산맥을 넘어 드디어 이탈리아의 동부연안지역으로 넘어갑니다. 여기서부터 베네치아인근까지는 그 유명한 롬바르디아 평야지대입니다. 사방이 지평선인 이 지역은 대 평야지대로 곡창지대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버스에서 바라다보이는 사방이 지평선으로 된 전형적인 농업지역, 농촌입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논밭을 보다가 어느덧 우리는 어둠 속에서 베네치아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밤에 도착하여 바깥 풍경은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단지 가이드의 말로는 이 곳은 신 베네치아로 수상도시가 아닌 육지랍니다. 구 베네치아는 내일 아침에 배를 타고 들어가 구경을 할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는 또 다시 실망... 그래도 호텔은 시내에 있다는 말에 크리스마스 이브나 제대로 보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지요. <종탑 꼭대기의 종> <탑 위에서의 우리가족> 호텔에 짐을 풀고는 바깥 세상을 경험하고자 우리 4식구가 밖으로 나갔지만 우리의 바램과는 딴 판인 주택가입니다. 이번 여행의 최대 맹점, 호텔의 위치가 여기서도 우리의 발목을 잡는군요. 30분 넘게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기분도 나지 않고 힘만 들고 하여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오늘 한 일은 피사를 구경하고 베네치아로의 기나긴 여행이었습니다. 우리는 피사에서 갈릴레이가 교황청에서 한 말을 새겼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동설을 철회했지만 마지막 남은 인생의 황혼 길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린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라는 말을 하여 과학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남긴 갈릴레이 갈릴레오! 과학자에게 진실은 있어도 종교와 이념과 국가라는 다른 건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입니다. 내일은 구베네치아를 구경하고는 베로나를 거쳐 밀라노까지의 여정입니다. 이제 내일 하루만 구경하고 나면 다시 서울로의 일정만 남습니다. 내일은 그래도 크리스마스입니다. <피사의 사탑이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게 힘을 쓰고 있는 헤라클레스 원용, 원정>